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35화 (233/264)

뭐, 이 난쟁이가 아카데미에 머무는 한, 반드시 또 만날 건 확실했다.?235회

참가표명235.

일단 주변을 보니, 라피스의 모습은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진짜로 라피스가 있었다면 카페가 이 ‘난쟁이의 소란’으로 뒤숭숭하진 않았겠지.

라피스라면 나타난 그 순간부터, 이 광장 거리 전체가 난리 났을 테니 말이다.

그 이상으로- 아까 디에스와 엘토가, ‘어제 일’을 이어서 이야기하기 위해 이동한다 했으니까.

아마 그쪽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따지면, 이 에이트리라는 난쟁이는 또 그 회의 자리에서 쫓겨난 거로 보인다만.

이땐 레니안느의 말을 빌려 말해야겠지,

‘꼴 좋다~’라고.

“잉?! 뭐야, 왜 그런 웃음을 짓는 거야?! 짜증 나!”

꼴 좋다는 웃음이 에우드의 표정에 드러났는지, 에이트리는 금세 갹갹 화를 냈다.

“에, 에우드 님, 아는 사이이신가요?”

“아는 사이라고 할 것까진 없고, 그냥 얼굴만 아는 사람이요…….”

“아…….”

마나는 에우드와 에이트리 사이의 상반된 태도에, 살짝 혼란스러웠으리라.

아니, 그보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을 텐데.

지금 에우드는 이 난쟁이를 상대할 때가 아니다.

에우드에겐 지금 당장 음료를 2층으로 가져간 후. 조금 뒤에는 누나들의 마중도 가야 하는, 훨씬 중요한 의무가 있다.

에우드는 마나에게 괜찮다고 말한 후, 에이트리를 지나쳐 음료 트레이를 챙기려 했다.

트레이 위에 놓인 건, 2층에 가져갈 여섯 잔의 음료.

그 옆에는 따로 바구니에 포장된 일곱 잔의 음료였다.(포장용 음료 컵엔 냉기 유지 마법이 걸려있다.)

“얌마,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내 말 무시하지 말라고~! 난 네놈에게 물어볼 것도- 아앗!? 그 엄청 많은 음료수, 네놈이었냐!”

트레이를 들고 슬쩍 자리를 피하자 싶었던 에우드에게, 에이트리는 놀란 듯 삿대질을 했다.

그리곤 에우드의 앞으로 우다다 달려오더니, 씩씩 화를 냈다.

“혼자서 이렇게 많이 마시려 하다니,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이 욕심쟁이, 욕심쟁이!”

“혼자 마시는 거 아니거든!”

대체 뭘 잘못했다고, 욕심쟁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 건지.

에우드도 이쯤 되면, 되려 자기가 잘못한 거 같아 무섭다.

그러고 보니, 아까 주문이 오래 걸린다고 칭얼거리고 있었지.

에우드가 카운터의 점원분을 슬쩍 보자, 여전히 난처로 가득하다. 포에닉스 리더까지 와서 한층 더 혼돈에 휩싸인 상황에, 역시 혼란스러운 거겠지.

게다가 가게엔 새로운 손님들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다만 이 소란 때문에, 차마 카운터 쪽으로 다가오질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랑…… 어제 그 라피스 공주님 호위!?”

“난쟁이 호위다!”

“라넌큘러스 후보라던……!”

“뭐야, 무슨 일이길래 말싸움인 거지?”

웅성웅성웅성-

10대 귀족과 라피스의 호위일 소녀의 말싸움이니 말이다.

가뜩이나 이용객 대부분이 일반 학생인 만큼, 함부로 가까이 오질 못하는 것이다.

“설마, 싸우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저번에, 정원탑에서 뭔가 충돌이 있었다고 들었어!”

“포에닉스 리더랑 라피스 공주님의 호위가 싸우는 거라면……!”

술렁술렁술렁!

이 무슨 엔터테인먼트에 굶주린 하이에나들이냐.

