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2화 (152/492)

00152  제 38 장 - 벼락스타  =========================================================================

소울은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왜 자는데 전화를 해?

“미안해. 내일 다시 전화할게.”

까칠한 유정아의 말에 소울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벽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 잠 다 깼잖아? 뭔데 이 시간에 전화를 걸었어?

“너무 늦게 전화해서 미안해. 그런데 지금 얘기해도 괜찮겠어?”

-잠 깨워놓고 미안하다는 놈 제일 싫어지는 거 모르지? 그냥 닥치고 왜 전화했는지 빨리 말해.

“응, 말할게. 사실은 대물저격총에 들어가는 12.7mm 총알을 개조하려고 그래. 너한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키트 좀 구해달라고 했잖아. 그거 구해놨어?”

-당연히 구해놨지. 그런데 총알을 어떻게 개조하겠다는 거야?

“나만의 비법이 있어. 그 비법대로 총알을 개조하면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중화시켜서 저격 한 방에 보내버릴 수가 있거든…….”

-내가 바로 갈게 통로 좀 열어줘?

“뭐? 지금 온다고?”

-그래 그러니까 방 사이에 문 좀 열라고…….

“알았어.”

소울은 자신과 유정아의 방 사이에 있는 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러자 곧 유정아가 통로의 문을 열고 그의 방으로 넘어왔다.

정말로 잠을 자다가 왔는지 머리는 산발되어 있었고 속이 훤히 비치는 하얀 티셔츠에 분홍색 핫팬츠만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정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제 제대로 좀 설명해봐! 총알을 개조한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어떻게 총알을 개조하는데 몬스터의 생체실드가 중화가 돼?”

“그걸 내가 왜 말해야하지? 너한테 말하면 난 아이디어를 빼앗기게 되는 것 아니야?”

“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그럼 대충 들어보고 괜찮으면 계약을 하자.”

“무슨 계약?”

소울은 계약이라는 말에 괜히 겁부터 났다. 하지만 유정아는 소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먼저 내가 몇 가지 물어볼게.”

“좋아. 물어봐.”

“총알을 개조하는 거 단가가 많이 올라가?”

“아마도 그렇겠지? 들어가는 재료가 있으니까…….”

“그럼 박리다매는 텄다는 말이군. 하긴 몬스터를 잡는데 박리다매는 말이 안 되지. 그럼 대량생산은 가능한 거야?”

“물론이지. 시설만 있다면 얼마든지 대량생산이 가능해. 하지만 대량생산을 하려면 재료가 좀 많이 들어갈 텐데……. 재료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대량생산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렇군. 마지막으로, 총알을 개조하면 정말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중화시킬 수 있어? 그리고 어떤 몬스터까지 가능하지? 소형, 중형, 대형 몬스터? F급, E급, D급, C급, 아니면 B급까지?”

“그건 일단 총알을 개조하고 나서 테스트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중형 몬스터에 D급까지는 확실할거야.”

소울의 말에 유정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와! 그거 정말 대단한데?”

“그게 대단한 거야?”

“대단하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 필드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90% 이상이 소형 몬스터, E급 이하야. 그런데 중형 몬스터에 D급까지라면 대다수의 국가에서 골치를 썩이는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유정아의 말을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호호호, 자기 아직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구나?”

“무슨 뜻인데?”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중화할 수 있는 총알을 대량으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봐. 어느 나라에서 그걸 안사겠어? 그리고 그런 총알을 대량생산한다면 어떤 군대가 구매를 거부하겠어?”

“얘기가 그렇게 돌아가는 건가?”

“자기가 아직 세계 무기 시장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그래. 그리고 지금 세계가 몬스터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입고 얼마나 고통을 당하는지 몰라서 그래.”

그녀의 말이 정확했다. 사실 소울은 대한민국에 있는 몬스터 필드 중 강남필드 외에는 들어가 본적도 없었다. 거기에다 해외 문제에는 근본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뉴스에서 나오는 해외토픽만 즐겨보는 수준이었다.

거기에다 유정아가 얻는 고급 정보와 소울이 가지는 정보의 질적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자기야! 내가 쉽게 말해줄게. 자기 돈 좋아하지?”

