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화 레일 위에 올라간 순간 내릴 방법은 없다
게리 챈슬러가 제이슨 서튼에게 지시를 내린 지 2시간이 흘렀을 때쯤 게리 챈슬러를 태운 차가 뉴욕 맨해튼 1번가에 도착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래 블록 길로 형성되어 있는 작은 코리아타운에 게리 챈슬러와 그를 수행하는 수행원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회장님. 이쪽입니다.”
게리 챈슬러는 좁은 골목에 낯선 음식 냄새가 풍겨 나오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그마한 간판이 붙어 있는 음식점 앞에 섰다.
게리 챈슬러는 잠시 간판을 올려다본 뒤 안에 들어갔다.
“윽.”
게리 챈슬러는 열흘을 신고 벗어 놓은 양말 냄새에 코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린 채로 서튼의 뒤를 따랐다.
식당 안에서는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크게 들려왔다.
그러나 대부분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말은 게리 챈슬러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되어 있었다.
중국말도 아닌 것이 시끄러운 목소리에 귀가 아파질 지경이었다.
“회장님. 이리로…….”
제이슨 서튼은 게리 챈슬러가 무엇 때문에 이런 표정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는 모습으로 게리 챈슬러를 안으로 안내했다.
“오셨습니까?
판에 올려진 불고기를 먹고 있던 한진영은 물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진영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지훈은 급히 앞치마를 벗고 뒤로 물러났다.
게리 챈슬러는 처음 보는 음식들이 차려진 식탁을 찌푸린 눈으로 내려다봤다.
“나가세.”
“나가자고요? 아직 식사 자리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나가자는 게리 챈슬러의 말에 아직 식사를 끝마치지 못했다고 말한 한진영은 조금 전까지 조지훈이 앉아 있던 의자를 가리키고 말했다.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한번 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대표 음식 불고기입니다.”
한진영이 불판에 올려진 음식을 설명하자 게리 챈슬러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내가 이런 싸구려 음식을 먹으러 온 줄 아는 건가?”
“싸구려 아닌데…… 뭐 싫으시다니 저만 먹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자리에 앉고 불고기를 크게 젓가락으로 집었다.
그리고 여전히 서 있는 게리 챈슬러를 향해 말했다.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오신 것 같은데 앉아서 이야기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서 계시니 식당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합니다.”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말에 그제야 주변을 살폈다.
음식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게리 챈슬러를 알아보는 듯이 이야기를 나눴다.
게리 챈슬러는 최근 방송에서 만들어 낸 이미지를 생각하고는 찡그렸던 표정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한진영은 맞은 편에 앉은 게리 챈슬러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튼 실장님에게 이야기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마침 식사 시간이라서 오시라는 이야기를 제가 듣지 못했습니다. 밥을 다 먹고 찾아뵈려고 했었지요.”
조지훈은 식탁에서 한 걸음 물러나며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사실 제이슨 서튼에게 게리 챈슬러 명예회장이 한진영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식사할 계획이 없었다.
그저 사무실에 앉아 다음 계획을 이야기 나누고 있었던 한진영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가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식사를 하러 나왔고, 일부러 지금 이곳과 같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자기는 가지 않을 것이며 보고 싶다면 직접 오라는 말을 남긴 채 불고기와 청국장을 주문했다.
“쓰읍. 캬~ 좋다.”
한진영은 청국장을 떠서 한입 맛보고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저를 왜 찾으신 겁니까?”
게리 챈슬러는 청국장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토악질이 나려는 것을 겨우 참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자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식사 중인데요?”
“지금 말고!”
게리 챈슬러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치려다 참았다.
여전히 자기가 앉아 있는 쪽을 향해 힐끔거리는 시선을 보고 화를 억누른 채로 한진영에게 다시 말했다.
“방송에 나와서 금리 인상을 이야기한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그게 사실 아닙니까?”
한진영은 오히려 화를 내는 게리 챈슬러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설마 챈슬러 회장님께서는 정말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게리 챈슬러도 얼마 전에 올라온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게리 챈슬러는 잠시 헛기침을 내뱉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중이 주목하고 있는 방송에서 이야기했어야 했나?”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사실을 이야기한 게 잘못됐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해야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네.”
“그러니까 제가 방송에 나와 금리 인상을 이야기한 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는 말씀인 겁니까?”
