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화 중요한 정보를 모두와 공유한다
나스닥은 15,000을 앞에 두고 상승폭을 줄였다.
14,000 넘어 어느새 15,000까지 하락 없이 올라온 나스닥이 의미 있는 지수대를 눈앞에 두고 숨 고르기에 돌입한 것이었다.
14,000이 뚫리기 전부터 계속하여 하락을 외치던 이들은 여기야말로 고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매도를 친 후 거액의 손실금을 떠안고 있는 기관들도 여기까지 온 이상 끝을 보겠다며 포지션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15,000까지 끌고 온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긴장한 모습으로 시장을 바라봤다.
어떻게든 여기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힘으로 끌고 오기는 했지만, 이 이상은 개인 투자자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풍이 오기 전날 찾아온 고요함처럼 시장은 차분하게 움직여 갔다.
여름휴가가 끝이 나고 뙤약볕이 한풀 꺾어진 초가을 날씨만큼이나 시장은 언제 찬 바람이 불어올지 몰라 걱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시장에 특별한 뉴스가 전해졌다.
[렌터카 업체 허스 내년부터 2년 동안 테라의 보급형 모델 10만 대 구매 결정]
세계 최대 렌터카 업체로 평가받는 허스가 내년부터 테라로부터 보급형 모델의 전기차 10만 대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시장에 알려진 것이었다.
렌터카 업체 허스의 임시 최고경영자인 마크 펄스는 “현재 많은 고객이 전기차를 렌트 할 의향을 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기차는 갈수록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허스는 3년 내 공항과 같은 주요 요지에 4,000개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하여 전기차 시장의 확산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허스의 발표에 테라의 주가는 단숨에 10% 이상 상승했다.
전기차가 몇몇 얼리어댑터로 표현되는 일반 수요자에서 렌터카 시장으로 확산하여 시장의 주류로 발전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투자회사인 웨드 시큐리티는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많은 렌터카 업체가 허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렌터카를 통해 전기차를 운전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일반 소비자로 변해 테라의 전기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테라의 목표 주가를 700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웨드 시큐리티의 뒤를 이어 속속 투자회사들은 테라의 목표가를 상향했다.
허스를 필두로 하여 전기차에 대한 시각이 바뀌게 된 것에 이제까지 테라를 안 좋게 봤던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라의 노아 스미스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실적 발표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테라의 전기차 생산 대수는 상장 초기에 비해 2배가 늘어난 분기당 24만 대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연말까지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모든 공장이 100% 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내년 예상 생산 대수는 150만대로 현재보다 50%가 늘어난 숫자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테라의 연간 성장률은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말을 더하여 테라 주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노아 스미스는 실적 발표 마지막 자리에서 의미 있는 말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재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생산이다”라며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한 것이었다.
그는 150만 대의 생산 목표를 이루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시장이 공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아닌 공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던졌다.
폭발적인 수요를 반도체가 따라갈지 걱정된다는 노아 스미스의 말에 반도체 관련주들이 폭등했다.
생각 이상의 수요 폭발에 생산 현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현재 시장에서 가장 트랜디한 업체의 대표가 이야기한 것에 투자자들은 마음 놓고 투자를 늘려갔던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 반도체 회사 주가가 10%가 넘는 상승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2~3위권 회사들의 주가가 하루 30%가 넘게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반도체 회사의 폭등은 장비 회사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장비 발주가 이미 수년 치가 쌓여 지금 장비 발주를 넣어도 언제 물건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며 주가의 폭등을 불러온 것이었다.
장비 회사 다음은 반도체 소재 관련 회사들 차례였다.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다는 소식에 반도체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들 또한 업계의 활황에 함께 포함되어 주가가 폭등한 것이었다.
테라로 이어진 폭등의 릴레이가 반도체, 장비, 원자재까지 이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런 릴레이는 반도체를 넘어 다른 산업에까지 번져 나갔다.
시장은 무겁게만 느껴지던 15,000을 단숨에 돌파해 버렸다.
한진영은 15,000이 넘어가는 순간을 자산운용의 홍대민 등과 함께 지켜봤다.
