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00화 (600/650)

600화 INSANE

가상화폐의 대표코인 가격이 20,000달러대의 돌파에 성공했다.

나스닥 또한 13,000이라는 가격대를 뚫어냈다.

3,600대에서 지지부진하던 S&P500은 3,700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모든 투자 시장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상승 쪽으로 가닥을 잡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투자시장이 갑작스럽게 속도를 높인 것은 코로나19의 백신이 개발되어 양산에 돌입했다는 것이 호재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반년간 시장을 짓눌렀던 공포가 사라지고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만이 남게 된 시장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풀어놓은 돈으로 인해 사람들의 주머니는 두둑했다.

실업자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한 실업 지원 정책 덕분에 과거와 달리 구매력이 살아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도 100달러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아다닐 정도로 시중에 자금이 풍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여가를 활용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두둑하게 불러오는 주머니 속의 돈을 쓰고 싶어 했다.

그동안 가지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하여 미뤄뒀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해소하려 한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적으로 넓게 퍼져갔다.

그러나 문제는 높아진 구매력을 생산과 물류가 따라와 주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인력이 제대로 투입이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생산력이 크게 퇴보했다.

과거에 100개가 나오던 물건이 지금은 50개 혹은 그보다도 못한 수량이 나올 뿐이었다.

물류는 생산보다 더 문제였다.

미국 내 물류를 담당하던 외국 근로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며 물류가 거의 멈춰버리고 만 것이었다.

생산업체가 어떻게든 쥐어짜서 만들어낸 것조차 고객의 손에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시장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일어난 일이 가격의 상승이었다.

100원짜리가 생산이 어려워 200원까지 치솟았으며, 유통되지 않아 300원에도 물건을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두둑해진 주머니를 이용하여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격을 계속 올려 제시했고, 자연스럽게 회사들은 생산이 안 되는 것을 높아진 가격으로 메울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원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려워지자 더욱 구매욕이 높아져 갔다.

기업이 생산과 물류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려도 구매자들은 그걸 감수하고라도 물건을 가지기를 원했다.

기업의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없어진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었던 기업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실적이 개선됐다.

대부분 업체는 개선을 넘어 역대급 실적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특히, IT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자동차업체 그중에서도 전기차 관련 업종은 미쳤다(INSANE)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폭발적인 업종 상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맞물려 주식시장을 밀어 올렸다.

유동성과 함께 실적 개선까지 현실이 되자 이제 거칠 것이 없어진 것이었다.

시장의 상승은 이제 어디까지 열어둬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모든 것이 파멸할 것 같았던 시장이 반년 만에 꽃밭인 세상으로 변했다.

***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도착한 한진영은 최소의 인원만을 끌고 회사를 둘러봤다.

직원들에게 오너가 왔다고 하여 신경을 쓰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나창운은 그런 한진영의 곁에서 현재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현재 기준으로 투자금 회수 기대율이 18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1,000% 이상의 회수를 기대할 만한 상황입니다. 특히, 테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에 관한 투자금 회수는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보고에 가볍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를 꽤 보고 있지요?”

“꽤 정도가 아닙니다.”

나창운은 한진영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높아진 목소리로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액면분할을 진행한 테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100달러로 시작했던 가격이 지금은…….”

나창운이 말을 하다 말고 수행비서를 향해 손짓하여 가까이 다가오게 했다.

그리고 수행비서 손에 들려 있는 태블릿을 잠시 내려본 뒤 한진영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루에도 10%씩 움직이는 바람에 저도 가격을 봐야 알 수 있을 지경입니다.”

“괜찮습니다.”

한진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래서 지금 가격이 얼마입니까?”

“220달러입니다. 액면분할 전으로 따지면 1,100달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우리는…….”

잠시 말을 멈춘 나창운은 조금 목소리 톤을 낮춘 뒤 한진영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80달러에 매수하지 않았습니까? 벌써 여기서만 1,400%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금액적으로 따지면 2,000억 달러를 우습게 넘길 지경입니다.”

너무 큰 금액이라 계산이 어려울 정도여서 그냥 2,000억 달러라고만 이야기한 나창운이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나창운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테라뿐만이 아닙니다. 전기차 관련 회사들은 모두…….”

점점 말할수록 높아지는 목소리의 나창운이었다.

한진영은 손을 들어 나창운을 진정시켰다.

“조금 천천히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다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나창운은 자기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높아졌음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한진영에게 지금 상황이 얼마나 좋은 상황인지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전기차와 관련된 회사들의 성장도 눈부십니다. 회장님께서 예전부터 공을 들이셨던 배터리 산업도 폭발적인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원료에 해당하는 니켈과 리튬 등등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돈을 쓸어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덕택에 주식도 하늘 높이 솟아…… 평균 300%의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을 슬쩍 돌아봤다.

“이번 분기 실적을 기대할 만하겠군요.”

“기대 정도가 아닙니다.”

나창운은 잠시 말을 멈추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한진영에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를 하나 더 세워도 될 정도입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뜻을 이해하고 가볍게 웃었다.

“저는 회사를 분할할 생각이 없습니다.”

“회장님.”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나창운이 한진영을 설득하려 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시장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지금 분할 상장하게 된다면 우리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나창운의 생각에 현재 기업 가치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올리고 있는 실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할 상장을 한진영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의 생각은 확고하기만 했다.

“저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를 분할할 생각이 없습니다.”

한진영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둘러본 후 말했다.

