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13화 (613/650)

613화 세이지만 한 곳이 없다

오랜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최석영은 사람들을 향해 깜짝 놀랄만한 발언을 내놓았다.

-세이지는 14,000을 고점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몇 달간이나 지속된 박스권이 깨진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시장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상승하기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것이 등장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진행자의 질문에 최석영은 카메라로 고개를 돌려 똑바로 카메라를 응시한 채 말했다.

-이미 상승 모멘텀은 존재해 왔습니다. 바로 여러분. 화면을 통해 저를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 여러분이 바로 상승 모멘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증시 상황판을 바라보고 있는 여러분이 시장을 끌어갈 존재가 될 겁니다. 장중에 가벼운 차와 함께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는 여러분이 시장의 주인이 될 겁니다.

최석영은 강렬한 말을 카메라로 전했다.

사람들은 최석영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최석영은 쐐기를 박는 말을 하려 했다.

-지금까지 세이지에 대한 자세한 포지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습니다. 시장에 나도는 이야기는 모두 세이지라면 그러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세이지는 포지션이 공개되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을 걱정하여 그동안 포지션 공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은 기존 방침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 말씀은 혹시 세이지의 포지션을 공개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세이지의 포지션을 공개하려 합니다.

최석영은 진행자의 말에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한 후 사람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 세이지는 12,000에 근접했을 때부터 매수하여 14,000 돌파를 염두에 둔 채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주요 종목은 IT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전기차 관련된 주식들도 함께 보유 중입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14,000 돌파를 예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매매에도 접합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저희 포지션은 시간 차가 있지만 조로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는 조로를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조지훈의 말에 진행자는 더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자신하여 말하는 모습이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석영의 이런 말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세이지의 포지션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가 된 것이었다.

14,000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세이지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14,000 돌파가 정말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14,000 돌파에 대한 세이지의 생각이 진지한 것임을 알게 됐다.

[세이지 자산운용 한 달간 휴가에 돌입, 최소 인원만을 유지하여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시장에 대응하게 한 뒤 대부분의 직원은 긴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

세이지가 14,000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손을 놓고 휴가에 돌입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전해진 것이었다.

14,000에서 꺾일 것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다.

가더라도 14,000에서 물량을 정리한 뒤 가는 게 맞았다.

14,000에서 꺾인다고 생각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세이지는 마치 지금 매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이 손을 놓고 시장을 떠난다고 이야기했다.

무조건 14,000을 돌파한다는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치는 행동이었다.

이 정도로 세이지가 나온다면 우리도 따라간다.

사람들은 14,000에 대한 두려움을 잊은 채 세이지를 따라 물량을 잠그기 시작했다.

또한 시장을 관망하던 사람들은 14,000 돌파를 염두에 두고 매수에 들어갔다.

세이지가 보유하고 있다는 IT 관련 주와 전기차 관련 주 그리고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몇몇 주까지 더하여 일반인들이 물건을 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런 세이지의 모습에 브레이크를 거는 이들이 나타났다.

-세이지는 자신들의 포지션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을 속이고 있다.

-거짓말 한 번에 세이지가 얻는 것을 생각해 보라. 세이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조로를 통해 포지션을 확인할 수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행성 정보에 불과하다.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세이지의 최석영 말을 반박했다.

-이대로 14,000을 뚫을 수는 없다. 코로나는 여전하며 인플레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난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물류는 여전히 동맥경화가 걸린 듯이 멈춰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4,000 돌파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동성만으로 뚫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14,000 돌파를 세 번 실패했다. 이번이 네 번째이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하지만 반대로 12,000 또한 계속 두드렸던 것을 생각했을 때 14,000에서 꼬꾸라졌을 때를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14,000 돌파 실패했을 때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며 시장 참여자들을 말렸다.

그리고 실제로 지수가 올라 14,000에 근접하자 매도 리포트를 내놓으며 14,000 돌파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시장에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전문가의 말 보다 최석영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힘의 크기가 더 큰 듯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꿋꿋이 매수를 이어갈 뿐이었다.

지수는 논란 속에서도 계속 14,000을 향해 나아갔다.

시장 참여자들은 숨을 죽인 채로 14,000 돌파가 이루어질지 시장을 주목했다.

“잘 다녀오고 열흘 뒤에 보자고.”

휴가를 떠나겠다고 찾아온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은 집 안에 들이지도 않은 채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건넸다.

조지훈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했다.

“회장님. 지금이라도 취소할까요?”

“취소하다니? 뭘 취소해?”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한진영은 조지훈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웃었다.

“조 실장이 있는다고 14,000 못 깰 걸 깨는 것도 아니고 조 실장이 없다고 해서 지수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야. 괜찮아. 그냥 다녀와.”

한진영이 조지훈의 등을 밀어냈다.

조지훈은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실으며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회장님 전화는 24시간 받을 테니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셔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이렇게 잔소리하지는 않겠다. 어서 가. 그러다 여자친구한테 차일라.”

