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36화 (136/492)

00136  제 34 장 - 가고일의 공습  =========================================================================

쾅 콰쾅!

쐐애액! 휘익!

퍽 퍼퍽!

캬아오 캬악 캬아아아아!

유람선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놈, 벽을 뚫고 들어온 놈, 하늘에서 대각선을 짓쳐들어온 놈 그리고 정면에서 나아온 놈 총 네 마리의 가고일이었다.

소울은 자신의 정면에서 날아오는 가고일을 향해 반사적으로 토마호크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즉시 앞으로 몸을 굴렸다.

뒤쪽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섬뜩한 느낌에 역시 반사적으로 몸을 회피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닥을 구르면서 뒤쪽을 보자 그곳에는 날카롭게 빛나는 두 손톱을 길게 뽑아낸 가고일이 그가 있던 자리를 온몸으로 뭉개버리고 있었다.

동시에 까망이가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몸을 드러내며 가고일의 머리통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유리창을 깨고 소울의 뒤를 기습한 가고일은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위기가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대각선으로 떨어진 놈이 소울을 향해 자신의 꼬리를 정확히 세워 찍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캉!

하지만 가고일의 꼬리공격은 까망이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가고일은 자신의 공격이 허공에서 막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토마호크, 돌아와!]

소울은 가슴에 토마호크가 박혀 쓰러진 가고일로부터 토마호크를 회수했다.

그런데 자신의 손으로 소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보이지 않는 줄이라도 있는 듯 토마호크를 그대로 자신을 향해 잡아당겼다.

소울과 토마호크의 사이에는 자신을 공격했던 가고일이 서 있었다.

휙익! 퍽!

카아아악!

가고일의 입에서 귀청이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쿵!

커다란 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진 가고일의 등에는 토마호크가 정확하게 박혀들어가 있었다.

‘나이스!’

소울은 속으로 스스로에게 칭찬을 했다.

이제 남은 놈은 배의 한족 벽을 뚫고 들어온 가고일 뿐이었다. 이놈은 벽이 그렇게 단단할줄 몰랐다는 듯 연신 온몬에 전해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동료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소울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왔다.

배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저렇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돌진해오는 가고일은 막기에는 무기와 장비가 변변치 않았다.

방법은 하나였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토마호크을 소환해서 가고일을 향해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돌진해오는 가고일을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기습도 아니고 뻔히 보고 있는데 날리는 도끼하나를 피하지 못할 가고일이 아니었다.

가고일은 달려오는 그대로 자세를 낮추며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토마호크를 피해버렸다.

이번에는 까망이가 뒤에서 날아와 가고일의 가슴을 뚫어 버렸다.

하지만 달려오는 가고일은 입과 가슴에서 녹색의 피를 뿜어내면서도 악착같이 소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악!”

소울은 피하기는 늦었다는 것을 알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두 팔을 X자로 겹쳐 자신의 얼굴과 상체를 최대한 가리고 정면으로 들어오는 가고일을 막았다.

쿵!

우당탕 쿵탕!

소울은 커다란 소음이 귀에 들려오자 이상하게 생각했다. 기대하던 고통과 충격이 전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눈을 뜨자 놀랍게도 자신의 앞에 검은색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새끼 곰 한마리가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이건?”

소울은 말을 하다말고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새끼 곰을 쳐다봤다.

크기는 겨우 자신의 허리에 오는 녀석의 몸에선 형광색의 불빛이 여기저기에서 빛나고 있었다.

“너? 혹시 푸티나?”

“낑! 낑낑!”

말을 듣고 보니 이놈도 대답하는 패턴이 까망이와 비슷했다. 무엇보다도 영적으로 자신과 연결된 놈이라서 하는 말의 뉘앙스를 통해 대충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울은 일단 자신을 공격한 가고일이 죽었는지 확인을 했다.

[까망아, 저놈 죽었는지 확인해.]

[규!]

까망이가 날쌘돌이처럼 날아가서 가고일의 죽음을 확인을 하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죽었어?]

[규!]

그는 까망이에게 눈을 돌려 새끼 곰 푸티나를 쳐다봤다.

분명히 아까 죽은 가고일의 가슴 속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몸집을 키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새끼 곰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몸이 커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은 푸티나가 절대 그냥 일반 새끼 곰은 아니라는 말이다.

‘곰 새끼라서 그런지 힘이 장사구나. 내가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가고일의 돌진을 막고 저렇게 멀리 튕겨버린 것은 푸티나의 짓이야. 이거 잘하면 나한테 꼭 필요한 탱커가 하나 생기겠는데…….’

소울은 그렇게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푸티나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봤다.

현재 푸티나는 몸만 커진 것이 아니라 두 귀와 네 개의 발바닥에서 형광색의 불빛이 아롱아롱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또한 신기하기도 했다.

“소울 씨!”

“아! 하라 씨!”

고하라가 탁자에서 기어 나오면서 소울을 부르자 그는 즉시 고하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괜찮아요?”

“네, 덕분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소울은 예쁜 고하라의 머리에 먼지가 가득하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털어주었다.

“소울 씨, 덕분에 이렇게 또한번 살아났네요. 벌써 두 번씩이나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네요.”

“하하하, 뭐 그렇게 까지 말하고 그러세요?”

“아니에요. 정말 멋있었어요. 저 괴물들과 싸우는 소울 씨의 몸에서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어요.”

고하라의 눈은 인기 연예인에게 빠진 빠순이들의 눈빛처럼 초롱초롱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소울은 그녀의 눈빛을 받기가 조금 부담스러워서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털어줬다.