“응.”

“이거 나랑 같이 만들어서 제대로 한번 터뜨려보자. 잘하면 대 몬스터 전용 총알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팔아먹을 수 있을 거야.”

“총알 장사하자는 말이야? 그게 얼마나 돈이 되겠어? 내가 알기로 탄약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방위산업체에서 1달러에 총알 1개나 2개를 판다고 한다던데…….”

유정아는 소울의 말에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자기 계산에 좀 약하구나?”

“응? 무슨 말이야? 내가 왜 계산에 약해?”

“생각해봐! 대한민국만 해도 상비군이 63만 명이야. 이들이 모두 총알 10개씩만 산다고 해도 630만발이야. 우리가 만든 총알의 단가가 얼마나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개 당 2천원만 잡아도 126억 원이야. 1달에 40발만 산다고 해도 504억 원이고…….”

“꽤 되네?”

“그게 전부가 아니지. 미국의 상비군이 136만, 중국이 228만, 인도가 132만, 러시아가 86만, 이라크 80만, 파키스탄 64만, 캐나다 63만, 이란 52만, 베트남 48만, 터키 47만여 명이야. 대한민국과 북한을 제외한 상비군 톱10을 모두 합치면 9,392,880명이나 되지. 940만 명으로 잡고 1달에 총알 100발씩만 팔아도 얼마나 될 것 같아?”

“어마어마하겠군?”

“그래 어마어마하지. 1조 8800억 원이나 되니까. 여기서 반만 남겨도 거의 1조에 가까운 돈이 되는 거야. 1달에 1조면 1년이면 매출이 12조 원이 되는 셈이지. 이제 좀 이해가 가지?”

소울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정말 이게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하지만 아무리 단가가 올라가도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중화시키는 총알이라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거야. 그러니까 나하고 계약하자고……. 비법만 알려주면 내가 알아서 개발, 생산, 판매, 입금까지 다 해줄게.”

“하하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네가 먹으려고?”

“그건 아니지. 계약서 작성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나 그렇게 돈에 궁한 여자 아니야. 죽을 때까지 펑펑 써대도 남을 만큼 돈 많아. 그리고 이런 것은 한 놈이 다 먹으면 반드시 체해. 적당히 주고받으면서 파이를 나눠줘야 뒤탈이 없다고…….”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구미가 당겼다.

“좋아.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자.”

“오케이.”

유정아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가서 수십 장이나 되는 계약서 샘플을 가져왔다.

“먼저 비밀보장각서부터 쓸게. 그리고 자기 말 들어보고 어떻게 계약서 작성할지 같이 의논하자.”

“좋아.”

유정아는 바로 비밀보장각서부터 썼다.

만약 지금 듣는 얘기 중 단 한 가지라도 밖으로 샌다면 유정아가 소울에게 100억을 주기로 한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다.

“100억이나 있어?”

“아니, 더 있어.”

“그래? 정아! 아주 부자네?”

“너도 수십억을 가진 부자잖아.”

“그런가?”

소울은 아직 숫자상의, 장부상의 부자일 뿐이었다. 직접 돈을 쓰고 다니지 않아서 자신이 수십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라는 자각이 별로 없었다.

“자! 이제 말해봐! 어떤 원리로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중화시킬 수가 있는 거지?”

“그 원리를 가르쳐주면 그에 파생되는 각종 기술과 논리도 전부 내게 귀속되는 거 알지?”

“우와! 우리 자기 욕심이 과하네? 좋아. 그것도 비밀보장각서에 쓰도록 하지.”

유정아는 시원시원하게 비밀보장각서에 내용을 추가했다.

그녀가 펜을 내려놓자 소울은 생체실드 중화탄의 가장 중요한 핵심만 빼고 술술 얘기를 풀어댔다.

“사실 알고 보면 그렇게 복잡한 원리는 아니야.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생체실드는 결정체 즉, 마석의 에너지를 이용해 자신에게 실드를 치는 거야. 생체실드 중화탄은 바로 이 몬스터가 자신의 몸에 친 실드를 벗겨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아아아! 놀랍군. 하지만 자기가 말한 대로 이런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거야.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자기는 이런 것을 어디서 어떻게 알아낸 거지?”

