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56화 (156/264)

객실에서 나가는 만큼,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으려는 듯했다.?156회

뜻밖의 동행156.

조용한 복도 위. 외투를 담요처럼 걸친 에우드가 하품을 했다.

그 뒤로는 슈가 또한 함께하고 있었다.

“슈가, 자고 있어도 되는데요. 아까도 저희 자기 직전까지 누나 쪽도 많이 뒷바라지하고 오셨잖아요.”

“아닙니다. 저는 원래 잠이 적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도련님 홀로 보냈다가, 비상이 걸릴 뻔했으니까요.”

“......그,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비상이 대체 뭐예요?”

“그런 게 있답니다.”

슈가는 갑자기 저택에 처음 왔을 때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침 뚝이라는 거다.

그러다 에우드는 슈가의 메이드 복이 살짝 얇다는 걸 눈치챘다.

치마가 길긴 하다만, 그래도 상의 쪽은 썰렁할 것이다.

슈가도 대놓곤 드러내지 않았지만, 약간 몸을 떨고 있었다.

“슈가, 외투를 걸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안됩니다. 아카데미를 나온 이상, 지금의 전 다시 ‘포에닉스 메이드’. 메이드가 자신의 복식 위에 외투를 걸치는 건, 도련님을 모시는 임무 중 복식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연휴동안은 포에닉스 메이드로 복무전환이 된 것이, 슈가에겐 꽤 고양되는 일이었는지.

에우드에게 속사포처럼, 메이드 몸가짐에 대해 설파한다.

물론 그걸 듣고 있을 에우드가 아니다.

에우드는 자신이 방금 걸친 외투를 잠깐 보더니-

펄럭.

그것을 재빨리 슈가에게 덮어줬다.

마치 작은 동물을 포획할 때 같은 첨예한 움직임일까.

“하힛?! 도, 도련님, 지금 뭘 하시는-”

“춥다니까요. 전 추위를 많이 안 타니 괜찮다 쳐도, 슈가는 살짝 떨었잖아요.”

“그, 그런! 도련님의 옷을 빌릴 순 없습니다!”

에우드의 외투가 살짝 커서 다행이었을까. 슈가의 어깨 위에 올려도 무리는 없었다.

슈가는 서둘러 외투를 에우드에게 돌려주려 했으나, 에우드의 고속 회피에 속수무책.

포에닉스 특수팀이기도 한 슈가인데, 도련님의 속도는 여전히 따라잡기 쉽지가 않았다.

“......하으.”

슈가는 결국 포기하고, 에우드의 외투를 받기로 했다.

에우드는 그런 슈가에게 살짝 웃으며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에우드의 뒤를 따르는 슈가의 표정이 풀려버렸다.

‘하아, 쭉 이렇게 시간이 흘렀으면 좋- 아니아니아니, 제가 또 대체 무슨 생각을. 저는 에우드 도련님을 그 위험한 여성들의 마수에서 지킬 의무가......!’

슈가는 재빨리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어서 곧장 ‘난 아직 글러 먹지 않았어......!’라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외투 없이 복도를 걷는 도련님의 뒷모습을 보자, 순식간에 다시 표정이 풀려버렸다.

슈가의 글러 먹음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레니안느는 의외로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열차 객실 사이사이에는 경치가 잘 보이는 창가가 있는데. 그곳에는 바와 같이 긴 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있었다.

위치는 객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리.

그리고 창가엔 은은한 마석등의 불빛이 켜있었다.

레니안느는 그곳에서, 잠옷 위에 포근한 케이프를 걸치곤 창가에 앉아있었다.

테이블에 놓은 것은 다발의 종이였을까.

레니안느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그 종이 위에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에우드도 귀족 생활을 하며 레니안느를 여러 번 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

곧 인기척을 느낀 건지.

레니안느는 깜짝 놀라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놀래라....... 에우드랑 슈가였구나.......”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어?”

다가온 게 에우드와 슈가임을 알고, 레니안느는 바로 경계를 풀었다.

“앗.”

곧바로 레니안느의 표정에 다시 당혹감이 서린다.

약간 안절부절못하더니, 우왕좌왕 자신의 종이들을 어딘가에 숨기려 했다.

마치 은밀한 일기장을 들킨 아이 같았을까.

다만 그사이 에우드의 눈에 종이의 내용물이 보였다.

빈 종이도 많았지만, 상당수의 종이엔 아기자기한 그림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었다.

“와아...... 레니안느가 그린 거야?”

“그새 봤어.......?”

종이를 이제 막 품에 숨긴 레니안느가,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레니안느가 부끄러워하는 건 의외였다.

“미안, 귀여운 그림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진짜? 귀여웠어?”

에우드가 자연스레 감상을 입에 담자, 레니안느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조금 뒤, 레니안느는 살짝 긴장하면서도 기대를 담아 종이를 보여줬다.

“동화군요......!”

