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화 시장의 지배자
공매도 물량이 쌓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물량으로 일각에서는 이런 공매도 물량이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시장을 압박하기는 하더라도 내리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시장은 여전히 계속 오르기만 했다.
-고점을 넘겼지만 이건 속임수입니다.
-시장은 여기서 더 오를 곳이 없습니다.
-시장은…….
14,300이라는 전고점을 넘겼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계속 고점을 운운했다.
사람들은 이제 더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매도 리포트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매도 리포트가 나오고도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더는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직 세이지만 신뢰했다.
세이지가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팔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후행이건 뭐건 세이지의 포지션을 확인하기 위해 조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확인하면서 조로로 매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로로 엄청난 수의 신규 가입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한진영은 피곤해 보이는 조지훈을 바라보고 웃었다.
“푹 쉬고 오라니까 왜 얼굴이 반쪽이 돼서 왔어?”
“네? 아닙니다. 푹 쉬고 왔습니다.”
조지훈은 하품하다 말고 한진영이 건넨 말에 급히 고개를 젓고는 자기 얼굴을 만졌다.
한진영은 걷는 것을 멈추지 않고 조지훈을 돌아보고 코웃음을 쳤다.
“아침에 나오기 전에 거울 확인 안 했어? 해골이 돼서 왔어.”
“그럴…… 리가요.”
조지훈이 휴대폰을 들어 자기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어깨를 돌려 뒤에 따라오는 다른 수행비서에게 물었다.
“어때? 조 실장 얼굴 반쪽 된 거 맞지?”
“회장님께서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조지훈은 웃고 있는 수행비서를 향해 도끼눈을 하고는 한진영을 향해 웃었다.
“아마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이 다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오대호 근처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비행기 타봤자 두세 시간인 곳 갔다 왔으면서…….”
“비행기 타러 가는 게 멀었습니다.”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조지훈의 모습에 한진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한진영은 알았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담을 한마디 더 던졌다.
“휴가가 열흘이 아니라 보름이었으면 송장으로 왔겠어. 도대체 가서 뭘 그렇게 재미있게 했길래 사람이 이렇게 핼쑥해져서 온 거야? 여자친구가 자네를 재우지 않던가? 아니면 막 잡아먹겠다고 덤벼? 나는 도대체 모르겠네.”
“회장님. 정말 비행기 타고 오느라…….”
변명하려던 조지훈은 회의실에 도착하자 더는 변명하지 못하고 억울한 모습을 감춘 채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미리 와 있던 사장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들어온 한진영을 맞았다.
최석영은 한진영에게 인사하고는 뒤에 따라온 조지훈을 바라보고 놀란 얼굴로 말했다.
“조 실장. 어디 아파? 얼굴이 왜 반쪽이 됐어?”
최석영의 말에 수행비서들이 웃음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었다.
조지훈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수행비서들을 노려보고 최석영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최 사장님. 저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그저 비행기 타고 오느라 힘들어서…….”
“맥키노섬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 오대호에 있다면서? 그러면 여기서 비행기를 타봤자 두어 시간인데…… 뭔 비행기를 탔길래 해골이 돼서 왔어? 여자친구가 자네를 잡아먹기라도 한 거야?”
“큭큭.”
한진영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 최석영의 말에 수행비서 몇몇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최석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빨개진 얼굴의 조지훈과 한진영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제 그만 됐습니다. 이제 시작하도록 하죠.”
한진영이 자리에 앉자 최석영도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조지훈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문 쪽에 준비된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최석영은 여전히 얼굴이 벌게져 있는 조지훈을 바라보고 한진영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거참. 조 실장을 그렇게 놀려서야 되겠습니까? 휴가 가서 얼굴이 반쪽이 돼 왔다면 뭐겠습니까?”
최석영은 한진영의 말을 순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한 눈을 끔벅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릎을 쳤다.
“아~.”
이해한 최석영의 모습에 한진영이 다시 한번 타박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 따로 물어도 될 걸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셔야 했습니까?”
“나는 몰랐지.”
“이따가 사과하세요.”
“그래그래. 내가 실수했다. 나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지. 보통 신혼여행 갔다 와서 그러면 예상이라도 할 텐데 휴가 가서 그러고 와서…… 하긴 우리 때하고 지금은 다르지. 미안 미안. 내가 실수했다.”