“여자친구와 회장님 사이에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100번이고 회장님을 선택할 겁니다.”

조지훈은 비장한 표정을 한 채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말에 몸서리를 쳤다.

“그런 말 듣는다고 내가 고맙지 않아요. 어서 가. 가서 재미있게 놀고 열흘 뒤에 보자고. 알았어?”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지훈은 허리 숙여 한진영을 향해 인사했다.

그리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통해 다시 한번 한진영에게 부탁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셔야 합니다. 꼭이요 꼭 하셔야 합니다.”

한진영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닫히는 문 사이로 점점 가려지는 조지훈의 얼굴을 향해 손을 흔들기만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모두 닫히고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한진영은 한숨을 내쉬고 주방으로 향했다.

“하이고 보내기 힘드네. 애들 유치원 보내기가 엄청 힘들다는데 이 정도로 힘들까 싶다.”

한진영은 고개를 젓고는 음료수를 들고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소파로 향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고는 TV를 바라봤다.

세이지 자산운용이 단체로 휴가를 가버렸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전해졌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동안 각자 가지고 있는 휴가 일수에 맞게 휴가를 간 세이지 자산운용이었다.

직원마다 휴가 일수가 다르지만,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모든 인원이 돌아오는 한 달 뒤가 될 거라는 평가가 나왔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이런 모습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의심의 끈을 놓고 있지 않던 이들까지 시장으로 모여들게 했다.

그리고 그런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14,000을 고점으로 인식하고 있던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를 밀어내고 시장을 상승으로 만들어냈다.

14,000이라는 벽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강력한 저항이 분명 존재하고 있건만 힘겨루기 공방조차 보이지 않은 채로 벽이 눈 녹듯이 녹아내린 것이었다.

그렇다고 벽이 무너지자 미칠듯한 상승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14,000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와 상관없이 평범한 일상에서 지나온 하루처럼 14,000을 넘어가 버렸다.

투자 전문가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14,000을 바라봤다.

세 번이나 실패한 벽이 이렇게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그래도 그들은 14,000이 깨지더라도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세 번째 시도 때도 14,000을 넘기고 전고점을 탈환했지만 결국 빠져 내려왔다는 것으로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 14,000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돌입했는데도 폭발적인 상승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에 0.3% 혹은 그보다도 못한 상승을 보이는 게 전부였다.

0.5%의 상승조차 보이지 않은 채 미미한 상승 폭으로 14,000위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이런 지수의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더욱 이제 하락이 나올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기관 투자자들도 하락에 더 강하게 배팅했다.

이미 힘은 빠질 대로 빠져 보였기 때문이다.

뉴욕의 중소 자산운용사에서는 이런 상황에 따라 매도세를 더욱 키우는 지시를 내렸다.

“더 매도해. 그리고 나머지는 공매도 쳐. 헷지 걸 필요도 없어. 그 돈도 아까우니까 그냥 다 매도에 쏟아부어.”

자산운용사의 사장이 직접 트레이딩룸에 들어가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물량을 더 던져.”

“사장님. 잘못하다가 뚫리고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조언을 건넨 트레이딩룸의 수석 트레이더를 사장은 노려봤다.

“자네는 그렇게 감이 없나? 모든 전문가와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하락을 이야기하고 있어.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실패한 자리야. 이런 곳을 네 번째에 돌파한다고? 돌파한다면 지난번에 돌파했어야 했어.”

자산운용사 사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수석 트레이더를 바라보고 혀를 찼다.

“그러니까 지금 그 나이까지 남의 밑에서 일하고 있지. 이봐. 넬슨 수석 트레이더.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알았어?”

사장의 지시에 넬슨 트레이더는 여전히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말했다.

“사장님. 그럼 물량을 정리하는 선에서 그만두도록 하죠. 공매도는…….”

“공매도는 뭐?”

“공매는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위험하게 느껴져?”

사장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돌려 현재 지수 상태를 확인했다.

변동 폭이 줄다 못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움직임에 고개를 돌려 넬슨을 돌아봤다.

사장의 얼굴은 마치 야생 동물이 먹이를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당장에라도 넬슨 트레이더의 목을 물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한 채로 이야기했다.

“좋아. 어디 한번 이야기해봐. 뭐가 그렇게 넬슨 수석 트레이더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지 들어나 보자.”

누가 듣더라도 비아냥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래도 넬슨은 삼십 년 동안 시장에서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젊은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장님. 기관 투자자들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박스는 깨지라고 존재하는 겁니다. 이런 박스권 장세 후에 깨지는 곳으로 계속 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움직임이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발걸음이 빨라지는 순간 우리는 쫓아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봐. 넬슨 트레이더.”

사장은 넬슨의 넥타이를 손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넥타이를 당겨 넬슨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그래서 박스가 아래로 깨진다고 하지 않았나? 모두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그거 말 잘했네. 세이지 놈들이 거짓말을 하는 거야. 자 그럼 말이 되지?”

