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98화 (598/650)

598화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사람들의 게리 챈슬러에 대한 신봉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가 강연하는 곳은 물론이고 방송과 회사 앞에까지 몰려가 게리 챈슬러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들은 게리 챈슬러가 자기들을 부자로 만들어줬고, 앞으로도 더욱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게리 챈슬러의 말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게리 챈슬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신뢰가 괜한 것은 아닌 듯이 시장이 움직였다.

가상화폐의 대표코인이라고 불리는 것의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나갔다.

일각에서 이야기한 10만 달러, 20만 달러 이야기가 농담이 아닌 것처럼 대표코인은 상승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런 대표코인의 상승은 소형 코인인 알트 코인의 폭발적인 상승을 불러왔다.

또한, 코인 계를 대표코인과 양분하고 있는 알론 코인의 상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코인에 투자하면 돈을 버는 것이 사실이었고, 이런 사실 속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게리 챈슬러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존재로 여겨졌다.

한진영은 이런 게리 챈슬러가 나온 방송을 빠짐없이 시청했다.

조지훈은 마치 게리 챈슬러의 신봉자라도 된 것처럼 게리 챈슬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한진영의 모습에 의아함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회장님. 오늘도 특별한 말을 할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데…… 오늘도 끝까지 시청하실 생각이십니까?”

“재미있지 않나?”

한진영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조지훈에게 물었다.

그러나 조지훈은 한진영이 건넨 재미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재미…… 라면 무슨 재미를 말씀하시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몰라?”

한진영은 조지훈을 올려다보고 눈을 찌푸렸다.

조지훈에게 화가 났다기보다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한진영의 표정이었다.

“모른다니 아쉽네.”

한진영은 화면을 턱짓하고는 말했다.

“저 봐.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마치 사이비종교 교주라도 된 것처럼 신나서 저러는 것도 재미있고…….”

한진영의 말대로 게리 챈슬러의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사이비 교주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게리 챈슬러의 모든 것에 사람들은 호응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과열된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없습니다.”

“그래.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나?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이렇게 눈앞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야.”

한진영의 말대로 게리 챈슬러와 사람들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나 봐오던 것들이었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거로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게리 챈슬러에 대한 믿음은 열렬했다.

“이제 지켜보자고. 저렇게 사람들이 믿는 존재의 주장을 부정하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말이야.”

“그 말씀은…….”

“내일 최 사장님께 조심하라고 해. 자칫 잘못하다가는 모든 포화를 최 사장님이 맞을 수도 있으니까.”

“안 그래도 최 사장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럴 거야. 왜 안 그러겠어? 저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한진영은 간증 자리에 참석하여 아버지를 울부짖는 것 같은 방청객들의 모습에 미소를 짙게 지었다.

그리고 조지훈을 돌아보고 말했다.

“최 사장님께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범하게 하시라고 해. 그리고 지금은 어렵지만 뒤에 따라올 달디 단 과실을 생각하고 조금만 참으라고도 말해.”

“뒤에 따라올 과실이요?”

“그래.”

한진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뜨거워진 방송을 잠시 바라봤다.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 속의 화면을 지켜보던 한진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은 믿고 있었던 것이 무너졌을 때 더욱 의지할 곳을 찾기 마련이거든. 그때가 되면 게리 챈슬러를 버리고 최 사장님을 찾을 테니 그때까지 참으라고 말해.”

“저기 저 자리에 최 사장님이 서게 된다는 말입니까?”

조지훈은 깜짝 놀라 화면을 바라봤다.

교주처럼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 게리 챈슬러 모습이 최석영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조지훈은 놀란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영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조지훈을 올려다보고 웃었다.

“내가 저렇게 교주가 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지.”

“그럼…….”

“교주 대신 믿을 수 있는 존재. 믿고 따르면 안도할 수 있는 존재.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님같이 말씀이십니까?”

“그건 너무 멀리 갔고…… 이순신 장군님을 비교해서는 안 되지.”

한진영이 인상을 쓰고 조지훈을 향해 타박하듯이 쳐다봤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을 향해 자기도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급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뜻을 전한 뒤 말했다.

