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제 28 장 - 구슬의 정체 =========================================================================
그는 옥사나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에게 주술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F급 소환계 능력자이면서도 최하급 정령이나 최하급 소환수 하나 소환해내지 못한 자신이 주술에 대한 재능일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옥사나의 말을 통해 소울은 주술환과 토마호크를 응용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생각해뒀다.
무엇을 배우던 간에 중요한 것은 소울 자신이 제대로 응용해서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다.
“옥사나,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도 고마워. 앞으로 소울에게 많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게.”
“그래. 많이 도와줘!”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옥사나가 떠나가자, 소울은 그제야 무지갯빛 물고기의 내단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음, 마석은 아닌 것 같고 내단인가? 아니면 그냥 몸에 들어있는 돌인가?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지갯빛 물고기의 내단을 먹고 난 후, 이상하게 물이 무섭지 않고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소울은 그것만으로도 무지갯빛 물고기의 내단을 먹은 것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라펠을 만나 운디네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접속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소울넷 접속을 해제했다.
그래도 그의 입가에는 만족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 * * * *
눈을 떠 보니 웨어울프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수통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 주변을 살펴봤다.
특별한 위험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세찬 강물만이 바위섬을 후려치고 있을 따름이었다.
[까망아! 별일 없었지?]
[규!]
소울은 까망이를 불러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면서 강물 너머의 숲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뭔가 달빛에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는데, 맹수나 몬스터들의 눈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놈들을 비웃었다.
바위섬 안에 있는 이상, 맹수와 몬스터들에게 소울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헤엄을 쳐서 바위섬까지 오게 되면 모를까 대부분의 맹수와 몬스터들은 물속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몇 시쯤 됐을까? 아무래도 한 6~8시간은 잔 것 같은데…….’
그의 생각대로 시간은 자정이 넘어서고 있었다.
소울은 다 꺼져가는 모닥불에 토마호크로 잘라놓은 나무를 집어넣고는 이미 다 마른 전투슈트를 입고 전투화를 신었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무작정 물에 들어가서 속이 다 젖었지만 이제는 전투슈트와 전투화에 방수모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투슈트의 발목부분과 전투화의 끝부분을 꼼꼼히 확인하며 연결했다. 그리고 목 부분도 살짝 조여서 물이 들어오지 않게 조치했다.
소울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 근처에서 숫돌 비슷하게 생긴 돌멩이를 주어 모닥불 근처로 가지고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무심한 눈빛으로 웨어울프를 쳐다보며 토마호크의 날을 갈기 시작했다.
삭삭삭삭 삭삭삭삭…….
웨어울프는 사지가 뒤로 묶여 통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 소울이 도끼의 날을 갈자 흠칫했다. 그리고는 눈에서 두려운 빛이 떠올랐다.
‘저 인간,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야?’
소울은 잔뜩 긴장한 웨어울프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웨어울프는 마음속에서 시작된 공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슥슥슥슥 슥슥슥슥…….
그동안 제대로 관리를 안 해줬던 토마호크가 이제는 달빛이 서늘하게 반사될 정도로 날이 섰다.
꿀꺽!
웨어울프는 점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소울은 그런 웨어울프에게 다가가 천천히 몸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모닥불로 다시 돌아왔다.
웨어울프는 그런 소울의 행동에 더욱 큰 공포를 느껴야했다.
‘지금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러지? 혹시 나를 잡아먹으려고 그러나?’
소울은 충분히 그에게 겁을 줬다고 생각하자 이제 자신이 봐야할 일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는 살짝 몸을 돌려 웨어울프가 보지 못하도록 가렸다. 그리고는 토마호크의 손잡이 끝을 살펴봤다.
확실히 옥사나가 말한 대로 안에 뭔가를 담을 수 있는 구조였다.
‘정말 이 안에 뭔가 있긴 있구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그는 토마호크의 손잡이를 끝을 잡고 살살 돌렸다. 그러자 끝이 손잡이와 분리가 되면서 안에서 뭔가 또르르 굴러 나왔다.
왼손을 펼쳐 받아보자 자신이 전에 먹었던 노란 구슬과 똑같이 생긴 구슬이 3개나 됐다.
‘아! 이게 바로 주술환 자환이로구나. 그것도 무려 3개씩이나 있네?’
소울은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자신은 주술환에 담긴 주술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술환의 모환과 자환이 가지고 있는 특성까지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까망이는 정령은 물론 몬스터의 사체나 마석에서 몬스터의 능력까지 흡수하는 반정령이었다.
그가 주술환의 자환을 흡수한다면 오크주술사의 능력도 훔칠 수 있을지 모른다.
소울은 주술환 자환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자신이 먹었던 노란 구슬과 이 구슬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술환 자환 안에는 고양이 눈같이 세로로 뭔가 살짝 비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 안에 주술환 자환이 놓이자, 그때부터 소울은 이것들과 자신 사이에 뭔가 통하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세 개의 자환을 일단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토마호크를 들고 웨어울프를 쳐다봤다.
“으헥!”
웨어울프가 소울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놀랐다.
소울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왼손을 토마호크로 살짝 그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선명하게 손에서 솟구쳐 올랐다.
웨어울프는 도저히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볼 때 소울은 약간 미친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살짝 맛이 간 놈들이 고문을 하면 더욱 무서운 법이다. 웨어울프 종족 중에서도 그렇게 피와 고문에 미친놈들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웨어울프의 눈에는 소울이 그런 무시무시한 놈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소울은 충분히 웨어울프가 놀랐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주술환 자환 세 개를 꺼내 자신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왼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피를 충분히 묻혔다.
