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화
‘킹간 없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다 덤벼. 배고프니까. 근데 사일런스 팬서 원래 저렇게 잡아야 함?]
- 원래도 사일런스 팬서 저렇게 잡는 사람 있었음
- 오? 이름 대면 알만한 사람이겠네
- ㅎㅎ ‘있었음’
- 앗··· 아아···
- 눈이 감기면 당신인 줄 알겠읍니다 크흡···
최성진의 호흡은 강철을 삼키기라도 한 듯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시각을 봉쇄당한 불안감과 적에게 둘러싸인 압박감에 흐트러지는 게 정상이건만, 그에게는 어떤 상황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금’
쉭-!
‘한 번 더!’
쉬익-!
스걱-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표범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슬슬 긴장감은 정체불명의 공포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물론, 그건 최성진을 상대해야 하는 표범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었지만.
키, 키야오···
‘거기!’
스걱-!
역시나 명중이다. 동그란 물체가 눈밭을 데굴거렸다.
최성진의 검술은 깔끔했지만 절대적이었다. 적어도 표범들에겐 그렇게 다가왔다.
‘않이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표범이 말 더듬는데요 ㅋㅋㅋ]
- 거 참 어수룩한 표범이구만!
- 뭐 두더지 잡기도 아니고 휘둘렀다 하면 픽픽 죽어 나가냐;
- 검공이나 이쪽은 아닌 거 같고 그냥 검술 아님?
- 올빼미는 걍 뭘 쓰던 넘사벽임
- 요새 올빼미식 전투법 어쩌고 하는데 제대로 따라 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봄 ㅋㅋ
최성진이 장검을 훅- 하고 털었다. 바닥에 살얼음이 일자로 떨어졌다. 시시하다는 감상이 절로 나올 정도의 전투였다. 단지 보이지 않고, 덩치가 크다. 그뿐인 몬스터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포식자의 위치를 점하기엔 충분했을지 몰라도 그에겐 아니었다.
최성진이 납검하며 읊조렸다.
“나머지는 도망친 건가?”
- ???:사일런스 팬서요?ㅋㅋㅋ 뭐, 그런 놈이 있긴 했었죠
- 뭐 퓨팟팟 하니까 뒹굴 그리고 끝났네;
- 아, 치킨 괜히 시켰다 ㅋㅋㅋ 취소 될라나
- 어따 시켰음?
- 두식이 호마리 치킨
- ㄱㅊ 치킨 받고 존버해 봐여. 어차피 이제 마트 들가면 꿀잼 예상되니
- ㅇㅋ 그래야겠네여. 곧 '그 시간'이니
‘님들 난민인데여’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처음 왔는데 재밌네여. 근데 그 시간이 뭐예요?]
- 앗··· 소까··· 신입인가?
- 큭큭··· 애송이 녀석 두 눈 크게 뜨고 잘 봐라
- 그 시간 언급 ㄴㄴ해
- 난민은 소속을 벗고 팬티를 밝혀라!
- 어익후···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다;
- 텃세 봐라 ㅋㅋㅋ 맹금단 벌써 날뛰누ㅋㅋ
최성진이 주위를 경계하고 갈무리에 들어갔다. 멀리서 어슬렁거리던 몬스터도 쉽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는지 지켜만 보다 떠나갔다. 덕분에 갈무리는 아주 세심하게 또 정성껏 이루어졌고 네 개의 온전한 심장을 얻게 되었다. 성진은 이를 거미줄로 엮어 한 손에 들고 마트로 향했다.
- 니 소세지 무봤나
- ㅋㅋㅋ 요리도 점점 창의적으로 바뀌잖아
- ???: 아무리 바빠도 챙길 건 챙겨야지
최성진은 마트 정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갔다. 수색조가 보이지 않았지만, 소란이 일지 않는 거로 보아 근처 어딘가에 있겠거니 예상했다. 성진은 거미줄에 모아서 온 심장을 하나씩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츄으읍···
어석거리는 식감과 씹을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피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시청자 중에서 이를 성토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오히려 환호했으면 환호했지.