최석영은 조지훈이 앉아있는 쪽을 돌아보고 손을 들어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조지훈은 그런 최석영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무릎 사이에 끼울 정도로 숙였다.
두 사람이 은밀하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라 마이크를 켜놓은 채로 이야기하는 통에 자리에 있던 사장단들이 모두 다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조 실장이 결혼하게 되거든 큰 선물 하세요.”
“그래. 그래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라 조 실장이 결혼하게 되면…… 내가 냉장고, 냉장고는 내가 책임진다.”
최석영이 큰소리로 조지훈이 들을 만한 목소리로 말하자 홍대민도 뒤따라 소리쳤다.
“그럼 TV는 내가 해줄게.”
“나는 소파.”
“나는 신혼여행.”
“나는…….”
자리에 있던 사장과 부사장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최석영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말을 들은 뒤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한 회장은 뭐 해줄 거야?”
서로 이야기를 쏟아내던 사장단들은 최석영의 말에 일제히 한진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진영이 과연 어떤 선물을 할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최석영의 질문을 자리에 앉기 전부터 앞에 준비되어 있던 서류를 정리하면서 대답했다.
“저는 미리 약속한 게 있습니다.”
“약속한 게 있다고? 그게 뭔데?”
“지금 조 실장이 살고 있는 집. 그거 조 실장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거라면…… 저기 저기에 있는 저거?”
최석영은 놀란 얼굴로 회의실 창문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저거 맞습니다.”
“저거…… 몇백억은 하지 않나?”
“그 정도 할걸요.”
너무나 태연하게 이야기한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놀랐다.
TV나 냉장고를 소꿉놀이 속의 흙으로 만든 물건으로 만들어버린 한진영이었다.
조지훈은 급히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한진영이 먼저였다.
“이제 조 실장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요?”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을 바라보던 시선들이 일제히 거둬졌다.
농담은 여기까지라는 한진영의 말에 모두 순식간에 진지한 표정으로 변하고 만 것이었다.
조지훈도 붉히던 얼굴을 가라앉히고 들고 있는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그런 그의 귀에 한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산운용의 실적이 좋습니다.”
한진영이 포문을 열자 홍대민부터 시작하여 상반기를 정리하는 사장단 회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세이지의 무시무시한 실적이 각 자회사의 사장 입을 통해 이야기됐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지수는 어느새 14,500선을 넘어섰다.
14,000부터 하락을 줄기차게 외치던 투자 전문가들조차 이제는 머쓱해진 상황에 시끄럽게 떠들던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대로 지수가 꺾일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는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줄기차게 쳐대던 기관 투자자들도 잠시 손을 놓았다.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빠르게 살폈다.
14,000 근처부터 물량을 던져대던 기관의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모두 받아냈다.
14,000을 넘어서자 쏟아내던 공매도 물량도 모조리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냈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었던지 시장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이미 공매도를 칠 대로 쳐버린 기관 투자자들은 여기서 매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던지는 대로 족족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한계가 어디인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하여 매도 물량을 내놓는 게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절로 시장이 떨어져 내리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꾸준히 매수하는 개인들의 힘이 아직 살아있는 상황에서 지수가 꺾일 것을 바라는 건 전문 투자자가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에 연준 의장이 청문회에 나와 한 발언으로 인해 시장이 들썩였다.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연준이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만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도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고 판단했다.
이제 과감한 배팅을 해도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게 됐다.
금리 인상이 멀어져 버린 시점에 더는 돈을 묶어 놓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었다.
연준 의장의 발언에 기술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대표 기술주로 불리는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폭은 더욱 눈부셨다.
미중 간의 다툼으로 인해 반도체의 수급 균형이 무너지며 반도체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전기차 관련주의 상승도 도드라졌다.
테라의 상반기 판매 대수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기며 올해 실적이 이미 작년 실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흑자 전환했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흑자 달성은 무난해 보였으며 흑자 폭 또한 시장 예측치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기술주와 전기차 관련주의 상승에 힘입어 또다시 신고가를 무난하게 달성했다.
그리고 상승 폭도 점점 높여갔다.
앵커는 기자와 현재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스닥이 오늘도 신고가를 달성했습니다. 어느새 14,700을 넘겼는데요. 이렇게 간다면 15,000도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까?