“내 말은 국민학교 때 학교 앞에 자리하고 있는 문방구 아저씨 같은 존재를 이야기한 거였어.”

“문방구 아저씨요?”

“그래.”

한진영의 표현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조지훈은 한진영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이런 조지훈과 달리 한진영은 자기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지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야기한 준비물이 뭔지 기억나지 않았을 때, 예전에는 휴대폰도 없어서 친구한테 물어보기 어려웠거든. 그때 문방구 아저씨한테 물어보면 문방구 아저씨가 준비물이 뭔지 알려줬었어.”

한진영은 당시의 일을 떠올린 것인지 잠시 말을 멈추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턱을 쓰다듬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하여튼 그래. 그러니까 너무 쫄지 말라고 지르라고 해. 그게 최 사장님의 매력이 될 테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신념을 이야기하다 보면 바로 저 자리에 최 사장님이 올라가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최석영이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했다.

쫄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석영이 아니라 최석영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쫄만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대답을 마친 뒤 화면 속의 게리 챈슬러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게리 챈슬러 자리에 최석영이 서 있는 장면을 잠시 상상했다.

***

게리 챈슬러에 대한 칭송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그때 게리 챈슬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세이지증권의 최석영 사장이 게리 챈슬러의 말에 반박하고 나선 것이었다.

-아직 가상화폐는 정식 자산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은 가상화폐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인가요?

-부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가상화폐와 여기 있는 종이 쪼가리를 놓고 비교했을 때 여기 있는 종이 쪼가리가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코인 투자자들을 모두 싸잡아 비난하시는 것 아닙니까?

진행자는 최석영의 말에 깜짝 놀라 눈치를 살폈다.

수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를 무시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석영은 굴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비난이라니요?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최석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100달러짜리에 1,000달러를 투자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 비난이지, 쓸모가 없는 물건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비난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떻게 땅바닥에 돈을 뿌렸는지 알려주는 것뿐이니까요.

최석영의 말에 진행자는 얼굴이 핼쑥해졌다.

비난이 아니라 조롱이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최석영은 놀란 듯한 표정의 진행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카메라를 향해 다시 이야기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손을 묶어 하지 못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 또한 자기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명심하셔야 합니다. 실체가 없는 것에는 가치가 담길 수 없습니다. 선만 죽죽 그어진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그림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어쨌든 물건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현실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허상과 같은 물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에 전 재산을 걸어 인생이 바뀔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최석영의 말에 진행자는 어디서부터 최석영의 발언을 수습해야 할지 몰라 했다.

진행자는 생방송이라는 것도 잊은 채 고개를 돌려 PD를 바라봤다.

PD는 방송이 나간 후 일어날 일이 걱정됐는지 헤드폰까지 벗어 던지고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최석영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을 정도로 최석영의 발언에 스튜디오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뒤집어진 것은 스튜디오만이 아니었다.

최석영의 발언에 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과거부터 코인에 부정적인 생각이 있던 사람들은 최석영의 발언에 이때다 싶어 들고 일어났다.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코인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주장을 최석영 세이지증권의 사장이 뒷받침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코인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경제학 교수를 비롯하여 저명한 학계의 관계자들이 최석영의 발언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몇몇 투자사 관계자들도 최석영의 발언에 동의했다.

-코인을 투자한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오랜 시간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나 백 번 고민한 뒤 백 번의 해답을 얻고 나서 확신했습니다. 코인은 투자수단으로서 가치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코인은 투자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코인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사람들은 최석영의 발언에 힘을 얻었던 것인지 더욱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주장은 주류의 목소리가 되지 못했다.

최석영의 발언 뒤에도 주류는 코인에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런 주류의 대변인들은 최석영을 비난하기 바빴다.

-최석영 사장의 발언은 무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가상화폐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가상화폐의 떠오르는 강자로 이름이 높은 펀드매니저는 최석영의 발언을 폄하했다.

-그동안 주식시장을 비롯한 투자시장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던 이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 아득바득 코인 시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상화폐는 최석영 사장의 말처럼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물건입니다.

