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96화 (596/650)

596화 돈을 처음과 똑같이 대한다

언론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지금 상황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테라의 액면분할이 시장을 멈춰 세웠습니다. 블랙문의 발표는 시장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발표는 시장에 추진력을 안겨다 줬습니다. 이제 시장은 하락이 아닌 다시 한번 새로운 곳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제도권에 자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모두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것으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마사오카 그룹으로부터 콜옵션을 넘겨받은 것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10,000에서 12,000까지 지수를 끌어 올린 것의 이유 중 하나로 마사오카 그룹의 콜옵션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마사오카 그룹이 나스닥에 자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콜옵션을 전방위적으로 쓸어 담으며 지수를 상승으로 이끌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수가 꼬꾸라지며 콜옵션 또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 계속 내려간다면 콜옵션도 손해를 보는 구간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고, 그게 심해진다면 시장을 무너뜨리는 뇌관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시장의 우려였다.

마사오카 그룹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콜옵션을 던질 것이고 그걸 견디지 못한 시장이 하락할 것을 걱정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 달리 마사오카의 콜옵션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받아냈다는 발표가 나왔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발표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로 사람들은 놀랄만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만큼이나 콜옵션을 받아낸 것에 크게 환호했다.

시장을 붕괴시킬 뇌관으로 지목됐던 것이 해결된 것도 모자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상승에 힘을 쏟았다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른 곳도 아니라 세이지 그룹이라면 믿고 따라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하락을 배팅했던 사람들도 허겁지겁 포지션을 풀었다.

세이지와 반대 포지션을 잡고 살아남은 적이 없었던 만큼 한시라도 빨리 포지션을 푸는 것만이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복합적인 모습이 뒤엉켜 시장을 크게 상승시켰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발표 이후 시장은 11,000을 넘어 전고점인 12,000을 향해 힘차게 올라갔다.

***

뉴욕에서 해안가 도로를 따라 3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로드 아일랜드주의 뉴포트 도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도금시대 시절 지어진 대부호들의 호화로운 저택이 여러 채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 중 한 곳에 한진영과 안젤라 랜스 그리고 레이 젠슨 등이 모여 있었다.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것도 없지요. 그동안 지내던 요양원에 비하면 여기는 궁전이에요.”

안젤라 랜스는 감회가 새롭다는 눈으로 저택을 둘러봤다.

한진영은 만족해하는 안젤라 랜스에게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소개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저기 계시는 토마스 씨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곳 저택과 여사님의 모든 것을 토마스 씨가 관리해줄 겁니다.”

소개를 받은 토마스는 안젤라 랜스에게 다가가 자기소개를 했다.

안젤라 랜스는 토마스의 인사를 받은 뒤 한진영에게 물었다.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여기에서 나 혼자 지낸다는 건…… 사치 같은데요?”

“조금은 사치를 부리셔도 됩니다. 여사님께서는 그렇게 하셔도 될 만큼 부자가 되셨으니까요.”

한진영은 안젤라 랜스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모두 넘겨받는 조건으로 1억 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진행했다.

안젤라 랜스는 한진영에게 게리 챈슬러를 끌어내려주기만 한다면 돈도 필요 없다며 무상으로 한진영에게 권한을 넘겨주려 했다.

그게 안 된다면 변호사들이 책정한 권리 금액인 500만 달러만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평가금액의 20배가 넘는 1억 달러를 지급했다.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지낼 이곳 또한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안젤라 랜스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한진영을 올려다봤다.

“도대체 왜 그 많은 돈을 주고 권리를 나에게서 가지고 간 거예요? 나는 정말로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진영은 요양사에게 잠시 비켜줄 것을 권하고 직접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직접 휠체어를 밀어 저택 안을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보십시오. 돈이 있으니 모두가 함께 쓰는 요양원이 아니라 이곳을 홀로 쓸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뿐이 아닙니다. 여사님을 위한 의료진과 여사님을 도와줄 사람들이 전속으로 자리를 지키고 여사님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돌봐줄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안젤라 랜스는 움직이는 휠체어에 앉아 한진영이 하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한진영은 그런 안젤라 랜스를 다음 방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돈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찾는 것이지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삶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보십시오. 여사님께서 정물화를 좋아하신다고 하여 이곳 방은 정물화 위주로 꾸며봤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있으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닙니까?”

