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19화 (119/264)

에우드는 사울드에게 마음속으로 힘내라 응원을 전해본다,?119회

포에닉스 파벌119.

“역시 첫날부터 엄청나더니, 폭풍이네, 폭풍........”

“도련님, 이번에 새로이 손에 넣은 차입니다. 한 번 맛봐주시길.”

“아, 슈가 고마워요.”

“이 슈가 엘리체, 이렇게 도련님께 다시 차를 내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제시카와 에우드에게 차를 내주면서, 슈가는 감동으로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

뭔가 감회가 새로운 걸까.

아카데미의 주말.

강의가 없는 이틀간의 휴일에, 에우드는 잠시 제시카와 슈가를 만나러 왔다.

에우드가 제시카와 만나는 건 나흘 만이었다.

다만 저번 미궁이론 강의에서는 서로 목례만을 나눠야 했으니.

사실상 기숙사에 들어간 후로 제대로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슈가 또한, 헤어지고 나선 오늘이 처음.

덕분에 다들 정말 반갑게 느껴졌다.

현재의 위치는 아카데미 교수들의 개인 연구실.

제시카가 배정받은 연구실이었다.

아카데미 교수들은, 각자 주로 활동하는 학관에 그 연구실을 받는다고 한다.

넓이는 딱 적당한 정도. 그래도 외관은 단순 연구실이 아니라 저택의 방 같았을까.

강의 준비에 도움을 줄 가구나 서적, 급탕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효율과 미를 동시에 잡은 멋진 공간이다.

물론 연구실엔 어느새 제시카의 저택 방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연구실을 배정받은 지 이제 일주일이 될 텐데.

역시 제시카의 연구실.

제시카 특유의 생활감과 포근함이 드러난다.

에우드는 저택에서 제시카의 방에 들린 거 같아서 마음이 편했다.

“역시 포에닉스라 해야 할까요- 아니지아니지, 해야 할까.”

“아하하.......”

“그래도 이 한 주, 에우드 도련님도 고- 아니. 에우드도 고생하........”

““.......””

“......아, 진짜!! 도련님한테 존댓말 안 하려니까 어색해 미치겠어요!”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말을 놓으려는 걸 계속 실패했다.

“제시카 교수님, 저는 상관없어요.”

“그거! 그거도 계속 들으니까 말이죠, 너무 딱딱해요!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모든 것엔 적정 복용 수치라는 게 있다고 해야 할까, 치사량이라 해야 할까........!”

에우드를 살짝 바라보며, 제시카는 말을 이어갔다.

“계속 들으면, 사이가 나빠진 거 같아서 역으로 서운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건- 그래요! 가끔 들어야 오싹, 하면서 온몸에 온다고요!”

“아, 넵.......?”

“........하아.”

어째서인지 슈가가 한숨을 내쉰다.

제시카는 입을 꼭 다물곤, 양갈래로 예쁘게 땋은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 붕붕붕 휘둘렀다.

“지금은 그냥 하던 대로 해도 될까요.......? 어차피 연구실이라 지금은 저희 셋 말곤 없고! 그, 에우드 도련님도 저한테 평소대로.......”

아무래도 3년간 익숙해진 호칭이 달라지니 좀 답답한 모양이다.

제시카는 불안불안해하며, 에우드를 힐끗 바라봤다.

“네, 저는 뭐든 괜찮아요. 편한 대로 하세요, 제시카.”

“에헤헤헤........”

에우드의 허락에, 제시카가 헤헤 웃었다.

땋은 머리를 꼭꼭 만지며 웃음기를 감추지 못한다.

슈가는 그런 제시카를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만.

제시카도 슈가의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는지. 입을 삐죽이며 안경을 슬쩍 올렸다.

그렇게, 외부의 시선이 없을 땐 다들 평소대로의 호칭으로 하자고 합의를 봤다.

“하지만 첫 시작은 검은 사자 파벌이군요....... 으으, 그놈들은 어떻게 된 게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다들 비슷한 걸까요. 그때 있던 검은 사자 학생들은 전부 졸업했을 텐데.”

조물조물-

제시카는 오랜만에 마주한 도련님의 뺨을 조물대며 말했다.

작은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에우드를 마음껏 귀여워해 간다.

두 누나도 그렇고, 제시카도 그렇고.

