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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86화 (184/264)

?186회

지옥 기간186.

그 뒤로도 며칠. 지옥 기간은 순조로이 진행됐다.

물론 순조로이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다만.

애초에 지옥이라는 단어가 붙은 순간부터, 긍정적인 단어로 설명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아카데미도 부지 내를 지나다닐 때마다, 학생들의 기운이 쪽쪽 빠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걸 지켜보는 에우드도 딱히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만.

귀족계 학생이든, 일반 학생이든, 다들 고생 중이다.

그래도 과제는 낑낑거리면서도 차례차례 완료.

이제는 각 과목의 시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고비였던 수인어 과제는, 다행히 제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정말로 사울드가 골라준 책들이 큰 도움이 되었을까.

역시 인텔리 늑대 수인.

에우드로선 그런 칼투스에게 몇 번 감사 인사를 전해도 모자라다 싶다만....... 마주쳤다가 또 난리가 날 거 같아 걱정이었다.

파벌 소속들은 아지트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서인지, 기숙사에서 자주 안 마주치니 말이다. 이럴 땐 아지트의 존재에 감사해야 할까.

이제 에우드에게 남은 고비는, 과목 그 자체가 어려운 신학이었다.

과제는 다행히 서술형 질의응답에 자기 생각을 적는 정도로 끝났다만.

시험에선 그것보다도 더욱 난이도가 높게 나올 테니 말이다.

덕분에 프란시느와의 시험대비도, 점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여전히 막막하다만.

“에우드님, 1차 종교 전쟁 이후에 이단 종교들의 창궐이 일어났어요. 각 시대의 사건 순서를 헷갈리면 안 돼요.”

“머리가 뒤섞이네요......”

“이번 시험은 또, 입학시험 때와 달리 완전 서술형이니까요. 아마 문제별로 ‘아는 한 다 쓰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그게 유효타 방법이에요.”

“고문이잖아요오오오.......”

분명 신학은 신성 뿜뿜하는 성스러운 과목이 아니었는가.

근데 시험 문제는 거의 고문에 가깝다.

가뜩이나 입학시험 때보다도 내용이 더 심화되고, 더욱 난이도가 올랐는데.

“괜, 괜찮아요, 에우드 도련님은 배우는 게 빠른걸! 조금만 더 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요! 자, 이번엔 이 페이지-”

에우드에게 격려를 하는 것과 동시, 프란시느는 책을 촤르륵 넘겨 재빨리 펼쳤다. 벌써 글씨가 가득한 것이, 보통 난이도의 페이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 시대에 활동했던 성인들의 업적을 전부 적어보도록 하죠. 시간 순서상으로.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까지. 지금부터 30분 드릴 테니까요....... 자, 펜하고 노트 준비.”

“지금 바로요?! 그보다 30분?! 30분 안에 쓰라고요?!”

“30분 안에 쓸 수 있어야지, 시험에서도 속도를 맞출 수 있어요! 준비- 땅!”

“-으아아아.......!”

그래도 이런 식으로, 프란시느의 가차 없는 신학 서포트가 이어진 덕일까.(강도만 봐도 거의 조안과 맞먹을 정도였다.)

에우드도 어찌어찌 신학 시험을 훌륭히 대비할 수 있었다.

죽을 맛이었다만.

프란시느의 신학 서포트는, 정말 유효타로 가득가득하다.

“.......역시 나중에 검을 배운다고 해도, 프란시느한테는 차마 못 부탁하겠어요.”

티아나와 함께 매직 아이템 공부를 하던 플로라는, 에우드 쪽을 보며 그것을 중얼거렸다.

함께 듣던 드로와도 고개를 끄덕끄덕.

프란시느 린드가드. 겉으론 가장 얌전해 보여도 이 파벌에선 가장 가차 없는 소녀이니 말이다.

“그럼 플로라, 이번에야말로 내가 가르쳐줄까. 내 손에 잡히면, 한 달 안에 중급 기술을-”

“들었어요, 셀레나. 예전에 티아나 가르쳐줄 때도 엄청 심하게 굴렸다면서요.......”

“맞아맞아, 울 언니는 때리면서 가르친다니까. 말도 심하고.”

“저, 그, 으으으....... 죄송해요, 셀레나님. 역시 이번에도 조금 보류를.......”

