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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06화 (606/650)

606화 대중의 압력을 이용하라

로라 콜린스 비서의 안내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선 한진영과 레이 젠슨은 커다란 책상에 앉아있는 로라 콜린스와 마주하게 됐다.

한진영은 무심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로라 콜린스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또 뵙습니다. 세이지의 한진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2년 전쯤에 스치듯이 인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로라 콜린스는 한진영의 말에도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과거에 만났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만난 이유조차 그녀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흠.”

레이 젠슨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로라 콜린스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아끼는 친구입니다. 총재님을 위해 좋은 생각이 있다니 이야기라도 한 번 들어보시지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기로 부른 것 아닙니까? 저는 두 분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로라 콜린스는 한진영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레이 젠슨을 향해서만 말했다.

“회장님이야 은퇴하시고 안락한 삶을 사시느라 시간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많이 바쁩니다. 그런데도 시간을 내놓은 이유는 회장님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마주하고 있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한진영을 앞에 놓고 노골적으로 말한 로라 콜린스는 말을 마치고도 한진영을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그저 앞에 놓인 서류로 시선을 옮길 뿐이었다.

레이 젠슨은 생각보다 더 까칠하게 느껴지는 로라 콜린스의 말투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의 표정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그녀의 반응이 예상됐다는 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로라 콜린스를 향해 걸어갔다.

한진영은 로라 콜린스의 커다란 책상 앞에 놓인 의자 앞에 서서 로라 콜린스를 향해 말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로라 콜린스는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한진영을 향해 코끝을 손으로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골적으로 냄새가 난다는 표정을 지은 로라 콜린스의 모습에 곁에 있는 레이 젠슨의 마음이 언짢아질 정도였다.

심하다 못해 무례하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에 레이 젠슨은 그냥 나가자는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진영은 아무렇지 않는다는 듯이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

로라 콜린스는 자리에 앉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얼굴을 찌푸린 채 물었다.

“거기 왜 앉는 겁니까?”

“서서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앉아서 이야기해야 조금 더 생산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총재님의 연준 이사와 관련된 이야기 말입니다.”

로라 콜린스는 연준 이사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코를 막고 있던 손을 얼굴에서 뗐다.

하지만 여전히 로라 콜린스는 인상을 쓴 채로 한진영을 계속 바라보고 물었다.

“도대체 내가 연준 이사로 올라갈 방법이 뭐가 있다는 겁니까?”

로라 콜린스는 책상에 양팔을 올리고 한진영을 향해 덤벼들겠다는 듯이 몸을 기울였다.

“나는 농담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경고하는데 나와 장난할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래요. 그랬다가는 재미없는 상황에 놓일 테니까요.”

“저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총재님께서 보시기에는 하찮아 보이겠지만 세이지 회장이라는 직함이 농담이나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세이지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아도 나도 세이지가 어떤 곳 인지쯤은 알고 있어요.”

로라 콜린스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최근 운이 좋아 시장에 조금 두각을 보이고 있나 본데…… 그래 봤자…….”

로라 콜린스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뒷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이 나오는지 알 것만 같았다.

레이 젠슨은 불편한 마음을 숨긴 채 한진영의 곁으로 다가갔다.

뭐가 됐건 한진영이 계속 참고 로라 콜린스 앞에 앉아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의 생각대로 로라 콜린스와 한진영의 대화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럼 총재님께서 바쁘신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로라 콜린스는 앞으로 숙였던 몸을 뒤로 물리고 양손을 맞잡았다.

어디 한번 이야기나 들어보자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본 로라 콜린스를 향해 한진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연준 이사 자리에 오르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임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임명한 사람을 상원에서 통과시켜줘야 연준 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로라 콜린스는 겨우 그런 말을 하려고 자기 앞에 온 것이냐는 눈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로라 콜린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주눅이 드는 모습 없이 계속 이야기했다.

“현재 연준 이사의 구성으로 내년에 빈자리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합니까?”

“저보다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 자리를 총재님께서 노리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방법이 요원한 상태일 겁니다. 아무래도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총재님의 지명이 어려운 상태니까요.”

