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화 기분이 좋아진다고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한진영의 말에 윤길영과 방우열이 한진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진영은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 후 말했다.
“저와 맺었던 지난 계약을 파기시켜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뭐라고요?”
깜짝 놀란 두 사람을 향해 한진영은 계속 이야기했다.
“들으신 대로입니다. 기존 계약을 저희 쪽에서 파기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십시오.”
“한 회장님.”
“그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50억 달러가 부담된다면 파기하는 편이 나으니 말입니다.”
“회장님. 그건…….”
방우열이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이지의 한진영이 이렇게 고자세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대한정유와 세이지의 관계는 세이지가 대한정유에 부탁하는 관계였다.
세이지가 미국에 넘어간 이후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대한정유가 세이지에 부탁하기보다는 세이지의 어려움을 대한정유가 풀어주며 주고받는 정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이번도 부탁하기는 하지만 세이지가 거절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끽해봐야 50달러에서 가격을 올리는 정도로 세이지가 나온다고 생각한 대한정유였다.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60달러. 60달러에서 장기계약을 맺는 것으로 말입니다.”
한진영이 방우열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자 방우열은 새로운 제안을 계속 이야기했다.
“60달러가 부족하다면…… 65달러. 아니. 70달러까지 저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70달러에 계약을 체결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한진영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대화 몇 마디로 50달러가 70달러가 됐군요. 여기서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면 100달러가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100달러는 부담이 됩니다.”
“100달러에 다른 곳에 팔아야 되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요? 회장님?”
한진영은 윤길영 회장을 돌아봤다.
윤길영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이마를 닦아내던 손수건을 멈추고 놀란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제가 모를 거로 생각하신 겁니까?”
“그게…… 한 회장.”
“회장님. 그동안 저와 오랜 시간 좋은 관계를 맺어온 걸 이런 식으로 내팽개치고 싶으십니까? 겨우 돈 몇 푼 때문에요?”
한진영의 말에 윤길영은 부끄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진영을 속이려 한 방우열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들의 속내를 다 눈치채고 이야기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더는 할 말이 없어져 버리고 만 두 사람이었다.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제가 마지막 제안을 하겠습니다. 세이지에서 원유를 받아넘기려고 했던 곳의 리스트를 세이지에 넘기십시오. 그곳과 우리가 직접 거래하겠습니다.”
“한 회장님. 그건…….”
방우열이 한진영의 제안에 난색을 보였다.
“그건 저희가 뚫은 계약입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겁니까?”
“회장님. 저희가 비록 회장님을 기만하려 했지만…… 저희가 만들어 낸 거래선을 빼앗으려 하시는 것은…….”
방우열은 너무 염치없는 짓이 아니냐고 말을 하려다 말았다.
자기들이 한 짓이 더 염치가 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한진영은 뻔뻔하게 마지막까지 얼굴에 철판을 깔지는 못한 방우열을 바라보고 웃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한진영은 얼굴을 닦고 있는 손수건을 내려뜨린 윤길영 회장을 돌아보고 말했다.
“오랫동안 대한정유와 쌓은 정을 저도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000만 배럴을 대한정유에 50달러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래대금은 현금이 아닌 대한에너지의 지분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에너지 지분을 요구하는 게 어떻게 우리와 쌓은 정을 무시하지 않는 제안이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방우열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윤길영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한진영은 이제야 입을 연 윤길영 회장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가격을 생각한다면 50달러라는 가격에 넘긴다는 것은 제가 큰 선의를 베푼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저희가 5,000만 달러를 손해 보고 넘기는 것이니까요.”
“그건…… 그렇기는 한데…….”
“600억입니다. 600억을 대한정유와의 정을 생각해서 저희가 손해 보고 넘긴다는 것입니다. 설마 이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크흠.”
윤길영은 앓는 소리를 내뱉고 고개를 숙였다.
600억이 자그마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세이지를 통해 얻으려는 이득을 생각한다면 600억은 우스운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윤길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금을 대한에너지의 지분으로 받겠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그게 저희를 위해서 하신 제안이라는 말씀입니까?”