어쨌든 이래서야 명백한 영업 방해이지 않은가.

케인즈 상회였으면, 서둘러 호위 헌터들을 부른 후 조치할 정도다.

에우드는 서둘러 헛기침을 살짝 했다.

“……뭐 시키려고 했는데?”

“잉?”

“음료, 뭐 시키려고 했는데?”

“몰라, 그런 거!”

짜증!

짜증 난다, 이 난쟁이 진짜!!

에우드는 나름대로 자기가 참을성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인내가 바닥을 찍을 뻔했다.

그리고 에이트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살짝 흐리곤,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피스 공주님, 회의 때문에 힘드실 테니까……. 회의에 참가 못 하는 만큼, 공주님이 목을 축일 수 있게, 뭐라도 마실 걸 사려 했던 것뿐이야!”

“아.”

아무래도, 자기가 회의에 못 들어가 조금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여기 학생회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피르티라는 애가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뭐!”

게다가 여기서 피르티의 이름까지.

……피르티도 귀족이면서, 일반 학생들이 애용하는 가게를 가장 맛있다고 전해준 건 역시 피르티답다만.

학생회에도 몇 없는 귀족이기도 하고, 또 피르티는 옛날부터 신분으로 차별하는 일이 정말로 없으니 말이다.

에우드는 방금 든 트레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피르티의 이름도 나왔고.

가뜩이나 에이트리가 또, 버려진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어서 더욱 마음이 약해졌다.

“저기, 점원분. 혹시 이거 하나, 포장용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

“그리고 작은 트레이도 하나 더…….”

결국 에우드는 방금 나온 음료 하나를 포장용 용기에 옮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추가로 음료 두 개를 담을 종이 트레이 또한.

“아하!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에우드 님!”

다행히 에우드의 의도를 점원도 이해해줬는지. 순식간에 그것을 준비해줬다.

“-자. 이거 줄 테니까.”

“우왓.”

어느새 음료 두 개가 정갈하게 담긴 종이 상자를, 에우드는 에이트리에게 건넸다.

원래 에우드가 마시려 했던 음료들이니까, 딱히 줘도 상관은 없겠지. 둘 다 무난하게 새콤달콤한 맛이라고 했으니까, 호불호가 갈릴 건 별로 없을 테고.

……다만 원래 포장되어있던 것 하나는 마나가 사준 것이다 보니까, 마나에게 역시 미안했다.

마나 쪽을 보자, 다행히 괜찮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해줬다.

역시 착한 아이다.

“……응?! 어라?! 나 주, 주는 거야?!”

“주는 거야. 그러니까 가게에 그만 폐 끼치자……. 사람도 많이 모여들고 있잖아.”

“아, 그렇긴 하네…….”

에이트리는 에우드가 준 음료를 얼떨떨하게 받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에이트리는 해맑게 웃으면서, 에우드의 어깨를 팡팡 내리쳤다.

“……흥! 뭐, 뭐야~! 너, 의외로 그리 나쁜 놈은 아니었군!”(팡팡팡!)

“악, 아얏! 야! 때리지 마!”

“에헤헷,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걸로 지금 당장 라피스 공주님한테 가져다드릴 수 있게 됐어!”

역시 저번에 한 번 충돌했을 때도 에우드가 느꼈듯, 근력이 상당했다. 짜증 난다만.

……그래도,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는 건, 그나마 괜찮은 점일까.

근데 우선 계속 영업 방해 중인 거니까, 빨리 비켜줬으면 하는데.

“에우드, 무슨 일이에요!? 뭔가 트러블이-”

역시 소란이 들린 탓인지, 2층에서 다른 아이들 또한 내려왔다.

“와아, 난쟁이 여자애!”(아루)

“라피스 공주 호위라던 꼬마애네!”(라이니)

“……그르르르.”(키루미나)

“으아, 아가씨, 진정해요!”(메루)

“앗. 나도 모르게.”(키루미나)

순간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던 키루미나가, 어흠어흠 목을 가다듬으며 얼굴을 붉혔다.

