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42화 (642/650)

642화 급한 건 내가 아니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를 일으켜 세우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노아 스미스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세이지 밑으로라도 들어오시겠다고요?”

한진영의 질문에 노아 스미스는 고개를 들었다.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의 눈빛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느꼈다.

막아 달라는 말은 빼고 세이지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에만 반응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듯한 노아 스미스의 눈빛이었다.

한진영은 두려워하는 노아 스미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테라를 품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불안해했던 노아 스미스의 눈빛에 안도의 빛이 물들었다.

그러나 안도하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한진영이 말한 품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 도움 또한 주지 않겠다는 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노아 스미스는 또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한진영은 시시각각 변하는 노아 스미스의 슬며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충분히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를 기다린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테라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다른 것보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노아 스미스는 가만히 한진영의 말을 듣기만 했다.

여기서 말을 잘못하여 한진영의 기분을 상하게 하느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테라가 자기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투기 시장에 발을 들여 그렇게 회사가 망가졌으니…….”

한진영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블랙 코인으로 200억 달러를 잃었고, 알론 코인으로 100억 달러를 잃으셨더군요. 그뿐이 아니라 알론 코인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시면서 날린 개발비가 약 50억 달러가 되고요.”

“그걸…… 어떻게…….”

노아 스미스는 놀란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러나 한진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것만이었어도 어떻게 됐을 텐데…… 주가가 액분을 진행하고도 재차 1,000달러를 돌파하자 보유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렸으니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빌린 돈은 어디다 쓰셨습니까?”

한진영의 질문에 노아 스미스는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한진영의 모습에 거짓말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게…… 요트와 집을 사고 남은 건…….”

“됐습니다.”

한진영은 더 알고 싶지 않다는 듯이 손을 들어 올렸다.

“어디다 썼는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문제는 담보로 제공하고 빌린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죠. 하필이면 대부분 블랙 코인에 투자한 덕분에 말입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가만히 노아 스미스를 바라봤다.

노아 스미스는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회삿돈도 모자라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테라의 지분을 담보로 블랙 코인에 투자하여 모든 돈을 날려 버렸다는 사실을 한진영이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테라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게 분명했다.

한국이라면 어쩌면 이런 경영진의 선택에 큰 영향을 안 받을지도 몰랐다.

과거의 사례들로 비추어 봤을 때 끽해봐야 주가가 며칠 빠지는 수준에서 멈출 게 분명했다.

기업을 오너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이었기에 오너가 자기 보유 지분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지 간에 대한민국에서는 용인해 줬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회사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는 미국에서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판단됐다.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준 경영진은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살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를 본 회사는 갈가리 찢겨 나갈 것이 분명했다.

노아 스미스가 한 짓에 대해서는 변론이 불필요할 만큼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을 찾은 것이었다.

회사를 살려달라고 하지만 자기가 살기 위해서 한진영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비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물끄러미 노아 스미스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가만히 회사만 잘 운영해도 존경받는 경영인이 되셨을 텐데…… 욕심이 스미스 CEO를 망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저한테 죄송할 게 뭐 있습니까? 스미스 CEO께 사과받아야 할 사람은 테라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직원들인데 말입니다.”

“회장님.”

차갑게 느껴지는 한진영의 목소리에 노아 스미스는 다시 고개를 땅바닥과 마주하게 숙였다.

양손까지 내민 것이 한진영에게 구걸하는 모습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한진영은 그런 노아 스미스의 모습을 말없이 한참 내려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한진영은 길게 내쉰 한숨이 방안을 가득 메웠을 때 노아 스미스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테라를 좋아합니다. 테라의 전기차는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회장님.”

기대에 차서 고개를 쳐든 노아 스미스를 향해 한진영은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스미스 CEO가 테라의 유일한 단점이라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는…….”

“물러나시죠.”

“네?”

노아 스미스는 놀란 듯이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한진영은 의자에 앉은 채로 노아 스미스 쪽으로 다가가 노아 스미스의 얼굴을 마주한 채로 이야기했다.

“대주주로 남으시고 뒤로 물러나세요.”