방우열이 한진영에게 질문했다.
한진영은 방우열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대한정유를 위해 한 선택입니다.”
“어떻게 저희를 위한 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방우열이 공손한 말투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이미 주도권이 완벽히 넘어간 상황에서 한진영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지금 자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방우열의 부탁에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한에너지에 신규공장 증설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원유 수입에 투입할 돈으로 신규공장 증설에 쓰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외부에 저희가 대한에너지에 투자하여 공장증설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대한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겁니다.”
“외부에는 대금 지급이 아니라 투자로 발표하라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대한정유 입장에서는 600억에 대한 이득에 더해 대한에너지의 주가 상승과 관심까지도 함께 얻게 되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됩니까?”
한진영의 말에 방우열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의 이야기대로 세이지가 대한에너지에 투자한다는 사실이 전해진다면 얻게 될 이득이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기들은 한진영을 기만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호의로 대접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방우열은 부끄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 한 회장님의 호의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방우열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반으로 접어 인사했다.
“이런 한 회장님의 마음도 모르고 이렇게 찾아온 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세이지의 말이라면 그대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곁에 대한정유의 오너인 윤길영 회장이 앉아있었지만, 방우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을 그대로 한진영에게 전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건 방우열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미안하긴 하네. 자네를 속이려 했으니 말이야.”
윤길영은 앉은 채로 작은 소리로 사과했다.
한진영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방우열을 자리에 앉히고 말했다.
“그럼 저는 제안을 받아들인 거로 생각하겠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연락해서 바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저도 사무실에서 나가면 바로 서울에 연락하여 리스트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방우열이 약속하자 한진영은 가볍게 웃고는 그러자는 말을 남긴 후 조지훈을 불러들였다.
“언론에 우리가 대한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내용을 전하도록 해.”
뒤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윤길영과 방우열은 한진영에게 다시 사과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조금 더 있으라는 한진영의 말에도 두 사람은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긴 후 돌아갔다.
윤길영 등을 배웅하고 돌아온 조지훈은 이제서야 씩씩대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저것들 미친 것 아닙니까?”
“조 실장 얼굴을 보니 참느라 고생했다는 느낌이 확 드네.”
“뒤에서 참느라고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윤길영 등이 있을 때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진영의 지시를 듣던 조지훈이었다.
그런 그가 일이 모두 끝나자 벌게진 얼굴로 화를 참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회장님. 왜 봐 주신 겁니까?”
“내가 봐준 것 같나?”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봐주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래서 억울한가?”
“왜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저들은 회장님을 기만하기 위해 찾아온 놈들입니다.”
조지훈은 윤길영 등이 떠나간 문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가 참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이제는 대한정유는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우리 힘이 강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돌아가기 전에 나한테 그렇게 설설 기는 모습으로 인사를 하기까지 한 거지.”
“인사 값이 너무 비쌉니다.”
조지훈은 여전히 한진영이 봐준 것에 불만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께서 약속을 지키라고 저들을 몰아붙여도 찍소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금액이 너무 커서 저들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눈물이라도 흘리게 해야 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눈물을 흘리면? 그게 돈이 되나?”
“네?”
벌게진 채로 화를 내던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이 다시 물었다.
“윤 회장과 대한정유가 곤란에 처하는 게 돈이 되는 일인가?”
“그건 아니지만…….”
“윤 회장과 대한정유가 곤란해서 내 속이 시원해지는 게 돈을 버는 일과 관련 있던가?”
“그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해야 하지?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럼 내 기분이 좋아진다고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와?”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항상 한진영이 강조한 한진영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그의 머릿속에서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한진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돈으로 그들이 오늘 나에게 한 짓에 관한 벌을 내렸지?”
“네? 벌을 주셨다고요? 오늘 분명 오히려 은혜를 내린 것 아니었습니까?”
“은혜?”
한진영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조지훈에게 말했다.
“나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왜 은혜를 내려? 내가 저곳에 계시는 분도 아닌데?”
