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화 시간이 다 됐다
“너무 자주 찾아봬서 잘 지내셨느냐는 말도 머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인사는 인사니 해야겠지요? 잘 지내셨습니까?”
한진영이 게리 챈슬러의 사무실로 들어가며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한 회장.”
그러나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뭘 말씀이십니까?”
“나와 싸우자고 그러는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한진영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게리 챈슬러의 좌우에 앉아 있는 노아 스미스와 타일러 버드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 인사를 건네고 그들이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명예회장님께 잘못한 게 있는 겁니까?”
한진영은 여전히 알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라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태연하게 자리에 앉는 것이 처음부터 이 자리는 한진영의 자리가 아녔느냐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은 한진영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게리 챈슬러를 향해 물었다.
“혹시 얼마 전에 방송된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한 번이 아니지 않나?”
“역시 그것 때문에 그러셨군요.”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질문에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회사 앞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시위대가 세이지 앞에 집결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오시면서 봉변을 당하지는 않으셨습니까?”
타일러 버드가 걱정된다는 듯이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타일러 버드를 가만히 바라봤다.
‘뒤에 코인 그라운드가 있었나?’
한진영은 입으로는 걱정된다는 말을 건네고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타일러 버드를 보고 시위대의 뒤에 코인 그라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대답했다.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시위가 격하지 않아서요.”
“그거 다행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지금이야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계속 세이지가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다가는 시위대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의 말을 듣고 확신하게 됐다.
‘뒤에 코인 그라운드가 있었네.’
걱정하는 말처럼 보였지만 실제 듣는 사람에게 타일러 버드의 말은 협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위대 뒤에 코인 그라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말을 할 이유도 없었기에 한진영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건 버드 CEO의 말이 맞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게리 챈슬러가 맞장구를 쳤다.
“나도 느끼기에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겠나?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서 자네는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야.”
“안 그래도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못합니다.”
“오해?”
게리 챈슬러가 한진영의 오해라는 말에 반응했다.
한진영은 그런 게리 챈슬러의 모습을 못 본 척 외면하고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사무실에 있으며 사실 시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출퇴근할 때는 해가 뜨기 전이라 시위대가 없었을 시기이기도 했고요.”
“하긴 그렇기는 하지. 뉴욕 한가운데 해가 진 상태에서는 시위는 특별한 때 외에는 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심한 정도를 파악 못 했을지도 몰라.”
“맞습니다. 시위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요. 그래서 오는 길에 조치를 취했습니다.”
“조치? 무슨 조치? 설마 시위대 해산을 경찰에 부탁한 건가?”
게리 챈슬러가 인상을 쓰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게리 챈슬러의 좌우에 앉아있던 타일러 버드와 노아 스미스도 한진영을 향해 인상을 썼다.
경찰에 시위대 해산을 부탁하는 것은 불길이 일어난 곳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그랬다가는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할 겁니다.”
한진영도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하자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궁금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조치를 취했다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어난 것이었다.
“시위대들에게 우리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조 비서가 시위대와 가상화폐 단체들에 우리의 뜻을 잘 전했을 겁니다.”
“뭐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네. 알다시피 저희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리 챈슬러는 말없이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진영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계속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세이지에 한마디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한진영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해버린 바람에 할 말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한진영의 말이 진심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말없이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한 것이었다.
게리 챈슬러의 곁에 앉아있던 타일러 버드가 전화기를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몸을 돌리는 것이 마치 한진영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잠시 통화를 마친 타일러 버드는 전화를 끊고 게리 챈슬러를 향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는 뜻을 게리 챈슬러를 향해 알렸다.
그제야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향해 마음을 풀었다.
“진작 말하지 그랬나? 그랬다면 자네를 이곳에 부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네? 저를 이곳에 부른 이유가 시위대 때문이었습니까?”
“시위대 때문은 아니고…… 자네가 계속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니 자네 진심을 알고 싶어 부른 거네.”
