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화 실패했다면 값을 치러야 한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과 함께 세이지 자산운용을 찾았다.
그리고 곁에서 한진영이 내리는 지시를 가만히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기절하겠구먼.’
레이 젠슨은 놀랄만한 상황이 펼쳐지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모든 지시를 마치고 뒤로 물러난 한진영을 향해 말을 걸었다.
“다른 투자자들이 알면 놀라겠어.”
레이 젠슨의 말에 팔짱을 낀 한진영이 가만히 웃었다.
“글쎄요. 저는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이것도 다 공개할 생각인가?”
“공개가 되지 않겠습니까? 조로에서 확인이 가능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이 일시에 무너지지 않겠나?”
“그러지 않을 겁니다.”
한진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 젠슨은 일괄적으로 매도 신호를 내는 조정실의 화면을 바라봤다.
6,000대부터 끌고 오던 물량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세이지 자산운용 산하 모든 트레이딩 팀이 달라붙어 쪼개 내놓고는 있지만 충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는지 물량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출렁였다.
레이 젠슨은 순간적으로 하락봉이 나온 뒤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올라가는 차트를 바라보고 말했다.
“보게. 아직 제대로 물량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시장이 출렁이지 않나?”
“하지만 금방 제자리를 찾아 올라왔으니, 충격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개를 돌리고 레이 젠슨을 바라본 한진영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을 들으며 화면을 바라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지.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물량을 내놓지도 않은 것에 저렇게 하락봉이 그려지고 있으니 제대로 물량이 터져 나오면 하락봉 또한 길어지고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겠나?”
“그러지 않기 위해 이곳에 제가 찾아온 것 아닙니까?”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최수찬 부사장을 불러들였다.
“초조하게 생각하고 하지 마세요. 한동안 16,000 위에서 자리하고 있을 테니 천천히 정리해도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언제 하락할까 조바심 내며 좋지 못한 가격에 던지려 하지 마시고 좋은 가격에 우리가 유리한 자리에서 정리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수찬 부사장이 대답한 것을 확인한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제 루터 컴퍼니로 가시죠.”
“루터 컴퍼니로 가자고?”
“네. 오늘 바쁩니다. 루터 컴퍼니에 갔다가 인베스트먼트도 들려야 합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까지 간다고? 오늘 하루에?”
“수확 철의 농부는 밤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세이지 자산운용의 조정실을 나섰다.
레이 젠슨은 조정실 모니터링 화면을 통해 세이지 보유 매도 물량이 출회되는 것을 흘깃 바라보고 빠르게 한진영의 뒤를 따랐다.
“다 확인하지 않고 갈 셈인가?”
“물량 정리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텐데 여기 계속 서서 매도하는 걸 지켜볼 수는 없지요. 그리고 어련히 잘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지금까지 홍 사장이 하는 걸 보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믿고 맡기기에는 금액이 너무 많지 않나?”
세이지가 정리해야 할 물량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도 전체 물량이 아닌 일부 물량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5,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한진영은 대기하고 있던 차 문을 직접 연 뒤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이 정도 금액도 믿고 맡기지 못하면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금액을 어떻게 믿고 맡기겠습니까?”
“앞으로 더 커진다고?”
“블랙문이 현재 운용하는 금액이 얼마지?”
한진영은 대기하고 있던 조지훈을 돌아보고 갑작스럽게 블랙문의 운용 금액을 물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년 기준 3조 8,000억에 올해 4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지훈의 대답을 들은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레이 젠슨을 빤히 바라봤다.
레이 젠슨은 갑자기 블랙문의 운용 금액을 물어본 뒤 자기를 바라보는 한진영과 조지훈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한진영을 향해 황급히 물었다.
“설마…… 블랙문 규모로까지 키우려 하는 건가?”
“저는 그 이상을 원합니다.”
한진영은 여전히 오른손으로 차 문을 잡은 채로 왼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1조, 1조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1조를 돌파하면 2조까지는 순식간에 늘어날 테고 3조와 4조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금 5,000억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지요.”
“자네…… 지금 이야기하는 돈의 단위가 달러라는 건 알고 있지?”
“하하하.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레이 젠슨의 말에 크게 웃은 한진영은 차 안을 향해 손을 내밀고 말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시간이 늦었습니다.”
재촉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 가면서 더 이야기해야겠어. 3조, 4조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고? 허허허. 4조 달러가 마음먹으면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야?”