슈가는 레니안느가 그리던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종이는 한 장 한 장 나뉘어 있었다만. 거기엔 저마다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 보니 테이블에 놓인 필기구도, 색연필이나 파스텔같은 것이 다양했다.

아무래도 레니안느는 이 자리를, 나름의 임시 그림 공방으로 쓰고 있던 듯하다.

“객실에서 그려도 될 텐데.”

“그러면 불을 켜야 하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이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었으리라.

“또 탐험도 하고 싶었고......”

“역시.”

“그리고......”

“그리고?”

“......부끄러워.”

레니안느는 아직 그림을 보이는 것에, 많이 자신이 없는 듯했다.

하긴, 아까도 그림을 서둘러 숨기려 했었고.

지금도 약간 부끄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멍한 표정 위로 입가를 오물오물. 긴장을 계속 드러낸다.

그리고 2주 전 대전에선 엄청난 괴물처럼 싸우던 소녀인데.

귀족 사교회에선 트루스와 함께 최고 요주의이자, 위험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영애인데. 참 신기한 모습이었다.

“......다른 것도 있어.”

에우드와 슈가가, 방금까지 그리던 걸 열심히 읽고 있었기 때문인지. 레니안느는 자신의 작은 가방을 열어, 종이 뭉치를 더 꺼냈다.

종이 뭉치는 모두 끈으로 묶여, 책처럼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레니안느는 에우드와 슈가에게 조심스레 한 권씩 건넸다.

에우드와 슈가가 자리에 앉아 팔락팔락 페이지를 넘기자, 방금 봤던 그림 이상으로 아기자기한 그림이 가득했다.

여러 물감을 이용해 채색한 덕에, 알록달록함까지 더해졌다.

방금 봤던 건 아직 작업 중인 동화의 밑그림.

그리고 지금 보여주는 것은, 이전에 그린 완성본이라 해야 하리라.

“진짜 잘 그린다.......”

에우드가 거듭 칭찬을 하자, 레니안느가 포옥 고개를 숙였다.

사교회에선, 에우드의 두 누나 못지않게 귀엽고 예쁘다고 찬사를 받는 레니안느다.

그래도 그림을 칭찬받는 건 그리 익숙하지 않은 걸까.

동화책은 정말 완성도가 정말 상당한 게, 에우드는 저택에 있는 동화책 못지않았다.

만약 양장본으로 만든다면, 실제로 판매하는 동화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에우드와 슈가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하자, 레니안느는 한쪽으로 머리칼을 꼭 쥐곤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어?”

“그림이라기보다......”

레니안느는 꼼지락꼼지락 말을 이어갔다.

“이야기 쓰는 게 좋아.”

“아-”

거기서 에우드는 레니안느가 보여준 동화들의 공통점을 이해했다.

방금 것도 그렇고. 지금 보고 있는 것도 그렇고.

전부 영웅이나 용사의 모험담을 그려낸 동화였다.

레니안느는 그쪽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니 말이다.

이야기를 듣고 읽고 하다 보니, 자신도 직접 써보고 싶어진 것이리라.

“그런데 이 이야기- 어머나, 어머어머......!”

“슈가?”

곧, 동화를 읽던 슈가가 너무나 반갑다는 듯이,

또 귀여움을 못 참겠다는 듯이 웃었다.

레니안느는 “눈치챘구나.”라는 분위기로 눈을 반짝였다.

“도련님도 한 번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이길래......”

“직접 보시면 아실 겁니다......!”

에우드는 갸웃하면서도 슈가에게 동화를 건네받았다.

곧 페이지를 넘겨보자......

“아앗.”

이번엔 에우드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동화책의 주인공은 ‘난쟁이족’의 남자.

그리고- 항상 정체를 감추기 위해 ‘투구’를 쓰고 다니는 전사였다.

와이번을 쓰러트리거나. 그리즐리를 쓰러트리거나.

또 마지막엔, ‘동굴에서 거대 지네’를 쓰러트리거나.

수많은 동료 헌터들을 구해오거나 등-

.......에우드의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에우드의 헌터 명 ‘투구의 난쟁이’.

“아니, 레니안느. 이건........”

“‘투구의 난쟁이’가 활약하는 건 매번 정말 좋은 소재가 돼.”

그제야 에우드는 왜 레니안느가 매번, “투구의 난쟁이에 대해서도 잘 듣고 있었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됐다.

에우드의 헌터 활동이, 레니안느에겐 하나의 이야기 소재였던 거다.

“가장 먼저 동화책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투구의 난쟁이부터 이야기를 짜봤어.”

게다가 지금 보고 있는 것 말고도, 메트리 저택에 몇 권 더 있는 모양이다

처음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연습 삼아서 그렸던 것들도 있다고.

덕분에 에우드는 솔직히 심각할 정도로 부끄러웠다.

“레니안느님, 혹시....... 이거 사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슈가가 비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니안느는 그 말에, 고개를 차분히 끄덕끄덕했다.

