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화 사건은 강을 건넜다
증시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가상화폐 시장이었다.
이제 투자 시장에서 가상화폐를 나누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은 큰 볼륨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볼륨의 무게감과 달리 여전히 SEC에서는 가상화폐를 정상적인 물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런 시각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었다.
유럽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도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순간 자국 화폐의 지위가 흔들리는 일이기에 어쩌면 이런 모습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보지 않았다.
오직 이미 자국 화폐 가치가 휴지와 다를 바 없는 남미의 몇몇 나라만이 가상화폐를 인정할 뿐이었다.
이런 시장 상황과 달리 가상화폐 가격은 연일 고점을 돌파하며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대표 코인의 가격이 60,0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내년 상황을 살피던 한진영은 조지훈의 보고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래?”
“네. 어제 날짜로 코인 그라운드에 상장된 대표 코인의 가격이 60,000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럼 알론 코인은 어떻게 됐지?”
“알론 코인 가격도 4,000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4,000달러? 하하하. 블랙문하고 코인 그라운드는 돈방석에 앉았겠어.”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알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을 향해 이유를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출혈이 큰 것 같습니다.”
“예치 이자 때문에 출혈이 크다고 하지?”
“알고 계셨습니까?”
이자 이야기는 하지도 않고 그저 출혈이 크다고 이야기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한진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당연히 출혈이 크겠지. 20%도 말이 안 되는 수치인데 30%는 어떻게 감당하겠나?”
한진영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담겼다.
“그것도 지금 투자 시장 분위기가 좋아서 견디는 거지 여기서 하락장이 나오면 견디지 못할 건 불 보듯 뻔하지.”
“말씀대로입니다. 최근 16,000위에서 횡보를 보이자 벌써 버겁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동안 벌어놓은 거로 버티는 걸 거야.”
“어떻게 될까요?”
조지훈이 궁금하다는 듯이 한진영에게 물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올려다보고 웃었다.
“무슨 영화 스포일러 물어보듯이 물어보고 있어?”
“회장님이라면 결과를 알고 계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하.”
너무나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한진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로라 콜린스 총재는 어때?”
“발언의 수위를 좀 올려도 괜찮다고 주문했습니다. 콜린스 총재다 동의하는 모습이었고요.”
“그렇겠지.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타당한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로라 콜린스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연준 이사 중 일부는 내년은 물론이고 내후년까지는 제로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잠시뿐이야.”
한진영은 보고 있던 서류를 잠시 밀어내고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봤다.
달력은 어느새 마지막 장만 남긴 채로 덩그러니 벽에 걸려 있었다.
“내년은 물론이고 내후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한다고? 하하하. 그래. 그런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로라 콜린스가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거겠지.”
한진영은 혼잣말을 내뱉고는 조지훈에게 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금리 인상을 언급하라고 해. 인터뷰를 자청해도 되고…… 지금부터 얼마나 많은 말을 내뱉느냐에 따라 내년 연준 이사 선임 때 정부의 추천을 받을지 아닐지가 결정된다고 이야기하면 대충 알아들을 거야.”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래도 돼. 이미 사건은 강을 건넜어.”
한진영은 희망찬 내년 예상이 나오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화면 속에서는 높아진 유동성이 내년 더욱 폭발하여 나스닥 20,000선 돌파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중이었다.
***
대표 코인 가격이 60,000선을 돌파하자 광풍이 불었다.
알론 코인 가격이 4,000달러를 돌파하자 알론 코인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펼쳐졌다.
하다못해 블랙 코인이라도 사서 예치를 해놓고 있어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뜨거운 적은 없었다.
가상화폐로 부자가 됐다는 사람이 지천으로 널렸다.
가상화폐로 집을 샀다는 사람이 드물지 않았으며, 건물을 샀다는 사람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가상화폐를 하지 않은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됐다.
가상화폐만이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마법의 지팡이라는 분위기에 절실한 사람들일수록 가상화폐에 더욱 매달리게 됐다.
너도나도 가상화폐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높아진 관심에 가상화폐를 알려주겠다는 전문가들까지 같이 늘어났다.
가상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가상화폐에 대해 알려주겠다며 사람들을 모으는 사람까지 생겼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상화폐이기에 전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했다.
내가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면 전문가가 되는 이해할 수 없는 판이 깔리고 말았다.
-듣고 있는 거냐?
한진영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가만히 웃으며 대답했다.
-듣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 동창 중 한 명이 너한테 그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까 렘스던 코인인가 하는 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니 거기에 투자하라고 했다고요?