“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하지 마. 많이 알면 다쳐.”

“푸하하하! 알았어. 내가 한방 먹었네. 남의 영업 비밀을 알려고 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지. 그래. 알았어. 하지만 자기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 절대로 하지 마.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처럼 깨끗하지는 않으니까…….”

소울은 스스로를 굉장히 깨끗한 여자라고 말하는 유정아를 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그동안 겪은 것을 보면 약간 사이코적인 기질이 있어서 그렇지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는 짓 같은 것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들려면 기존의 총알에 몇 가지 재료를 섞어야해.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은 몬스터의 뼛가루야. 그 다음이 몇 가지 금속과 은이지. 이것을 집어넣고 잘 섞은 다음에 마지막 과정을 거치면 생체실드를 중화할 수 있는 총알이 만들어지지.”

유정아는 살짝 손을 들며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마지막 과정은 왜 말 안 해?”

“설명해도 몰라. 나중에 정식으로 계약하면 말해줄게.”

“그럼 그 마지막 과정은 아주 간단하거나 아주 복잡하겠네?”

“전자야. 아주 간단하지. 하지만 절대 아무나 하지는 못하지.”

“그렇구나. 그럼 단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말이겠군?”

“맞아.”

“그럼 기존 총알이 100이라면 몬스터의 뼛가루와 금속, 은은 몇 이나 들어가지?”

“최대 50, 최하 10이야.”

유정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낸 것처럼 말이다.

“뭐야? 분량을 조절하면 생체실드 중화율을 조절할 수도 있는 거야?”

“맞아.”

“대박! 그거야 말로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네. 그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서 당장 실험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실험이 성공하면 곧바로 대량생산 계약을 해야겠어.”

“누구와 대량생산 계약을 맺으려고?”

“일단 대한민국에서 대량으로 탄약을 제조하는 한와, 에센티, 풍선금속 같은 방위산업체와 계약을 맺어야지.”

“그런 대기업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고 할까?”

소울은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어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건 힘없는 서민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막강한

“자기는 아니지만 나와는 손을 잡으려고 할 거야. 내가 자기 대변인으로 나서면 문제없어.”

“뭔 소리야? 정아! 너 정체가 뭐야?”

“나 전생에 우주를 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절세미녀!”

“지랄, 됐고.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안 믿네? 나를 가지는 놈은 정말 축복받는 인생인데……. 쩝!”

“얼마나 벌 수 있냐고?”

소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하자 유정아는 잠시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한손을 쫙 폈다.

“5%?”

“자기야 말로 지랄, 50%!”

“그게 가능할까?”

“물론이지. 판매단가에서 제조비용을 제외한 수익의 50%를 자기에게 줄게. 나머지 50% 중 25%는 생체실드 중화탄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의 몫으로 주고 나머지 25% 중 5%는 내 커미션 20%는 여기저기 기름칠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야.”

“뭐야? 무려 수익의 20%나 기름칠을 해야 해?”

“당연하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하지만 내가 기름칠을 한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는 거야. 상비군 63만 명인 대한민국 국군에게 개당 2천원에 100발씩 팔아봤자 매출이 126억 원에 불과해 하지만 시장을 세계로 돌린다면 126억 달러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기름칠이라는 것이 꼭 뇌물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구나?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호호호, 이제야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구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말처럼, 지구의 모든 나라의 국방부와 정치인을 상대하려면 그에 합당한 인물과 회사가 나서서 로비를 해야지. 물건만 좋다고 거저 팔아먹을 수는 없는 거야. 그리고 시간이 가면 나중에 분명히 짝퉁이 나올 테니까 최대한 많은 나라와 최대한 빨리 계약을 맺는 것이 중요해.”

유정아는 소울의 말만 듣고도 이 사업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소울은 그녀의 말에 왠지 믿음이 갔다.

“좋아. 그럼 일단 한번 만들어 보자.”

“그래. 지금 바로 내려가자.”

소울은 유정아의 손에 이끌려 곧바로 5층 연구실로 내려갔다.

텅 빈 연구실에 불을 켜고 나자 그녀는 소울을 데리고 자신의 방 옆의 작은 개인 실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