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7화 (17/222)

# 17

17화

‘올빼미는아싸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뭐든 혼자서 한다. 아무튼 아싸다]

- 울 옵빠 아싸 아니거등요? -.-

- 자소서 잘 봤습니다. 면접 결과는 따로 연락드리죠

- 올빼미는 레이드만 혼자서 한다. 하지만 우리는···

- 그만 말해! 알지만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다!

- 혹시 김밥에 단무지를 빼고 드시진 않나요?

“호, 혼자요? 너무 위험합니다!”

“아뇨, 다 같이 가는 게 더 위험합니다.”

“뭐, 뭐요? 하아··· 일단 일행과 같이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마침, 쉴 만큼 쉰 상태라 최성진과 박일병은 일행에게 다가갔다. 김대웅과 정병철이 영양가 없는 담소를 나누다가 최성진과 박일병을 돌아봤다.

“그래, 이제 내려갈까?”

“아뇨. 여기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있는 게 좋겠다니?”

“지하에는 저 혼자 내려갈 생각입니다.”

“···뭐?”

최성진은 어처구니없어하는 정병철에게 최대한 정중히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정병철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김대웅이 대신 얘기했다.

“···확실히. 아마 저희가 간다면 일이 어려워지겠네요.”

“이봐, 대웅이! 말이 웃기잖아! 왜 우리가 같이 가는 게 더 위험하다는 거야!?”

김대웅이 불같이 화를 내는 정병철에게 얘기했다.

“생각해보라고, 기껏해야 인간보다 조금 큰데 빠르기는 치타 같다고. 그런 괴물을 상대하는데 숫자가 무슨 소용일까? 자네 사격 실력이 그렇게 좋았어? 아니, 사격 실력이 좋아도 의미가 없다고.”

“의미가 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

“잘못하다가 우리 중 누군가가 붙잡혔을 때는 올빼미님에게 짐만 되는 거야. 병철이, 자신 있어? 보아하니 오크 대전사 급은 쇼크 건에 저항이 있어서 타격을 못 준다는 것 같던데···.”

“그건··· 크윽···.”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박일병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한차례 성진에게 구해진 이후로 말투도 많이 얌전해진 그다.

“올빼미님의 말씀대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봐, 당신!”

“마침, 색적 레이더와 벙커와의 무선 연락망을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가만히 있는 거보단 낫겠지요.”

“그래도 뭐라도 도와야···.”

“오히려 걸리적거리기만 할 겁니다. 초근접전이 예상되는데 소총 든 세 명은 뒤에서 할 수 있는 게 응원밖에는 없겠죠.”

“염병할···.”

그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원래부터 최성진의 실력을 알고 있던 김대웅을 제외하더라도, 2층에서의 전투를 통해 일행 모두가 성진의 힘을 어렴풋이라도 느꼈다.

‘혼자서 왔어도 무사히 진행했겠네. 아니, 어쩌면 같이 온 것보다도 더 빠르게···.’

저마다의 생각이 있었겠지만, 일행은 결국 최성진을 혼자 지하로 내려보내는 선택을 했다. 그것을 본인이 원하고 또 일행들이 보기에도 가장 적절해 보였기에. 정병철은 최성진을 내려보내는 그 순간에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절대로, 절대로 죽어선 안 돼. 무슨 일이 생기면 이곳으로 도망치라고. 아니지, 그냥 지금이라도 우리가···.”

“괜찮습니다.”

“···그래.”

최성진은 박일병에게 얘기해 에너지 수류탄을 넘겨받았다. 그리곤, 그대로 지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최성진이 정지된 무빙워크라는 역설적인 공간을 걸어 내려가는 그때, 채팅창은 축제가 벌어졌다.

‘맹금단이여!’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읍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 맹금단특) 잘생기고 훈훈함

- 아아··· 빼앗긴 마트에도 봄은 오는가···

- 또 솔로 레이드?? 어처구니가 없네ㅋㅋ

- 올빼미의 주력 협상 수단인 ‘폭력’을 사용하겠다

- 연제구 8톤 트럭 올빼미 수듄보소ㄷㄷ

-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연제구 사거리를 올려다보게 하라

‘전력을 다해야겠군’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모래주머니를 풀겠다]

- (학식주머니를 땅에 떨어트린다) 쿠웅!

- 박일병 모래주머니 행 ㅋㅋㅋ

- 올빼미1인>>>>> 수색조 4인

‘근데’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오우거 때는 약간의 운이 작용했지. 이제 대인전 보면 올빼미 실력 다 뽀록날 듯ㅋ]

- ㅎㅎ 그저 웃지요

- 어라? 너 약간 눈치 없는 편···이랄까?

- 추악한 질투심이 자네를 움직이는 힘이라면 전력으로 질투하게! 그렇게라도 살아남아!

- 님한테 약간의 운이 작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행운) 숙면을 취하는 정도에 그친다

- 행운2) 선풍기 회전 모드가 나 있는 곳에 오래 머문다

- 그 정도면 운수대통이자너~

‘인생극장’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곧 전투, 1인칭 vs 3인칭 당신의 선택은?]

