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1 제 96 장 - 진출(進出) =========================================================================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는 인류를 위협하는 전(全) 지구적 위기로 인식되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현재 진행되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진행상황을 생방송으로 보도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느 몬스터 필드에서, 어떤 길드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 지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서머너즈 길드는 이제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길드만이 아니라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세계 최강의 길드로 인식되었다.
각 몬스터 필드에는 정부와 각 길드에서 설치한 수백 개의 CCTV가 돌아가고 있다.
거기에다 하늘에는 드론과 방송용 헬기가 각 몬스터 필드마다 수십 대씩 상공에서 현장을 찍어대고 있었다.
평양필드에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완벽한 틀어막는 것도 모자라 바실리스크라는 무서운 중대형 몬스터를 실시간으로 작업하는 작업장까지 돌리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모습은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네티즌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다 대구필드가 위기에 처하자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는 단 다섯 명의 길드원만 데리고 텔레포트를 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소환수를 소환해 압도적인 전력으로 성벽 밖으로 나오는 바실리스크 떼를 순식간에 몰살시키고 대구필드의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 모든 일이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는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만의 영웅이 아니다. 그는 어느새 전 세계적인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다.
“완성됐습니다.”
“작업장을 돌려라.”
“열매 뚜껑을 열어.”
“다크 배틀리언이 모두 들어왔습니다.”
“뭘 기다리고 있어. 어서 성문 닫아!”
“바실리스크가 몰려옵니다.”
“네이팜탄 발사 준비!”
“기다려라. 아까 하는 것 못 봤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
“전원 공격준비!”
…….
대구필드 안에서 시작한 땅굴이 제1, 제2, 제3 성벽의 지하를 통과해 커다란 웅덩이에 연결되자 임시로 급조한 작업장은 본격적으로 작업을 준비했다.
본이 이끄는 다크 배틀리언이 바실리스크 떼를 한바탕 유린하고 다시 들어오자 성벽의 문이 급하게 닫혔다.
바실리스크 떼가 다크 배틀리언을 쫓아 성벽에 가까이 다가오자 백제 길드 소수림은 발사명령을 내렸다.
“네이팜탄 발사!”
퍼퍼펑 퍼퍼펑!
쾅 콰앙!
화르르륵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평양필드 안을 강타했다.
까뮤가 쏘나 병사들이 쏘나 네이팜탄의 위력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실리스크가 네이팜탄에 당장 즉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죽지 않는 대신 그만큼 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뜨거운 화염 속에서 온몸이 익어버리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이 싫어하는 약초 냄새가 성벽 사방에서 나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한줄기 향기로운 냄새가 바실리시크의 코에 스며들었다.
바실리스크의 본성을 자극하는 이 향기는 그들에게는 마치 구원의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바실리스크들은 자신의 몸이 불길에 타오르고 있는 것도 무시한 채 빠르게 땅굴로 향하는 구멍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그 땅굴의 끝에 그들이 원하는 그 냄새가 나고 있었다.
키하아아아 캬아아아 크햐아아아!
서로 먼저 구멍에 들어가려고 하다 보니 구멍이 순식간에 커져 커다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땅굴은 한 마리씩 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공격을 하는 놈도 있었고, 못 들어가게 하려고 방해를 하는 놈도 생겼다.
그러면 그럴수록 뜨거운 네이팜탄의 화염 속에 바실리스크 떼의 피해는 급속하게 늘어갔다.
“나왔다.”
“당장 얼려!”
콰아아아아!
휘익 쩌쩌저정!
물의 정령사와 냉기 계열의 소환사, 수속성의 원소계 능력자들이 차례로 대가리를 내미는 바실리스크를 향해 공격했다.
불에 지지고, 약초에 스트레스를 받고, 열매의 향기 취한, 바실리스크는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땅굴을 나온 기쁨도 잠시, 차갑게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휘익 콰직!
휘익 쩡!
그러나 그 느낌도 잠시 자신의 목과 머리통을 내려치는 화끈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과 격리되고 말았다.
“우와! 이게 통하네?”
