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7화 사람을 낚는 어부
결국 나스닥은 12,000마저 뚫고 올랐다.
그동안의 횡보가 지겨웠다는 듯이 시장의 상승세는 가파르기만 했다.
13,000까지 단숨에 올라가며 시장에 투자 붐을 몰고 왔다.
500달러에서 100달러로 액면분할을 진행한 테라는 액면분할 첫날 20%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각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테라를 거침없이 매수했다.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의 상승세도 무서웠다.
코인을 발행하며 끌어들인 자금에 블랙문의 기업 가치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하게 실적을 놓고 이야기하기보다 코인 자금의 유입과 그 돈을 통해 앞으로 새롭게 펼쳐 보일 사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인 그라운드의 실적 상승세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난 코인 호황기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 분명한 만큼 벨류에이션의 스텝업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코인 그라운드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곳이 될 거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관련된 의견도 많았다.
시장이 횡보할 때도 놀랄만한 실적을 보였던 만큼 상승기에 돌입했을 때의 폭발적인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그게 안 된다면 하다못해 세이지의 펀드에라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주식시장과 세이지는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세이지 만큼은 넣고 시장에 참여하라는 것이 투자자들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이렇듯이 주식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이 고공 행진을 보이자 주식시장 또한 하늘 높은 듯이 올라갈 수 있었다.
또다시 신고가를 작성하며 13,000까지 올라간 시장은 그 끝이 어디일지 궁금할 정도로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뜨거운 주식시장이었지만 이곳보다 더 뜨거운 곳이 존재했다.
바로 가상화폐 시장이 모든 투자시장 중에서 가장 뜨거운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 투자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수시로 나눴다.
“뭐라도 사.”
“뭐라도 사라니? 도대체 뭘 사라고?”
“아니. 그렇게 고민할 시간이 뭐라도 사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알기 쉽게 좀 이야기해봐.”
“아참. 답답하네. 그냥 아무거나 사라고 아무거나. 그러면 오를 테니까. 그리고 오르는 동안 다음 건 뭘 살지 고민해.”
“고민하고 사는 게 아니라?”
“그래. 고민하고 사는 게 아니라 사고 나서 고민하는 거야. 그게 바로 코인이야.”
당황스러울 만한 대화였지만 이런 대화는 이제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시장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 가득 차 있었다.
특히, 가상화폐에 관한 관심은 마그마처럼 뜨거울 지경이었다.
주류 방송사에서 가상화폐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방영됐다.
가상화폐를 등한시했던 전문가들도 가상화폐에 관련된 리포트를 작성하여 내보낼 정도였다.
주식시장보다 이제는 가상화폐 시장이 더 뜨겁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상화폐는 시장의 주류에 빠르게 스며들어 갔다.
이렇게 커지는 시장의 분위기에 세이지 임원들도 코인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이제 엄연히 코인 시장은 주류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켓 케파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도 편승하여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진영은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한가득 적힌 보고서를 내려다봤다.
“회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창운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한진영을 향해 질문했다.
뒤를 이어 조수아도 한진영에게 고객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몇 달 전부터 꾸준하게 가상화폐와 관련된 상품이 나오지 않느냐고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최소한 ETF는 출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문의도 들어오고요.”
한진영은 고개를 들어 조수아를 바라봤다.
“ETF?”
“네.”
조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고객들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렇게 뜨거운 시장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예요. 그리고 투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최소한 대표 코인과 알론 코인 정도를 추종하는 ETF를 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추종 ETF…….”
한진영은 가볍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웃는 얼굴로 조수아에게 물었다.
“SEC에서 승인을 해줄 것 같습니까?”
조수아는 한진영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럴 줄 알고 SEC에 문의했어요. 이미 ETF 심사에 들어갔다고 해요.”
“우리보다 먼저 ETF를 출시하려는 곳이 있나 보네요?”
최석영이 조수아에게 물었다.
조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최석영을 돌아보고 대답했다.
“맞아요. 블랙문에서 ETF를 출시하고 싶다는 제안을 SEC에 제출했다고 해요.”
“블랙문은 가상화폐에 진심인가 보구나.”
최석영은 혀를 내둘렀다.