“제 진심이요?”
여전히 한진영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바보 흉내를 내는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이런 바보 흉내가 누구보다 잘난 맛에 사는 똑똑이들 앞에서는 잘 먹혀 들었다.
타일러 버드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 앉으며 게리 챈슬러가 건넨 말의 의도를 설명했다.
“명예회장님께서는 한 회장님이 우리와 같은 편인지 아니면 다른 편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부르신 겁니다. 우리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한 회장님의 세이지가 계속 가상화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일삼는 것 때문에 한 회장님의 진심을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설마 저를 의심하신 겁니까?”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한진영이 자리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오늘 저를 부른 게 다른 게 아니라 저를 심문하기 위함이었습니까? 만약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시위대에게 저의 진심을 알리지 않았다면 어쩌실 생각이었습니까? 설마 회장님이 가진 월스트리트의 지위를 이용하여 위해를 가하실 생각이셨습니까?”
“그건 아니네. 크흠.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하려고 했겠나?”
“제가 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당연히 과하지. 나는 그저 자네에게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하자는 말을 하려고 자네를 부른 것뿐이야. 그리고 겸사겸사 최근에 왜 그렇게 가상화폐에 부정적인지 이유나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고…….”
게리 챈슬러는 타일러 버드에게 눈짓을 건넸다.
한진영에게 직접 추궁을 듣는 것이 불편하니 타일러 버드에게 자기를 대신해서 나서라는 눈치였다.
타일러 버드는 게리 챈슬러의 눈짓을 알아듣고 한진영에게 게리 챈슬러를 대신하여 말했다.
“한 회장님. 챈슬러 명예회장님의 진심을 오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 가족과 같은 사이 아닙니까?”
타일러 버드는 한진영에게 옛정을 이야기하며 화를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진영은 타일러 버드의 말을 듣고 오히려 더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더 섭섭한 겁니다.”
한진영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하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해하다니요? 무얼 말입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노아 스미스가 다른 두 사람을 대신하여 질문했다.
게리 챈슬러와 타일러 버드는 무안해져 더는 이야기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를 바라보고 말했다.
“챈슬러 명예회장님께서 방송과 여러 곳에서 활동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끌고 가신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스미스 CEO께서도 언론에 이런저런 소스를 흘리며 지원사격을 하고 계신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예회장님을 돋보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세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 뭐가 더 필요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깊은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하아~ 정말 모르고 계셨군요. 당연히 명예회장님과 정확히 반대에 서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반대에 서는 존재?”
“네. 반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명예회장님이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욱 돋보이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챈슬러 명예회장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결집력이 더욱 단단해질 테고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의 말뜻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반대편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게리 챈슬러 등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생각해내어 실제로 해내는 것에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일반 사람들은 감히 떠올리지도 못했고, 반대에 서서 이야기하는 일은 더더욱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진영은 그걸 해냈던 것이었다.
세 사람은 한진영을 오해한 것에 부끄러운 마음마저 생기고 말았다.
한진영은 변한 세 사람의 표정을 확인하고 속으로 웃었다.
‘계속 가상화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도 이해하겠구먼.’
한진영은 이해한 듯한 세 사람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
계속 쳐다보다가는 웃음이 터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세 사람 앞에서 자기가 계속 반대편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다시 설명했고, 세 사람은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겉으로는 세이지와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이지와는 함께하는 사이임을 다시 확인했다.
한진영은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조지훈을 가까이 불렀다.
한진영은 다가온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리고 칭찬하는 말을 건넸다.
“잘했어.”
조지훈은 잠시 주변을 살피고 한진영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께서 바로 진행하라고 해서 왜 그러시나 했는데…… 코인 그라운드가 그들 뒤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야기는 잘하셨습니까?”
“들어가기 전에 일을 처리한 덕분에 우리 움직임에 이제 제약이 없어졌어. 저들이 더는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 더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도 될 것 같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강도 높게 이야기하라고 해.”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오히려 이쪽이 우리를 두둔해줄 테니까 괜찮아. 우리는 우리 포지션을 끌고 가도 돼.”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블랙문을 돌아봤다.
