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막을 내린다.?263회
후기1부 끝-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 한,
사실상, 부득이한 완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끝이 나게 된 것에, 정말 저도 아쉬움이 큽니다.
최초 ‘아카데미 학생기록’이라는 소설을 처음으로 써가면서,
언젠가 사람들이 보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쭈욱 써 갔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
결국 마음을 먹고 새로 쓴 것이, 바로 이 소설이었습니다.
SSS급 마검사 도련님.
원래 제목은, 이전 독자분들은 아시다시피 ‘위험도 SSS, 대귀족에게 팔려가다.’
처음엔 정말 기뻤습니다.
그렇게도 오르지 못했던 순위권에 순식간에 들고.
에우드의 활약에. 아이들의 움직임에.
포에닉스 일가의 따뜻한 모습에, 다들 환호해줬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고 현실적인 부분에 치여, 완전한 결말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빠져나가는 숫자에, 차마 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금액.
그리고 점점 위기감이 다가오고, 제 인생에도 촉박함을 느꼈을까요.
출판사의 조언을 따라, 마음을 먹고 끝을 내자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이 소설의 아이들이.
에우드가, 티아나가, 셀레나가.
다른 아이들 모두가, 인물들 모두가 사랑스럽게 여겨져서.
저를 처음으로 데뷔하게 해준, 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함을 느껴서…… 차마 쉽사리 끝내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방대한 내용을 모두 완결까지 적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 건지 느꼈습니다.
제 실력의 부족함으로 인해, 현실의 벽에 의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끌어내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구상해놓은 스토리라인을 전부 고갈해버리고, 그 뒤부터는 하루하루 쓸 때마다 그리도 정신이 갈리듯 했는데.
어째서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고 느꼈을 땐, 아쉬움이 너무나도 많은 건지.
사람이 참 웃기지요.
결국 첫 유료연재는 어쩔 수 없던 건지.
스토리 완급 조절도 놓치고, 호불호 갈릴 소재들도 넣었군요.
오네쇼타, 제시카, 디에스, 슈가, 라피스- 으악, 다른 곳에선 열 살 애한테 저러는 게, 참 역겹다는 소리까지 들었네요.
덕분에 그때마다 멘탈도 와수수와수수.
배운 것은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싶습니다.
그래도 정말로, 정말로 가능만 했다면…….
정말로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우드 갈레아와 끝까지 가고 싶었습니다.
이 소년의 축복을 밝히고.
이 소년의 성장을 이어가고.
이 소년을 훌륭하게 끝맺어주고 싶었습니다.
누나들과, 부모님과, 포에닉스의 모두와 더 즐겁게 생활하게 해주고 싶었고.
비밀을 알고 있는 트루스와, 더욱 우정을 쌓게 하고 싶었고.
그런 트루스를 걱정한 레니안느와 힘을 더해, 트루스를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각 10대 귀족 파벌 리더들과, 라이벌로서 성장하게 해주고 싶었고.
이후 다가올 기억의 교단과 7대 던전. 그 비밀을 함께 풀어나가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황금의 기사들이 모두 모여, 거대한 위협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국민을 장기말로 보는 라피스와, 국민을 보배로 바라보는 체르니. 이 둘의 대립 또한 써보고 싶었습니다.
‘투구의 난쟁이’가 자신과 같은 ‘와드 노움’이라 믿었는데, 그게 에우드임을 깨닫고,
공주님의 실체를 알게된 후, 여러 고민을 거듭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하는. 그리고 라피스를 막기 위해 에우드와 같이 움직이는, 에이트리의 성장도 쓰고 싶었네요.
알베르토가 모든 것을 아이들과 헌터들에게 가르치고, 마음 놓고 은퇴하는 모습을 쓰고 싶었습니다.
살아 돌아온 리퀴아와, 조안이 다시 만나, 서로 기쁨에 겨워 우는 모습을 쓰고 싶었습니다.
삼남매에 뒤를 이어, 여러 아이들의 스승이 되고, 글러먹은 도련님 사랑은 여전한 제시카.
그런 제시카를 뒤에서 보조하는, 도련님바라기 슈가.
사건을 끝내고, 이들과 끝까지 절친한 친구로 지내며 도련님을 가끔씩 보러 오는 디에스까지.
키루미나와 사울드를 비롯한 수인족 아이들의 이야기.
토르랑의 부활도 쓰고 싶었군요. 정신 차린 잭스가, 아나트와 함께 가문의 부흥을 다시 이끄는 모습이라던가.
라다루스는, 누나 카밀라와 함께 가문을 더더욱 발전시키고.
유리카와 플로라, 드로와의 연합으로 이뤄진 살롱이, 귀족가문 사이에서 강대한 영향력을 쥐고, 귀부인 사이에 대 BL시대가 도래하고.
이런, 끝이 없겠네요.
이후 계승절을 맞이한 에우드가, 케이오스를 만나,
교단과 7대 던전에 맞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되고.
이윽고 과거 가레스와 약속한 18세가 되어- 모든 사건을 끝내고.
진짜 ‘포에닉스’로서 돌아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이곳에 써 왔던 여러 아이가, 정말 제 마음에 크게 남았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아버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캐릭터들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습니다.
아니, 마음속으론 계속해서 아이들의 손을 꼭 쥐고 있습니다.
다시 다 같이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기를 빌며.
마음속으로, 아이들을 꼬옥 안아줍니다.
가레스와 로로나가 아이들을 안아주듯.
티아나와 셀레나가 항상 막내 에우드를 꼬오옥 안아주듯.
저도 이 소설을, 끝까지.
제 품 속에 안아두고 싶습니다.
항상 봐주시던 분들도.
가끔씩 몰아서 봐주시던 분들도.
하차하신 분들도.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록달맞이 님, 항상 코멘트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가 하나 달릴 때마다, 오타를 지적해주실 때마다 정말 큰 힘을 얻어갔습니다.
……그래도 한편, 가끔씩 외전을 쓰면서 이 아이들을 만나볼까 합니다.
그런 느낌에서, ‘방학이 찾아온 어느 날, 에우드가 노트 한 권을 펼쳤다-’
라는 이야기로, 짧은 외전 하나를 전해보려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간간이 올라올 수도 있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