그런 최석영의 모습에 나창운이 맞장구쳤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블랙문이 코인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지금까지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많다고 할 정도니까요. 게다가 찍어내면 찍어내는 대로 돈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런 노다지를 발견했으니 진심으로 대할 수밖에 없겠지요.”
“코인 시장이 운용 측면에서도 편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홍대민 또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태동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움직임이 매우 깨끗한 편에 속합니다. 참여자들이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것인지 패턴 또한 과거 주식시장 초창기와 매우 흡사한 모습처럼 보입니다. 아무래도 시장 참여자들의 경험이 주식시장에 비해 많이 부족해서 그런지 속임수가 없이 깨끗하게 매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시장 볼륨이 성숙되지 못하고 거래소마다 쪼개져 있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 사장님도 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싶으시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들어가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어 보이니까요.”
홍대민은 허락만 해준다면 뼈까지 다 발라 먹을 자신이 있었다.
물 반 고기 반인 시장을 보고만 있자니 몸이 쑤실 정도로 지금 코인 시장은 눈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홍대민만이 아니었다.
나창운도 홍대민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코인 거래소부터 코인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었다.
그곳들 중 괜찮은 곳을 선별하여 투자한다면 시장에 뿌려져 있는 유동성의 힘에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와 같은 투자를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가상화폐가 시장에 뿌리내릴 때와 달리 지금은 개화하여 시장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홍대민과 나창운 그리고 조수아는 이제라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자기에게 모인 시선을 둘러본 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SEC에서 블랙문의 ETF를 승인해주면 우리도 하도록 하죠.”
“그게 정말이십니까?”
“진짜죠?”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세 사람이 한진영의 말에 동시에 질문했다.
한진영은 마치 엄마에게 약속을 구하는 아이들과 같은 세 사람의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 약속하겠습니다. SEC가 가상화폐와 관련된 ETF를 승인해준다면 그때 투자를 승인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의 약속에 세 사람의 얼굴은 살짝 상기됐다.
들어가기만 하면 돈을 먹을 수 있는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사실에 세 사람은 기쁨에 겨운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알고 있었다.
SEC는 절대 가상화폐 ETF를 승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조건을 내놓은 것은 사람들의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코인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 또한 적절히 만들기 위해 조건을 제시한 것이었다.
어쨌든 ETF가 승인받기 전까지 코인 투자를 하지 않을만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런 세 사람을 돌아본 후 웃는 것을 멈추고 말했다.
“대신 그전까지 우리의 포지션은 네거티브입니다.”
코인 투자가 가능해졌을 때 무엇부터 할지 생각하던 세 사람은 한진영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한진영은 그런 세 쌍의 시선을 받으며 최석영을 향해 말했다.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방송에 나가 이야기한 것이 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CNBC에서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럼 이번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면 되는 겁니까?”
“그러시면 됩니다.”
“잘됐네요.”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에 팔을 쭉 뻗어 보이고는 말했다.
“태도를 바꾸게 되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쨌든 아직은 태도를 바꿔도 되지 않으니까요.”
최석영은 잘됐다는 듯이 웃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태도 변화는 자칫 잘못하면 줏대가 없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최석영은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을 준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모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장단을 돌아보고 말했다.
“우선은 주식시장에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관심을 가진다면 상품시장입니다. 유가가 어디까지 올랐죠?”
한진영의 말에 홍대민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에 대한 가격이 5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나창운에게 물었다.
“배에 실려 있는 기름은 잘 있지요?”
한진영의 질문에 나창운은 살짝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안 그래도 원유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원유에 대한 문의가 쏟아진다고요?”
“네. 자기들에게 넘기면 안 되느냐고…….”
나창운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제안을 해오는 곳이 정유회사뿐만이 아닙니다. 원유시추 회사조차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원유시추 회사?”
최석영이 놀란 듯이 한진영을 대신하여 질문했다.
“그들이 이미 뽑혀 나온 원유를 왜 산다고 하는 겁니까?”
질문을 던진 것은 최석영이었지만 나창운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사겠다는 곳은 많은데 물량이 모자라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원유를 뽑아내는 게 시원치 않아서 그런 겁니까?”
이번에도 최석영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창운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생산 물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시장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물건은 이미 배에 실려 있는 상황이니…….”