스으윽!
놀랍게도 주술환 자환 세 개는 왼손 손바닥 위에 묻어있는 피를 모조리 흡수하면서 붉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자신의 피가 흡수된 주술환 자환들이 마치 자신의 팔다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큰 기대를 가지고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이리 와봐!]
[규!]
까망이는 소울의 다리 위로 올라와 그를 쳐다봤다.
소울은 붉게 빛나는 주술환 자환 중 하나를 집어 까망이에게 내밀었다.
[까망아, 이거 먹어! 아니 흡수해!]
[규!]
까망이는 소울이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자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덥석 주술환 자환을 받아먹었다.
그는 까망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가만히 지켜봤다.
까망이도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
“…….”
한참을 기다려 봐도 까망이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소울과 까망이는 얼음이 된 듯 서로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어라? 이거 왜 이러지? 아무런 반응도 없네? 내가 뭘 잘못 생각했나?’
소울은 살짝 실망해서 주술환 자환을 까망이에게 준 것에 대해 후회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까망이의 몸에서 그만 느끼고 볼 수 있는 노란 빛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소울은 마치 자신이 까망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분명 까망이의 몸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이었다.
[까망아!]
[규! 규규!]
까망이도 소울과 비슷한 체험을 했는지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소울은 그제야 자신의 예상대로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
그는 토마호크의 손잡이 안에 주술환 자환 두 개를 도로 집어넣고 잘 닫고 잠갔다. 그리고는 토마호크를 들어 가볍게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부웅 부웅 부웅 붕붕!
토마호크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바위섬에 울려 퍼졌다.
[까망아, 저쪽으로 가서 토마호크 좀 받아라.]
[규!]
소울은 까망이를 피처라고 생각하고 바위섬 끝으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까망이에게 토마호크를 힘차게 던졌다.
휙!
토마호크는 빠르게 날아가다 까망이 앞에서 딱 멈췄다.
그 모습이 마치 까망이가 포수처럼 야구공을 받든 토마호크를 받은 것만 같았다.
소울은 토마호크에게 돌아오라고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했다.
‘토마호크, 돌아와라.’
그러자 어느새 돌아왔는지 토마호크가 자신의 손에 착 감겨왔다.
‘데엣, 이거 장난 아니잖아?’
소울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다시 한 번 토마호크를 까망이에게 힘차게 던졌다.
휙!
이번에는 까망이가 토마호크를 받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토마호크가 돌아오는 것을 염원했다.
스르륵!
순간 또다시 자신의 손에 토마호크가 착 감겨왔다.
“대박!”
소울은 너무나 기쁜 마음에, 수십 번도 넘게 토마호크를 까망이에게 던지고 받기를 반복했다.
웨어울프는 그 귀신같은 모습에 얼이 빠져서 덜덜 떨어댔다.
‘저, 저 인간이 귀신을 부리는구나.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1주일간이나 괴롭혔는데도 멀쩡히 살아있을 때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웨어울프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손이 풀려난다면 제일 먼저 자신의 둔한 머리를 자신의 때리고 싶어졌다.
웨어울프가 울고 싶은 마음인 것과는 반대로 소울은 기분이 마치 날아갈 것만 같았다.
‘피를 먹이는 게 주술환 모환과 자환을 동기화시키는 것이구나. 그럼 이제 까망이를 테스트 해봐야겠다.’
소울은 까망이를 도로 불러들였다.
[까망아, 새로운 스킬을 연마하는 것이니까 놀라지 마라.]
[규!]
그렇게 까망이에게 당부를 한 그는 까망이가 야구공보다는 작고 당구공보다는 조금 큰, 자신의 손에 딱 맞는 크기의 공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까망이가 공으로 변하자 그는 단단히 잡고 강물 위를 향해 세차게 던졌다.
휙!
까망이가 어둠을 가르고 힘차게 날아갔다.
소울은 날아가는 까망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했다.
[까망아, 내 손으로 돌아와!]
그때였다.
강물 위를 날아가던 까망이가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그의 손 안에 나타났다.
“푸하하하하! 대박이로구나.”
소울은 도저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무기가 있다니…….
미사일처럼 유도기능이 달렸고, 순간적으로 재장착까지 가능한 투척무기가 그의 손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원하는 모양으로 얼마든지 변신도 가능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정말 대단한 무기였다.
[규규!]
소울도 놀랐지만 까망이도 놀랐다.
방금 전 소울이 자신에게 준 노란 구슬을 먹고 나자 까망이는 소울과 더욱 친밀한 감정을 느꼈고 그와 강하게 연결된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가 원하면 얼마든지 순간적으로 그의 손 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이 까망이에게는 더욱 기쁜 일이었다.
‘혹시 까망이의 움직임을 내 마음만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소울은 기왕 시작한 것, 조금만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그는 까망이를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원을 그리며 나는 상상을 했다.
휘익!
처음에는 허공에서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놀랍게도 까망이가 소울의 의지대로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건 까망이를 몬스터에게 그냥 투척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엄청난 스킬이었다.
[날아라! 까망이!]
까망이는 이제 하늘을 날아다녔다.
허공에 8자를 그리기도 하고, 지그재그로 움직이다가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강물에 부딪치기 직전 다시 수평으로 꺾여 강물을 스치며 날아다녔다.
놀라운 것은 저런 급 기동에도 불구하고 전혀 속도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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