“우으으으으.”

플로라, 티아나, 드로와의 거절에, 셀레나가 뺨을 뿌우우 부풀렸다. 저번에도 거절 당했었는데, 벌써 두 번째다.

“.......흥, 나중에 가르쳐 달라고 해도 안 도와줄 거야. 너흰 검성의 교육을 놓친 거야. 흥흥.”

삐졌다. 포에닉스의 검성이 삐져버렸다.

그리곤 옆에서 함께 공부하던 아나트를 꼭 잡는다.

여동생한텐 삐졌고, 남동생은 바쁘니, 아나트를 잡은 걸까.

“셀레나....... 잡지 마요오오오.......”

다만 아나트는 잘못 건드렸다간 정말 사르르 모래가 될 거 같았다.

아나트의 경우 3년 차이다 보니, 과목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피곤이 쌓이고 있었다.

“제발 좀 빨리 끝나라-!”

그렇게 불평을 뿜어내며, 아나트는 책상 위에 내려와 있던 와이즈를 파바밧 쓰다듬는다.

주인 못지않게 따끈따끈한 와이즈의 몸에, 아나트의 피곤도 아주 살짝 풀려간다.

지옥 기간이 무르익은 현재. 와이즈는 아지트 내에서의 힐링 아이템 취급이었다.

“구우우우우!”

보통 와이즈는 10분 정도 귀여움받으면 도망간다만.

이번엔 와이즈도 이 지옥 기간을 나름 도와주려는지, 열심히 쓰다듬을 받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끔 에우드도 함께 쪼물쪼물을 제공한다만.

물주와 식객, 둘 다 힐링 아이템으로 대호평이었다.

* * *

“1년 차들은 검술도, 마법도, 이번엔 실기 시험이 아니라 이론 필기 시험이니까요. 저는 차라리 몸을 움직이고 싶은데요.......”(라다루스)

“몸으로 하던 걸 글로 쓰라고 하니까요. 조금 난감하죠. 이론 시험 하나로 성적이 또 결정되니.......”(에우드)

오랜만에 라다루스와 만난 에우드는, 서로 난감하다는 듯 책을 팔락팔락 넘겼다.

현재 온 곳은 아카데미 제2 도서관.

에우드가 평소 자주 들리는, 수인어 학관 근처의 도서관이었다.

처음엔 중앙 도서관에 가려 했다만 저번 일도 있고.

또 그 샐리라는 학생회가 두려운 기색을 보였다간, 에우드도 조금 상처받을 거 같기도 했고.

어차피 잠깐 공부하러 들리는 것인 만큼, 오늘은 이쪽.

지금은 아직 강의가 다 끝나지 않은, 각 강의의 사이 시간이다만 역시 꽤 사람이 많다.

사이 시간을 이용해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다들 똑같았나 보다.

“뭐, 1년 차의 첫 시험이 이론 시험만 있는 건, 아카데미 나름의 배려이긴 합니다만.”

라다루스의 옆에서 유리카가 조용히 말했다.

“아, 공식전에 제한이 있는 것과 비슷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에우드님.”

1년 차인 신입생들이, 검술 실기에 너무 몰두하다가 다른 시험이나 과제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평소에도 상당한 실력이 있는 ‘파벌급’ 학생들이면 몰라도, 수련을 병행해야하는 일반 학생들에겐 꽤 부담이 크겠지.

그렇기에 이번 지옥 기간에서 먼저 맛보기로 강도를 보여주고. 이후 시험에선 시간을 잘 분할해 대비하라, 이 말이겠다.

뭐 사실, 에우드는 알베르토에게 도중부터 이론 수업을 받은 적이 많았다만.

알베르토 왈, 여러 유파를 익히는 만큼, 지식 또한 갖추라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검술 필기시험의 준비는 엄청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래도 고생은 똑같이 한다만.

이는 셀레나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애초에 에우드의 누나들은 공부 머리가 정말 좋기에, 에우드처럼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의 경우 원체 이론이 가득한 과목이라, 필기시험 공부만으로도 빡빡했다.

항상 열댓 명이 함께 다니는 라다루스의 누님들은, 유리카를 제외하고 모두 주변에 퍼져 있었다.