에우드는 괜히 저번 폭주가 떠올라 무서웠다.

분명 본인이 직접 신비한 날이 끝났다고 했고.

또 저번 같은 페로몬 냄새도 안 나니까, 그래도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물론 에이트리는 그쪽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에우드가 준 음료 트레이만, 싱글벙글 바라볼 뿐이다.

“그렇지!?”

음료수의 향을 살짝 킁킁 맡고 방긋 웃던 중, 에이트리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에우드에게 눈을 빤짝였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너도, 이번에 그 뱅퀴-인지 뭔지, 출전할 예정이야!?”

“뱅퀴시?”

“그래, 그거! 그거 출전할 예정인 거야?!”

“그렇기는 한데…….”

갑자기 다가와 뭔 말을 하나 했더니.

어째서 묻는지는 몰라도, 일단 출전할 건 확실했으니까 에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주변에서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학생들도, 조금씩 술렁이는 감이 있었다.)

그러더니 에이트리 또한 씨익 하고 웃는다.

“‘나도’ 출전할 거니까! 흐흥, 좋아! 저번에 탑 앞에서 충돌했던 건, 거기서 서로 이어가면 되겠네!”

“……잉?”

“기다리고 있어! 또 기대하고 있으라고! 나도 그때 받은 일격, 확실히 갚아줄 테니까! 후훙!”

“?????”

그 순간.

에우드는 물론, 카페에 있던 모든 학생과 직원들이 어리둥절했다.

지금 분명 에이트리가 ‘참가’라고 했는데.

하지만 뱅퀴시는 규정상 ‘아카데미 학생’만이 참가하는 것이 원칙.

원칙이라 해야 할까, 그게 보통의 상식이다.

에이트리가 참가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거다.

그러자 에이트리는 의기양양,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쿵쿵 두드리며 말했다.

“이번에 특별 초청자 입장으로, 나도 뱅퀴시 참가하기로 했거든!”

그 순간, 카페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키루미나와 아루&메루는 물론, 주변의 수많은 일반 학생들 또한 경악과 긴장을 품을 정도였다.

그 말인즉슨-

라피스의 호위이자, ‘라넌큘러스(조정자) 후보’인 괴물급 존재가 뱅퀴시에 직접 나선다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너도! 레니안느도! 거기서 제대로 다시 붙어보자! 에헤헷!”

그렇게 에이트리는 주변의 술렁임은 여전히 신경도 안 쓰고.

그저 음료 상자를 꼭 쥔 채, 에우드에게 팔을 붕붕 흔들며 카페를 나섰다.

“아니아니아니, 잊을 뻔했다, 잊을 뻔했다!”

-라고 생각했다만, 나섰다가 다시 들어왔다.

“어디 보자, 가장 비싼 음료수 값의 두 배니까……! 하나, 둘, 셋, 으음, 오케이 이걸로 끝! 이거 음료수 값! 공주님이, 평소 인간관계에서 돈 문제는 없게 하라고 항상 말씀해주셨다?!”

“아.”

“음료수 고마워! 라피스 공주님도 기뻐해 주실 거야~!”

호다닥 에우드에게 다가와 손을 꼭 잡더니, 무게감 있는 금색 동전들을 꼭 쥐여준다.

그리고 경쾌한 웃음을 계속 이으며, 순식간에 다시 밖으로 나선다.

폭풍이 지나갔다고 해야 할지.

방금까지 에이트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던 카페는, 순식간에 정적이 돌았다.

물론-

“진짜냐……!”

“뭐야, 라넌큘러스 후보가 뱅퀴시에 참가한다고!?”

“너무한 거 아냐……?!”

“위험한데……! 이래서야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지……!”

“후보라는 건, 조정자가 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

“빨리 애들 모아! 팀을 짜든 뭐든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해!”

카페는 순식간에, 다시 혼란으로 휩싸여 갔다.

가뜩이나 일반 학생들은, 대형 및 중견 규모 파벌과 타종족 파벌, 또 그 외 수많은 유력자를 상대하기도 바쁜데.

