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3 제 59 장 - 유정아의 베일 =========================================================================
소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을 했지만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온갖 정보를 다 뒤지고 수십 번도 넘게 실패를 한 끝에 간신히 성공한 일이다.
아마 다시 하라고 하면 소망은 바로 고개를 내저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건 뭐야? 마법진을 새겨 놓았잖아?”
“사일런스 마법진과 강화 마법진을 인챈트 한 거야. 온도 유지 마법진까지 인챈트 하려고 했는데 그건 잘 안되더라고…….”
“그거면 충분해.”
“형이 사용하는 대물저격총 전용으로 만든 마법소음기가 2개, 대형권총 전용으로 만든 마법소음기가 4개니까 넉넉하겠지?”
소망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소울의 대답에 바로 썩소를 짓고 말았다.
“내가 쓰는 것은 넉넉해. 다만 내 소환수들도 이제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쓰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숫자에 맞춰서 조금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 알았어.”
소울은 쓴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소망이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새로 받은 토마호크와 수리검 그리고 마법소음기를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소리쳤다.
“내가 지난번에 공간 확장 마법진도 그려주지 않았어? 탄창에다 그거 그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무게 감소 마법진까지 같이 그려주면 더욱 좋고. 만드는 김에 바스타드 소드와 군용대검도 한번 만들어봐. 재료는 충분하게 가져다줄게.”
“헤에에!”
소망은 순간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보다 못한 소현이 소울에게 따지고 들었다.
“오빠, 소망이가 지금 얼마나 바쁜지 몰라서 그래?”
“그럼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너 요새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그거야 친구들 만나서 놀러 다니지.”
소현은 당당하게 허리에다 손을 올리고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소울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휴우, 할 수 없구나. 스포츠카는 그냥 소망이만 사줘야겠다.”
“어머, 오빠! 진즉에 나한테 필요하다고 말하지 그랬어? 당장 내가 만들어줄게.”
“뭐? 스포츠카?
죽어가던 소망의 눈에서 갑자기 생기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1주일 뒤에 나 출장 가는데 그때까지 하는 것 보고 스포츠카를 사줄지 말지 결정하자. 그리고 둘 중 누가 더 협조적으로 일을 잘하느냐에 따라서 스포츠카 모델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호호호, 알겠어. 걱정 붙들어 매셔.”
“나는 문제없어.”
그렇게 간단히 두 사람을 워커홀릭의 세계로 인도한 소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망공작실을 빠져나갔다.
‘소망아, 미안하다. 당분간은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면서 좀 참고 있어. 내가 꼭 너한테 어울리는 참한 미녀를 구해올게.’
서머너즈 길드를 빠져 나와 남쪽의 숲길로 들어선 소울은 그렇게 잠시 묵념하듯 다짐했다. 대책 없이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털컥 랩터킹의 간부터 먹여 놓은 원죄(原罪)를 저지른 덕분에 그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소망이에게 어울릴만한 참한 미녀까지 구해야했다.
숲속으로 깊이 들어오자 소망이에게 받은 토마호크와 수리검을 꺼내 살펴봤다.
달빛에 비춰 은은하게 빛나는 무기를 보던 그는 까망이를 불러냈다.
[까망아! 이리 나와서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토마호크를 한번 테스트 해보도록 하자.]
[규!]
까망이가 그의 머리카락 속에서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토마호크로 들어갔다.
둥실!
토마호크가 그의 손에서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그의 몸 주변을 쌩쌩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움직임만을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토마호크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엄청나게 강한 금속을 추출해서 만들었다는데 테스트 할 몬스터가 당장 눈앞에 없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까망아, 이번에는 수리검을 테스트 해보자.]
[규!]
토마호크에서 나온 까망이는 수리검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쌩하고 수리검 안으로 들어갔다.
휘이익 휘이익…….
수리검 안의 빈 공간에 자리를 잡은 까망이는 수리검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허공을 날아다녔다.
‘토마호크와는 달리 수리검의 움직임이 뭔가 부자연스럽네.’
상식적으로 토마호크보다 훨씬 가벼운 수리검의 움직임이 더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토마호크만도 못한 것이 무척 불만스러웠다.
경도와 강도가 무지하게 세진 토마호크를 무기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개발한 수리검 스킬을 그냥 썩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수리검을 토마호크처럼 아니 토마호크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지? 아참! 토마호크 안에 주술환 자환이 2개 있었지? 그중 하나를 수리검 안에 넣으면 되겠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해 순식간에 문제가 해결되자 머릿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달밤에 숲속에서 좋다고 혼자 껄껄대며 웃음을 흘려댔다.
바로 토마호크를 분해해서 주술환 자환 하나를 꺼내자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이 주술환 자환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수리검으로 들어가 봐!]
[규!]
까망이는 소울의 손바닥 위에 놓인 주술환 자환을 집어 쏜살같이 수리검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허공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날카로운 각을 그리며 휘기도 했다.
마치 아까의 수리검이 경차의 엔진을 달았다면 지금의 수리검은 F1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스포츠카의 엔진이라도 단 것처럼 성능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확실히 수리검이 달라졌다. 아니 수리검의 움직임보다는 그와 까망이가 수리검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상승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쌩 쌔앵 쌩 쌔앵!
탄력을 받았는지 까망이는 수리검을 움직이는 속도를 점차 올려갔다. 그러자 이제는 날카롭게 공기를 찢어대는 파공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와, 이제는 토마호크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움직이네? 역시 같은 조건에서는 가벼운 것의 속도가 더 빠르겠지.’
실험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나머지는 실험은 몬스터 필드 안으로 들어가 실전테스트를 통해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소울은 까망이에게 수리검 두 개를 넘겼다. 까망이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알아서 꺼내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독문무기가 2개나 생긴 까망이는 소울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며 갖은 애교를 다 부려댔다.