“마법 사본을 만들 수 있는 종이 위에 그린 거라...... 충분히 가능해.”

“그렇다면 부디. 부디 구매를 희망합니다......! 너무 귀엽고 재밌습니다......!”

슈가는 지금 당장 동화책값으로 천금이라도 꺼낼 기세였다.

아니, 꺼내기 직전이다.

“나중에 사본을 만들게 되면, 아는 사람들한테 조금씩 돌려보려고 해....... 포에닉스 저택에도 보낼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감사합니다, 레니안느 작가님......!”

‘님’이었던 호칭이, ‘작가님’으로까지 변해버렸다.

수제작 동화책을 사이에 두고 10분.

이미 슈가 독자님은 레니안느 작가님의 팬이 된 것 같다.

“잠깐만, 레니안느. 이 동화책을 돌린다고......?”

“여러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

레니안느는 방금까지 칭찬을 받은 덕에 자신감이 좀 붙은 걸까. 살짝 아득해진 눈동자로 그것을 말했다.

그런데 그 경우, 동화책을 받는 건 대부분이 귀족 가문 혹은 관계자일 텐데.

물론 완성도도 정말 높고.

또 메트리 측에는, 아마 일가를 제외하면 투구의 난쟁이의 정체를 아는 이는 없다.

동화의 내용도 다양한 각색이 되어있어, 투구의 난쟁이와 에우드의 공통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우드는 그게 대체 무슨 수치 플레이냐 싶었다.

아무리 주변이 못 알아챈다고 해도다.

자신의 활약을 담은 동화를 주변에 돌린다니. 에우드로선 정말 부끄럽다.

하지만 작가님과 독자님의 표정을 보니 차마 말리기도 힘들었다.

“도련님이 주인공인 동화책이라니...... 진짜, 너무 귀엽잖습니까. 하아아-”

“슈가......?”

“-어흠.”

게다가 이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요 며칠. 에우드는 슈가의 눈빛이 가끔 제시카, 디에스 쪽과 좀 비슷해지는 것 같았다.

에우드도 아직은 착각이거니 싶었다만.

“활동 재개,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부끄러운 기색은 그새 사라진 채, 레니안느는 투구의 난쟁이에게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11시경.

열차는 조금 일찍 포에닉시안에 도착했다.

* * *

프란시느와 드로와는 예정했던 대로 가문의 마차가 미리 와 있었다. 플로라 또한 케인즈 상회로 갈 마차가 도착했다.

다들 연휴 간의 약속을 잡고, 우선 각자의 본가로 향했다.

평소보다 조금 큰 마차가 마중 온 포에닉스측도, 그것을 타고 포에닉스 저택에 향한다.

그리고 약 30분의 운행을 마치고 도착한 저택에선-

“뫄이, 썬! 뫄이, 도터즈-!”

“꺄아악!?”

“아빠, 징그러.......”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속으로 뛰어온 가레스가, 삼남매를 전력으로 끌어안았다.

동시에 두 누나가 전력으로 그걸 뿌리쳤다만.

결국 언제나처럼 에우드만이 가레스의 포옹을 전력으로 받을 뿐이다.

그런 가레스의 모습에, 함께 오던 알베르토가 쓴웃음.

슈가와 제시카도, 역시 언제나의 가레스라면서 웃었다.

그리곤 가레스는 팔불출처럼 끌어안던 포옹을 풀곤, 에우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에우드.”

“.....네, 아버지.”

아들의 대답에 아버지가 씨익 웃는다.

알베르토 또한, 그런 도련님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곧바로 가레스는 ‘예정된 손님’과 ‘예정되지 않은 손님’들을 보며, 한 가문의 수장답게 표정을 바꿨다.

“포에닉스 가문에 어서 와, 아나트 토르랑. 이렇게 보길 정말 기대하고 있었어. 그리고, 레니안느도 오랜만이구나. 우리도 이제 막 네가 함께 온다는 걸 전서로 받았단다.”

아나트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가레스에게 살짝 놀란 걸까.

포에닉스 부부의 자식 사랑이 각별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재빨리 동요를 거두고, 토르랑 영애로서 황금의 기사에게 인사를 전한다.

“오늘은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레스님. 토르랑 현 수장, 아인스 토르랑을 대신하여 가문의 인사를 전합니다.”

“......갑자기 신세를 지게 돼서 죄송해요.”

서로 살짝 떨어져서 인사하는 두 소녀에게, 가레스는 흡족히 웃었다.

“뭐, 일도 많고 할 말도 많을 테지만. 그래도-”

가레스는 저택 쪽 창문을 살짝 바라봤다.

아이들도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창문에서 사용인들이 마당 쪽을 몰래몰래 보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반가움을 못 이긴 몇몇 사용인들이 창문에서 손을 흔드는 걸 보며(마리가 원인으로 보인다), 가레스는 참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하핫, 다들 들어가서 인사부터 나누는 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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