“참, 나 이걸로 다 찍었어요.”

“네?”

“동영상을 찍었다고요. 여기에 소울 씨의 전투하는 모습이 다 담겨 있어요.”

“그래요?”

소울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봤다. 혹시라도 또 다른 가고일 편대가 이곳으로 날아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동영상을 가지고 큰돈을 벌수도 있겠다 싶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네. 까망이의 모습이 정확하게 찍히진 않았겠지만 이 동영상에는 나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잖아? 이건 무조건 폐기처분해야한다. 아니다. 폐기처분하지 말고 적당히 편집을 해서 올려볼까?’

소울은 일단 고하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을 삭제했다.

고하라는 조금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편집해서 올리겠다는 그의 말 때문이었다.

“편집하면 제 이름도 올라가나요?”

“물론이죠. 찍은 사람 이름을 넣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당연하죠.”

고하라는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을 믿고 의지한 점이 왠지 든든하고 마음에 들었다.

탁자아래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소울과 고하라가 서서 얘기를 하고 있자 슬그머니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들은 가고일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흠칫 놀라 쓰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이미 유람선은 더 이상 유람선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주변 하늘을 바라보니 더 이상 가고일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하늘 곳곳에서는 조명탄이 쏘아지고 터지면서 불꽃놀이가 거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끝나자 이번에는 자주대공포와 중기관총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간간히 대공미사일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건 한강의 야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낑 끼깅, 낑 끼깅!”

“왜?”

푸티나가 그의 다리를 잡고 소리를 내자 소울이 푸티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푸티나는 한 손을 죽어있는 가고일을 향해 뻗으며 계속 낑낑거렸다.

“아직 더 먹어야 하는 거야?”

“낑!”

“그래. 그럼 가서 더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와라.”

소울의 허락을 받자 푸티나는 얼른 쓰러진 가고일의 사체로 달려가 가고일의 머리와 가슴을 앞발로 쳐서 박살내고는 그 안에서 녹색으로 반짝이는 뭔가를 집어 먹었다.

그런데 푸티나의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푸티나의 가슴에서 두 귀와 네 발바닥에서 나는 형광색의 불빛이 강해졌다.

‘도대체 푸티나가 먹는 저건 뭐지? 혹시 가고일의 머리와 가슴에 있다는 마법회로를 먹는 건가?’

그는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지만 당장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자신이 탄 유람선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강물에 둥둥 떠서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소울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가 가고일이 공격해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시동을 끈 모양이었다.

소울은 선장의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가만히 놔둬도 죽은 승객들의 가족들이 가만히 놓아두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울 씨, 저 귀여운 새끼 곰은 뭐에요?”

“제 소환수입니다.”

“그래요? 너무 귀여워요.”

소울은 푸티나의 몸에서 발광하는 형광색 빛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인 고하라는 귀엽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선장! 이제 돌아갑시다.”

“예!”

소울은 앞쪽을 향해 소리쳤다. 그제야 유람선의 시동이 켜지고 불이 들어왔다.

그제야 승무원들이 나타나 다친 사람들을 돌보고 사망자의 명단을 작성했다.

소울과 고하라는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며 가만히 한쪽에 서 있었다.

탁자에 숨어 있다가 살아난 사람들 중 몇 명은 소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소울이 능력자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가고일과 전투를 벌여서 사람들을 구했어야 했다는 말을 수군거리고 있었다.

‘개지랄을 따따블로 해서 쳐 잡수고 계시네. 나 때문에 산 것은 벌써 잊어버렸나? 은혜도 모르는 짐승 같은 새끼들! 아쉬우면 직접 지가 싸워보던지…….’

소울은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라며 속으로 잔뜩 욕을 해주고는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대신 알아주기라도 한 듯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생존한 젊은 부부가 그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니 무슨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다 있어?”

“이 사람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나보네? 이보세요? 저 능력자 분께서 오늘 이 배에 타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을 몰라서 그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맞아. 저분이 아까 목숨을 걸고 싸운 것 못 봤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탁자 밑으로 숨으라고 해서 지금 살아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뭐요? 더 열심히 싸워서 사람을 구해요?”

“수백 마리, 아니 수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비행 몬스터들이 날아드는 판국에 뭘 더 잘 싸워요? 이 사람들 정말 은혜를 물에 새기는 종자들일세.”

…….

젊은 부부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울에게 불만을 토로했던 자들을 말로 작살을 내고 있었다.

소울은 ‘잘한다. 더 밟아라!’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그들을 응원했다.

정말 앓던 이가 쏙 빠지게 옳은 말만 해대자, 젊은 부부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서서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일부 생존자는 은혜도 모르는 ‘개새끼’가 되어 만신창이가 되어 나갔다.

그 와중에 고하라도 증거를 남겨야 한다면서 아까부터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찍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울은 그런 열정적인 고하라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때 이 일이 앞으로 어떤 풍파를 가져올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푸티나는 어느새 자신의 몸을 손바닥만 하게 줄여 놓고 소울의 주머니 속으로 쏙 기어들어와 있었다. 가고일에게서 필요한 것을 다 먹어 치웠는지 잘 들어보면 코까지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의도선착장에 도착한 소울과 고하라는 아일랜드 크루즈 측에 연락처를 남기고 가고일의 처리를 맡겼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가고일의 사체를 다 찍어 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차원에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젊은 부부를 포함한 생존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그들은 자리를 떠나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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