“그래.”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말에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됐어.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이야기했어야지. 천둥벌거숭이처럼 말부터 내뱉어서는 안 됐다는 말일세.”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한진영은 바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상황에서 조심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진실을 이야기해서 대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것 몰라서 그러는가?”
게리 챈슬러가 한진영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모여든 시선에도 한진영을 향해 소리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지 아닌지가 우리에겐 더 중요해.”
“아니지요.”
한진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아닙니다. 회장님에게만 중요한 일이지요. 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래서 공개적으로 방송에 나와 금리 인상 이야기를 한 건가?”
“뭐…… 네. 저는 상관이 없으니,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지요.”
“이…….”
게리 챈슬러는 능글거리며 웃고 있는 한진영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는? 그건 어떻게 된 건가?”
“그때는 투자 매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진영은 여유 있는 얼굴로 다시 젓가락을 들어 불판에 잘 익어가는 불고기를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물거리며 입에 불고기를 씹은 채로 계속 이야기했다.
“금리 인상이 일어나게 된다면 유동성이 축소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코인 시장이 망가지는 것 아닙니까? 코인 시장이야말로 실체가 없기에 유동성이 줄어든다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게 될 테니까요. 그런 곳에 돈을 투자할 만큼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한진영의 말에 게리 챈슬러는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려던 것을 억지 참았다.
그러곤 부들거리는 손을 주먹을 쥔 채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네놈이나 들어오지 말 것이지. 네 놈이 방송에 나와 그렇게 이야기한 덕분에…… 우리가 지금 얼마나 곤란을 겪고 있는지 알아?”
한진영은 분노에 몸까지 작게 떨고 있는 게리 챈슬러를 말없이 지그시 바라봤다.
게리 챈슬러는 그런 한진영의 시선에 더욱 모멸감을 느꼈다.
“뭐야? 왜 그따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건가?”
“회장님.”
한진영은 살짝 게리 챈슬러를 향해 몸을 굽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게리 챈슬러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뭐?”
한진영의 말에 놀란 듯이 고개를 쳐든 게리 챈슬러를 보고 한진영은 웃었다.
그리고 숙였던 몸을 피고는 말했다.
“이 정도로 곤란하다고 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앞으로 이것보다 더 곤란한 일이 더욱 많이 일어날 텐데 말입니다.”
“뭐라고?”
“지금 여기 이렇게 나와 계실 시간이 회장님에게는 없습니다. 제 말 명심하세요. 지금 이 위기는 위기도 아닙니다. 진짜 위기는…… 소리 없이 회장님을 덮쳐올 테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이 게리 챈슬러의 귀에는 경고로 들리지 않았다.
“이…….”
쾅!
결국 참지 못하고 게리 챈슬러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네놈이 그래도 괜찮은 놈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하다 하다 협박을 해?”
게리 챈슬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을 향해 삿대질했다.
“네놈이 지금 좀 잘나간다고 겁을 상실한 것 같은데…… 나를 속이고 기만한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이번 일은 네놈과 함께 어울리는 레이 젠슨 놈도 막아주지 못할 거야. 네놈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얼굴이 새빨개져서 사람들이 쳐다보든 쳐다보지 않든 신경 쓰지 않고 악다구니를 치는 게리 챈슬러를 향해 한진영은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회장님. 지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뭐?”
“어서 빨리 뱅크런을 막을 방도를 세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게리 챈슬러는 입에 굳게 닫혔다.
한진영은 그런 게리 챈슬러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여기서 까딱 잘못하면 블랙 코인을 예치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겁니다. 원스 파이낸스는 어떻습니까? 거기도 위험합니다. 그리고 예치금이 빠져나가면 블랙 코인 가격이 요동칠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알론 코인도 위험하고요.”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를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여기에 회장님께서 계실 시간이 아닙니다.”
“이…… 이…….”
게리 챈슬러는 화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는 한진영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앞에서 기필코 네놈이 울며 빌게 만들 테니 기다려. 네놈하고 세이지가 박살 나서 네놈하고 레이 젠슨 그 새끼를 꼭 내 앞에 세울 테니 그런 줄 알아.”
한진영은 소주잔을 게리 챈슬러를 향해 들어 올렸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게리 챈슬러는 분노하여 지르는 자기 말에 하나하나 맞받아치는 한진영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발로 찼다.
와장창.
탁자 위에 올라가 있는 물컵과 음식들이 쏟아져 내리자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 쪽을 바라보고 다가왔다.
