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48화 (648/650)

648화 최고의 기업

한진영이 오랜만에 세이지 그룹의 임원급 이상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평소 사장단 급만 불러 각 계열사의 실적을 이야기하던 바꿔 이번엔 특별히 전 계열사 임원급 이상을 이곳에 모이게 한 것이었다.

실적발표의 첫 타자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였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지난 분기 실적은 707억 3,500만 달러입니다. 영업이익은 520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5% 상승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년 같은 시기의 실적에 비해 85%가 상승했다는 믿기 힘든 실적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현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다음 분기 목표를 8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영업이익 또한 600억 달러를 달성하여 올해 목표인 영업이익 2,000억 달성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발표를 마친 나창운이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한진영을 향해 고개 숙였다.

한진영은 그런 나창운을 바라보고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주주들이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좋아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홍대민을 바라봤다.

“그럼 다음은 세이지 자산운용의 발표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준비되셨습니까?”

“네. 준비됐습니다.”

홍대민이 한진영의 질문에 크게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가운데서 만난 나창운과 가볍게 고개 인사를 나눈 홍대민은 회의실 앞에 서서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한진영이 홍대민에게 시간을 주는 사이 앞에 놓인 태블릿을 통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예상 주가가 나왔다.

1,000달러 돌파 확률 95%로 예상.

김준하가 최근에 만든 주가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발표 뒤 예상 주가가 태블릿을 통해 나왔다.

웅성웅성.

태블릿에 나온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예상 주가를 태블릿으로 확인한 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회의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얼마에 상장했는지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공모가 40달러, 상장가 50달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나스닥에 등장했을 때의 가격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모가 대비 25배, 상장가 대비 20배인 1,000달러까지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전략분석실의 분석에 모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진영은 웅성이는 장내를 바라보고 잠시 손을 들어 홍대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홍 사장님. 잠시만요.”

홍대민은 괜찮다는 뜻을 한진영에게 전하자 한진영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장내의 임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모두 놀란 것이 이해됩니다. 공모가 대비 25배라는 숫자는…… 놀랄만한 숫자이니까요. 지금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얼마지요?”

한진영이 나창운에게 묻자 나창운이 급히 정신을 차리고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제 기준으로 700달러 라인에서 공방을 벌이는 중입니다.”

“700달러…… 그러니까 지금보다 40%만 오르면 된다는 이야기군요.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네. 무리한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진영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1,000달러라는 가격이 주는 상징성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달성하기 어려운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렇게들 놀랄 필요 없습니다.”

시장의 지배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진영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한진영의 말만큼이나 별 게 아닌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웅성거렸던 것이고, 그래서 놀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1,000달러를 찍게 되면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긴다는 뜻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까지는 아니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세이지에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보다 더 큰 회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 잦아드는 듯 보이자 한진영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홍대민에게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

사람들은 한진영의 목소리에 다시 일제히 앞에 나와 있는 홍대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보다 더 큰 회사가 지난 폭락과 회복 속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된 홍대민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리에 앉아있는 100여 명의 사람들을 향해 세이지 자산운용의 실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이지 자산운용은 지난 분기 자산 3조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신규 고객의 유입과 지난 분기 일어났던 급등락으로 보유 자산이 크게 는 덕분입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산 3조 달러라는 말에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한껏 기대한 눈으로 홍대민을 바라봤다.

자산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이익 또한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홍대민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지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대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굳었던 얼굴에 어느새 화사한 미소가 꽃을 피우게 됐다.

홍대민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자리하고 있는 세이지 그룹의 임원들을 향해 세이지 자산운용의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분기 매출 3,02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50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분기 매출 3,000억 달러는 전 세계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달성한 기록으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기록은 또 하나가 있습니다.”

홍대민은 잠시 말을 멈추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순이익이 전 세계 모든 기업을 통틀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홍대민은 말을 멈추고 잠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조금 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발표 때와 달리 웅성거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 놀란 상태로 입을 벌리고 홍대민을 바라보느라 곁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정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홍대민은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자 얼굴에 웃음꽃을 띄우고 다시 발표를 이어갔다.

“이번 분기 순이익 1,000억 달러 달성에 이어 다음 분기 목표는 1,200억 달러 순이익 달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자산과 시장 상황을 미루어 보아 1,200억 달러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대로 다음 분기 1,200억 달러의 순이익이 달성된다면 연간 순이익은 3,000억 달러를 넘겨 3,500억 달러를 기대할 만합니다.”

3,500억 달러라는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3,500억을 매출로 달성하는 곳도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상황이었다.

상장사로 그 폭을 좁힌다면 과거 컴퓨터를 만들고 지금은 휴대폰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곳이나 3,500억 달러라는 연간 매출을 기록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세이지 자산운용은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을 3,500억 달러를 기대한다고 했다.

듣고서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자리에 있던 임원들은 모두 몸이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홍대민이 전혀 달성하지 못할 허황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 분기를 예상했고, 예상은 매우 합리적인 수준에서 잡힌 숫자였다.

그리고 이런 합리적인 숫자까지 달성한다면 홍대민이 말한 3,500억 달러 순이익 달성은 무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굳어진 사람들 속에서 한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성장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게 모두 홍 사장님을 비롯하여 세이지 자산운용의 모든 직원이 함께 합심하여 이루어 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한진영의 칭찬에 홍대민은 감사 인사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한진영은 그런 홍대민의 인사에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후 고개를 돌렸다.

“자 계속 이어가도록 합시다. 아직 이야기할 곳이 많이 남았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한진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제 겨우 세이지 그룹의 계열사 중 두 곳의 실적발표가 끝이 났을 뿐이었다.