- 밥 갖고 와!
- ㄹㅇ 비벼 먹으면 밥 두 공기 뚝딱 밥도둑이자너~
- 이제 평범한 음식에는 만족할 수 없어··· 책임져······
- 주의) 호불호 갈릴 수 있음. 물론 불호는 다 뒤졌읍니다
[사일런스 팬서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순발력이 1 상승합니다.]
[사일런스 팬서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순발력이 1 상승합니다.]
[사일런스 팬서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순발력이 1 상승합니다.]
[사일런스 팬서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능력치가 섭취한 심장과 비교해 높습니다.]
[능력치 상승이 감소합니다.]
[순발력이 0.2 상승합니다.]
- 어? 3개 치가 한계였나?
- 갓직히 데자뷰 일 너무 안 했자너~ 이래야 공정하지
- 올빼미특) 딱히 능력치가 중요하지 않다
- 그래도 이 게임에 양심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
- 절 · 대 · 적 · 응 · 해
최성진이 입가의 살얼음을 쓱-하고 훔쳤다. 손을 한번 털자 살얼음은 그대로 떨어져 나갔고 그 잠깐 사이에 성진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채팅창은 ‘적응해’란 말이 주르륵 올라왔다.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사일런스 팬서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진공판이 형성됩니다.]
[진공판이 몸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합니다.]
[위장색(僞裝色)의 생존방법을 깨우칩니다.]
[자신보다 격이 높은 상대에게는 간파당할 수 있습니다.]
- 왔다아아아! 내 로망이 드디어!!
- 사일런스 팬서: 올빼미, 내 손을 잡아라. 그리고 ‘신’이 되어라
- 이제 올빼미>> 일반 유저 40명 쌉가능
- 부등호 잘못 그리면 어떡해요;
- 잘못 그렸다구요????
- 올빼미>>>>>>>>>>>>> 일반 유저 40명 이자나여;
- 납-득. 수학 잘하시네. 필즈상 받으셔도 될 듯
- 피타고라스 삼각자로 찍히기 전에 둘 다 조용하세여
최성진은 위장색을 발동해 몸을 움직여 보았다. 스르르 몸의 형체가 어그러지는 감각이 들면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곤 몇 걸음을 걸어보곤 재주도 넘어보고 검을 뽑아 휘둘러 보기도 했다. 심지어 거미줄을 사출해 공중에 매달려 보기까지.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위장색이 어그러진다. 그리고 체력도 너무 많이 소모해. 사용하는 건 기습, 혹은 단기전에서나 몇 번 쓰겠네.’
최성진이 마트에 진입하고 적응까지 완료하자, 시나리오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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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양들의 목자]
「당신은 식량 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트 확보를 선택했습니다. 마트는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험을 물리치고 모든 인원이 무사 귀환한다면 연제구 지상 벙커의 상황은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현재 생존자(4/4)」
「현재 거점 확보 진척도(3/100)」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이 임무는 성과별 보상 지급 시나리오입니다. 높은 성과를 달성할 경우 더 좋은 보상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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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사 귀환에 마트 확보라··· 원래부터 하려던 일이네.’
이제는 그의 지시를 듣지 않고 떠난 박일병 일행을 찾아야 했다. 아마 금방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빙 워크 위쪽으로 큰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저 소음은 쇼크 건의 격발음이 분명했다. 최성진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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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병! 올빼미가 마트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
“하대하지 말라니까요? 그리고 제정신이세요? 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빌어먹을! 그럼 왜 도망쳤나! 도와줘야지!”
“이봐요, 착각하지 마세요. 올빼미가 당하면 그다음은 우리라고요. 내가 당신들 목숨 구해준 건 모르고 어디서 윽박이야, 윽박은···.”
“뭐? 이 새끼가!?”