그때 제이슨 서튼을 비롯한 게리 챈슬러 수행원들이 사람을 막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 네놈이 얼마나 그 잘난 상판대기를 하고 있는지 두고 보자. 감히 나를 능욕해? 허드슨강에 네놈을 던져 넣을 테니 물속 구경이나 실컷 하도록 해라.”
“그러기 전에…….”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이 맞받아치려는 말을 하려 하자 듣기 싫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간다는 말도 없이 식당을 빠져나왔다.
제이슨 서튼을 비롯한 블랙문의 직원들은 식당 손님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손을 들어서 막으며 게리 챈슬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블랙문의 직원들이 나가자 한진영은 조지훈을 불렀다.
“여기 정리하고 오늘 식당에 오신 손님들 밥값 내가 낼 테니 조금 전 소란 죄송하다가 모든 테이블에 말씀드려. 그리고 사장님께도 소란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보상하겠다고 해.”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지시받은 조지훈은 바로 가게 주인과 주변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모든 보상과 음식값을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했다.
가게 주인과 손님 모두 보상에 만족했는지 한진영을 향해 눈인사를 건넬 때 한진영이 앉아 있는 곳으로 레이 젠슨이 다가왔다.
“어떠셨습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에 이어 조금 전 게리 챈슬러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는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물었다.
“만족스러우셨습니까?”
“만족 정도가 아니야. 대만족이네.”
레이 젠슨은 ‘GREAT’이라는 단어를 몇 번씩이나 써가며 즐거워했다.
“챈슬러 그놈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을 처음 봤어. 발로 차서 음식을 쏟아내다니…… 하하하.”
레이 젠슨은 아직도 바닥이 쏟아진 음식 때문에 미끄러운 바닥을 발로 비비고는 웃었다.
“이런 대접을 그놈은 처음 받았을 거야. 지금까지 그놈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거든. 그게 누구라도 말이지. 그런데 80이 다 돼서 처음으로 자기 말을 우습게 여기는 핏덩이를 만났으니…… 하하하. 얼마나 화가 나겠나? 얼마나 열을 받겠어?”
“그거로 끝이 아닙니다.”
레이 젠슨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한진영은 한마디를 더 던졌다.
“평생 일군 회사가 무너지게 생겼으니 화가 나는 거로 끝이 나지 않을 겁니다.”
“평생 일군 회사라니? 블랙문이 무너진다는 건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 일로 블랙문은 문을 닫느냐 아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람이 자기라는 생각에 참을 수가 없을 겁니다.”
“자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시선을 받으며 새롭게 나온 불고기를 맛봤다.
“역시 여기는 언제 와도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자네는 지금 그게 목이 넘어가나? 자네 말대로 블랙문이 문을 닫느냐 아니냐는 기로에 서 있다면 저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단순히 이렇게 화를 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네. 자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건가?”
“저에게 복수하려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왜 그러지 않겠나?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저놈이 무너뜨린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야.”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미소 지었다.
게리 챈슬러가 무너뜨렸다는 기업 중에 과거 자기 회사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심각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이유가 없네. 시원한 건 시원한 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저놈이 자네와 반대포지션을 잡고 자네를 죽이려고 할 수도 있어.”
“자산 규모로 보나 업계 영향력으로 보나 무엇 하나 저희가 나을 게 없어서 말씀입니까?”
“그래. 세이지 자산 규모가 1조 달러를 넘겼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블랙문에 열세이기는 하지 않나? 게다가 블랙문이 자기를 따르는 곳들까지 집결시켜 세이지를 코너로 몰아붙인다면…… 아무리 1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아.”
레이 젠슨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위기가 더 깊게 느껴지는 안 좋은 표정이 짙어졌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저놈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만 했는데…… 자네를 말렸어야 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이지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레이 젠슨은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을 앉혀 놓은 채로 불고기를 입에 넣을 뿐이었다.
레이 젠슨은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뭐라 이야기하려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보다 먼저 입가를 냅킨으로 닦아내고는 말했다.
“자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게리 챈슬러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그에게 제 본심을 보인 순간 이미 결과는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진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배를 두드렸다.
“이제 게리 챈슬러라는 기차는 제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려 나갈 겁니다. 그리고 레일 끝에 마련되어 있는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릴 테니 고문님께서는 보고 즐기시기만 하면 됩니다. 레일 위에 올라간 순간 내릴 방법은 없으니까요.”
레이 젠슨은 자신감 넘치는 한진영의 말에 더는 걱정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