한진영의 말에 안젤라 랜스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진영의 말대로 정물화 그림을 이용하여 꾸며놓은 방의 모습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안젤라 랜스가 젊은 시절 이런 방을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옮겨 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안젤라 랜스는 잠시 방안에 꾸며진 그림들을 감상한 뒤 한진영을 다시 올려다보고 말했다.

“그래요.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돈이 많으니 확실히 보기 좋네요. 그리고 요양원보다 이곳이 훨씬 좋다는 것도 맞아요. 돈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좋네요.”

안젤라 랜스는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녀는 한진영을 향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잠시 한진영의 얼굴을 살핀 안젤라 랜스는 천천히 한진영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진 권리는 500만 달러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조차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나 제시해볼 수 있는 금액이지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1억 달러나 주고 왜 산 거예요? 나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안젤라 랜스의 말에 레이 젠슨도 궁금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쳐다봤다.

처음 한진영이 안젤라 랜스와 만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안젤라 랜스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진영에게 화까지 냈던 레이 젠슨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한진영이 안젤라 랜스에게 1억 달러라는 거액을 안겼던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게 머쓱한 얼굴로 사과했다.

그리고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마침 안젤라 랜스가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있었다.

레이 젠슨은 마침 잘됐다는 마음으로 한진영에게 이유를 듣겠다는 마음으로 귀를 세웠다.

“이해가 안 될 것도 없습니다.”

한진영은 대수롭지 않는다는 얼굴로 이야기하고는 휠체어를 계속 밀었다.

잘 꾸며진 방을 나오자 이제는 거실이 나왔다.

거실 한쪽에는 안젤라 랜스가 보기 편하도록 커다란 TV가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TV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켜진 TV 앞으로 안젤라 랜스의 휠체어를 끌고 간 뒤 조금 전 안젤라 랜스가 던진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500만 달러라는 가치는 변호사들이 계산해낸 값에 불과합니다. 저는 500만 달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계산을 한 변호사들이 한 회장 쪽 변호사인 줄 알겠어.”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레이 젠슨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죄송합니다. 제가 몇 마디 질문 좀 해도 괜찮겠습니까?”

레이 젠슨이 예의를 차려 안젤라 랜스에게 물었다.

안젤라 랜스는 손을 들어 이야기하라는 뜻을 보냈다.

“괜찮아요. 저만 질문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궁금하시면 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레이 젠슨은 안젤라 랜스를 향해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한 후 한진영을 바라봤다.

태연해 보이는 한진영의 표정을 살핀 레이 젠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이야기했다.

“자네에게 왜 1억 달러를 여사님께 드렸느냐고 다그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런 거네. 분명 여사님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계산하여 나온 가격이네. 솔직히 내 생각에는…….”

레이 젠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안젤라 랜스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알 것 같네요.”

안젤라 랜스는 빙그레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니까요.”

안젤라 랜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안젤라 랜스도 한진영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레이 젠슨은 안젤라 랜스가 허락하자 고개를 들어 한진영에게마저 질문을 던졌다.

“내 생각에는 500만 달러도 터무니없이 높게 매겨진 가격이라고 생각하네. 50만 달러? 아니. 솔직히 그건 가격을 매긴다는 것도 힘든 것으로 생각하네.”

안젤라 랜스도 레이 젠슨의 말에 동의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레이 젠슨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이는 안젤라 랜스를 슬쩍 바라보고는 한진영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도대체 1억 달러는 뭔가? 그리고 이 집은? 이 대저택까지 내어주다니 나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 자네가 여사님께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사님과 자네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아닌가? 나는 도대체 모르겠으니 자네가 이야기 좀 해주게나. 이유가 뭔가?”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돈을 깎은 것도 아니라 더 내드렸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더 내준 게 한두 푼이어야지. 1억 달러네. 자네 입장에서야 1억 달러가 돈이 아닐 수 있지만, 일반 사람은 평생 가도 만져보기 어려운 돈이야.”

“저한테도 1억 달러가 큰돈입니다.”

