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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임시 서비스 (3) (110/250)


본격적인 임시 서비스 (3)
2022.03.21.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말도 안 되는 수완을 발휘하는 천재라서 그런 걸까.

최선호와 달리 봉춘향은 단번에 능력을 선보였다.

“우와아?”

“우와아?”

말을 동시에 하는 것은 덤.

이 부분은 컨트롤이 힘든 모양이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

아니었다.

봉춘향은 그냥 천재였다.

초 단위로 향상되는 분신 능력에 주민성은 말을 잃었다.

“왠지 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봉춘향이 셋으로 늘어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이 괴상한 분신 능력은 입고 있는 옷부터 시작해 매고 있던 총기까지 함께 복사되는 능력이었다.

시간 정지도 그렇고, S급 능력은 전부 사기였다.

“대장님! 진짜 최고입니다! 이 능력이라면 제가 원하는 대로 분대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분대?”

“네! 연습이야 많이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이젠 봉춘향 분대까지 보게 생겼다.

왜인지 그 날이 멀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대장님! 완전 충성입니다! 충성! 충성!”

“그, 그래…….”

무려 100억 이상의 투자.

생각보다 돈은 아깝지 않았다.

왜인지 봉춘향이라면 진짜 돈값을 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미 투자의 위력은 알고 있어.’

최선아만 해도 그렇다.

당시 수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한 이후, 그녀는 주민성에게 더욱 큰 이득을 안겨 줬다.

실적으로만 벌써 투자비를 상회하고도 남는다.

협회 간부 포획 작전에서도 큰 몫을 해낸 데다, 고블린 5형제를 지금처럼 유용하게 키워낸 사람 역시 최선아였으니까.

심지어 빚도 갚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인성에 맡긴 임무는 어떻게든 해내는 책임감까지 겸비했다.

‘분명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

보급이라는 게이트 외부 살림을 담당하는 사람이 최선아라면, 내부 살림은 봉춘향의 담당이었다.

훗날 주민성이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게이트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

봉춘향은 어느새 넷으로 늘어나 있었다.

“살짝 어지럽지 말입니다. 분신은 여섯에서 일곱쯤이 한계일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분대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총기만 있다면 몬스터 군대를 상대로도 충분한 전투를 수행해낼 수 있습니다.”

분신 능력은 아무리 봐도 특이했다.

장비를 그대로 착용한 채로 늘어난다니.

이쯤이면 자가복제 능력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확실히 투자금이 클수록 빛을 발하는 능력이었다.

“좋아. 이왕 시작한 김에 제대로 투자해 줄게.”

“무, 무엇을 말입니까? 설마…….”

터엉!

주민성은 현금으로 가득 찬 가방을 추가로 꺼냈다.

“10억쯤 될 거야. 선아씨랑 같이 얘기해 보고 장비 맞춰.”

“저, 정말 괜찮겠습니까?”

“응.”

다행히 무기 쇼핑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스미스에게 받은 총기라면 그 어떤 최신형 무기보다도 강력할 테니까.

10억이라면 유물급까진 아니어도 최선아처럼 유틸성 좋은 방어구를 맞추고도 남는 돈이었다.

“대장님…….”

“혹시, 다른 사람들의 장비까지 맞춰도 되겠습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

생각해보니 봉춘향에게 올인하는 전략은 다른 사람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이 기회에 제대로 투자해 보는 게 좋겠군.’

터엉! 터엉!

“100억. 이쯤이면 되겠지?”

“아, 아니! 너무 많습니다! 10억으로도 충분합니다!”

“괜찮아. 돈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니까.”

뉴스에서 봤던 변종 보스 몬스터의 출몰.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SSS급 능력자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 전부를 구하겠다는 포부는 없었다.

적어도 내 식구들만이라도 확실히 지키자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돈이 종이 쪼가리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겠지.’

돈이라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때쯤이면 이 게이트는 피난처가 될 테니, 어마어마한 입장료를 받아 자금을 늘릴 수 있을 터였다.

“걱정하지 말고 받아.”

“알겠습니다……. 군대보다, 아니 어지간한 길드보다 훨씬 막강한 전투 집단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러면 더 좋고.”

“예. 그럼 지금 바로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응. 춘향이는 오늘 몬스터 웨이브 참가하지 않아도 되니까 돈만 제대로 활용해 줘.”

“예!”