에우드는 자신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다들 대하는 게 비슷하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파벌 대전이라니, 제가 재학하고 있을 땐 없었던 규칙이네요.”

“피르티한테 들어보니까, 몇 년 전에 새로 학칙을 개정해서 생겼다고 하네요.”

“제가 졸업한 지가 대충 6, 7년이니까, 그사이에 생겨난 거군요.”

에우드가 피르티에게 들은 정보를 쭉 말하자, 제시카가 이마를 살짝 짚었다.

“역시 베르네이 학장님....... 몇 년이 되어도 그 성향은 그대로시네요. 며칠 전에 뵈었을 땐 많이 예전보단 괴짜 성향이 줄어들으셨는데. .......그럼 학생회장이 붙들어 잡아둔 덕일까요.”

제시카 시절에도, 베르네이 학장의 특이함은 유명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피하실 생각이 없으신 걸 보니, 세 분도 여전하시네요!”

“세 분 다 포에닉스다워서 좋습니다.”

“뭐, 너무 오래 끌어도 좋을 건 없으니까요.(쪼물쪼물 받고 있다) 되도록 빨리 파벌 절차를 밟고, 받아줄 생각이에요.(쪼물쪼물 받고 있다)”

제시카가 뺨을 찰떡처럼 만지는 걸 받아가며, 에우드는 어제 결정된 사안을 답했다.

참고로 두 누나는 함께 연구실로 향하던 중, 피르티가 찾아와 학생회실로 함께 향했다.

피르티 말로는 앞선 사건들과 앞으로의 파벌 문제의 조사인지.

포에닉스 쪽에서 대표 예정자 한 명이 잠시 와야 한다나.

덕분에 일단은 장녀인 셀레나가 대표역이다 싶어 출발.

그 뒤를 티아나가 함께 따라갔다.

혹시나 모를 셀레나의 폭주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연금술을 할 땐, 셀레나가 티아나의 폭주를 막고.

싸움이 터질 땐, 티아나가 셀레나의 폭주를 막아주니 말이다.

.......뭐가 됐든 둘 다 자매 아니랄까 봐, 저마다 폭주성향이 있어서.

웬만해선 함께 다니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두 누나는 에우드 보고 먼저 가 있으라 하곤, 피르티를 뒤따라 학생회실로 향했다.

“맞아요, 제시카.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네. 무슨 일이세요, 도련님?”

‘에우드뺨 쪼물쪼물’을 통해 편안한 표정이 된 제시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다른 얘기인데....... 혹시, ‘불지옥의 마술사’가 누군지 아세요?”

“(뜨끔)”

갑자기 제시카의 움직임이 턱 막혔다.

방금까지 에우드의 뺨을 만지던 손이 완전히 멎어버렸다.

“......제시카?”

“어, 어, 어디서 그런 걸 들으, 셨, 나요?”

“......?? 아, 수인족들한테 들었어요.”

정확히는 대화로 들었다기보다는, 지나가듯 말한 걸 들은 거다만.

“불지옥의 마술사....... 뭔가 되게 친숙한 이름이네요, 에우드 도련님.”

“그렇죠, 슈가? 저도 처음에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에우드와 슈가가 서로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막상 들려온 내용은 친숙보단 살벌이었어요.”

“호오호오. 살벌이라.”

“확실한 건, 과거 재학했던 파벌 없는 인간 마법사라고 해요. 그 악명은, 수인족하고 엘프족할 것 없이 자자했던 거 같아요.”

“그렇군요. 대단하군요.”

슈가는 에우드가 하는 말을 흥미롭게 들어갔다.

그러다 슬쩍 제시카를 본 후, 다시 에우드에게 눈을 마주쳐 이야기를 듣는다.

“무려 금발의 악마라는 별명까지 있다나요.”

“금발의 악마. 아하........”

“그래서 그런데- 혹시 제시카도 아는 이름인가요?”

“금발의 악마는 무슨 금(중얼중얼)- 네엑?!”

중얼거리던 제시카가 화들짝 놀라 의자를 뒤로 팍 물렀다.

방금까지 치유하듯 만지작거린 에우드의 뺨은 양손에서 놓은 지 오래.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눈을 슬쩍 피해간다.

“아, 알긴 알아요~”

“정말요?!”