앞으로도 세이지증권, 조로 등과 같이 굵직한 기업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테라의 사장도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블랙문의 사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밖에 내놓으면 하나하나 시장을 뒤흔들 만한 기업들이었다.

그런 곳이 세이지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었다.

자리에 있던 임원들의 가슴은 최고의 기업에 자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

길었던 세이지의 임원 회의가 끝이 나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중에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세이지증권의 강산혁 본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두리번거리는 얼굴로 나와 조심스럽게 조수아 부사장에게로 다가갔다.

조수아 부사장은 오랜만에 만난 임원들과 가볍게 이야기하다 찾아온 강산혁 본부장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떻게…… 잘 보셨어요?”

“네.”

강산혁 본부장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아는 강산혁이 이런 표정을 보이는 것을 이해하고 웃으며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인사하고는 강산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아닌 강산혁 하고만 이야기하며 천천히 회의실 복도를 걸어갔다.

“많이 놀라신 표정이에요.”

“네. 솔직히 많이 놀라기는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강 본부장님을 놀라게 했나요?”

조수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산혁에게 질문했다.

새로 영입한 마케팅 관련 파트의 본부장이었다.

과거 전자 회사에서 몸을 담아 세계 브랜드 구축을 도맡아 했던 강산혁을 영입하여 세이지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영입한 인재였다.

이제 세이지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좀 넘은 시간이었기에 아직 세이지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까지 날아와 전체 임원회의에 참석한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조수아 앞에 서 있었다.

조수아의 질문에 강산혁은 잠시 주춤거리고는 질문에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삼선전자 소속 아니었습니까?”

“그렇지요.”

“삼선전자도 작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삼선전자 회장님께서 섭섭해하시겠습니다. 작은 회사가 아니라니요? 큰 회사입니다. 그것도 아주 큰 회사요.”

조수아가 강산혁의 설명이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손까지 들어 올려 크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강산혁을 바라봤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조수아의 표정이었다.

“네. 큰 회사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회사도…… 이 정도 순이익을 올리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강산혁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조수아에게 한 걸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비록 마케팅을 담당하느라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순이익률이 매출 대비 30%가 넘어간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게다가 한두 푼도 아니라 분기 순이익이 1,000억 달러라니요? 매출 3,000억 달러에 순이익이 1,000억 달러. 이런 실적은…… 삼선전자에서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자산운용만 그렇다 뿐이지 다른 것들까지 더한다면 웬만한 나라의 재정을 일 년에 벌어들인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이건…… 이게 정말 사실입니까?”

놀란 강산혁의 말에 조수아는 이해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나 했네요. 실적이 너무 좋아 놀라신 거였어요?”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뭐가요?”

강산혁은 자기가 여기까지 이야기했는데도 전혀 이상한 것 없다는 듯한 조수아의 반응이 답답했던지 조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물건 하나 팔아먹지 않는 회사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순이익을 보인다니요?”

“어…….”

조수아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강산혁을 바라봤다.

강산혁은 조수아가 이제야 반응했다고 생각하여 더욱 열심히 말했다.

“게다가 순이익이 매출의 30%를 넘긴다니요? 이거 완전히…….”

“사기처럼 보이십니까?”

조수아의 말에 강산혁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기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사기입니다.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 들어가 있지 않은 일 아닙니까?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종이 쪼가리라도 주고받는 것 없이…… 이런 일로 분기에 1,000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20조씩 벌어들인다는 게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120조도 영업이익이 아닌 순이익으로 말입니다.”

강산혁의 말에 조수아는 강산혁을 물끄러미 봤다.

“충격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조수아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자기를 바라보자 강산혁은 이상함을 느꼈다.

“제가 너무 말을 심하게 한 건가요?”

“아니요. 아닙니다. 말씀 잘하셨어요. 정말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네? 듣고 싶으셨다고요?”

강산혁은 조수아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꼈다.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반응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조수아는 멈췄던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리고 급히 따라오는 강산혁을 향해 말했다.

“바로 그걸 원해서 강 본부장님을 영입한 거니까요.”

“네? 그것 때문에 저를 영입하셨다고요?”

강산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조수아는 한진영이 조수아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강산혁에게 전해줬다.

“강 본부장님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거예요. 바로 얼마 전에 그 난리를 쳤음에도 그건 싹 다 잊어버리고 단순히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서 비난하는 곳들이 생겨날 거예요. 그걸 대비해서 강 본부장님께서 잘 포장해 주셔야 해요.”

“제가요?”

“네. 강 본부장님과 본부 직원들이요.”

조수아는 당황한 듯한 표정의 강산혁을 향해 말했다.

“강 본부장님이 느낀 그 감정을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지 못 하게 해주세요. 바로 그게 강 본부장님을 영입한 이유예요.”

조수아의 말에 강산혁은 자기가 느낀 감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그리고 영입하자마자 자기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를 깨달았다.

‘직접 느껴보라고 나를 데리고 온 거였구나.”

강산혁은 놀란 눈으로 조수아를 바라봤다.

조수아는 그런 강산혁의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생각한 게 아니에요.”

“그럼…….”

“저기 계신 분이요. 저분이 생각한 거예요. 강 본부장님을 계획보다 빨리 영입하고, 또 이곳에 데리고 와서 직접 경험하게 하신 것 모두…… 저분이 한 거예요.”

강산혁은 조수아가 말을 하며 손을 들어 가리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수아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한진영.

강산혁은 이야기로만 들었던 한진영의 무서움을 이날 처음으로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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