로라 콜린스는 아무런 말 없이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진영은 곁에 앉아있는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이야기했다.

“정부는 관료 출신으로 뽑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연준에 자기들의 입김을 강하게 주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연준은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외부인사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한진영은 다시 로라 콜린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재님께서 이사직에 오르시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하나? 그게 뭐죠?”

“바로 외부 압력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외부 압력? 지난번에 이사에 지명된 랜든 CEO처럼 말입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한진영은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로라 콜린스가 자기 말에 반응하는 것을 보며 그녀도 점점 자기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금융권의 압력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 랜든 CEO를 지명했었지요.”

“나에게 금융권의 압력을 이용하라는 건가요? 나는 일반 은행 CEO가 아니에요. 명색이 연은 총재입니다. 금융권의 압력을 이용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입니다.”

“총재님께서 뭔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외부 압력을 이용하라는 거지 그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의 압력을 이용하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디의 압력을 이용하라는 이야기입니까?”

“대중, 대중의 압력을 이용하십시오.”

“대중이요?”

로라 콜린스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한진영이 처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찌푸린 로라 콜린스였지만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얼굴을 찌푸렸다는 것을 눈치챈 레이 젠슨은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하더니…….’

한진영은 레이 젠슨에게 자리만 마련해준다면 그다음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큰소리쳤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에 레이 젠슨은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은 것이었다.

“좋아요. 대중의 압력을 이용한다고 합시다. 어떻게 대중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거죠?”

한진영을 무시하는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영에게 방법을 물어보는 로라 콜린스였다.

한진영은 로라 콜린스를 향해 미소 지으며 방법을 이야기했다.

“대중이 총재님을 지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재님이 대중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로라 콜린스는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치고는 한진영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방법. 방법을 바로 이야기하라는 말입니다.”

로라 콜린스는 한진영을 똑바로 바라보고 험악한 인상을 쓰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이야기 들었을 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각오해야 할 겁니다. 내 아까운 시간을 지금 꽤 많이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레이 젠슨은 로라 콜린스의 협박이 협박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영에게 빨리 이야기해달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완전히 넘어갔구나.’

한진영이 여기서 제대로 된 방법만 내놓을 수 있다면 로라 콜린스는 한진영에게 흠뻑 빠질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레이 젠슨이었다.

그녀가 백인 우월주의건 뭐건 간에 연준 이사 자리에 올라가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에게 흠뻑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회장은 얻는 게 뭐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그녀를 연준 이사 자리에 올림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돈을 버는 것이라면 그녀를 이용하지 않아도 방법이 많았으며, 권력을 위한 일이라면 연준 이사보다는 정부 각료가 더 도움됐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이 이유를 생각하는 사이 한진영은 로라 콜린스를 향해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여 지지를 받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금리 인상의 필요성과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뭐?”

잠시 한진영이 얻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레이 젠슨은 깜짝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시선을 느끼며 로라 콜린스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연준 의장이 3년 동안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을 이용하십시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지금부터 날리십시오.”

“내가 누구인지 지금 알고 하는 소리입니까?”

“알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분명 세이지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는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이 펄쩍 뛰었다.

“상관이 없다니? 왜 상관이 없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세이지는 비껴갈 수가 없었다.

채권회사와 미래해운과 여러 자회사가 있어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누가 뭐래도 세이지의 주력은 증권과 투자회사였다.

금리가 인상된다면 세이지의 두 축이 흔들리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로라 콜린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진짜 상관없어 보이는 얼굴이네요.”

“정말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사람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시장이 침체에 들어가게 된다면 더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인플레이션을 경계하여 금리 인상 기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한진영은 지금까지 내놓지 않던 자료를 로라 콜린스 앞에 내놓았다.

“저희 전략분석실에서 시뮬레이션한 것입니다.”

“세이지의 전략분석실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바로 이게 그 유명한 세이지의 전략분석실에서 내놓은 시장 예상 보고서군요.”

