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02화 (602/650)

602화 HAPPY NEW YEAR

차가운 바람도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식히지 못했다.

나스닥 지수는 기어코 13,000조차 뛰어넘어 14,000이라는 숫자를 확인하고 말았다.

S&P500도 4,000이라는 의미 있는 지수에 도달했다.

다우 또한 35,000이라는 자리를 확보하며 뉴욕 3대 지수 모두 신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렇게 지수가 상승한 데는 코로나19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시장이 이렇게 호황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을 정도로 지금 상황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해소되면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상승의 마지막 자리는 코로나19의 종식 선언과 함께 이루어지리라는 것이 시장의 의견이었다.

대신 그전까지는 계속 상승만 있을 테니 무조건 매수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로나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며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과 함께 루터 컴퍼니를 찾았다.

채권 파트를 담당하는 곳으로 한진영이 블랙문에서 가지고 온 러시아 CDS 등을 맡아 처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현재 시장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한진영은 루터 컴퍼니의 책임자인 존 루터를 향해 질문했다.

존 루터는 한진영과 레이 젠슨을 앞에 두고 현재 상황을 브리핑했다.

“최근 시장 금리가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년 내내 제로 금리를 이어가며 꼼짝하지 않던 시장 금리가 점점 꿈틀대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

한진영은 가만히 미소 지었다.

아직은 먼 이야기였지만 뉴욕에서는 벌써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연준 의장이 과연 지금 금리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레이 젠슨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제로 금리 기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존 루터는 고개를 저었다.

“금리 기조가 당장에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연준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한참 먼 이야기니까요.”

“지금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균열은 일어났다는 이야기인가?”

“맞습니다. 균열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1.05%에 단단히 머물고 있던 10년물 금리가 1.1%까지 치솟아 올랐으니까요.”

확실히 균열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제로 금리를 천명하고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움직이지 않던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달력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다 됐군요.”

“네?”

존 루터는 한진영의 말을 따라 달력을 확인했다.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고 한진영이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 존 루터였다.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를 보러 한국에 들어가실 겁니까?”

브리핑을 하던 존 루터는 갑작스럽게 자기 일정을 묻는 한진영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년 행사는 아이와 아이 엄마와 함께 보내려 하는데…… 혹시 제가 이곳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건가요?”

“아니요. 아닙니다.”

한진영이 오해하는 존 루터를 향해 황급히 손을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보고 잘 들었습니다. 연말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에 새로운 마음으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존 루터는 한진영에게 왜 자기 일정을 물어봤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존 루터보다 성질 급한 레이 젠슨이 먼저 물어보며 기회가 존 루터에게까지 오지 않았다.

“물어봤으면 물어본 이유를 이야기해줘야지. 왜 연말 스케줄을 물어보고 아니라는 말 다음에 이유가 나오지가 않아. 그걸 이야기해줘야 할 것 아닌가?”

몸을 돌려 나가려던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천천히 몸을 돌리고는 궁금한 표정의 존 루터를 바라봤다.

“아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요?”

“네.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존 루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진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진영은 답답하다는 듯한 레이 젠슨과 존 루터를 번갈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일어난 균열이 본격적으로 해가 넘어가며 시장을 뒤흔들게 될 것 같아 물어본 거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가시게 되면 푹 쉬고 돌아오시라고 말한 겁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바쁠 테니 회포를 잘 풀고 오시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제가 정신이 딴 데 가 있었나 보군요. 하려던 말도 다 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뭐?”

“균열이 시장을 뒤흔든다고요? 금리가 상승이라도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제로 금리인 현재 상황에서 떨어질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움직인다면 상승 쪽이었기에 존 루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진영에게 질문 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기왕에 가시기 전에 금리 상승 쪽으로 포지션을 잡고 한국에 들어갔다가 새해를 맞이하시는 게 좋겠죠?”

존 루터는 한진영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과 존 루터를 말없이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존 루터의 배웅을 받으며 루터 컴퍼니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야 한진영에게 물었다.

“저렇게 쉽게 채권 포지션을 잡아도 되는 건가? 주식과 달리 채권의 경우에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레이 젠슨도 채권 파트는 곁다리로만 알고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아무리 곁다리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쉽게 포지션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채권은 태산처럼 무겁고, 바다처럼 고요하게 움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금 한진영과 존 루터의 모습은 먼지처럼 가볍고 탁자 위에 돌멩이처럼 시끄럽기만 했던 것이었다.