“엄청납니다.”
“거래소 서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래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홍대민의 감탄에 이어 최수찬이 현재 거래소 시장에서 전해진 소식을 이야기했다.
한진영은 잠시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제가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홍대민은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말씀을 듣고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 기세면 15,000이 아니라 16,000도 갈 것 같습니다.”
홍대민의 곁에 있던 최수찬도 한마디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미칠듯한 매수세가 눌렸던 시간만큼 폭발적으로 시장에 휘몰아치는 것을 보고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홍대민과 최수찬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16,000까지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16,000까지 가는 겁니까?”
감탄사를 내뱉으며 던진 말에 한진영이 동의하자 더욱 놀란 표정을 최수찬은 지어 보였다.
곁에 있던 홍대민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16,000까지 간다는 건 지금의 상승이 테라에서 일어난 이벤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산업 전반으로 상승세가 번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가지 자리하고 있었다.
“공매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홍대민의 질문에 한진영은 조정실에 보이는 수많은 모니터를 확인하며 오히려 되물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뜻밖에 질문이 되돌아오자 홍대민은 급히 최수찬을 돌아봤다.
최수찬은 한진영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이미 전화기를 잡고 어딘가로 전화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홍대민의 시선을 받자 앞에 걸려 있는 모니터 중 하나를 가리키고 말했다.
“지금 화면에 나올 겁니다. 우선 테라입니다.”
최수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는 테라의 공매도 비율이 그려졌다.
“실적 발표가 있기 전까지 테라의 공매도 비율은 50%를 넘었었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를수록 공매도 비율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도 안 되는군요.”
한진영이 가파르게 떨어져 내린 그래프를 바라보고 말했다.
최수찬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었다.
“실적 발표날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감소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 때문인지 테라의 주가도 크게 상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500달러 근처에서 머물던 주가가 지금은 어느새 700달러를 넘어가고 있었다.
실적 발표 이후 4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이 상태에서는 주가의 고점을 감히 예상하지 못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공매도 손절 물량이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이겠군요.”
“저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수찬은 한진영의 말에 동의하고 뒤에 앉아있는 직원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화면에는 테라에 이어 주요 회사들의 공매도 비율이 그려졌다.
테라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회사가 공매도 비율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매도를 친 기관들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손절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아직 이런 사실이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죠?”
한진영의 말에 최수찬이 여러 회사의 공매도 변화 모습이 수치로 표현되어 보이는 화면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이야기해야 하는 쪽이 공매도로 인해 손실을 본 곳들이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죠.”
한진영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고 조지훈을 불러들였다.
“네. 부르셨습니까?”
“이 데이터 조로의 미하엘 퍼터에게 전해서 조로 앱을 통해 공개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에게 지시를 마친 한진영이 놀란 표정의 홍대민과 최수찬을 돌아보고 말했다.
“자기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우리라도 해야죠. 이런 중요한 정보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감출 수는 없으니까요.”
한진영은 고개를 돌리고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16,000까지는 무조건 갈 겁니다.”
한진영은 말을 하고 나스닥 차트 Y축에 그려진 16,000이라는 숫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
미국 국민의 1/3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별명이 붙은 조로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매매프로그램이었다.
깔끔하고 빠른 속도가 장점이며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몇몇 언론에서는 조로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데이터를 세이지가 무상으로 사용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용자들은 그 값을 수수료 면제로 대신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거래 수수료도 내고 데이터도 가져다 쓰는 만큼 조로가 오히려 양심적이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이제 거래 프로그램으로서 조로의 입지는 압도적이었다.
미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한 시점에서 조로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조로의 프로그램에 처음 보는 메뉴가 나타났다.
메뉴를 최소화하여 앱의 속도에 치중했던 조로였기에 메뉴의 추가는 조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궁금증을 안겨다 줬다.
“이게 뭐냐?”
대학교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있는 대학생이 맞은 편에 앉아있는 친구를 향해 물었다.
“너도 조로 보고 있냐?”