한진영은 말을 하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고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분명 현재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대한정유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라 5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이득으로 남겨주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대한에너지의 지분을 받는 것으로 당장 돈이 한 푼도 안 들어가게 해주지 않으셨습니까? 대한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발표를 통해 대한에너지에 힘을 주는 일까지 도와주셨고 말입니다.”
조지훈은 여기서 무엇이 벌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모든 것이 은혜로 보이는 상황에서 벌을 줬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의 모습에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지. 겉으로 보면 내가 속도 좋게 대한정유에게 또 한 걸음 물러난 것처럼 보이겠지.”
“아니란 말씀입니까?”
“조 실장이 느끼기에는 내가 그렇게 속이 좋은 놈이던가?”
조지훈은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속이 좋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먼 게 한진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표정만 봐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는 게 보이는구먼.”
“죄송합니다.”
“아니야. 사과할 필요 없어. 조 실장이 날 잘 보고 있는 거니까.”
급히 자기 생각이 표정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것을 조지훈이 사과했다.
하지만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고 말했다.
“맞아. 나는 속이 좋은 놈이 아니야. 그래서 대한정유의 이번 일을 그냥 두고 보고 넘어가지 않기 위해 대한에너지의 지분을 요구한 거야.”
“그럼 벌이라는 게…….”
“대한에너지의 지분.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한에너지의 지분. 그게 바로 대한정유가 나한테 잘못한 것에 대한 벌이야.”
조지훈은 설명을 듣고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조지훈을 향해 설명을 더한 지시를 내렸다.
“현재 대한에너지의 시총이 2조쯤 되던가? 거기에 600억이라면 3%쯤 되는 거지? 이것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니겠지만…… 우리는 여기저기에 꽤 많은 대한에너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제 대한에너지의 지분을 모으도록 해봐. 세이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세이지 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에너지의 지분에 내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까지…….”
“대한에너지 유증에 참여하셔서 개인적으로 취득했던 지분까지 말입니까?”
“그래.”
한진영이 개인적으로 취득했던 지분은 윤길영도 잊었을 만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원유 대금을 대한에너지의 지분으로 달라고 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이것들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다 모으도록 해.”
“회장님 지분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자기가 대한정유의 관련된 사람이 아닌데도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한진영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한에너지 지분이 4% 정도가 됐다.
거기에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세이지 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도합 15%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보유하게 된 3%의 지분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알겠지만 20%는 가볍게 넘는 지분이 한곳에 모이는 겁니다. 대한정유 입장에서는…… 똥줄이 타겠는데요.”
“똥줄만 타겠어?”
한진영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어졌다.
“적대적 M&A가 가능한 숫자야. 그리고 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갔으니 자산운용에서는 새롭게 대한에너지 지분을 획득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3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지.”
조지훈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잠시 상상했다.
대한정유는 적대적 M&A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미 30%까지 지분을 확보한 세이지를 막을 방법은 세이지가 스스로 지분을 내놓는 방법밖에 없었다.
세이지가 적대적 M&A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시장은 언제라도 적대적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이지와 대한에너지를 살필 게 분명했다.
대한정유는 세이지가 지분을 내놓지 않는 한 적대적 M&A라는 중압감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윤 회장은 내 앞에서 이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게 되는 거야. 그게 싫다면 나한테서 웃돈을 주고 지분을 사가야 하는 거지.”
한진영은 조지훈을 바라보고 웃었다.
“어때? 이게 돈을 벌면서 벌을 주는 확실한 방법 아닌가?”
조지훈은 한진영을 보고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 쉽게 은혜를 베푸는 분은 아니시지.’
차갑다 못해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한진영이었다.
그런 한진영이 쉽게 은혜를 베풀었을 리가 없었다.
조지훈은 조금 전 한진영을 향해 왜 아무런 벌도 주지 않았냐고 이야기한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대한정유의 회장까지 이곳으로 날아오게 할 정도로 탐욕이 불타고 있으니 참 큰일이야.”
말로는 큰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조지훈은 한진영의 표정을 보고 그가 지금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시장이 탐욕으로 물들 때.
한진영이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