“제가…… 제가 곧 테라입니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말에 그럴 수 없다는 듯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

“제가 세운 회사입니다. 제가 키운 회사이고요. 그런데 저보고 그만두라고 하신다면……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노아 스미스 CEO가 설립한 회사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게…….”

“공동설립자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사실 회사를 세운 사람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돈을 대서 세워진 회사입니다. 제가 돈을 대지 않았다면 서류상으로만 존재했을 만한 곳입니다. 제가 초기 자본을 대서 테라라는 회사가 생겼고, 저 때문에 여기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회사가 망할 지경에 몰렸고요.”

핏대 세워 이야기하던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말에 그대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진영은 쳐들었던 고개를 다시 숙이는 노아 스미스를 향해 제안을 건넸다.

“CEO 자리에서 물러나 주주로만 남아있겠다고 약속하면 현재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공매도 포지션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테라가 곤란해하는 채권을 모두 저희가 매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채권을 테라에서 원할 시 주식으로 교환하여 투자로 바꾸는 계약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돈으로 갚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습니까? 이렇게 된다면 테라가 겪고 있는 곤란함이 모두 한 방에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제 것은…… 어떻게…….”

노아 스미스는 기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한진영에게 자기가 떠안고 있는 채권은 어떻게 할 건지를 물었다.

한진영은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노아 스미스의 모습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노아 스미스 CEO께서 개인적으로 진행한 대출까지 저희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기대했던 노아 스미스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도 어느 정도 예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막상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을 듣자 기운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대신 노아 스미스 CEO가 원한다면 담보로 잡혀 있는 지분을 세이지가 20% 웃돈을 얹어 매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미스 CEO가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대출을 청산하고 20%의 현금을 받게 되시는 겁니다.”

“하지만 지분을 잃게 되는 것은 변함이 없군요.”

“투자를 해서 실패했다면 잃는 것도 있어야지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한 한진영의 말에 노아 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제안은 여기까지입니다. 생각해 보시고 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면 다시 찾아오시도록 하십시오. 오늘은 제가 다른 약속이 있어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한진영의 말이 끝나자 지금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조지훈이 노아 스미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운 뒤 나갈 것을 권했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에게 다시 애원하려 했지만 조금 전과 달리 앞을 가로막는 조지훈으로 인해 사무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지훈은 노아 스미스를 밖에 내보내고 난 뒤 한진영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회장님. 세이지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직접 이야기했는데 왜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까?”

노아 스미스가 잘 떠났다는 말을 건넨 뒤 조지훈은 조금 전 벌어졌던 상황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한진영에게 물었다.

노아 스미스가 있었을 때와 달리 일어나서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한진영은 조지훈의 질문에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빚덩어리를 안고 우리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을 뭐 하러 받아들여? 빚을 다 갚은 뒤에 다른 생각을 품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먼저 빚을 우리의 채권으로 만들려고 하신 거였군요.”

“그래. 목줄을 건네받아 내가 쥐고 있어야 완벽하게 내 밑에 둘 수 있는 거야. 그전까지는 내 밑에 들어와도 언제 튀어 나갈지 모르는 거지. 그리고 노아 스미스가 가진 지분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확실하게 세이지를 밑에 놓을 수 있을 테니 그 뒤에 받아들여도 충분해.”

“먼저 들어오건 나중에 들어오건 들어오는 건 확정되어 있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노아 스미스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노아 스미스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어떻게…… 아~”

조지훈은 한진영이 만들겠다는 방법이 무언지 떠올라 잠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급히 고개 숙여 한진영에게 말했다.

“바로 노아 스미스가 대출을 진행한 채권단에 연락을 넣어 노아 스미스를 압박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조지훈의 모습에 만족하는 듯이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들에 연락하기 위해 떠난 조지훈을 잠시 바라본 한진영은 다시 모니터링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테라는 먼저 무너졌고……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볼까?”

혼잣말을 하는 한진영의 눈에 블랙문의 차트가 들어오고 있었다.

***

사흘 연속 서킷 브레이커가 벌어진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블랙문과 관련된 이야기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블랙 코인 예치금이 바닥난 것을 채권단이 확인]

[초유의 폰지 사기에 업계는 물론이고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져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도박판 마인드가 지금의 사태를 키워]

[금융당국 블랙문과 관련되어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파산 진행 시 블랙문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

[최악의 경우 나스닥 5,000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업계는 초긴장 상태]

블랙문이 파산하게 되어 보유 주식이 시장에 출회 되었을 때 나스닥이 5,000까지 밀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등장했다.