“지금 그럼 조로를 보지 뭘 보겠어?”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은 대학생은 맞은 편에 앉아있는 친구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생긴다는 거야?”
대화하면서도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친구는 화면 속에서 돌아가는 숫자를 보고 말했다.
“카운트다운 들어갔는데? 공지 같은 거 없었냐? 새로운 메뉴가 추가된다는 공지 말이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뭐 들어본 거 없어?”
“있겠냐? 매매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수업 들으랴, 매매하랴 몸이 하나밖에 없는 걸 아쉬워하던 친구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속도 느려질까 봐 이상한 메뉴는 안 집어넣는 조로가 웬일로 메뉴를 추가했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 아닐까? 지난번에 세이지 포지션 공개하는 메뉴 추가했을 때처럼 말이야.”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정말 요긴하게 잘 쓰기는 했어.”
“그래. 후행성이라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시험 보고 채점할 수 있는 해답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놈들이 말만 많았어.”
자기들의 투자가 맞는지 채점할 수 있다는 것에 세이지의 포지션이 공개되는 것을 만족해하는 대학생은 이제는 숫자가 분 단위로 떨어진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만큼 잘 써먹을 수 있는 거였으면 좋겠는데…….”
“뭐가 됐건 1시간만 지나면 알 수 있겠다. 그런데…… 수업은 어떻게 하지?”
“수업? 하루 제낀다고 큰일 나겠냐?”
“하긴 이게 더 중요하지. 수업이 무슨 상관이야.”
주식 매매를 통해 일 년 학비를 한 달 만에 벌어들일 수 있었다.
오늘 하루쯤은 수업을 듣는 것보다 조로의 새로운 메뉴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카운트다운이 다 끝이 나자 조금 전까지 숫자가 돌아가던 화면에 새로운 것이 보였다.
“공매도…… 포지션?”
“이게 뭐야? 각 주식에 공매도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알려주는 메뉴야?”
“이거 봐라. 자세히 나온다. 종목마다 자세히 나와. 전 일과 과거 공매도 추이도 그래프로 나오고…….”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고 생각했는지 이것저것 종목을 눌러보며 공매도 상황을 확인했다.
실시간은 아니지만 거래소 시스템에서 바로 불러들여 보여주는 것으로 누구보다 빨리 공매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메뉴였다.
“잠깐만.”
이것저것 눌러보던 친구를 멈춰 세우고는 고개를 들어 친구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테라 확인해 봐.”
“테라? 내가 조금 전에 봤는데? 왜?”
“테라 공매도 추이를 자세히 확인해 봐.”
“그러니까 조금 전에 확인해 봤어. 그런데 뭐가…….”
갑자기 테라의 공매도를 확인하라는 말에 다시 테라를 확인하던 친구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공매도 쳤던 물량이 사라져 버렸네.”
“그래. 소문에 공매도 쳤던 곳들이 거액의 손실을 보고 손절을 했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듣기는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이럼…… 위에서 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없다는 뜻이잖아.”
“내 말이…… 테라 더 가겠다.”
“다른 곳들은…… 다른 곳들은 어떻지?”
테라에 공매도 시체가 늘어졌다는 사실에 다른 곳들은 어떤지 급히 확인에 들어간 두 사람은 공매도로 유명한 곳들이 모두 쓰러져 버린 것을 확인하고 입을 벌렸다.
“뭐야. 이것들 몰래 손을 털고 있었네.”
“그러니까 말이야.”
“안 되겠다.”
공매도 세력이 손을 턴 것을 확인하자 그동안 관심 있게 보던 종목을 매수하며 친구는 말했다.
“우선 사고 보자. 너도 빨리 사. 가격 오르기 전에 말이야.”
“그러는 게 낫겠지?”
“그 말하는 사이 테라는 1%나 올랐다. 우선 사고 말해.”
말하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말없이 관심 종목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처럼 말없이 휴대폰을 조작하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캠퍼스는 물론이고 도심 유흥지와 한적한 카페 그리고 도서관에서까지 보였다.
조로의 새로운 메뉴가 공개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더욱 강력하게 매수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