“된다. 이제 됐어. 바실리스크는 이제 다 죽었어.”
“야호! 성공이다.”
땅굴 밖으로 기어 나오는 바실리스크를 처리하는데 일조한 능력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순번을 정해둔 그들의 공격은 그치지 않고 계속 돌아갔고 몸이 얼어 굳어진 바실리스크의 목을 자르고, 대가리를 쪼개는 푸티나의 도끼질은 끊이지 않았다.
푸티나의 도끼질을 눈 여겨 보던 아이스골렘 하나가 그의 옆에 서서 도끼를 잡았다.
몇 번 도끼질을 해보면서 요령을 터득한 아이스골렘은 이제 푸티나가 없어도 바실리스크의 목을 자르고 대가리를 쪼개는데 능숙해졌다.
그러자 흙골렘과 우드골렘이 다가와 푸티나에게 도끼를 하나씩 받아 도끼질에 합류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마치 고전 전래동화를 보는 듯, 그들은 양쪽에서 바실리스크의 대가리를 향해 신나게 도끼질을 해댔고 그때마다 바실리스크는 온몸을 비비꼬면서 발악을 하다 죽어갔다.
“갈고리 걸어서 사체 끌어내.”
“알았다.”
도끼질이 너무 빨라서 반도 넘게 남은 사체가 안에서 땅굴을 틀어막자 우드골렘 하나가 거대한 갈고리를 들고 다가와 사체를 잡아당겨 뒤쪽에 있는 웅덩이로 집어던졌다.
웅덩이 아래쪽에는 수십 대의 컨테이너 차량이 몰려들어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는데 이런 모습이 지상과 하늘에서 찍혀 전국에 생방송이 되고 있었다.
소울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참,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하구나. 지구가 멸망하면 바퀴벌레만 살아남는다는데 내 생각에는 바퀴벌레는 다 뒈져도 사람은 살아남을 것 같네.’
임시작업장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는 소울의 주머니 안에서 진동을 일어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위성전화기를 꺼내더니 귀에 댔다.
-마스터, 나인권 부장입니다.
“어! 나 부장. 무슨 일이야?”
-정부와 국회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아니 지금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평양필드와 대구필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다들 마스터를 자신의 행정구역이나 지역구가 있는 몬스터 필드로 보내달라고 악을 써대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협박과 압력이 다 들어오고 있는데, 세상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요. 저를 비롯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간부들은 모두 전화 받는 것을 이미 포기했습니다.
“일단 대구필드로 지원 나온 것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군.”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입니다. 여론이 지금 들끓고 있습니다. 지금 대선에 나가신다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도 무난할 정도입니다.
“하하하, 그래?”
소울은 나인권의 말에 실소를 흘렸다.
하여간 잘도 뜨겁게 타오르는 민족성이다.
조금 부작용이 없진 않지만, 이런 민족성으로 인해 현재 세계적으로 빛을 보는 면도 없지 않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구필드 지원 나온 것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챙겨주는 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아니 반드시 챙겨놓겠습니다.
“그럼 그건 알아서 하도록 하고, 다른 필드의 상황은 어때?”
-대구필드 이외에도 인천필드, 부산필드 등에 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합참에서 전투기 편대를 급파해서 네이팜탄으로 폭격을 하고부터는 다들 바실리스크에게 화공이 먹힌다는 것을 인정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더 이상 내가 굳이 지원을 나갈 필요는 없겠군.”
-국내에서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길드 등이 한마음으로 마스터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뭐야?”
소울은 나인권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조건도 기가 막힙니다. 몬스터 장벽 밖으로 더 이상 몬스터들이 나가지만 못하게 해줘도 1억 달러를 준답니다. 대구필드 같은 임시작업장을 만들어 주면 10억 달러를 준다고 하네요.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보군. 하지만 돈이 아쉬운 상황은 아니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시려면 차라리 중국과 일본보다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도와주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돈을 많이 받을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해외진출을 생각하거나 이권을 챙기기도 좋고요.
“으음,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지. 그런데 혹시 오라클에 대한 정보는 더 들어오지 않았어?”