로라 콜린스 빈말로 전략분석실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백인 우월주의에 세이지를 낮게 보고 있기는 했지만 세이지의 전략분석실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무시하고 낮게 보기에는 세이지의 전략분석실이 만들어낸 결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내려다보고 있는 로라 콜린스를 향해 한진영은 현재 금리 인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연준 의장이 3년의 금리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지금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주장하시면 스포트라이트가 우선 총재님께로 잡힐 겁니다. 연준 의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투사 모습처럼 비치겠지요. 그리고 그 필요성이 점점 번져나갈수록 총재님에 대한 인기는 높아질 겁니다. 3년을 공언했지만, 그보다 빠른 금리 인상 시기가 찾아온다면 대중은 자연스레 총재님을 찾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시장을 미리 앞서 바라볼 줄 아는 총재님이야말로 연준의 7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부에서도 더는 무시할 수 없겠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한진영은 로라 콜린스가 마음이 쏠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못을 박는 이야기를 건넸다.

“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금리 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가장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테이퍼링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이런 때에 누구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주장하신다면 시장을 가장 잘 보는 사람으로 인정받게 될 겁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정말 필요한지인데…….”

로라 콜린스는 세이지의 전략분석실에서 나온 자료를 살피고 고개를 들었다.

“이게 정말입니까?”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장은 이미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탓에 시한폭탄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길만 당기게 된다면 시한폭탄은 몸속에서 터지게 될 겁니다. 한 번에 1%를 올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1%라니…… 0.5% 이상 올린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0.5%가 아닌 0.75%를 올리게 될 때 총재님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 겁니까?”

로라 콜린스는 얼굴을 굳히고는 한진영이 건넨 서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이대로 반년만 시간이 흘러도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폭발할 거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

보스턴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하는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향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도대체 로라 콜린스를 연준 이사로 왜 올리려고 하는 건가? 그것도 하필이면 로라 콜린스를…… 왜?”

한진영이 로라 콜린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나자 의문이 더욱 강하게 든 레이 젠슨이었다.

방법이 로라 콜린스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라 콜린스는 오늘 전까지만 해도 한진영에게 호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방법을 알려준 이후에 좀 바뀌었느냐고 한다면 그것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뼛속까지 백인 우월주의자인 로라 콜린스가 연준 이사로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서 한 번에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차라리 자네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올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연준 이사가 저에게 호의적이라고 해서 제가 얻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왜 로라 콜린스를 이사로 만들어주려 한 건가?”

“로라 콜린스는 저에게 이득이 되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레이 젠슨은 잠시 흔들린 비행기에 놀란 듯이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그러나 시선만큼은 한진영에게서 거두지 않고 있었다.

비행기가 흔들린 것보다 한진영의 다음 말이 더욱 레이 젠슨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스튜어디스를 통해 별일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은 뒤 레이 젠슨에게 말했다.

“로라 콜린스 총재가 저를 위해 일하는 것을 바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럴 사람도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녀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자네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제가 얻는 이득은 저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에게서만 얻는 것이 아닙니다.”

“뭐라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하는 행동 때문에 제가 간접적으로 이득을 얻을 때도 있습니다.”

“무슨 행동을 말하는 건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향해 눈을 가늘 게 떴다.

한진영은 궁금해하는 레이 젠슨을 향해 가볍게 웃고는 말했다.

“얼마 전에 안젤라 랜스 여사께서 저에게 그러시더군요.”

안젤라 랜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하려는 일을 직감하고 눈과 입을 크게 벌렸다.

한진영은 놀란 레이 젠슨의 얼굴을 보고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게리 챈슬러 일은 잘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그가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설마 로라 콜린스를 통해 소송을 깨울 생각인 건가?”

“그녀라면 깨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연준 이사라는 직위와 그녀의 고집이 합쳐진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압력을 받더라도 자기의 영달을 위해 강력하게 밀어붙일 겁니다.”

“분명 그 여자라면 그러고도 남겠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한진영을 바라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 정말 미쳤구먼.”

레이 젠슨은 진심으로 한진영이 제정신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한진영이 하려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은 미쳐야 수십 년 묵은 것을 깨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 소송을 깨우겠다는 것이…… 진심이었구먼.”

“네. 저는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블랙문을 가지고 올 생각입니다.”

“자네…… 허허. 허허.”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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