가상화폐를 지지하는 쪽의 허락이 떨어진 만큼 반대파로서의 입지 또한 확실하게 다져지게 된 것이었다.
이제 세이지는 가상화폐를 반대하는 쪽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됐다.
***
세이지에 대한 공격은 한진영이 블랙문에서 나오고 난 뒤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게리 챈슬러가 방송에 나와 세이지의 한진영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과는 개인적인 친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만나 가상화폐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진영 회장을 설득하신 겁니까?
-투자에 관한 판단은 남의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득이 아니라 가상화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뿐입니다. 앞으로의 쓰임을 비롯한 미래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투자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세이지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게리 챈슬러는 인자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세이지를 두둔했다.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은 근래에 보기 드문 굉장히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투자자입니다.
-회장님보다 더 말씀입니까?
-하하하.
게리 챈슬러는 진행자의 말에 크게 웃었다.
그리고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
-저도 그 나이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정도이니 저보다 뛰어난 것이겠지요?
-그래도 제 마음속에 첫 번째는 언제나 챈슬러 회장님이실 겁니다.
진행자의 말에 방청객들도 동의한 것인지 박수로 화답했다.
게리 챈슬러는 박수 소리로 장내가 시끄러워진 것을 잠시 만끽하고는 손을 들어 방청객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진행자를 돌아보고 말했다.
-시장에는 경고를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은 바로 그것을 스스로 나서서 하고 있는 겁니다.
-경고요? 가상화폐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가상화폐가 아닌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일 겁니다.
게리 챈슬러는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저도 무서울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식혀줄 존재가 필요하고 그걸 한진영 회장의 세이지가 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진행자와 방청객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리 챈슬러는 그런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이런 일을 스스로 나서서 하는 존재는 흔치 않습니다. 욕을 먹을 것을 알면서도 시장과 투자자를 위해 기꺼이 나가서 욕받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게리 챈슬러는 방청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한진영 회장과 세이지 그리고 대표로 나와 이야기하는 최석영 사장에 대한 비난을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투자에 있어 닫힌 생각은 언제나 큰 사고를 불러일으키니 마음을 열고 모든 사람의 주장을 듣기 바랍니다. 그래야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사무실에서 게리 챈슬러의 말을 듣던 한진영은 조지훈을 돌아보고 웃었다.
“내가 뭐라고 그랬어? 게리 챈슬러가 나서서 우리를 변호할 거라고 했지?”
“진짜였네요.”
조지훈은 놀란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적극적으로 세이지를 변호하는 것이 게리 챈슬러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세이지를 욕할 수 없게 못을 박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한진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면죄부를 확실히 얻었어. 그러니 최 사장님도 더는 걱정하지 말라고 해.”
한진영이 괜찮다고 말했음에도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최석영이 오늘 방송을 봤다면 더는 걱정하지 않았을 거로 조지훈은 생각했다.
그만큼 게리 챈슬러의 말은 지금 시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뻗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코인이 얼마라고?”
잠시 생각하던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급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20,000달러를 앞에 두고 계속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방이 얼마나 진행됐지?”
“첫 20,000달러 돌파를 시도한 이후 한 달 정도 됐습니다.”
“한 달…….”
한진영은 손가락을 잠시 접어 보이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지훈은 마치 점을 치는 것 같은 한진영의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봤다.
한진영이 뭘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동안 손을 꼽던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왔네.”
“네?”
“이제부터 시장이 미쳐 돌아갈 시점이 다 왔다는 뜻이야.”
“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조지훈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지그시 바라보고 말했다.
“잘 지켜봐. 이제부터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질 테니까.”
한진영은 기대된다는 모습으로 손을 맞잡았다.
조지훈은 이런 한진영의 모습에 도대체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눈만 끔벅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