역시 이번엔 면학 분위기가 크니 어쩔 수 없었을까.

괜히 한 쪽에 너무 모였다간, 괜히 소란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여 나눠 앉기로 했다고.

그렇게 서열상 최상위인 유리카만이 라다루스 옆에 앉은 것이다.

언제나 룰과 매너를 지키는 라그나릴 파벌이다.

“그런데 저번에 도서관에서 푸른 늑대랑 충돌했다는 소문이던데요, 에우드님.”

“아하하하....... 조금 오해가 있어서.”

“역시 에우드님도 사건성이 트루스님 못지않으시다니까요. 조심하셔야 해요.”

“네엡......”

“가뜩이나 그 안개부터 시작해서 항상 주변에 사건이 많으신데...... 포에닉시안 습격 사건도 있었던 만큼, 몸을 더욱 안전하게 하셔야죠.”

라다루스는 검지를 휘적이며, 에우드에게 잔소리하듯 말했다.

자그만 라다루스가 걱정을 해주면, 에우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에우드는 항상 동생 취급을 받기 때문인지.

진짜 동생뻘인 라다루스한텐, 에우드도 조금 약해진다.

레니안느는 동갑인데 챙겨야 할 동생 같은 느낌이라면, 라다루스는 연하인데 빠릿빠릿한 동생 같은 느낌일까.

누님들을 이끄는 리더인 만큼, 그런 행동이 몸에 밴 거겠지.

역시 그 사울드가 ‘하렘’이라면서 예의주시할 정도의 소년답다.

그때 사울드가 말한 ‘금발 양아치’가, 어쩌면 라다루스를 말한 것일지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라다루스가 금발 양아치는 아니지만- ......응?’

파아앗!

그때, 순간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음? 왜 그러세요, 에우드님?”

“아뇨, 라다루스. 그게.......”

시선이 급격히 몰리는 게 느껴지기에 에우드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라다루스X에우드, 라다루스X에우드, 라다루스X에우드......!!”)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

(“하아아... 빨리 지옥 기간이 끝나야, 파벌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텐데......”)

라그나릴 파벌의 소녀들이, 저마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귀가 좋은 에우드지만, 최대한 대화 내용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번부터 들렸던, ‘라다루스X에우드’라는 뭔지 모를 말도 있고.

혹시 그쪽 나름의 영업 비밀인가. 그렇다면 몰래 듣는 건 매너가 아니다. 비밀엄수를 위해 귀를 살짝 닫아주자.

곧, 유리카가 주변에 들리라는 듯 살짝 헛기침하자, 곳곳의 시선과 대화가 팍 거둬졌다.

역시 대단하다, 룰과 매너를 지키는 라그나릴 파벌.

통제되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유리카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제시카 교수님의 미궁 이론 시험 난이도는 어떨까요.”

“아, 그렇네요, 유리카. 저도 뵙기야 여러 번 뵈었지만, 그래도 쉽사리 예상이 안 되네요.......”

파벌이나 동아리에 있는 학생들은 선배들에게 여러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교수 별 시험 및 과제 난이도.

다만 제시카는 이번 해부터 온 교수니까. 사전 조사가 불가능했던 거다.

아마 유리카로선 이 대화 자체가, 에우드에게 약간의 정보를 바라며 슬쩍 건넨 거겠지.

제시카는 에우드의 전속 교사였으니 말이다.

에우드도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것에 대해 답했다.

뭐, 대단한 정보는 아니다만-

“제시카- 제시카 교수님 말로는 난이도가 높을 거니, 기대하라 하네요.......”

-대단한 정보는 아니고, 절망적인 정보다.

“으와아아.......”

“생각해보니 과제도 상당했었죠.”

라다루스와 유리카는 들어서 손해 봤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제시카 올데그랑트.

지옥을 겪었으면서, 이젠 직접 그 지옥을 자아내는 여자의 이름이다.

“그래도 미궁 이론은 자신 있으니까요, 혹시나싶은 건 저도 도와드릴게요, 라다루스, 유리카 선배.”

“정말인가요!”

에우드의 호의에, 라다루스가 활기차게 반응했다.

미궁 이론은 학년 관계없이 듣는 과목인 만큼, 모두에게 난이도가 동등.