-그래. 그 친구가 코인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코인을 투자하지 않는 세이지가 안타까워 조언하는 거라고 하니까 너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라. 램스던 인가하는 코인이 굉장히 효율적이어서 앞으로 쓰일 일이 많다고 해. 삼선전자한테 투자받을 가능성도 높고, 미국의 유명 회사…… 어디라고?
아버지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한진영의 아버지에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블랙문…….
-그래. 블랙문이 투자한다고도 하더구나.
한진영은 아버지의 말에 가만히 웃고는 대답했다.
-블랙문이 투자한다고 했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던가요?
-블랙문이 렘스던 코인에 미래를 확인하고 투자해서 제2의 알론 코인으로 만든다고 하니까 너희 세이지도 관심을 가지라고 하더구나.
아버지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한진영에게 말했다.
-이 친구가 예전부터 투자를 잘하기는 했어. 가상화폐도 굉장히 많이 알고 있더구나. 가상화폐만 잘 이용하면 외환거래 때 수수료도 내지 않는다며? 블록체인인가 뭔가는 미래 기술로 무조건 사용하게 될 기술이라고 하고? 4차 혁명이 바로 가상화폐라고 하니까 너도 명심해서 들어.
-네. 알겠어요. 어머니께서는 잘 계시죠?
한진영은 아버지와 코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불편하게 느껴져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그런 한진영의 의도대로 한진영이 돌린 화제에 몸이 쏠렸다.
-엄마는 네 걱정만 한다. 노총각 놈이 결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산다고 말이다. 너 정말 그러고 살 생각이냐? 아버지 친구들은 죄다 손주 봐서 재미있게 산다는데 도대체 너는 언제 애기 안겨줄 생각이냐?
-저 기다리시기보다 차라리 제 동생을 보는 게 빠르지 않으시겠어요?
-어휴. 이놈아. 그걸 말이라고…….
한진영을 답답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한진영은 웃고는 또 전화하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한진영은 전화기를 곁에 있는 조지훈에게 넘기고 말했다.
“아버지 주변에 이상한 똥파리들이 꼬이는 것 같으니까 조 실장이 정리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조금 전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괜히 우리와 엮어서 코인 장사를 해보려는 놈들이 아버지 곁에 다가오는 것 같아. 시장이 어수선하니까 사기꾼 놈들이 날뛰고 있어. 아버지는 한평생 공직 생활만 해서 그런 사람들을 골라낼 수가 없어. 친구라고 해서 다가오고, 친척이라고 해서 다가오면 그저 사람 좋게 내치지 못하고 다 받아들일 분이야. 그러니까 조 실장이 확실하게 쳐내도록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바로 서울에 자리한 직원들에게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서 서울에도 한 번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 실장이 힘들더라도 잘 부탁해. 처음부터 싹을 잘라내야 어쭙잖게 접근하는 놈들이 없어질 테지.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 그리고 친척들까지 잘 살펴. 구설수에서 피하기 위해 재단까지 운영하는데 기운 빠지게 이상한 곳에서 내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전화를 곁에서 들으며 한진영이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진영의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니라고 조지훈도 생각했다.
한진영이 가진 이름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그걸 이용하겠다고 덤비는 놈들이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의 표정을 살피고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만큼이나 화가 나 있는 조지훈의 모습으로 보아 알아서 잘 해결할 것으로 생각됐던 것이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
한진영은 차 문을 열었다.
이미 도착한 차 안에서 통화를 하느라 나오지 않았던 한진영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중요한 통화를 하느라 차 안에서 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이제 들어가셔도 되는 겁니까?”
“네. 가시죠.”
게리 챈슬러의 비서인 제이슨 서튼이 몸을 돌려 앞장서서 걸어갔다.
한진영은 그런 제이슨 서튼의 뒤를 따라 걸어갔으며 조지훈이 뒤에서 따라온 수행원에게 한진영이 조금 전 차 안에서 지시한 내용을 전하며 마지막으로 쫓아왔다.
한진영이 들어간 커다란 컨벤션 센터는 게리 챈슬러의 사진이 애드벌룬에 커다랗게 휘날리며 방문을 반기고 있었다.
***
한진영은 컨벤션 센터에 찾은 수많은 사람을 바라봤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법이 해제되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자유롭게 컨벤션 센터에 마련되어 있는 부스를 이용했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한진영이 릭 앤더슨 부회장을 돌아보고 말했다.
얼마 전 게리 챈슬러에 의해 부회장으로 임명된 릭 앤더슨은 자부심이 담긴 미소를 지은 채로 대답했다.