-유 고문에게 직접 연락을 해보시죠.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
소울은 일단 나인권 부장과의 통화를 끊고 바로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 잘했어.
“정아야, 어떻게 됐어?”
-오라클의 꼬리를 잡았어.
“그럼 위치를 알려줘. 내가 금소희와 같이 바로 갈게.”
-왜 이렇게 서둘러? 내가 지금 꼬리를 잡았다고 했지. 정확한 위치를 안다고는 하지는 않았잖아.
유정아의 말에 소울이 적지 않게 실망했다.
“그럼 지금 오라클은 어디에 있는데?”
-대서양을 건너고 있어.
“뭐야?”
순간 소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오라클이 자신의 안방과도 같은 미국을 버리고 유럽으로 넘어가려고 할지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비행기가 100대도 넘는다는 거야. 어디로 빠져 나갈지 아직 잘 몰라.
“비행기들을 전부 격추시켜 버릴 수도 없고……. 이거 참 문제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아니면 프랑스로 간다는 거야.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지금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동쪽으로? 그럼 계속 동으로 이동하면 언젠가는 한국으로도 오겠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동쪽으로 오면 결국 나를 만나게 된다는 말이야.
-지금 동요 불러?
소울은 유정아가 살짝 짜증을 내자 갑자기 머릿속이 번쩍했다.
‘정말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도 당장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해볼까?’
그는 왠지 자신이 서쪽으로 이동하면 오라클과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아야, 내가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을 할 테니까 지속적으로 오라클의 움직임에 대해 알려줘!”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소울은 단순히 생각으로만 그칠 마음이 없었다.
예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촉이라고 할까?
하여튼 뭔가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느낌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
서진(西進)이다.
오라클이 동진(東進)을 한다면 자신이 서진을 해서 그녀를 막아서야한다.
괜히 진짜 대한민국 안으로 들어오면 뭔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다.
“금소희, 텔레포트 가능하지?”
“네, 가능합니다. 미국으로 가실 겁니까?”
“미국까지 단번에 갈 수 있어?”
“헤헤헤, 그건 아직 불가능한 것 잘 아시잖아요. 지난번처럼 거리를 몇 개로 쪼개서 가면 됩니다.”
“미국은 아니야. 이번에는 서쪽으로 가보자.”
“네?”
금소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울은 귀여운 그녀의 얼굴을 보며 위성전화를 들었다.
“나 부장, 아까 말했던 거 말이야. 한번 해보자.”
-네? 뭐 말씀이십니까?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을 도우면서 유럽을 향해 가는 방법을 사용하자는 말이야.”
-아! 정말 그렇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응. 그것도 당장.”
-알겠습니다. 생색도 내고 인기도 끌고 돈도 벌고 이권도 챙기면서 유럽을 향해 가는 노선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유럽으로 가려고 하는지는 알아?
-방금 유 고문에게 메시지가 도착해서 알고 있습니다. 오라클이 동진을 하니 서진을 하겠다고 하셨다지요?
“와우, 소식 하나 정말 빠르네?”
-하하하,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정보부에서는 오라클이 영국 런던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가는 루트를 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특작부대의 반 이상이 오라클을 쫓고 있고 유럽으로도 특작부대를 급파했습니다. 유럽이 아무리 넓어도 오라클은 이미 독안에 든 쥐입니다.
“그 쥐 좀 내 쪽으로 잘 몰아줘!
-네, 마스터.
소울이 위성전화를 끊고 났을 때, 다시 한 번 네이팜탄의 거센 화염이 대구필드를 강타했다.
바실리스크 떼가 한꺼번에 화염에 쓸려갔고 귀청을 찢는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성벽 위에 서 있는 백제 길드 능력자들이 일제히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대 몬스터 장벽은 안정적으로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갔고 바실리스크들은 점점 더 웅덩이로 몰려들었다.
그에 맞춰 대구필드의 임시작업장은 빨간 꽃 녹색 꽃을 피우며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성벽 한쪽에서 네버다이 길드 소속 능력자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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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가내평안(家內平安) 하시고 만사형통(萬事亨通)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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