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글을 쓰면서, 저도 모르게 취향들을...... 하와와-?102회
아카데미로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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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신학기의 시작은 내일.
그렇기에 오늘부터 오는 것은, 미리 아카데미에 적응하거나 짐 정리를 위해서다.
또 발 빠른 학생들은 3, 4일 전부터 아카데미에 들어와 있다고 한다.
하긴, 학생회인 피르티 또한 먼저 들어온다고 했으니 말이다.
며칠 먼저 오는 학생은 주로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는 학생’들이라고.
어쨌든 삼남매에게는 사실상 하루의 여유시간일까.
도착하자마자 학기를 시작했다간 꽤 빡빡해진다.
제시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늘은 학기 시작 전에 교수들이 모이는 날이라나.
사용인 역으로 온 슈가도 거기에 함께해야 하는 듯하다.
교수들이 상대하는 이들 중 높으신 분들이나, 문화가 다른 이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것을 대비하여, 전달할 주의사항들은 수도 없이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에우드 도련님.”
그렇게 주변을 둘러볼 때, 슈가가 에우드에게 가까이가 살짝 물었다.
“.......어젠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갔다 오신 겁니까.(속닥속닥)”
“왁.”
갑자기 쑥 들어온 질문에, 에우드는 완전히 식겁해버렸다.
누나들이나 제시카에겐 안 들리게, 슈가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알, 알고 있었나요?”
“설령 자고 있어도, 도련님과 아가씨들의 변화를 눈치채야 하는 것이 저희 사용인들입니다.”
한동안은 삼남매 담당 메이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슈가는 양보하는 것 없이 그 자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근데 자고 있어도 변화를 눈치채다니.
에우드로서는 슈가가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더 푹 잤으면 했다.
“잠깐 열차를 둘러보다가, 곤란해하던 사람이 있었서요........”
“.......그런가요. 그런 것 치곤 오고 가고를 하시길래.”
“일이 조금 있다 보니.......”
“......흐으음.”
슈가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내 그 눈을 거둔다.
“제 촉으론 뭔가 더 있을 거 같습니다만. 설마, 누나분들과 저희 메이드들의 비상이 걸릴 일은........ 하긴, 아무리 도련님이 천연이라도 거기까진 조금 비약이겠지요.”
슈가는 설마하는 느낌으로, 그 이상 추궁을 하진 않았다.
역 곳곳에서 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현재 역에는 수많은 목소리와 증기의 소리, 기계 소리가 잔뜩 뒤섞이고 있었다.
역에서 나오자, 정말 여러 학생이 보였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귀족 학생, 자산가 집안의 학생,
그리고 수재라 불릴 학생들- 유그라시아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외국인 및 이종족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정말 여러 종족이 보이네요.......”
“예전보다 훨씬 많아지기도 했어요. 최근 초청 인원이 많아진다고 들었는데, 역시 아카데미네요.”
제시카가 말하길, 최근 여러 문화를 포섭하고 추가로 연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나.
다른 종족의 학생들은 각자 뭉쳐 저마다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사실상 적진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온 것이니까.
설렘 이상으로, 경계도 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파벌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일 테고.
“대단하다....... 나 엘프는 처음 봤어!”
“저는 사업차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또래 엘프는 또 처음 보네요. ......게다가 난쟁이들도 실제론 보기 어렵죠.”
“그렇지~”
티아나와 플로라가 에우드를 보며 슬쩍 키득키득 웃었다.
분명 투구의 난쟁이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에우드도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그리고 셀레나의 경우-
“엘프들은 맛있는 채소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들었어. .......친해지면 좋겠어.”
이종족에 대한 신기함에 더해, 새로운 식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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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로 짐가방을 들고 있는 이상, 계속 주변을 둘러볼 수도 없으니까.
모두 짐을 챙겨 기숙사를 향했다.
대부분의 큰 짐들은, 이미 며칠 전에 도착해있으리라.
기숙사의 호실은 배정되어 있었기에, 방 안에 짐들을 가져다 뒀을 거라고.
현재 다들 가지고 있는 짐들은, ‘지팡이’를 비롯한 귀중품 및 호신용 물건들이었다.
기숙사는 그 크기가 정말 상당했다.