“네, 네에! 아, 아하하! 악명이 넘쳤죠! 그래요, 악명이 넘쳤죠! 하지만! 하지만, 저는 그런 불지옥하곤 별로 관계없이 지냈답니다! 저는 아카데미에서 평화롭게 지냈으니까요~! 쭈구리였고~!”

솔직히 제시카 성격이 절대 쭈구리로 있을 성격은 아니다만.

“그렇군요, 제시카가 다니던 세대의 학생이 맞았나 보네요. 정말 예전 수인족들이, 그 학생한테 호되게 당했나요?”

“오호호....... 그, 그랬죠. 호, 호되게 당했, 을 거예요.......!”

“아, 맞아. 어제 검은 사자 파벌이랑 대치했을 때, “마치 불지옥의 마술사 같은 행보를.......!” 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일도 있었네요.”

“그건 고양이 새끼들이 매번 먼저 시비를 거니까 상대해준.......!!(중얼중얼)”

“제시카?”

“아, 아뇨! 뭐- 다들 당할 일이 있었으니 당했겠죠?! 수인족들도! 엘프족들도! 오호호! 아무리 불지옥의 마술사여도, 막무가내로 습격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그런가요?”

“네, 물론이죠! 오호호! 불지옥은, 의외로 사랑과 정의를 사랑하는 마법사였을 겁니다! 분명해요!”

제시카는 뭔가를 얼버무리려는 듯 크게 웃음을 냈다.

슈가는 그런 제시카를 보며, 흥미롭게 함께 웃었다.

“도련님. 혹시 그 불지옥의 마술사에 대해 알게 되는 정보가 있으면, 제 쪽에서 추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슈가. 그래도 너무 신경은 쓰지 마시고-”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조사하는 것이 재밌게 느껴지는 이야기라. ......그렇죠, 제시카?”

“.......으그그그.”

제시카가 그런 슈가를 이를 갈며 바라봤다.

그러다 결국 저택에서처럼 투닥투닥.

에우드는, 제시카와 슈가가 여기서도 잘 지내는 것 같아 흐뭇했다.

.......근데 왠지 모르게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만.

‘뭐, 큰일은 아니겠지.’

너무 신경 쓸 필욘 없다 싶어, 에우드는 다시 차를 호로록 마셨다.

이후 제시카와 슈가가 티격태격하는 것이 겨우 끝났을 때였다.

우다다다다- 덜컹!

“에우드-!”

“에우드.”

두 누나가 제시카의 연구실로 후다닥 뛰어들어왔다.

“우와, 누나들, 복도에서 뛰는 거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에우드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평소 밖에선 꼭 품위를 지키자는 티아나인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정도로 반응하는 걸까.

“들어봐, 들어봐! -아, 제시카, 슈가, 미안.......!”

“아녜요아녜요.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하세요.”

“제시카. 존댓말로 다시 돌아왔어.”

“역시 이게 더 편하더라구요, 셀레나 아가씨. 그냥 남들 없는 데에선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답니다!”

“응, 난 이게 더 제시카다워서 좋아, 제시카.”

“그보다 티아나 아가씨, 셀레나 아가씨, 무슨 일로 그렇게 서두르셨습니까.”

“그게 있지-!”

티아나의 눈짓에, 셀레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당당하게 “어때?”라는 표정으로, 그것을 세 사람에게 보여준다.

“셀레나 누나, 웬 열쇠야?”

금색의 열쇠.

무려- ‘불사조 문양’이 새겨진 철제 열쇠였다.

“아빠가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사용하시던 부실 열쇠래.”

“우리 파벌이 정식 승인되면, 그곳을 사용하게 될 거라고! 우선 한 번 가서 확인해보라고 피르티가 몰래 빌려줬어!”

아무래도 다음 행선지가 정해진 모양이다.

***

같은 시각,

피르티와 다른 멤버들에게 업무를 맡기고 온 하워드는, 학장실로 새로운 서류를 가져왔다.

원래는 쉬는 날이지만, 학생회에게 휴일이란 별 의미가 없다.

하물며 학기 초에, ‘사건’까지 줄줄이 일어나는 상황.

그런고로 거의 하워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멤버들은, 휴일에도 저녁까진 거의 학생회실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허허, 벌써부터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일 줄은.”