“아마 루터 사장도 짐작은 하고 있었을 겁니다. 확신이 없었을 뿐이겠죠.”

“그런데 자네 말에 확신이 생겼다고?”

“네.”

“어떤 말에?”

직접 곁에서 지켜본 레이 젠슨은 도대체 한진영의 어떤 말에 확신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진영은 궁금해하는 레이 젠슨을 가만히 바라보고 웃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인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제 말을 이해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레이 젠슨은 마치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는 듯이 말하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자네 말대로 시장이 움직인다고 치세. 그렇다면 채권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야.”

“설마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래 알고 있다고 나도 믿고 있네. 그렇다면 자산운용에도 가서 주의를 줘야 하지 않겠나? 아니면 홍 사장을 부르든가?”

레이 젠슨은 알면서도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한진영을 보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한진영이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차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차? 어디로 가는데?”

한진영의 질문에 그제야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안 그래도 바로 주의를 주기 위해 세이지 자산운용으로 가는 중입니다. 벌써 다 왔군요. 내리시죠.”

이야기하는 사이 세이지 자산운용 앞에 한진영을 태운 차가 도착했다.

차가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조지훈이 안에 있는 한진영과 레이 젠슨이 내리기 쉽도록 차 문을 열었다.

레이 젠슨은 열린 차 문과 한진영을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번갈아 바라봤다.

***

코로나로 인해 어려웠던 한해가 마무리됐다.

과거와 같이 타임스퀘어에서 화려한 신년 행사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열리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밝아오는 새해를 기뻐하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한진영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평소처럼 집에서 한해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올해는 조용히 새해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지는 못했다.

“너는 집에서 뭐 해 먹고 사는 거니? 어휴. 집에 아무것도 없구나.”

한진영의 어머니가 한진영 등이 앉아있는 거실로 다가왔다.

“집에 떡도 없는 거니?”

“엄마. 여기 한국 아니에요. 집에 떡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새해에는 떡국을 먹어야지.”

한진영의 어머니는 팔을 걷어붙이고 물었다.

“가까운데 마트 없니? 그래도 만두는 있을 거 아니니? 그거로 간단하게 만둣국이라도 먹자.”

“엄마. 지금 시간을 보세요. 벌써 12시예요.”

“요새 마트는 24시간이잖니?”

“여기는 미국이에요. 저녁에는 다 문 닫아요.”

“여기 사람들은 그럼 뭐 먹고 사는 거니? 밤에 뭐 안 먹어?”

한진영의 어머니는 한진영 곁에 앉아 한진영의 얼굴을 살피고는 말했다.

“그래서 네 얼굴이 반쪽이 됐구나. 타지에서 너를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말이야.”

“엄마.”

한진영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저 돌봐주는 사람만 수십 명이에요. 어디 가서 돌봐줄 사람도 없다고 그러면 이상하게 생각해요. 공항에서 여기 오면서 에스코트해준 사람들 보지 않으셨어요? 다 저희 회사 비서실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다 저를 돌봐줘요.”

“그런 외국인들 수십 명이 있으면 뭐 하니? 피죽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거 같은데. 어휴.”

한진영의 어머니는 안쓰러운지 한진영의 얼굴을 몇 차례나 쓰다듬었다.

“결혼도 하지 못해서 곁에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구나.”

한진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앞에 말들을 깔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가 직접 데리고 왔다.”

한진영의 어머니는 몸을 돌려 소파 끝자락에 바짝 긴장한 채로 앉아있는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늦은 시간까지 미안해요.”

한진영 어머니의 말에 여자는 굳었던 표정을 어색하게 풀고는 애써 웃어 보였다.

“아니에요.”

“인사해요. 알죠? 여긴 내 아들인 한진영이에요.”

“어떻게 한진영 회장님을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여자는 최대한 반갑게 인사하려고 노력했지만 굳은 표정과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한진영은 여자를 바라보고 가볍게 묵례를 건네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는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그걸 엄마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니? 네가 직접 물어봐.”

한진영은 어머니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한진영의 시선을 느꼈는지 오른손을 들었다.