오랜 저택 생활을 했지만, 수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는 공간이다.
그만큼, 포에닉스 저택이나 다른 귀족 가문 저택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남녀 기숙사는 U자 형식으로 이뤄져 있답니다. 건물 두 개를 합쳐놓은 형식이지만, 중앙 로비에선 다들 만날 수 있어요.”
“에우드 방에도 놀러 갈 수 있을까?!”
티아나의 말에, 제시카는 기억을 살짝 되새기듯 말했다.
“여러 정치적 의도인지는 몰라도....... 허가만 받으면, 넘어가는 건 그리 빡빡하진 않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다들 남매니까요, 충분히 허가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에우드님 방엔 저도 가고 싶은데! 저도 허가받을 수 있으려나요!”
“그....... 그게.......”
뒤이은 플로라의 떼쓰기 같은 말에, 제시카는 살짝 애매하게 반응했다.
그러다 결국 한숨과 함께 울상으로 말한다.
“.......네, 사실 전 넘어가 본 적이 없기에! 남자랑 엮인 적이 없기에! 뭐라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어요! 기숙사에 대해선 내부에서 직접 알아보시길!”
“죄, 죄송해요.......”
“으아아앙!”
플로라가 잘못 건드렸다 싶어 입을 꼭 막는다.
제시카 올데그랑트.
올해로 25세가 되는 모태솔로였다.
이후 제시카는 슈가와 함께 교수용 기숙사로 이동하려 했다.
교수용 기숙사는 학생용 기숙사와는 학동이 꽤 떨어져 있다고.
그리고 가기 직전, 제시카는 살짝 헛기침한 뒤 말했다.
“.......여러분. 이제부터는 저도 교수직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당분간 밖에선, 저택에서처럼 세 분을 특별하게 봐 드릴 순 없어요.”
그건 저택에서도 이미 나눈 이야기였다.
지금부터는 공적인 자리.
몇몇 의심될 요소들이 보여선, 포에닉스나 케인즈가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빚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선 가문의 입장을 잠깐 내려놓고, 교수와 학생으로서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동안은........ 포에닉스에서 미리 얘기했듯, 존칭을 내려놓는 일이 대부분일 거야. 셀레나, 티아나, 에우드, 플로라도.”
평소엔 아이들을 꼭 높여 부르던 제시카가, 처음으로 그것을 내려뒀다.
아이들 모두 알고는 있었지만, 거기에 조금 깜짝 놀라버렸다.
“.......제시카가 말 놓으니까 되게 신기하다. 그치?”
“그래도 제시카는 제시카지만.”
“제시카 선생님은 말투에서 제시카 선생님이란 느낌이 들어요!”
다들 제시카의 말투가 바뀐 것에 신선하면서도, 평소 같은 기분을 느꼈다.
티아나, 셀레나, 플로라의 말에, 제시카도 평소처럼 웃어버렸다.
“그래도 다들 잘 할 거라 믿어. 그리고, 어차피 뒤에서 계속 지켜보려고 함께 온 거니까! 그러니 나한테 기대야 할 땐 꼭 기대고! .......에우드 도련- 에, 에우드도, 알, 알겠지......?”
이 3년간 가장 가깝게 지내온 소년에게, 제시카는 조금 불안불안하게 물었다.
“네, 제시카-”
에우드는 잠깐 말을 골랐다.
그리곤 지금 가장 적절한 말을 전해본다.
사교회에서처럼 예를 다해 인사하며 말했다.
“-물론이에요, 제시카 교수님.”
“.......(제시카)”
“.......제시카?”
그러자- 제시카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어버렸다.
아이들과 슈가가 제시카를 어리둥절 바라봤다.
주르륵-
제시카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다.
“제시카 코피 나잖아?!”
얼굴이 새빨개진 채,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코피를 뚝뚝 흘린다.
슈가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그것을 막았다.
“도, 도련님한테 교수님이라고 깍듯이 불리는 거....... 좋네요, 아, 이거 좋네요........ 흐아와.......”
에우드를 제외한 이들 모두가, ‘이 여자 진짜 안 되겠네........’라며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에우드는 제시카가 흘리는 코피에 안절부절못했다만.