그러나 에우드는 3년간 ‘투구의 난쟁이’로 싸워오고. 또 7대 던전을 조사하며 공부한 만큼 가장 자신이 있었다.

이 지옥 기간 중 그나마 여유 있는 과목인 거다.

유리카도 에우드가 던전 쪽 지식이 풍부하단 걸 라다루스에게 들었던 걸까. 끄덕끄덕, 함께 부탁한다는 의사를 보냈다.

“꼭 부탁드릴게요, 에우드님! 역시 어려운 게 많다 보니!”

“그럼 나중에 제가 아지트로 갈게요, 라다루스.”

“아뇨아뇨, 제 쪽에서 가야죠!”

라다루스는 에우드에게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답한다.

라다루스의 폭신폭신한 금발이 퐁퐁 뛰며, 에우드를 향해 토끼처럼 눈을 반짝인다.

그러자 갑자기 곳곳에서-

퉁! 투웅! 쿵!

(“하윽.”)

(“버틸 수 없어.......”)

(“저 조합, 너무 강해.......!”)

책상 위에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우드가 슬쩍 돌아보자, 아까와 같이 전부 라그나릴 파벌 소녀들.

‘괜, 괜찮은 건가, 저 사람들.......?!’

에우드는 혹시 라그나릴 파벌 소녀들의 건강이 나빠진 게 아닐지 걱정되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역으로 소녀들은 ‘건강해지는 중’입니다만.

눈 호강. 정신 호강.

좋은 걸 보면, 그거야 뭐 피로도 팍팍 풀립니다.

“-좋은 다과를 들고 찾아갈게요, 에우드님!”

호강 중이라는 걸 알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주 있는 일이라 감흥이 없는 건지.

라다루스는 풀썩 쓰러진 소녀들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에우드는 이 금발 도련님에게 잠시 전율했다.

“맞아요, 또 시험이 끝나면 이번엔 거대 행사도 있을 테니까. 여러 의미로 한동안은 계속 바쁘겠네요.”

라다루스가 말한 행사라는 말에, 에우드가 살짝 멈칫했다.

“행사....... 그렇죠.”

“이번 왕도 행사에 오셨던 사프라의 공주님이 참관한다고 하시죠?”

“네, 라다루스님. 연휴 이전부터, 그렇게 계획되어 있던 듯합니다.”

지옥 기간에 다들 고생 중이었다만.

지옥 기간 후 예정된 행사의 존재는, 이제 상당수의 학생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무엇보다도 거기에-

‘라피스 엘런시아 사프라’가 참관을 한다는 정보 또한.

포에닉스 삼남매와 플로라도, 아카데미로 돌아가기 전날 가레스에게 전해 들었던 이야기였다.

지금도 머리가 팍팍 혹사당하는 판인데. 덕분에 생각할수록 근심이 많이 생겼을까.

특히 에우드는 ‘아버지에게 받은 의뢰’도 있는 몸. 근심은 당연하다면 당연했으리라.

‘게다가 그 의뢰는 누나들한테도 비밀로 해야 하는 의뢰였는데.......’

에우드는 참 걱정할 게 많다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조금 뒤, 에우드는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곧 신학 강의를 들으러 갈 시간.

프란시느도 슬슬 이전 강의가 끝날 때니, 함께 합류하여 가자 싶었다.

에우드는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라다루스, 유리카 선배. 나중에 뵐게요.”

“네, 에우드님!”

“남은 지옥 기간, 양 파벌 모두 잘 버티도록 하죠.”

그렇게 라다루스와 유리카, 그리고 다른 라그나릴 파벌에게도 작게 인사를 마친 후(다들 기분 좋게 쓰러진 채 에우드의 인사를 받아줬다).

에우드는 조심스럽게 도서실의 밖으로 나왔다. 면학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행동이 다소곳해졌을까.

‘프란시느는 역사학관에서 온다고 했으니까- 이쪽으로 나가는 게 더 빠르겠네.’

방향 상, 도서관의 정문보단 우측 문으로 가는 게 좋다 싶어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제2 도서관의 복도를 쭈욱 걸어, 프란시느를 찾아가려는 그때-

“-응? 왁!?”

“꺅!?”

쿠우웅!

복도의 모서리.

에우드와 누군가가 거하게 부딪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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