-네 말씀대로 현재 시점에서 15,000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기자의 동의에 앵커는 혀를 내둘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4,000 고점론이 시장을 지배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 이야기가 무색하게 느껴지게 시장은 계속하여 올라갔습니다. 정말 이런 시장을 그 누가 예상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 곳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세이지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바로 세이지만은 지금 상황을 예상했었습니다.
기자의 말에 앵커는 최석영이 나와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억합니다. 지수의 상승은 물론이고…… 시장을 이끄는 주체에 대한 것도 정확하게 예상했는데요. 최석영 사장은 예언자인 걸까요?
-최석영 사장이 예언자이기보다는 세이지의 시스템이 예언자와 같은 수준이라는 평가입니다.
-시스템이요?
놀란 듯한 앵커를 향해 기자가 친절히 세이지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했다.
세이지의 전략분석실에서 나온 판단을 근거로 시장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모든 계열사가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략분석실의 판단 근거는 수없이 늘어져 있는 정보를 취합하고 그걸 수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예측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더했다.
앵커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모르면 세이지 펀드에 가입하라는 말이 있는 거군요.
-맞습니다. 시장에 농담처럼 돌아다니는 말이지만 농담이 농담이 아닌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모르면 세이지 펀드에 가입하라.
앵커와 기자가 동시에 언급한 이야기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
-그렇다면 세이지의 실적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설명하는 것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는 지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 발표가 그려졌다.
-지난 분기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분기 실적은 매출 약 48억 달러, 영업이익 약 28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번 분기는 지난 분기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 약 55억 달러, 영업이익 약 35억 달러를 예상합니다.
-대단하군요. 이제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곳인데 실적이 무시무시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무엇이 또 있는 겁니까?
기자의 말에 앵커가 놀란 듯이 물었다.
앵커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화면에 보이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산하 계열사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조금 전 제가 말씀드린 예측 실적은 자회사들이 지난 분기와 같은 실적을 내놓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미래해운. 현재 해운 운임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1년 전에 비해 다섯 배가 오른 수치입니다. 게다가 미래해운을 인수한 뒤 공격적으로 운송선을 늘린 덕분에 현재 실적 상승치가 다른 해운사들을 압도하는 수치가 나올 것이 확실시됩니다.
화면은 미래해운에 이어 세계 각지에 널려 있는 광산들로 바뀌었다.
-원자재가 폭등하며 광산 가치가 천정부지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특히 세이지가 보유하고 있는 광산들은 배터리의 핵심으로 불릴만한 것부터 전통적인 원자재에 속하는 구리와 철광석까지 폭넓은 상황입니다. 이것들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구입했을 때보다 10배의 가치 상승이 예상됩니다.
다음으로 SOOM을 비롯하여 스타트업 회사들이 보여졌다.
하나하나 코로나 시대에 주목을 받는 사업들로 그것들 하나하나가 가진 가치가 미래해운에 못지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보인 것이 조로였다.
-조로. 현재 활동하는 계좌 수가 7,000만 계좌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조로를 통해 거래되는 거래대금은 뉴욕 3대 지수의 거래대금의 1/1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렇게나 많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것도 보수적으로 판단했을 때 1/10로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가 공개가 안 되고 있기에 얼마나 많은 돈이 조로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지 정확한 것은 세이지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엄청나군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게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끝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앵커는 하나하나 이야기 들을 때마다 놀라운 이야기뿐인 상황에 더는 놀랄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황당하다는 표정까지 지어 보일 정도였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테라입니다.
-아~ 이야기 들었습니다. 테라의 지분 10%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네. 현재 테라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즉, 테라만으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50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는 기자의 설명에 기가 막히다 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듣던 것보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세이지 자산운용은 어떻습니까?
-모릅니다.
-네? 모른다니요?
기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대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상장되어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만 세이지 자산운용은 비상장 회사로 정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계에서는 절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보다 실적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분기 영업이익 35억 달러를 세이지 자산운용은 우습게 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5억 달러가 우습다고요?
-펀드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여 역산한 결과 그런 예상이 나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분기 영업이익은 최소 50억 달러 많게는 100억 달러 이상을 예상합니다.
-100억 달러라니…….
앵커는 놀란 얼굴로 기자를 바라봤다.
기자는 그런 앵커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시장의 지배자는 세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세이지를 시장의 지배자로 칭하는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처음 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