소울에게 받은 이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규! 규규! 규규규!”
“하하하, 그래. 알았어. 이제 그만해라.”
소울은 까망이를 잡아 머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어주며 진정시켰다.
[까망아, 대물저격총 좀 꺼내줘!]
[규!]
까망이가 명품 수제 대물저격총을 꺼내주자 그는 소망에게 받은 전용 마법소음기로 소음기를 교체했다. 대형권총 2정의 소음기도 전용 마법소음기로 교체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마법진의 모습이 여간 멋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를 위로 올린 그는 직접 한번 쏴서 성능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실전테스트를 집의 뒷산에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물저격총을 까망이에게 넘기고 대형권총도 양쪽 허벅지에 있는 권총집에 쑤셔 넣었다.
달빛을 가로등 삼아 우거진 숲속 길을 홀로 걸어 집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낙엽 밟히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것을 즐기던 그는 숲을 벗어나 은곡마을의 집이 눈에 들어오자 순간 발걸음을 딱 멈췄다.
집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소현이와 소망이가 집에 붙어 있으려고 하지 않았구나. 설마 두 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저러시는 것은 아니겠지? 음, 이렇게 되면 앞으로 엄마 몸을 생각해서 보약이라도 지어와야겠네. 휴! 원인제공을 한 사람이 바로 나니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겠구나. 뭐 그래도 두 분이 저렇게 좋아하시니 내가 좀 참아야지. 차라리 이 집을 두 분이 오붓하게 살라고 드리고 이번 기회에 분가나 해버릴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워가는 가운데 그의 발걸음은 어느덧 다시 숲속 길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달빛이 무척 밝았다.
그래서 그런지 숲속 길을 홀로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숲이 크지 않아 금방 서머너즈 길드로 돌아오자 조금 아쉬운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다시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살짝 맛이 간 놈이나 하는 짓일 것이다.
‘서머너즈 길드에서 기껏 나왔는데 다시 기어들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좀 그렇고……. 어디로 가지? 신사동으로 갈까? 아직 내가 쓰던 17층의 VIP스위트룸을 그대로 뒀다고 했으니 오늘은 거기서 자야겠다.’
결국 소울은 서머너즈 길드 앞에 있는 택시를 타고 신사동으로 향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도착한 그는 아직 2층의 뷔페식당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알게 되자 반가운 마음에 뷔페식당부터 찾아갔다.
계단을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가자 벌써부터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회를 동하게 만들었다.
늦은 저녁식사를 맛있게 배부르게 먹은 그는 역시 이곳 뷔페식당의 주방장 솜씨가 일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띵!
승강기가 17층에 도착하자 그는 자신이 쓰던 VIP 스위트룸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능력자 신분증 카드를 꺼내 VIP 스위트룸의 문에 대자, 역시 생각대로 미끄러지듯 스르륵 문이 열렸다.
VIP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문을 닫고 전투슈트부터 벗었다.
전투헬멧과 전투화를 벗어 한쪽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는 속옷을 벗어 빨래 통에다 던져 버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아아!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쏟아지며 근육으로 꿈틀대는 그의 몸을 사정없이 때리고 흘러내렸다. 온몸이 물에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나왔다.
잠시 그래도 가만히 서서 한동안 쏟아져 내리는 물에 온몸을 내맡겼다.
그동안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기만 했던 기억들이 편린처럼 부서져 뜨거운 물에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양치질까지 끝낸 그는 커다란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방에 불을 모두 끄고 창문을 향해 걸어가 커튼을 활짝 열어 젖혔다.
신사동 사거리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그의 눈에 한껏 쏟아져 들어왔다.
“흐음, 여전하군.”
눈을 조금 가늘게 뜬 그는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오연한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예전에는 저 불빛 중 단 한 개라도 자신의 불빛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자체가 아예 들지 않는 것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던 소울은 몸을 돌려 침대로 향했다.
킹사이즈 침대 위로 올라간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대자로 누웠다.
그동안 게으름 부리지 않고 나름 정말 열심히 일한 덕에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한 게 느껴졌다.
오늘 만큼은 굳이 소울넷에 접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푹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수마가 찾아온 듯 그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불야성(不夜城)을 이룬 신사동 사거리의 불빛이 밤새도록 반짝이고 있다.
* * * * *
비몽사몽간에 누군가 방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체취가 느껴지자 조여지던 근육들이 맥없이 탁 풀려나갔다.
온몸을 간지럽히는 묘한 시선이 느껴지고 곧이어 바닥에 뭔가가 벗겨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르륵 사르륵…….
욕실 문이 닫히고 샤워기에서 물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신의 몸을 더듬는 야릇한 손길이 느껴졌다.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익숙한 손길에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가자 그것을 보기라도 한 듯 투정부리는 콧소리가 들려왔다.
모른 척 하고 가만히 누워있자 손길은 점점 대담해졌다.
근육으로 툭 튀어나온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길은 선명한 왕자를 만드는 복근을 거쳐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잠시 허벅지의 근육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와 묵직한 녀석을 잡고는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며 살살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자극에 먼저 깨어난 것은 주인보다 주니어가 빨랐다.
힘차게 용틀임을 한 녀석은 선홍빛 색으로 하늘을 향해 단단하게 서서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꺼떡댔다.
하지만 침대가 살짝 출렁거리고 배를 부드럽고 묵직한 것 두개가 지그시 누르기 시작하자 단단한 녀석은 곧 습하고 까끌거리는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정신없이 시달려야했다.
============================ 작품 후기 ============================
** 59-2, 234회는 과도한 애정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약자나 감당할 수 없으신 성인 그리고 미성년자는 관람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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