- 1인칭 코인 가즈아ㅏㅏㅏㅏㅏㅏ!!!

- 1인칭 하면 진짜 헛구역질해서 별로;

- 3인칭 하면 올뺴미가 어딨는지 놓쳐서 별로;;

- 곧 죽어도 1인칭 특징) 여름에 뜨거운 물로 목욕함,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음

최성진이 지하로 향하는 동안 마주친 오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깔끔하게 수색에 임했다는 의미다. 그의 발달한 촉각과 후각, 그리고 기감을 피해갈 수 있는 존재는 이 마트 내에 한 마리뿐이다. 지하에 자리 잡은 괴물. 최성진은 이제 그 괴물을 상대해야 했다. 1층에 다다라서 잠시 멈췄다.

‘확실해, 이 밑에 있다.’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새삼 수색조를 데려오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옮겨지는 발걸음, 소리는 티끌만큼도 나지 않았다. 원래부터가 신경 써서 걷긴 했지만, 사일런스 팬서의 능력을 얻고 나서는 허공에 부유하는 것 마냥 아무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성진의 몸이 스르르 꺼지며 어둠 속으로 잠영했다.

최성진은 지하 1층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잔챙이가 남아 있으면 교전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기우였을까, 꽤 꼼꼼하게 수색했는데도 다른 오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거점 확보 진척도(61/100)」

‘다른 오크는 없어. 그렇다는 얘기는 선봉장이 나머지 포인트 전부를 차지한다는 건가?’

아이언 오크의 선봉장, 그 한 마리의 무력이 다른 오크들의 무력을 다 합친 것의 절반이나 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포인트만 높게 책정된 건지 실제로 싸워봐야 알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긴장을 놓치면 안 됐다.

‘쉬운 싸움은 아니겠어.’

최성진은 멀리 가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푸드코트 근처의 회전초밥집이었던 장소, 그 다찌 의자에 거구의 인영이 앉아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워낙 이질적인 존재였기에, 풍겨내는 위압감이 대단해서, 마지막으로 그 존재가 눈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호흡의 끝과 시작 사이.’

낡은 기억을 짜내어 상대가 가장 방심하는 순간을 떠올렸다. 후보생 시절 이름을 날렸던 헌터가 명사 초청 강연에 와서 한 말이다. 당시에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호흡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그 타이밍을 파고들 수도 있을 것 같고.

“···크우?”

‘이런···.’

열 걸음 정도를 남겨두고 있음에도 선봉장이 낌새를 느꼈다. 확실히 격의 차이가 있는 존재에게는 위장색이 간파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순간을 이용해야 한다. 성진은 그렇게 배웠었고 줄곧 그렇게 해왔다.

“크워어···.”

스윽-

옆에 놓인 배틀엑스를 꼬나 쥐며 일어나는 선봉장. 그리고 동시에 호흡의 간극. 이 두 상황이 맞물리자 기적처럼 오크 대전사에게 빈틈이 생겼다. 물론 성진 말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성진은 그 틈을 정확히 비집고 들어갔다.

스릉-

진공판 덕에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오크 선봉장의 기감은 그 흔적을 놓치지 않았다.

“크워어!”

검이 뽑힘과 동시에 반응하는 기적적인 반사신경. 하지만 최성진의 검은 이미 선봉장에게 벼락처럼 쇄도하고 있었다.

쐐에엑-

‘팔!’

목을 노리긴 틀렸음을 알고 팔을 봉하려는 것일까? 아이언 오크의 대전사는 상대가 영악하다고 판단하며 도끼를 모로 휘둘렀다. 검은 그 도끼에 의해 틀림없이 튕겨 나갈 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검은 튕겨 나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방향을 기이하게 꺾어 허벅지 방향으로 떨어졌다.

이건 얕지만, 못 막는다.

촤아악!

“크와악!”

최성진은 처음부터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엄청난 파괴력? 맞지 않으면 된다. 끝없는 체력? 찌르다 보면 죽는다.

이 모든 건 상대에게 잡히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야 했다. 그렇기에 다리를 노렸다, 그리고 보기 좋게 성공해 허벅지에 한칼 먹였고.

“크후, 크아후···.”

고통에 억눌린 신음을 뱉은 오크 대전사가 최성진을 노려봤다. 아까보다 안광은 더 붉어진 상황. 이제는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제 겨뤄보아야 한다. 흐르는 시간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를.

“크화아아!”

부웅-

백스텝을 밟으며 최성진이 수평 베기를 피했다.

‘빈틈.’

휘두르는 동작이 컸다. 무리수를 던진 걸까?

성진은 전력을 다하지 않고 검을 언제든 뺄 수 있게 휘둘렀다.

“크핫!”

어둠 속에서 오크의 반대쪽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칼에 맞더라도 성진을 붙잡을 모양. 함정이었다.

‘역시, 함정이었네.’

성진은 미련 없이 검을 거두고 훌쩍 물러났다.