평생 일군 브릿지랜드 어소시에이츠를 한진영에게 넘길 때 운용 금액이 1,200억 달러였다.
레이 젠슨이 월스트리트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금액이 1,000억 달러를 넘긴 수준이었다.
그런데 한진영은 1조 달러를 넘어 3조, 4조 달러를 이야기했다.
레이 젠슨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차 안에 몸을 실었다.
한진영을 그런 레이 젠슨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 짓고는 조지훈을 향해 어서 가자는 뜻을 담은 손짓을 건넸다.
한진영과 레이 젠슨 그리고 조지훈을 탄 차가 세이지 자산운용을 나와 루터 컴퍼니로 향했다.
***
16,000을 넘긴 시장은 이제 더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16,200을 하루 만에 넘겼으며 16,100까지 빠진 뒤 16,400까지 단숨에 달려 올라가기도 했다.
시장은 내일이라도 17,000에 도달할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16,500을 앞둔 시점에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완만한 상승이기는 했지만 12,000부터 16,500까지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이쯤에서는 쉬어야 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도 가격 조정을 시장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기간 조정을 통해 소진된 힘을 비축하려 했다.
모든 종목이 함께 올라가는 다 함께 상승에서 탈피하여 조정과 상승 종목이 번갈아 나오는 순환매 장을 시장이 선택한 것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16,500을 눈앞에 둔 지점에서 더는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종목에 따라 급등하는 종목이 번갈아 나왔다.
지수는 제자리에 서 있지만 종목별로 급등이 나오는 시장으로 점차 바뀌어 갔다.
증시가 숨 고르기를 하는 와중에도 원자재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원유의 상승은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원유의 상승은 대한정유의 회장을 뉴욕으로 찾아오게 했다.
“어서 오십시오. 오시는 길이 편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사는 됐고…….”
한진영 앞에 놓인 의자를 직접 빼서 앉은 윤길영 회장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어 있었다.
얼마나 다급하게 이곳까지 왔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윤길영 회장의 이마를 촉촉이 젖게 만드는 땀이 잘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윤길영 회장은 이마를 적시고 있는 땀을 닦아내며 방우열 부회장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방우열 부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길영 회장에게 가지고 온 서류 봉투를 건넸다.
윤길영 회장은 방우열 부회장에게 건네받은 서류 봉투 안을 확인 하지도 않은 채 한진영 앞에 내밀었다.
한진영은 자기 앞에 놓인 서류 봉투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게 뭡니까?”
“계약서네.”
“계약서요?”
땀을 한참 닦아낸 윤길영 회장은 손수건을 품 안에 자리한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
“우리가 지난번에 계약했던 원유 인도 계약서에 대한 추가 계약서네.”
“뭘 추가한다는 거죠?”
“50달러에 자네가 가지고 있는 원유를 모두 인수한다는 계약서네.”
“50달러요?”
한진영은 윤길영의 말에 가만히 웃었다.
한진영의 표정을 살피던 방우열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진영이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웃는 얼굴로 윤길영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원유 가격은 서부 텍사스산 선물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어가고 있었다.
1년 전에 0달러를 깨고 내려가 마이너스 40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떠올린다면 1년 만에 140달러가 넘게 올랐던 것이었다.
처음 세이지와 계약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가격은 하늘 위의 구름도 뚫고 올라간 상태였다.
“회장님.”
한진영은 웃는 것을 멈추고 윤길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처음 저와 계약을 맺었을 때를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제 기억에는 분명 제가 제발 사달라고 부탁하여 맺은 계약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 기억이 틀립니까?”
“아니네. 맞네.”
한진영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제 기억에는 분명 처음 만남 자체가 대한정유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만난 자리였을 겁니다. 그곳에서 회장님께서 직접 저희의 원유를 사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도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겁니까?”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품 안에 들어가 있는 손수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이제는 식어버린 이마를 훔쳤다.
민망한 듯이 메마른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아낸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기억하는 게 맞네.”
“그런데 어째서 50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한 회장님.”
곁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방우열 부회장이 윤길영 회장을 대신하여 나섰다.
“세이지는 거의 거저 원유를 손에 넣으신 것 아닙니까? 그걸 50달러에 판다고 하면 원유수송선에 지금까지 실어놓고 있던 돈을 제하고도 큰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방 부회장님. 말씀을 이상하게 하시네요.”