“허허 퍽이나? 자네가 이번에 받게 되는 성과급이 얼마인지 내가 아는데도 그렇게 말할 셈인가?”

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며 세이지의 인센티브가 화제가 됐다.

예전부터 상상 이상의 인센티브를 뿌려대기로 유명한 곳이었기에 이번에도 얼마의 인센티브가 나올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세이지를 바라본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가 지급될 거라는 소식에 사람들은 감탄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한진영의 인센티브는 단연 화제였다.

5억 달러.

연간 인센티브도 아닌 분기 인센티브로 5억 달러를 가지고 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었다.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금액을 인센티브로만 가지고 가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진영이라면 그 정도 금액을 가지고 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의 세이지를 만든 것은 한진영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바로 분기 인센티브로 5억 달러를 받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코웃음을 치는 레이 젠슨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얼마를 인센티브로 받건 1억 달러는 저에게도 큰돈입니다. 저는 돈을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관점에서 보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감탄하는 빛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직도 그런다는 말인가?”

“제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저에게 돈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존재할 뿐입니다.”

보통 한진영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면 돈이라는 것을 상대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너에게 100만 원이라는 돈과 나에게 100만 원이라는 돈은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돈이라는 가치의 개념이었다.

그리고 한진영같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버는 사람은 더더욱 그런 생각에 빠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초심을 잃고는 했다.

돈이 무서운 걸 모르고, 돈이 아까운 걸 잊어버려 무모한 투자를 일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돈을 대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면서도 이론적으로만 생각할 뿐 어떤 누구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알고 있는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감탄 섞인 얼굴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진영은 놀란 듯한 표정의 안젤라 랜스와 감탄하는 얼굴의 레이 젠슨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거래에서 사는 사람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은 동의하는 레이 젠슨의 말을 들으며 안젤라 랜스에게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여사님의 권리는 1억 달러 이상입니다.”

“1억 달러 이상?”

“네. 오히려 저는 싸게 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진영은 자기를 말없이 올려다보고 있는 안젤라 랜스를 향해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건넸다.

“너무 싸게 가지고 간 게 아니냐며 오히려 나중에 저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아니. 잠깐.”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젓는 안젤라 랜스 뒤로 레이 젠슨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왜 그러냐며 쳐다본 안젤라 랜스 너머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 말은 나중에는 1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한진영은 안젤라 랜스의 휠체어를 TV가 잘 보이도록 돌려세운 후 이야기했다.

“잊으신 것 같은데 저는 사업가입니다. 그것도 꽤 잘나가는 사업가이죠. 고문님께서 보시기에 제가 비즈니스를 할 때 손해를 본 적이 있던가요?”

“손해를 본 적이 없지. 오히려 큰 이익을 얻고는 했지.”

“그러니까요. 그게 사업가가 비즈니스를 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번에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여사님의 권리를 샀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당황한 레이 젠슨을 향해 오히려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한진영은 되물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잡은 채로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여기 저택도 쓸 수 있게 내어 드린 것뿐이지 저택을 여사님께 드린 건 아닙니다. 투자의 개념으로 제가 저택을 산 뒤 여사님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드린 것뿐입니다.”

“허허.”

레이 젠슨은 짧은 웃음을 내뱉고 안젤라 랜스를 바라봤다.

언뜻 들으면 기분 나빠질 수도 있는 말에 안젤라 랜스의 안색을 살핀 것이었다.

그러나 안젤라 랜스는 기분 나빠하는 빛 하나 없이 앞에 놓인 TV를 바라보고 말했다.

“내가 돈이 부족하다며 돈을 더 달라고 할 일은 없어요. 이곳을 잠시 빌려줬다는 것도 나는 오히려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약속은 꼭 지켜줘요. 저놈. 저놈이 무너지는 것을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꼭 보여줘요. 나는 그거면 충분하니까요.”

레이 젠슨은 안젤라 랜스의 시선을 따라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게리 챈슬러가 사람들 앞에 나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한진영 또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안젤라 랜스의 부탁에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사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한진영은 안젤라 랜스보다 오히려 게리 챈슬러의 몰락을 더욱 바란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진영과 안젤라 랜스의 대화 속의 게리 챈슬러는 환한 얼굴로 방청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것이 화면을 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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