오우거처럼 힘으로 싸우는 상대가 아니다. 상대는 생각이란 걸 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영악하게. 전투가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비슷한 공방을 하면서 최성진은 느꼈다. 둔해지기는 했지만, 점차 활동력이 늘어가는 오크의 모습을 보며 장기전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면 둔해진 지금이 승부를 볼 때다. 이번엔 최성진이 달려들었다.

쉬익-!

깡!

도끼와 맞부딪힌 검이 찌르르 떨려왔다. 과연, 대단한 힘이다. 그것이 전부였지만.

쒜엑-!

상단에서 하단으로 사선 베기.

“크워-!”

이어지는 후속 공격으로 하체를 노린 수평 베기. 촤악-하며 살얼음 낀 피가 튀었다. 얕지만 괜찮다. 공격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니까.

쏘아지는 도끼를 검면으로 흘려냈다. 쉽지 않은 수법이지만 지겹도록 연습했던 수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왼쪽, 다시 왼쪽.’

연달아 하체를 내준 오크의 실책으로 좌측에 구멍이 생겼다. 최성진은 그 틈을 집요하게 노렸다. 악에 받친 오크가 처절한 반격을 감행했다.

부우웅-!

‘위험···! 아니, 기회다!’

쾅-!

최성진은 일부러 검을 맞대 그 공격에 맞섰다. 채팅창이 탄식으로 물들었다. 미련한 대응이었고 그로 인해 기껏 잘 싸워 온 상황이 무너질 게 뻔했으니까.

도끼에 검이 적중한 성진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 전투와 생각이 동시에 진행됐고 뉴런 각성의 힘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성진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꼈다.

‘할 수 있다! 해내야 해!’

이 공격이 실패하면 힘든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랬다간 패배라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충분한 각오를 하고 부딪혔기에 바닥을 구르면서도 위치를 잡았다.

‘여기다!’

구르며 안착한 위치는 오크의 왼쪽 오금 방향. 오크의 시야로는 완벽한 사각이었다.

앉은 자세 그대로 수평 베기.

이번엔 조금의 여유도 남기지 않은 전력이다.

쒜에에에엑-!

콰악-!

살점이 뭉텅 썰려 나갔다. 수가 먹혀들었다.

“크와아아악! 크와아악!”

오크가 지독한 비명을 토해냈다. 그렇지만 아직은 쌩쌩해 보인다. 허장성세일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괜히 소형 몬스터임에도 준 레이드 보스로 평가받는 게 아니다. 오크는 여전히 쓰러지지 않았다.

성진은 다시 달려들었다.

취잇-!

췻···

성진은 빙빙 돌며 계속해서 오크의 측면을 노렸다.

어쩌다 오크가 찔러오는 살벌한 수는 성진이 여유롭게 피했다. 기동력이 봉쇄된 오크에게 남은 수는 뻔했으니까. 멀찍이 빠졌다가 기회를 노리길 반복했다.

그때마다 오크에게 피해는 누적되었고 이제는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오크의 몸에 상처가 눈에 띄게 늘어갔다. 용케 급소는 피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 순간, 오크가 갑자기 흉포해졌다.

피를 많이 흘려 맥빠졌던 움직임이 다시금 굳건해졌다. 최후의 반격일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경악성을 터트릴 때, 최성진은 오히려 무덤덤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꽈앙-!

검이 도끼와 정면으로 맞섰다. 눈을 가린 시청자, 욕을 내뱉은 시청자 등 많은 이들이 올빼미의 경솔함을 탓했다. 다 왔는데,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헛되이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끼기긱··· 끼긱···

검이 밀려나지 않았다.

성진은 줄곧 축적해온 활동력을 일거에 폭발시켰다. 오우거를 사냥하고 얻은 ‘폭발적인 힘’으로. 덕분에 체력이 다한 오크 대전사의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낼 수 있었다. 당황한 오크가 힘 싸움을 피하고 수 싸움으로 넘어갔다.

챙!

채챙! 챙! 챙! 챙!

“크, 크워어···!”

최성진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뉴런 각성이 발동해 오크의 공격을 받아내기 수월했으니까. 오히려 공세를 취해 오크의 손을 어지럽게 만들었고, 오크의 발악을 무위로 돌렸다.

힘에서건, 기교에서건 지금은 최성진이 오크를 압도했다. 시청자들은 그 사실에 전율했다.

그리고,

탁-

힘이 빠진 오크의 배틀엑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검이 배틀엑스를 어딘가로 날려버렸다.

오크의 붉은 눈이 흔들렸다. 그 시선은 최성진의 얼굴을 담고 있었다. 성진의 눈은 전투 시작과 변함없었다. 그저 차가울 뿐이다.

쉭-

거짓말처럼 오크의 머리가 허공으로 붕 떴다.

성진은 칼을 휙 털고 납검했다.

철컥-

늘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던 그 모습이었다.

‘네?’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운이 뭐요?ㅋ]

경악과 혼란, 채팅창은 얼어붙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