“나 쳐다보지 마라. 난 분명히 네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냐? 비행기도 전용기 타고 오니 자리도 남겠다 같이 가는 게 어떠냐고 저 아가씨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네 엄마가 데리고 온 거다. 그러니 네 엄마하고 잘 이야기해봐라. 그런데 한국말 나오는 방송은 없는 거냐? 죄다 쏼라쏼라거려서 뭐라고 그러는지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구나.”

한진영은 아버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모습에 어머니는 한진영의 등 짝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짝.

“너는 아가씨 앞에 놓고 왜 한숨을 내쉬고 있냐? 아가씨가 얼마나 불편하겠어? 미안해요. 얘가 원래 이러지 않는데 오늘 좀 피곤한가 봐요.”

“어머니.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채은정은 급히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애상그룹의 첫째 딸인 채은정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편안한 마음을 가졌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애상그룹과 달리 세이지는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기업이기에 자기가 꿀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업 규모로 보자면 차이는 보름달과 반딧불 차이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개가 태어났다가 수백 개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채은정은 그룹의 업력은 규모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한진영의 집에 오고 나자 그런 생각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커도 너무 커.’

뉴욕에 이만한 집을 가지고 있다면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포브스지에서 이야기하는 세계 다섯 번째 부자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자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말았다.

자존심과 자부심이 가득 차 있던 채은정은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애상그룹의 채은정이라고 해요.”

“애상그룹?”

한진영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한진영의 어머니는 그런 한진영의 등 짝을 다시 한번 세게 내리쳤다.

짝.

“태도가 그게 뭐냐? 채은정 씨 어머니하고 엄마하고는 같은 모임 멤버야. 내가 네 걱정하는 거 알고 연말에 직접 이곳에 오게 편의를 봐준 거니 너도 좀 성의껏 은정 씨를 대해라. 버릇없게 그게 뭐니?”

“아니에요.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은정 씨. 은정 씨가 이해해요. 그래도 얘가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책임감이 강해요. 결혼해도 처자식 굶길 놈은 아니에요.”

“어머니. 무슨 농담도…… 굶기다니요? 제가 회장님께 비하면 모자라 보여서 그게 걱정인데요.”

“모자라다니요? 어디가 모자라요? 얼굴도 이렇게 곱고 예쁜데 말이에요. 이 녀석이 여기서 코쟁이만 만나서 그런가 버릇이 없어졌어요. 진영아.”

채은정과 살뜰히 이야기를 나눈 한진영 어머니는 다시 한진영을 돌아보고 말했다.

“어려운 시간 내서 온 거니 성의 있게 대해. 그렇게 버릇없이 그러지 말고.”

“성의…….”

한진영은 작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채은정을 똑바로 바라봤다.

채은정은 한진영의 시선을 마주하려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영의 시선과 마주하다가는 자기 눈을 통해 속을 꿰뚫어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시선을 피하는 채은정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근에 애상그룹이 항공사를 인수하려 하고 있지요?”

“그걸 어떻게…….”

채은정은 깜짝 놀란 얼굴로 피하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한진영은 그런 채은정의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항공사 인수에서 발 빼세요. 괜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아까운 그룹 자금만 날립니다. 지금 애상그룹 사정으로는 인수전에서 승리하지 못합니다. 인수전에 쓸 돈으로 그룹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도록 하세요. 항공사 인수는 그다음입니다.”

“그건…….”

“이게 채은정 씨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제 성의입니다. 이거면 여비로 모자라지는 않을 겁니다.”

채은정은 한진영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그룹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한진영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짝.

“너는 뭔 소리야? 엄마가 소리를 질러야겠어? 성의 있게 말하라니까 이게 정신이 나갔나. 한진영? 너 어디가? 이리 못 와?”

한진영은 채은정 앞에서 꿋꿋이 참았던 어머니의 잔소리에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몸을 피했다.

그런 한진영을 따라 한진영의 어머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을 쫓아가며 참았던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리모컨으로 화면을 돌려가며 한국말이 나오는 채널을 찾았다.

채은정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소파에 앉은 채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3. 2. 1. HAPPY NEW YEAR~!

펑!

펑!

펑!

한진영의 집 창문 너머로 쏘아 올린 폭죽이 새해가 밝은 것을 축하하며 화려한 불꽃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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