“분할하게 된다면 제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 겁니다. 분명 지분가치가 늘어나게 될 테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 기업을 분할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에게 지금보다 더 늘어난 지분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되었는데 여기서 더 욕심을 내는 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재산을 늘릴 방법은 한진영에게는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괜히 다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의심을 살 이유는 없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고개를 슬쩍 돌려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기업 분할을 하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소속감도 옅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까짓 몇 푼 안 되는 지분가치 때문에 회사에 힘을 빼고 직원에게 상실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를 여기서 더욱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회장님.”

나창운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감탄했다.

보통의 기업가와 한진영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다를 줄은 몰랐던 나창운이었다.

대부분의 기업가는 돈을 벌기 위한 쉬운 길이 존재한다면 그곳으로 가기를 서슴지 않았다.

직원들이야 어차피 머슴이 현대에 와서 진화된 것뿐이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회사도 내 것이고 회사에 있는 자원들도 모두 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업가들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쪼개어 내가 가진 것이 늘어난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선택하고는 했다.

주주들이 반대하건, 노조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되돌릴 것을 주장하든 기업가들은 내 주머니만을 채우기 급급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달랐다.

분할을 하게 된다면 수백억 달러의 이득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을 놓고 한진영은 그까짓 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창운은 한진영의 이런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 것이었다.

한진영은 입을 벌린 채 자기를 바라보고만 있는 나창운의 턱을 살짝 닫아주며 말했다.

“그것보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거요? 그게 무엇입니까?”

나창운은 입을 닫고 잠시 입가를 손으로 훔쳤다.

그리고 한진영이 말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물었다.

한진영은 회사를 다시 한번 살피며 말했다.

“신규 투자를 줄이도록 하세요. 그리고 우선은 투자한 회사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투자금을 회수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도록 하세요. 특히, IT 관련주들부터 시작하여 코로나 특수를 보이고 있는 곳 위주로 정리하도록 하세요.”

“바로 말입니까?”

나창운은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조만간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진행해주세요.”

“저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게 어떠냐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나창운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투자를 확대해도 모자랄 상황에 오히려 투자를 축소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당황한 나창운과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그동안 투자를 진행한 곳이 많지 않습니까?”

“네. 많기는 합니다. 직접투자가 500여 곳에 간접투자가 700여 곳이니까요.”

“그렇게 많은 곳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몇 달이 걸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맞는 말씀이십니다. 최소 두 달에서 석 달의 시간은 필요할 겁니다.”

“그러니까요.”

한진영은 나창운에게 이야기 잘했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친 뒤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시간도 또 필요하지 않습니까? 매각됐건 뭐가 됐건 말입니다.”

“그것도…… 맞습니다.”

나창운은 한진영과 대화를 하며 차츰 무언가가 머릿속에 그려짐을 느꼈다.

처음과 달라진 목소리를 느끼며 한진영은 말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망할 것처럼 굴었던 게 바로 올해 초였습니다. 그랬던 시장이 2배가 오르는 데 반년이 걸렸을 뿐입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을 향해 손가락을 두 개 들어 올리고는 계속 이야기했다.

“지금 모든 투자시장이 미쳐 날뛰고 있지만 얼마나 더 갈 거로 생각하십니까? 5년? 3년? 1년? 저는 그보다 짧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호황일 때 우리가 들고 있는 걸 정리하여 남은 미래를 준비했으면 합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이해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정말…… 다른 사람과 다르시군요.”

투자시장이 이제 호황에 접어들었다며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드는 시점이었다.

이런 때에 한진영은 오히려 정리하려 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감탄을 받으며 몸을 돌려 나머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를 살피고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한진영이 이렇게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은 어디까지 오를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나기 전 거래가 가장 활발할 때 다른 곳에 넘기고 빠진다.

그게 바로 한진영의 계획이었다.

“아참. 테라와 배터리 등은 정리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더 가지고 갑니다.”

“오히려 정리해야 할 곳에서 테라는 남겨두시는 겁니까?”

나창운은 한진영의 지시를 받고 제일 먼저 테라부터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을 때에 비해 열 배가 넘게 오른 종목이기에 그것부터 정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나창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테라는 아직 더 오를 여지가 남았습니다.”

“여기서 더 말입니까?”

나창운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PER이 500배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PBR은 물론이고 지표들이 과매수를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더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제 한동안 PER이 아닌 다른 것이 이야기되는 시대가 될 테니까요.”

“PER 말고 다른 것이 또 있습니까?”

나창운이 궁금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향해 묻자 한진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정말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꿈과 같은 시장이 열릴 겁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취해 있으면 안 됩니다. 꿈이 깬 뒤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PER 외에 다른 것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꿈’ 이야기만 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나창운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한진영의 말이 주의를 주는 말이기에 나창운은 계속 질문하지 않은 채 한진영의 주의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지금은 중요한 게 PER 외에 다른 게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

테라의 상승세는 미쳤다는 말로도 표현이 어려울 정도였다.

수년에 걸친 적자를 겨우 만회하여 흑자가 예상된다는 뉴스에 주가는 또 하늘 높은 곳으로 승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었다.

500달러에서 1:5의 액면분할을 했던 주가가 200달러대 중반까지 오르고 말았다.

그런데도 주가의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다시 액면분할 전으로의 주가 회귀를 이야기할 정도였다.

시장에서는 테라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투자 환경이 좋아 모두가 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오르는 것에 최소한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그래야 이곳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더 높은 곳을 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자주 사용하는 가치평가 단위인 PER나 PBR 등으로는 테라의 지금 가격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기존의 것대로라면 테라는 지금 위치가 과한 것을 넘어서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기에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테라를 비롯하여 코인 그라운드 등과 같은 미친 주식을 설명할 방법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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