“새끼? 허 참··· 그래요. 나만 나쁜 놈이지. 당신들이 괜히 수뇌부 욕을 하겠습니까? 그것밖에 할 줄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그리고 욕은 하지 마시죠? 누군 욕 못해서 안 하는 줄 아나?”
정병철이 기어코 드잡이질하려는 걸 김대웅이 말렸다. 올빼미가 사라진 지금, 적진의 한복판에서 자신들끼리 싸우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병철이! 그만해. 어쨌든 무사히 빠져나온 게 맞으니까.”
“뭐? 무사히 빠져 나와? 올빼미는? 그 친구가 우리 살리려고 혼자 거기 남았는데!”
“아니, 우리가 있어 봐야 걸리적거렸을 거야. 그분이 얼마나 센데? 무려 오우거를···.”
“됐어, 또 그 소리···. 허무맹랑한 소리도 정도껏 이어야지. 아무튼, 시끄럽게 굴면 위험하니 나도 여기까지만 하지.”
“잘 생각했어. 일단 올빼미님이 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자고.”
김대웅의 의견에 정병철이 동의하는 의사를 표현하려 했지만, 박일병의 태클에 타이밍을 놓쳤다.
“무슨 소립니까? 수색은 우리끼리 진행합니다.”
“예? 그, 그게 무슨···?”
“올빼미가 돌아온다고요? 그건 당신의 희망 사항이겠죠. 안 돌아오면?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귀환하실 겁니까? 이번에도 성과를 못 내면 더는 식량 수색 따위는 내보내 주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까?”
“하지만···.”
박일병은 김대웅에게 쐐기를 박았다.
“잘 생각해보세요. 나 좋자고 이러는 게 아니라니까? 애초에 내보내 달라고 한 사람들은 민간인 측 아닙니까? 슈트 가동시간도 생각은 하셔야지. 뭐, 나야 그냥 돌아가도 그만이지만, 죽은 사람 생각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거죠.”
“아니, 죽긴 누가 죽······ 하아··· 알겠습니다. 수색을 시작하죠.”
그렇게 일행이 식량 수색에 들어갔다. 연제구 사거리 대형 마트는 종말 이전에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때문에, 식품 관련 물품들은 전부 지하 1층에 몰려있었다. 김대웅이 지하로 향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박일병이 그를 끌어당겼다.
“엇? 왜···.”
“안전한 곳부터 수색해야 합니다. 그것도 모릅니까? 덧붙여서 2층과 3층에는 제법 큰 약국들이 있어요. 의약품을 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 알겠습니다.”
“어휴···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다녀야 하다니.”
김대웅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정병철에게 박일병과 싸우지 말라고 한 것은 자신이었다. 귀환해서 다시 안 보면 그뿐인 사람과 투닥거리기엔 아까 말한 대로 슈트의 가동시간이 아까웠다.
그들이 2층에 올라서 수색을 하고 있을 때였다. 걸음은 천천히, 그리고 경계는 엄중히를 지키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처음에는 박일병도 침 삼키는 것도 조심하며 움직였지만, 뜻밖에도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나 원, 괜히 쫄았네. 됐고, 약국 쪽으로 가봅시다.”
“하지만··· 천천히 이동해야···.”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렇게 굼뜨게 행동해서는 날 새겠습니다.”
박일병과 일행이 약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됐지만 당장에는 별문제 없어 보였다. 그때, 정병철이 다급히 속삭였다.
“음? 뭐, 뭔가 본 것 같은데?”
“적외선 감지 켰습니까?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요?”
“아니, 분명 뭔가가···.”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 않습니까? 하여튼 호들갑은···.”
박일병이 보란 듯이 앞서 나가자 어쩔 수 없이 일행도 뒤따랐다. 하지만 일행 중 그 누구도 서로의 거리가 벌어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어두워진 시야는 거리 감각을 둔하게 만들었으므로.
“이것 보세요. 제 말만 들으면 아무 일 없이··· 어?”
크르르···
“어, ···어어?”