거기에 추가로 괴물 같은 난쟁이 여자애가 참가한다고 하니 당연했을 테지.

그 소란 속에서,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어버렸다.

그건 에이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들, 사실상 자신의 음료를 라피스에게 주게 된 것 때문이었을까.

……에우드는 괜히 이상하게 의도가 전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어, 어라? 에우드 님?”

“아, 마나. ……죄송해요. 모처럼 사주셨는데, 그걸 줘버렸어요…….”

“아뇨아뇨! 에우드 님이 마음대로 하시면 되는 거니까요! 전혀 신경 안 써요!”

에우드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마나는, 아까와 같이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게,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곧 마나는 조심스럽게 에우드의 손을 살짝 보더니……

“그런데 저, 에우드 님……. 그거, 저희 유그라시아의 돈이 아니지 않나요……?”

“엥?”

에우드는 그 말을 듣고서야, 에이트리가 꼭 쥐여줬던 동전을 확인했다.

손에 쥐어져 있던 건- 다름 아닌 ‘사프란’ 꽃문양이 새겨진 금색의 동전.

그렇다.

유그라시아 통화가 아닌, 사프라 통화인 거다.

“……이 난쟁이가 진짜!”

후다다닥 뛰어나와 가게 밖을 봤지만, 에이트리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렇겠지.

무려 ‘약 이틀을 뛰어서 라피스를 쫓을 정도의 괴물’인데.

거리를 벗어나는 건 순식간이겠지.

그런데 결국 주문 순서든, 20분을 기다리든 간에.

처음부터 에이트리는, 이 가게에서 음료를 살 수 없었던 거다.

조금 뒤 숫자만 확인해보니, 메뉴에 있는 가장 비싼 음료수 두 잔 가격과 얼추 비슷하긴 했을까.

……아까 그 해맑은 표정을 생각하면, 아마 악의는 없었으리라.

뭐, 좀 더 나중에 알아채는 일이다만.

음료수 가격 보다, 에이트리가 준 동전의 가치가 좀 더 높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 나라에선 이 나라의 통화를 쓰라고…….

뭐가 됐든, 에우드는 금액의 반은 미안함을 담아 마나에게 돌려주고.

남은 반은 포에닉스 가문 외국통화전용 금고에 집어넣도록 하자 싶었다.

푼돈이라 해도 작은 보탬이 되리라.

“그르르르르.”

“아가씨, 아까부터 진짜 눈이 좀 무서워졌어요.”(아루)

“그치만 아까 난쟁이 걔, 에우드 손을…….”

“에우드 군한테 돈을 주려고 했던 거잖아요. 앗, 꼬리도 엄청 바짝.”(메루)

“그치마아아안-”

‘우리 아가씨, 신비한 날 지나고부터 너무 솔직해지셨어…….’(아루&메루)

어째 며칠 전부터 늑대 기질이 더 드러나는 키루미나 아가씨의 칭얼거림에, 아루니, 메루니 둘 다 한숨을 살짝 쉬었다.

가끔씩 눈빛도 더욱 늑대다워지니, 정말로 ‘눈 마주치면 집어던짐’에 걸맞은 아우라일까.

솔직해져서 더 귀엽긴 하다만.

쌍둥이는 솔직한 아가씨의 풍성한 머리를, 폭신폭신 쓰다듬어줬다.

다만 지금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역시, 그 난쟁이가 뱅퀴시에 참가한다는 거겠지.

라넌큘러스 후보자의 참가.

이 소식은, 뱅퀴시를 이전부터 준비했던 푸른 늑대도,

그뿐만 아니라, 여타 강대 세력들도 절대 좌시할 상황은 아니었으리라.

2주 뒤 열리는 뱅퀴시의 행방는, 더욱 그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사실 어제. 혼란 야기를 막기 위해, 에이트리의 참가에 대해서는 당분간 비밀로 하라던 하워드의 당부가 있었다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