“이제 사흘 차인데 지금까지 방문한 사람이 약 5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접속하여 강연을 들은 사람은 어제까지 200만 명이 넘는다고 보고됐고요.”
“오늘은 그것보다 많겠지요?”
“그럴 겁니다. 아무래도 오늘 챈슬러 회장님께서 등장하시는 날이니까요.”
한진영은 가볍게 웃고는 다시 컨벤션 센터로 시선을 돌렸다.
웅장하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컨벤션 센터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보여준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행사가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찾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앤더슨 부회장님께서는 제 옆에 계셔도 괜찮은 겁니까?”
한진영이 걱정된다는 말투로 묻자 릭 앤더슨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오늘은 한 회장님 곁에 꼭 붙어 안내하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자칫 경호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저보고 신경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요?”
한진영은 릭 앤더슨의 말에 가볍게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경호가 아니라 감시겠지.’
혹은 광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블랙문과 세이지가 함께 한다는 것을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번쩍.
한진영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은 오래지 않아 증명됐다.
“기자들 막아.”
릭 앤더슨은 번쩍이는 플래시에 블랙문 직원에게 사진 기자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런 소란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었다.
“뭐야? 저기 동양인.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 아니야?”
“곁에 있는 사람은 블랙문의 앤더슨 부회장인데?”
“세이지와 블랙문이 함께하는 건가?”
“그럼 세이지가 블랙문의 블랙 코인에 투자한다는 게 사실이었어?”
사람들은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블랙문의 직원과 행사를 주최하는 주최 측의 직원 그리고 한진영을 따라 컨벤션 센터로 들어온 세이지 직원이 몰리는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몰리는 사람을 모두 막는 것은 버거운 모습처럼 보였다.
“회장님. 위에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도록 하시죠. 잘못하다가는 사고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진영이 릭 앤더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재빠르게 블랙문 직원들이 길을 열기 시작했다.
행사장이 아니라 위에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한진영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한진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 치여 사고가 날 것 같은 행사장에 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통제가 안 되던 상황이 갑작스럽게 통제가 되는 것에 블랙문이 처음부터 통제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진영은 아무런 말 없이 릭 앤더슨의 안내를 따라 움직였다.
블랙문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상황이 바로 한진영이 원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휴~ 이제 한숨 돌렸습니다. 회장님. 언론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최대한 막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한진영은 릭 앤더슨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조지훈을 불러 귓속말을 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럼 여기서 회장님의 발표를 보면 되는 건가요?”
“아? 네. 네.”
릭 앤더슨은 한진영과 조지훈을 잠시 바라보다 한진영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네. 다른 분들도 다 이곳으로 오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몰려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요.”
“잘하셨습니다.”
한진영이 말을 마치고 조지훈을 돌아보자 조지훈이 슬쩍 한진영만 볼 수 있게 휴대폰을 내밀고 귓속말을 건넸다.
“이미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행사에 회장님이 온 것만으로 세이지가 이번 행사를 통해 코인 시장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서실에 연락해서 막으라고 할까요?”
“아니. 괜찮아. 저들이 원한 게 그거니까 그대로 퍼지게 놔두라고 해. 나는 막으라고 알아보라고 한 게 아니라 확인하고 싶어서 알아보라고 한 거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괜찮다고 말하고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잠시 지어 보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한진영이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릭 앤더슨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한진영과 조지훈을 보며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궁금증이 채 풀리기 전에 노아 스미스 등이 방으로 들어오며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제가 늦은 것은 아니지요?”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늦은 건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노아 스미스가 한진영을 향해 인사를 마치자 코인 그라운드의 타일러 버드까지 들어오며 멤버가 모두 모이게 됐다.
“죄송합니다.”
“딱 맞춰 오셨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타일러 버드는 땀을 닦아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늦은 줄 알고서 얼마나 마음이 조급했는지…… 그런데 아직 시작 전이라고요? 분명 지금 시작해야 했을 만한 시간 아닙니까?”
방에 걸려 있는 시계가 예정되었던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타일러 버드는 왜 아직 시작하지 않은 건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릭 앤더슨을 돌아봤다.
노아 스미스가 방에 들어왔을 무렵부터 행사장 쪽과 연락을 이어가던 릭 앤더슨은 타일러 버드의 시선에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송출 장비 쪽에 문제가 있어서 잠시 발표가 늦어진 것 같습니다. 장비 문제는 모두 해결했고 지금 테스트 중이라고 합니다.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회장님께서 나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아 마침 나오시는 것 같습니다.”
릭 앤더슨이 방에 마련되어 있는 화면을 가리키자 그곳에 게리 챈슬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발표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강단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