봉춘향이 물러나고, 다시 폐건물에 홀로 남은 주민성은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왔다.

[임시 서비스가 신청되었습니다.]

[건물 이용자의 능력을 공유받습니다.]

“분신 능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

깊게 고민한다면 게이트의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했다.

하지만, 주민성에겐 짚이는 바가 있었다.

“임진석. 아니면 성아영.”

그 둘은 협회 소속의 외부인들이었다.

S급 능력을 사용한다는 범주에도 포함된다.

“임진석은…….”

임진석은 스미스를 비롯한 용병들에게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다.

자가최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사용할 정도였다.

그로 인해 임진석은 그동안 숨겨 왔던 능력을 선보인 바 있었다.

“전부 잘라내는 능력이었지.”

분신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도 공격적인 능력이었다.

이것으로 임진석은 SS급 능력자에 최면 능력과 절단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리바이가 형성된다.

“만약을 가정해 볼까.”

물론 임진석이 사실은 SSS급 능력자였다는 추리도 할 수는 있다.

그런 추리는 자가최면 당시 분신 능력을 숨긴다는 내용도 추가해야겠지만.

“비현실적이야. 나 같아도 그런 짓은 안 해. 어떻게든 가진 능력을 전부 활용했을 테니까.”

남은 용의자는 성아영.

주민성은 수첩을 펼쳐 자신이 적었던 내용을 되짚었다.

-이름: 성아영

-등급: SS

-능력: 보이지 않는 공격

-파괴력 상당함

-인벤토리와 비슷하게 운용 가능

-능력2: 죽었다가 살아남(불확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음

“확실히 둘 다 이상한데.”

보이지 않는 공격능력,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능력.

주민성은 수첩에 적었던 두 능력에 분신이라는 키워드를 대입했다.

“분신이 대신 공격하고, 분신이 대신 죽으면……. 어라?”

왜인지 이상하리만큼 그럴싸했다.

“아냐. 아직은 아냐.”

이런 논리엔 보이지 않는 분신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투명화.”

생각해 보니 포획된 협회 간부 중엔 투명화 능력자가 있었다.

최선아가 포획했던 인물이었다.

점점 추측이 그럴싸해지기 시작했다.

“성아영이 S급 분신 능력자였고, 내가 느꼈던 기척은 분신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부분이 남아있었다.

성아영의 공격력 때문이었다.

“무장을 갖춘 투명화된 분신, 그렇다면 본체도 그에 걸맞은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어야 해.”

당시 간부들은 쫓기는 처지였다.

저마다 최선을 다해 게이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을 터.

그럼에도 무슨 자신감인지 성아영은 맨몸이었다.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이라기엔 효율 역시 너무 떨어진다.

“일단은 성아영 쪽이 가능성이 크군.”

주민성은 성아영이 분신 능력자이길 내심 바랐다.

성아영마저 분신 능력자가 아니면 믿고 있던 사람 중에 분신 능력을 숨긴 사람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건물 이용자인 이상 허튼짓은 못 하겠지.”

덕분에 조급하게 분신 능력에 대해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당장은 눈앞의 몬스터 웨이브를 신경 써야 할 때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느덧 웨이브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민성은 그대로 몬스터 웨이브 비석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대장님.”

비석 주위엔 수많은 능력자들과 김정남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많아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곧 익숙해지실 거예요.”

김정남이 겪어온 몬스터 웨이브는 고블린과 데빌도그가 전부였을 터.

말로는 들었지만, 주민성의 준비성이 과하다고 여길 만했다.

뭐든 직접 봐야 아는 법이니까.

“슬슬 각자 자리로 이동해 주십시오.”

“예!”

봉춘향이 빠졌기에 판자촌 능력자들은 김 대위와 유 중위가 지휘하고 있었다.

저마다 호위 몬스터 하나씩을 대동한 채 폐건물 곳곳에 배치되니 전직 군인 포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부대원 배치 완료. 명령 대기 중.”

“네.

이전에는 와이번을 대동한 혼합 몬스터 집단.

다음은 오크 라이더 부대였다.

이번엔 적어도 오크 라이더 이상의 괴물이 출현하리라.

“시작해 주세요. 정남 씨.”

“예.”

김정남이 비석에 손을 대자, 비석이 빛을 뿜어냈다.

“후우우…….”