“적이다! 쏴!”
“사, 살려줘!”
박일병의 근처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슈트를 입은 인간의 1.5배쯤 되어 보이는 덩치, 흉악한 울음은 박일병을 겁먹게 만들었다.
“으아아! 저리가아아!”
기이잉-
투두두두두!
다행히 에너지 병기에 내성이 없는지 몬스터는 고통스럽게 쓰러져갔다. 그래도 굉장한 맷집이었다. 열 발이 넘는 탄을 박아 넣었음에도 박일병을 거의 붙잡을 뻔했으니까.
그런데,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박일병! 이쪽으로 와야 해!”
“제가 처리할 동안 뭘 하고 있던 겁니까?”
“위험해! 위험하다고! 이 자식들 아이언 오크야!”
“예? 아이언 오크?”
박일병이 고개를 돌리자, 절망적인 시야가 펼쳐졌다. 거리가 벌어진 일행 사이로 몬스터의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신중하지 못한 게 큰 실책으로 다가왔다. 이제 한동안 일행의 구원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은 저 투박한 도끼날에 죽을 것이다. 확실하게.
“사, 살려줘.”
“박일병! 이봐, 박일병!”
“살려줘, 씨발! 갈겨! 갈기라고!”
기이잉-
에너지 충전식 소총의 총구가 번쩍였다. 소총이 과열되는 걸 우려한다거나 후방도 경계하는 치밀함 따위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금 박일병의 행동을 지배하는 건 그동안 익혀온 교전수칙이 아닌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공포심과 당혹감이었으니까.
두두두두두두-!
“제길! 너무 많아!”
“박일병! 박일병!”
“으아아아아아!”
투두두-! 틱! 틱!
소총의 에너지가 다 닳았다. 어깨의 배터리에 도킹해서 재장전을···
퍽-!
박일병은 그대로 아이언 오크의 도끼날에 등판을 얻어맞았다.
“···컥!”
우당탕 소리를 내며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른 박일병이 각혈했다. 그토록 쏴 재꼈건만 눈먼 총알은 소수의 오크만을 죽였을 따름이다. 찰나에 엄폐를 통한 기회를 엿보다니, 영리한 놈들이다.
“구, 구해줘··· 누가 나 좀···.”
구해줄 수 있을 리 없다. 멀어진 일행에게서도 쉴새 없이 격발음이 들려왔으니까. 아마 저쪽도 위기에 처한 거겠지. 박일병은 아이처럼 발버둥을 치면서도 슈트 내부가 축축하다는 걸 깨달았다. 공포심에 오줌을 지린 것과 더불어 온몸에서 땀과 눈물, 그리고 콧물까지 죄다 흘리고 있었으니까.
“제발··· 누가 구해줘···.”
크르르··· 크왁!
박일병의 울먹거리는 시야로 도끼가 떨어져 내렸다. 저 도끼가 슈트에 닿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
부웅-
근데, 어쩐 일인지 도끼가 허공에서 멈춰서는 더 이상 떨어져 내리지 않았다.
“어, ···어어?”
몬스터가 자신을 살려주기라도 하려는 셈일까? 그 순간, 오크의 몸이 멈칫거리더니 반으로 쩌억-하고 갈라졌다.
“뭐?”
반으로 갈라진 오크의 시체 위로 누군가 나타났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박일병은 저 사람을 알고 있다. 남자는 한 손으로 자신을 끌며 말했다.
“정신 차리세요. 박일병! 죽고 싶어요?”
그 호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죽었다고 생각한 몸이 다시금 희망에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오, 올빼미. 어떻게··· 나··· 산 겁니까?”
“아직이요. 살고 싶습니까?”
“예. 미, 미안합니다. 살고 싶어요.”
박일병의 기억 속에서 한중령이 지시한 일들은 어느새 새까맣게 지워졌다. 그저 이 사내가 구원자처럼 보였다. 올빼미가 말했다.
“그럼 됐습니다. 당신은 이제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