“사장님. 그럼 최소한 조금 전 제 말대로 공매도만은…….”

“지금 아니면 언제 공매도를 쳐?”

사장은 계속 반대하는 넬슨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던지 움켜쥐었던 넥타이를 반대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넬슨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수석 트레이더가 트레이딩룸에서 사장에 의해 땅이 주저앉고 마는 광경이 펼쳐졌다.

수석 트레이더를 무시한 처사로 더는 땅에 주저앉은 수석 트레이더는 필요 없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여기 사장이 누구야? 나야. 그럼 내 말을 들어야지 어디 남의 돈이나 빌어먹는 주제에 쫑알쫑알 말이 많아?”

“우리가 운용하는 돈이 누구 돈입니까? 우리 돈이 아니라 고객의 돈입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그 고객이 당신 보고 투자했어? 나 보고 투자한 거야. 그러니 그 시끄러운 입 좀 닥쳐.”

사장은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넬슨 곁에 있는 직원을 향해 손짓했다.

“치워.”

의자에 앉아있던 직원들이 일어나 넬슨을 일으켰다.

넬슨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직원들의 손을 뿌리쳤다.

“내 발로 나가겠네.”

“그래. 잘 생각했어. 당신 월급은 오늘 날짜까지 계산해서 넣어줄 테니까 이제 돌아가서 손주나 보면서 남은 인생 살도록 해. 어쭙잖게 고리짝 옛날 기준으로 지금 시장을 재단하지 말고 소파에 앉아서 맥주나 마시란 말이야.”

사장은 넬슨 곁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직원들을 번갈아 손가락질했다.

“내보내. 이제부터 제대로 일해야 하니까 쓰레기 치워버려.”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에 다시 넬슨을 잡으려 했다.

넬슨은 이번에도 직원들의 손을 뿌리치고 사장을 향해 마지막 경고를 남겼다.

“지금 시장을 이끄는 게 누구인지 깨닫길 바랍니다. 이렇게 변동폭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끈다는 겁니다. 그들이 광란을 보이는 순간이 오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장이 펼쳐지게 되는 겁니다. 과거 사례가 그걸 증명하니 명심하십시오.”

“거참 시끄럽네.”

사장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개인 투자자가 미쳐봤자 개인 투자자지. 그게 뭐라고…….”

넬슨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사장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몸을 돌려 직원들에게 말했던 대로 직접 자기 발로 회사를 나서기 시작했다.

트레이딩룸에 앉아있던 몇몇 트레이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넬슨의 뒤를 쫓아갔다.

넬슨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했던 직원들이었다.

사장은 넬슨을 따라 자리를 떠나는 트레이더들을 바라보고 코웃음을 쳤다.

“회사에 암 덩어리가 어디에 숨어 있나 했더니 거기 있었군. 진작에 잘랐어야 했는데…….”

사장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나머지 직원들을 향해 지시했다.

“이제 암 덩어리도 사라졌으니 다시 일하자. 물량 다 정리하고 B팀은 공매도 치기 시작해. 목표는 지금 크게 반등한 IT주와 전기차 관련주야. 특히 테라. 수익도 얼마 올리지도 못하고 자동차라는 것은 만들어본 적도 없는 놈들. PDR인지 뭔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이제 사라질 때가 됐으니까 집중적으로 공매도 치도록 해.”

사장은 말리는 사람이 사라지자 물량이 순식간에 털려 나가는 것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사장이 웃는 사이 회사를 나온 넬슨은 잠시 서서 자산운용사가 자리하고 있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넬슨을 따라 나온 트레이더는 그런 넬슨을 향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이제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건물을 올려다보던 넬슨은 고개를 내려 질문을 던진 트레이더를 향해 대답했다.

“사장이 이야기한 대로 집에 돌아가서 손주나 봐야지.”

“저희는…….”

넬슨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까 하여 따라 나온 트레이더들은 넬슨의 대답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트레이더들을 향해 넬슨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은 다른 곳 가지 말고 무조건 세이지에 들어가도록 해.”

“세이지요?”

“그래. 세이지.”

넬슨은 아직 해가 솟아오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세이지만 한 곳이 없어. 이제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곳인데…… 그곳에 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 다른 곳은 가지 마.”

넬슨은 조금 전 나온 건물을 다시 바라보고 말했다.

“특히, 조금 전 우리 발로 나온 곳은 절대 돌아가지 마. 저곳은 이번 폭풍에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 테니까. 내가 삼십 년을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야. 박스권 장세를 봤다고 하면 수백 번은 봤어. 힘이 빠졌다고? 흥. 어디 두고 보라지.”

넬슨은 코웃음을 치고 몸을 돌렸다.

트레이더들은 그런 넬슨과 자산운용사의 건물을 번갈아 바라본 후 넬슨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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