“그대로 정유사에 보내면 되니 군침을 흘리고 있나 보군요.”
“네. 맞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태연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우리는 이미 대한정유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야기하세요. 우리 배에 실려 있는 물건은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말입니다. 대신 원유가 아니라 배를 공급해주겠다고 하세요.”
나창운은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이번에 들어오는 미래해운의 배를 이용해서 협상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류 관련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겁니다. 미래해운을 적극 이용하세요.”
“조금 더 배짱을 부려도 되겠군요.”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습니다. 너무 배짱을 부려 상대와 척을 지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괜한 오해와 나쁜 감정을 남길 필요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호의를 베푸는 위치에서 움직여도 됩니다. 시장은 그렇게 움직여도 우리에게 큰 이득을 주도록 흘러갈 테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감탄하는 얼굴을 보였다.
얼핏 보면 지금의 시장을 보고 미래를 계산하는 것 같지만, 명확히 한진영은 미래를 보고 현재를 분석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런 한진영의 분석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한진영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시장의 진정한 현자는 한진영일 거로 생각했다.
그만큼 한진영의 시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을 까마득히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시장의 현자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했다.
바로 누구보다 먼저 과감하게 코인 시장에 뛰어든 게리 챈슬러.
그가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현자라고 칭송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
-오늘 정말 어렵게 모셨습니다. 블랙문의 설립자이자 수십 년 동안 자산운용 분야에서 활동하며 전설적인 명성을 남기신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님을 모두 반갑게 맞아주십시오.
짝짝짝짝.
게리 챈슬러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들어왔다.
한진영은 이런 게리 챈슬러의 모습을 보며 조지훈에게 물었다.
“이번 주에만 세 번째인가?”
“네 번째 방송입니다.”
“네 번째? 이제 수요일인데?”
“네. 월요일에 두 번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지훈은 비서실에서 파악하고 있는 게리 챈슬러의 활동 내역을 태블릿으로 확인하고 한진영에게 대답했다.
한진영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노인네가 기운도 좋아. 이제 수요일인데 방송에 네 번이나 나오고…… 뭘 먹길래 저렇게 기운이 좋다고 하던가? 그것 좀 알아내 봐. 나도 좀 먹게.”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살짝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한진영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의 말대로 게리 챈슬러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강행군을 보여주고 있었다.
매일 방송하는 것도 모자라 자산운용사 간의 회의에도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였던가?”
TV 화면을 바라본 채로 물어본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이 말한 어제라는 말이 자산운용사 운용 담당자들 간의 회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여전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한진영을 향해 대답했다.
“네. 어제 자산운용사 운용 담당자 간의 회의가 있었습니다.”
“어제도 참석했다고 하던가?”
“네. 어제도 블랙문 옵저버로 참석했다고 합니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대답에 가만히 웃었다.
“그래서 어제도 참석해서 코인 투자를 독려했다고 하던가?”
“네. 어제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회의 마지막에 발언권을 얻어 코인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하하. 어지간히도 열심이구먼.”
한진영은 다리를 꼬고 앉아 팔걸이에 몸을 기댔다.
화면에 나온 게리 챈슬러는 오늘도 방송에 나와 코인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한진영은 이런 게리 챈슬러의 모습을 보고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제는 뭐 거의 코인 전도사라고 불러도 되겠어.”
“안 그래도 시장에서는 게리 챈슬러를 코인 계의 베드로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하하. 베드로?”
한진영이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도 자기 말이 머쓱하게 느꼈는지 멋쩍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한진영은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돌렸다.
“성서에 보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했다지?”
“마태복음 4장에 나오는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그래.”
한진영은 화면에 나온 게리 챈슬러를 보고 낮게 말했다.
“사람을 낚는 어부. 딱 맞는 표현이네.”
한진영은 비웃음이 담긴 말을 한 후 화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조지훈은 마태복음에서 나온 사람을 낚는 어부가 한진영이 비웃듯이 말한 말과 다른 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진영의 말을 듣고 게리 챈슬러를 보자 인터넷에서 유머로 사용하는 사람을 낚는 어부의 모습과 게리 챈슬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게리 챈슬러의 손에서 그물이 나와 방청객과 카메라 너머의 시청자들을 휘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은 조지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