블랙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받아줄 존재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보고 과장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블랙문의 영향이 시장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된다면 5,000이 고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기까지 한 것이었다.

시장은 오늘 파는 게 제일 싸게 파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사상 초유의 4거래일 연속 서킷 브레이커가 터지고 말았다.

16,000선을 넘어 20,000을 향해 나아가던 시장이 이제는 10,000선으로까지 밀려 버리고 말았다.

가상화폐 시장은 이런 주식시장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다.

20,000달러대로 회귀한 대표 코인은 오늘도 -20%를 기록하며 20,000 중반대마저 깨버리고 말았다.

지난 상승장의 초입 부분인 10,000달러까지는 내려가야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스닥이 주간 하락률 -30%를 찍자 결국 정부가 전면에 등장했다.

현재 정부는 블랙문 사태에 관해 면밀히 검토 중이다.

관계 기관과 주말 동안 상의하여 다음 주 초 대책을 발표하겠다.

정부는 주말 동안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장이 돌아갔다.

[블랙문 파산 초읽기 상황으로 전해져. 주말 사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져]

주말 사이에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노력과 달리 블랙문은 주말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소문으로만 돌던 블랙문의 파산보호 신청 서류가 법원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은 일촉즉발로 흘러갔다.

관계 기관과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정부가 관계 기관 인사들을 끌고 채권단으로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블랙문이 왜 이런 상황까지 흘러가게 됐는지 검토할 새도 없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회장님.”

조지훈은 전화기를 들고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니까 내가 금요일에 그랬잖아. 전화기 꺼놓으라고 말이야.”

한진영은 왜 스스로 자초한 일에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냐며 한심스러운 얼굴로 소파에 누워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은 계속 울리는 전화기를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회장님. 그래도 전화라도…… 미국 CEA입니다.”

“왜 그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래? CEA라고 해 봤자 대통령실 산하 경제자문위원회(CEA) 아닌가? 그냥 조언해 주는 집단이야.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조지훈은 들고 있는 전화기로 들어오는 메시지를 내려다보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재무부입니다.”

“재무부? 재무부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지.”

한진영은 누워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앉은 채로 조지훈에게 물었다.

“재무부의 누구야?”

“그게…… 연방재무관…….”

“됐다 그럼.”

한진영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그대로 소파에 다시 누워버렸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지훈을 향해 말했다.

“재무장관이 연락해 오면 그때 말해. 그 밑으로는 만날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한진영은 머리맡에 서 있는 조지훈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서 있을 생각이면 그만 가. 정신 사납게 왜 거기 서 있어?”

“회장님. 그래도…… 이렇게 연락이 오는데…… 하나쯤은 연락받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급한가? 나는 급할 것 없어. 그리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싼 가격에 가질 수 있으니 나한테는 나쁠 것 없는 시간 끌기야.”

한진영은 팔을 괴고 누워 천장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우리 아니면 세이지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결정적으로 시장을 잠재울 파괴력도 우리만 가지고 있어.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무조건 우리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회장님. 그러다 진짜 파산이라도 한다면 우리로서도 큰일 아닙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천장을 바라본 채로 대답했다.

“그렇지. 진짜로 파산해서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큰일이지. 아무리 우리가 물량을 꽤 정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들고 있는 물량도 상당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시장 자체가 경색되면 우리 고객들도 자리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으니 우리로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지.”

한진영은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조지훈을 돌아봤다.

“그런데 우리보다 지금 자네에게 전화를 하는 그 사람들이 더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니 걱정할 것 없어. 파산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막을 테니까.”

한진영은 말을 하며 턱짓으로 조지훈의 휴대폰을 가리켰다.

조지훈은 CEA와 재무부에 이어 이제는 뉴욕중앙은행 총재의 전화번호가 뜬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나하나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사람들인데 지금은 한진영과 통화를 하기 위해 목이 빠져라 조지훈에게 전화하는 중이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어쩌면 전 세계에서 한진영의 영향력이 가장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지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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