그보다 제시카, 다시 존댓말로 돌아와 버렸고.
제시카의 코피를 적당히 조치한 슈가가 이어서 말을 받았다.
“저 또한, 앞에서 직접적인 서포트는 할 수 없지만. 언제든지 와이즈를 통해 연락을 주시길. 저 슈가 엘리체. 명령만 해주신다면 꼭 물밑에서 도련님과 아가씨들을 돕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슈가는 코를 틀어막은 제시카를 부축하며 교수용 기숙사로 향했다. 제시카가 지나간 자리에 핏자국이 뚝뚝 떨어져있었다만.
다들 그걸 멍하니 한 번 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짐 정리도 있고, 다들 조금은 쉬기도 해야 하니까!”
“응. 대충....... 먼저 한두 시간은 필요하다고 봐.”
티아나와 셀레나가 카틀레야 회중시계를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11시로 하자.””
“좋아요~”
“알겠어.”
두 아가씨가 동시에 내린 결정에, 에우드와 플로라도 고개를 끄덕.
이후, 기숙사 내부로 들어가 각자의 방으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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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는 짐 정리를 끝내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개인실이라곤 해도, 저택에서의 방보다는 역시 작다.
그건 당연했다. 포에닉스 저택이 유달리 큰 것일 뿐.
하지만 이 공간도 혼자 살기엔 정말 큰 공간이라는 걸, 에우드는 잘 알고 있었다.
불편함도 없고. 저택만큼은 아니어도 정말 생활하기에 편한 구조였다.
침대는 푹신하고, 인테리어도 상당.
배움의 터인 만큼, 책을 꽂을 장소와 넓은 책상 또한 확실하다.
대부분이 지팡이를 지참하는 만큼, 방에는 그것을 놓을 거치대도 비치되어 있었다.
검을 놓는 곳도 함께 있었기에, 에우드는 우선 가레스에게 선물 받았던 검을 그곳에 놓았다.
아카데미에선 전투기술을 배우는 학생들 또한 많다.
때문에, 그런 학생들이 장비를 용이하게 보관하도록 인테리어를 맞춘 것이리라.
이어서 에우드는 천을 풀어, 자신의 지팡이를 꺼냈다.
‘리퀴드 팽(Liquid Fang)’.
3년 전부터 검과 함께 에우드가 다뤄온 지팡이였다.
물 마법을 처음으로 깨우쳤던 에우드이니 말이다.
가레스는 제시카와 의논 하여, 전용 지팡이를 물속성 중시의 지팡이로 주문했다.
재료는 과거 가레스가 구비해놨던 S급 마석이라고.
티아나가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를 중심으로 지팡이를 만드는 만큼,
장녀와 막내의 지팡이 또한 그에 준하는 물건으로 만들어야 한다- 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덕분에 셀레나의 목검형 지팡이 또한, 엄청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다만 에우드가 느끼기엔, 이 지팡이는 아직 자신에게 과분한 물건이었다.
수십 분 뒤 모든 배치가 끝난 책상 위로, 에우드는 토끼 인형 하나를 포옥 조심스레 놓았다.
방 정리는 상당히 빨리 끝났다.
원체 물건이 많지 않았던 덕인지, 의외로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두 누나와 플로라는 여전히 정리 중이겠지.
에우드와 달리, 모두 미리 보내놓은 짐가방이 많았다.
차라리 도우러 갈까 했지만- 이 기숙사가 기본적으론 남녀로 나뉘어 있음을 떠올린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우드는 침대에 폴싹 앉았다.
“맞다, 이제 슬슬 도착했겠네......!”
에우드는 피리를 품에서 꺼냈다.
언제나처럼 피리를 불어, 이곳에 도착했을 자신의 파트너를 부른다.
몇 분 뒤- 창문을 열자, 저 멀리서 검은빛의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단숨에 에우드의 방을 향해온다.
“―――――구르르르르르!!”
“고생했어, 와이- 즈압!!”
퍼어어어억!
창문으로 찾아온 와이즈는, 단숨에 에우드에게 발차기를 먹였다.
그리곤 부리로 콕콕콕 콤보 어택.
사정없이 에우드의 머리를 쪼아댄다.