“학장님. 저희 쪽은 지금 스트레스 터지기 직전이니, 그렇게 ‘허허, 역시 이래야 아카데미지. 시너지는 좋은 일이야.’같은 분위기로 말하시면, 저 정말 화낼 겁니다.”

덕분에 하워드는 스트레스가 가득이다.

개학식 때 생긴 스트레스도 다 풀지 못한 채, 머리 한쪽에 여전히 남아있다.

“하워드 자네는 말할 때마다 너무 살벌해.......! 조금은 노인 공경을 해주게......!”

베르네이는 하워드의 위협적인 말에 덜덜 떨었다.

물론 베르네이 쪽에선 장난스레 반응한 거다만.

......하워드는 반쯤 진심이었다.

한숨을 한 번 쉰 후, 하워드는 새로운 서류를 두 장 꺼냈다.

“어제 일어날 뻔했던 ‘포에닉스 VS 검은 사자’의 상황은 일단 차치해 두더라도....... 역시 이번 해, 역시 파벌에 속한 녀석들은 그냥 갈 생각은 없는 거 같습니다.”

“후훗...... 무려 트루스 그 애가 ‘파벌 항쟁을 끝내겠다.’라고 했으니 말이네.”

그것은 바로- ‘파벌 대전’의 신청서.

이미 모든 합의가 끝나고, 학장과 학생회장의 허가만을 남겨둔 서류였다.

베르네이는 웃음이 다 가시지 않은 채 그것을 받아간다.

다만 이 이상 웃으면 하워드가 잔소리할 것이 확실하기에, 수염 아래로 웃음을 숨겨간다만.

“그런 만큼 역시....... 시작은 이 둘인가.”

하워드에게 받은 두 서류엔, 각각 두 개- 총 네 개의 파벌이 적혀있었다.

“메트리 파벌이, 엘프 나라 ‘아트녹스’의 왕족 파벌에게 파벌 대전을.”

“그리고 그리피너는, 케인즈 상회급으로 세력을 구축한 ‘겔로드 상회 파벌’과 파벌대전을 하는 건가........”

“각자가 거는 대가는- 각 파벌의 영역 및 자산 절반의 소유권. 그리고.......”

하워드는 파벌 항쟁의 가장 큰 목적이 적힌 ‘대가’를 보며 말했다.

“‘패자 파벌은 승자 파벌의 하위파벌로 종속될 것’.”

“허허, 모두 시작부터 살벌하군. 몇 주 안으로 초거대 파벌 둘이 합병될 게 확실해졌어. 아주 좋은 화학반응이야.”

메트리와 그리피너가 대전을 건 세력의 규모는, 절대 두 파벌에 못지않게 거대한 세력이다.

각 리더들도, 그 측근들도,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들의 파벌.

트루스와 악시우스라고 해도 어쩌면 버거울 수 있을까.

“파벌 대전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는, 각 파벌 당 학기에 두 번. 트루스와 악시우스 모두, 그중 한 번을, ‘자신들의 세력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세력’에게 걸어버렸습니다.”

“엘프 왕족 세력에, 대상회의 세력. 분명, 결코 누구의 밑에 들어가려 하는 파벌들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협상으론 해결할 수 없는 초강대세력. 그렇기에, 실력으로 잡으려는 것일 테고. ........정말, 둘 다 호기로운 것인지, 아니면-”

베르네이는 업무 책상의 서랍에서, 보안마법이 새겨진 자신의 인장을 꺼냈다.

“이 모든 게 계산적인 건지, 정말. 여기선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 매우 기대되네.......!”

쿠우웅!

승인.

두 장의 서류에, 모두 마력을 담아 인장을 찍는다.

“‘10대 귀족 메트리 VS 엘프 왕족 온트라스’, ‘10대 귀족 그리피너 VS 대상회 겔로드’. 두 대전 모두 승인하겠네, 하워드. 그들이 희망하는 날짜에 맞춰, 참관인들을 뽑아주게나.”

“알겠습니다. 베르네이 학장님.”

하워드는 그 서류를 받아, 이어서 자신 또한 인장을 찍는다.

“......뭐, 딱히 참관인 같은 거 안 뽑아도, 학생들이 엄청나게 몰릴 터입니다만.”

“허허, 그건 그렇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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