웃고 있던 한진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가 제발 사달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대한정유가 마치 큰 호의라도 베푼다는 식으로 저에게 먼저 제안하여 이루어진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실거래가의 반 토막도 안 되는 돈으로 거래하자고 한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혹시 저와 싸우자고 여기에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세이지와 싸우겠습니까?”
“그러게요. 대한정유가 저희와 관계가 나빠졌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나간다면 대한정유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뻔히 아시면서 저와 싸우려 하는 것은 아닐 테고…… 그러면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진영은 굳은 얼굴로 앞에 놓인 서류 봉투를 슬쩍 내려다본 뒤 말했다.
“제가 그동안 대한정유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YES’라고 말해서 이번에도 ‘YES’라고 말할 줄 알고 오신 겁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가지고요?”
한진영은 윤길영 회장을 돌아보고 물었다.
한진영의 말에도 윤길영 회장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애꿎은 이마만 계속 닦아냈다.
그도 사람인지라 지금 자리가 민망하게 느껴지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시선을 한진영과 마주하지 못한 채 윤길영 회장은 계속 한진영의 시선을 외면하기만 했다.
결국, 이번에도 방우열 부회장이 윤길영 회장을 대신하여 나섰다.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100달러를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50달러라는 제안이 터무니없다는 것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알고 있는데도 저에게 찾아와 제안하신 겁니까?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한진영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급히 방우열이 양손을 들어 올려 한진영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그동안 대한정유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오늘은 참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하고 이야기하셔야 하실 겁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대한정유의 지분이 작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확보하신 5%와 그 전에 확보한 5% 그리고 엑슨모빌을 통해 우회하여 확보한 7%까지…… 세이지가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대한정유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방우열은 숨김없이 현재 대한정유에서 파악한 세이지의 지분을 그대로 다 이야기했다.
한진영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 방우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몸을 물렸다.
“그럼 말씀해 보십시오. 저에게 찾아와 이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방우열은 한진영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했다.
“후우~. 회장님. 세이지가 확보한 5,000만 배럴의 원유를 현재 거래가 기준인 100달러로 책정하여 인수하다가는 저희 대한정유가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엄살이 심하십니다.”
“엄살이 아닙니다. 회장님 50억 달러입니다.”
방우열은 한진영을 향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한진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 한화로 따지면 6조 아닙니까?”
“그러니 엄살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6조면…… 세이지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저희 회사 시가총액이 얼마인지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시지 않습니까? 기껏 해봐야 9조가 좀 넘는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6조라는 돈을 어디서 마련하여 어떻게 지불해야 할지 저희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한진영은 방우열을 말없이 가만히 바라봤다.
방우열은 한진영의 시선을 피하고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꽤 많은 수익을 올리기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가의 고공행진과 꽤 괜찮은 정제마진으로…….”
“2조의 순이익을 올리셨지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방우열은 애원하는 목소리로 급히 한진영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그래 봤자 2조입니다. 원유 가격 6조에 한참 모자란 금액입니다.”
한진영은 굳었던 얼굴을 살며시 피고는 윤길영을 돌아보고 물었다.
“50달러라면 괜찮으신 겁니까? 그래도 3조인데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윤길영은 대답하기보다 방우열을 돌아봤다.
방우열에게 대신 이야기하라는 것으로 윤길영은 민망해서 말하지 못하겠다는 뜻이 다분히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우열은 그런 윤길영의 시선에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3조 정도는 저희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떠듬거리며 대답한 방우열을 보고 한진영은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됐다.
‘이것들이 장사하려고 하는구나.’
6조가 안 된다면 3조도 안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았다.
1년 동안 엄청난 호황으로 역대 최고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하는 게 2조인 회사가 3조를 마련할 방법이 없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3조라면 어떤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진영은 그들이 생각하는 방법이 자기에게 원유를 사서 다른 곳에 넘기는 것이라는 것임을 눈치챘다.
‘100달러짜리를 50달러로 깎는 게 민망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곳에 팔려니 민망해서 땀을 그렇게 닦은 거였어?’
한진영은 웃음을 참으며 윤길영과 방우열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들이 장난을 치러 온 만큼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여 큰 이득을 보려 하다가 실패했다면 위험에 대한 값을 치러야 하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대한정유에 세이지를 놓고 장사를 하려 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