화내는 거였다.
“구르르르르르!!”
“어,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열차는 ‘몬스터 물리기’가 되어있으니까, 와이즈 넌 타기 힘들다고!”
“구우우우우욱!!”
열차와 레일에 적용되어있는 ‘몬스터 물리기 마법’.
몬스터 물리기 마법은, 몬스터들에게 생태적으로 좋지 않은 마법파장을 쏘아내는 마법이었는데-
그 때문에, 와이즈의 탑승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가레스가 말했다.
너무 억지로 들어가면 와이즈의 몸 상태가 나빠질 거라나.
아무리 데스 스트릭스의 친화도가 높아도 사실상 몬스터이긴 하니 말이다.
애초에 데스(Death)가 붙어있는 살벌한 이름이지 않는가.
결국 와이즈의 건강을 생각해서, 할 수 없이 비행으로 홀로 이동하도록 했다.
원래 데스 스트릭스들도, 주인(물주)이 움직일 땐 알아서 뒤따라 이동한다고도 하고.
물론 와이즈도 머리가 좋은 만큼 상황을 이해하긴 했다.
이해하긴 했다만-
“구우우욱!”
“아얏, 아얏, 알겠어, 미안! 내가 미안! 육포 줄 테니깐 그만 화내, 좀!”
이해하는 것과 삐지는 건 조금 다른 얘기지.
이 부엉이, 머리가 좋은 만큼 삐지기도 더 잘 삐진다.
에우드가 요 3년간 알게 된 와이즈의 성격이었다.
열차를 못 탄 채 혼자 날아왔다는 게 쓸쓸했던 것이리라.
결국 포에닉스 표 육포를 다섯 개 정도 동시에 바치고서야, 와이즈의 삐짐은 겨우 풀렸다.
그리곤 곧바로 기숙사의 바닥에 육포를 놓고는 뇸뇸뇸.
아카데미에 와서 첫 식사를 호화롭게 치러간다.
그걸 보며 에우드도 육포 하나를 살짝 뜯어 먹는다.
역시 포에닉스 표 최고급 육포. 오늘도 고소하고 식감도 일품.
또 그 맛이 확실하니 말이다.
최근엔 아예 헌터용만 만들지 않고, 케인즈 상회와 함께 사업 아이템으로 잡고 있었다.
덕분에 ‘어디 수인족들’의 경우, 포에닉스 육포가 최고급 상품 중 하나라나.
에우드도, 이 정도 맛과 품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었다.
참고로 에우드의 개인실 한쪽에는, 포에닉스 보존식들을 가득 채운 나무상자가 하나 도착해있었다.
와이즈의 급료 겸 에우드의 간식 같은 느낌이다.
사실 에우드는 이 정도까지 많이 가져올 생각은 없었지만-
(“잔뜩 보내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전력으로 맛있게 만들어서, 짐과 함께 보내놓겠습니다!”)
사용인들에게 부탁하자, 이런 느낌으로 엄청나게 챙겨줬다.
아무래도 원래 식탐이 별로 없던 에우드니 말이다.
간식을 부탁한 것에, 보존식 담당 사용인들의 무언가가 자극된 듯했다.
어차피 상할 일은 없으므로, 와이즈와 함께 여유롭게 먹으면 되긴 했다.
나중에 누나들과 플로라에게도 가져다주자 싶었다.
그렇게 에우드와 와이즈가 육포를 꼭꼭쭙쭙 씹어먹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실, 실례합니다! 에우드님 방이 맞나여~!”
기숙사 방에 첫 손님이 찾아왔다.
목소리를 알고 있기에, 에우드는 조금 놀라면서도 바로 문을 열었다.
“에우드님!”
“라다루스, 오랜만이에요.”
“에헤헤!”
에우드보다 한 살 어린 10대 귀족의 소년- 라다루스 에메스 라그나릴.
며칠 전 먼저 도착한 라다루스가, 문 앞에서 밝게 인사했다.
[작품후기]글러먹어지는 제시카. 금발쇼타(속닥속닥)
길들일 준비는 오늘도 조금씩.
근데 제 취향이 전작부터 다 들통났다고요.....? 미고미고우드우드하군요.
아니에요, 건전하다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