수위 높은 표현으로 최석영을 몰아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계층을 옮길 기회가 가상화폐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세이지의 최석영 사장은 그런 계층 이동을 위해 놓인 사다리를 차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판 받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최석영 사장은 가상화폐에 진출하지 않은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말고 일반 투자자를 위한 사실을 이야기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이지는 투자자들의 분노 대상이 될 겁니다.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입장에서 세이지와 최석영은 새로운 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놓인 사다리를 걷어차는 존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나온 한진영은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존재들을 차 안에서 살폈다.

조지훈은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한진영을 향해 차 앞을 가로막는 존재들을 설명했다.

“세이지증권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세이지 자산운용 앞으로 가상화폐 관련 단체들이 시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과격하지는 않나 보네?”

차가 시위자들을 뚫고 지나가자 한진영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조지훈은 뒤로 멀어져가는 시위자들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뉴욕 경찰과 긴밀히 협조한 덕분에 시위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회장님.”

조지훈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이대로 계속 평화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계속 험악해져 가지?”

“네. 지금은 경찰의 지도로 이루어지는 시위라서 괜찮지만, 구호는 걱정이 되는 수준입니다. 일부에서는 최 사장님의 주소까지 알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간다는 첩보를 들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최 사장님을 향해 시위대들이 린치를 가할지도 모릅니다.”

조지훈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한진영을 잠시 바라보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이지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이지를 죽여야 가상화폐를 살릴 수 있다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우리를 죽여야 가상화폐를 살릴 수 있다?”

“네.”

조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한진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기만 했다.

“하하. 그럴듯한 말이기는 하네.”

웃고 있는 한진영과 달리 조지훈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회장님. 그냥 웃고 넘어갈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몇몇 협회에서는 계속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이유를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협회? 무슨 협회?”

“가상화폐 관련 협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시위를 주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듭니다.”

“그들이 시위를 주동하고 있다고?”

“네.”

조지훈은 그동안 비서실에서 파악한 내용을 한진영에게 말했다.

“시위가 꽤나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체계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뒤를 좀 캐보니…… 몇몇 가상화폐 협회가 주축이 되어 시위를 주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습니다. 회장님.”

조지훈은 차 안에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둘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말했다.

“조치를 취할까요?”

“조치? 무슨 조치?”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회사입니다. 아무래도 뿌리가 단단하지 못하여 자그마한 바람에도 크게 흔들릴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움직여 그들을…… 날려버리는 게 어떠냐 생각합니다.”

조지훈은 차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날려버린다는 말을 한 후 주변을 둘러봤다.

자기 발언이 외부로 흘러가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는 말했다.

“됐어. 그러지 말고 알겠다고 회답해.”

“알겠다고…… 요? 무엇을…….”

조지훈이 한진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한진영은 자세히 설명했다.

“앞으로 발언에 주의하겠다고 대답해.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말도 함께하고…… 알다시피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첨부해서 하면 저들도 크게 나무라지는 않을 거야.”

“회장님.”

조지훈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건…… 굽히고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고개를 비껴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 맞아. 굽히고 들어가는 거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뜻밖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강경하게 맞서라는 대답을 할 거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진영은 이런 류의 협박에 절대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뜻밖의 지시를 내렸다.

“이번엔 괜찮아. 그리고 협회에 일정 부분의 지원금도 제공해.”

“지원금까지요?”

“그래. 주려면 지금이 제일 좋거든.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협회나 단체는 언제나 그렇듯이 돈이 모자라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나온 모습은 가상화폐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사업적인 스탠스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이해하라는 말도 건네도록 해. 그렇게 이야기하면 저들이 오히려 우리를 대변해주기까지 할 테니까.”

한진영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담고 이야기했다.

“외부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직접 막아낼 필요는 없어. 우리를 대신해 나서줄 존재들이 있다면 그들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싸고 수월하지. 그러니 그들을 적극 이용하도록 해.”

조지훈은 시위대조차 이용하려 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시위대와 협회 등의 압박에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려 하는 모습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했던 것이었다.

한진영과 조지훈을 태운 차는 잠시 침묵에 쌓였다.

그렇게 차는 조용한 채로 블랙문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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