김정남의 근육 역시 아지랑이를 뿜어내며 과도하게 팽창했다.

평소의 모습이 평범한 운동인이라면, 지금은 무제한급 격투 선수에 버금가는 몸집이었다.

“드디어.”

눈부신 빛 사이로 몬스터가 출현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음?”

“어어?”

최소 C급 수준, 최대 A급 수준의 몬스터를 예상하는 주민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등장한 몬스터는 예상범위 밖이었다.

빛으로 가리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몸집이었기에 단번에 식별할 수 있었다.

“커우우우우!”

“사, 사이클롭스!”

사이클롭스.

우리말로 외눈박이 거인.

S급 게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몬스터였다.

조금 이상한 점이라면 귀가 없다는 정도.

변종이라기보단 기형 사이클롭스로 추정된다.

“김정남 씨! 할 수 있겠어요?”

“저, 저게 왜 여기서 나오지? 일단 해 보겠습니다!”

놈은 주민성조차도 압박감을 느낄 정도의 기괴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흐으읍!”

김정남의 다리 근육이 순간적으로 구겨졌다.

그리고 동시에 점프했다.

“하압!”

쾅!

김정남의 발차기가 방어에 막혔다.

그럼에도 사이클롭스의 팔뚝이 움푹 들어갔다.

‘이 정도면 막혀도 유효타 아닌가?’

다시 지상으로 착지한 김정남은 빠르게 사이클롭스의 사각으로 달렸다.

어그로는 확실했는지 사이클롭스의 분노는 오로지 김정남에게 쏟아졌다.

“쿠워우우!”

거대한 주먹이 김정남에게 날아왔다.

‘저거 못 피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

다행히 주먹은 주민성에게도 보일 정도로, 빠른 편이 아니었다.

쾅!

“어?”

황당하게도 사이클롭스의 주먹은 김정남에게 적중했다.

놈의 속도는 주민성의 기준에서나 회피 가능한 수준이었다.

“저, 정남씨!”

“크으! 괜찮습니다!”

다행히 김정남 역시 방어 자세를 제대로 취했다.

근육의 탄력이 어마어마한지 생각보다 견딜 만한 모양이다.

“음?”

김정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점프해 사이클롭스의 팔에 매달렸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쾅! 콰앙!

“쿠워어!”

김정남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둔기로 착각할 것 같은 타격음이 폐허 도시를 장악했다.

이에 판자촌 능력자들도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김정남 씨 A급 맞아?”

“우리가 아는 A급이랑은 심하게 다른데.”

판자촌 능력자들 중에서도 A급 능력자는 있다.

운전 기사 역시 A급.

전부 강한 이들이지만 김정남만큼은 아니었다.

‘저런데 왜 승급을 못 하는 거야?’

답은 판자촌 능력자들 이야기 속에서 들을 수 있었다.

“회식 때 1:1 전문이라고 했었잖아. 오히려 몬스터가 많을수록 힘을 못 쓰는 모양이야.”

“저렇게 싸움에 몰입하면 확실히 주변에 신경 쓰기 힘들겠지.”

실제로 수많은 시선에 부끄러워하던 김정남은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은 오직 사이클롭스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다.

“쿠워어어!”

어느새 승기는 기울었다.

김정남이 사이클롭스의 어깻죽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몬스터의 공통적인 약점은 목이었다.

“흐읍!”

콰드득!

김정남은 강한 인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근육으로 강화된 온몸은 병기 수준이었으니까.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 기반을 둔 능력이었기에 승급도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쿠어억……!”

치명타를 허용한 사이클롭스의 외눈이 흐릿하게 변했다.

놈은 그대고 고꾸라졌다.

쿠우웅!

“…….”

S급 몬스터의 단독 토벌.

김정남의 업적 리스트에 한 줄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후우.”

“……정남 씨. 괜찮으세요?”

“네. 왜인지 컨디션이 너무 좋습니다.”

김정남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는지 자기 자신도 못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건물 부가효과에 헬스장에서의 단련이 가미되어서 의식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보다, 몬스터 웨이브인데 왜 한 마리만 나오는 걸까요. 이러면 훈련이 안 되는데.”

“그러게요.”

김정남에게선 활력꽃 향기가 물씬 배어 있었다.

덕분에 지치진 않았을 터.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있었다.

“웨이브. 한 번 더 해 볼래요?”

주민성 역시 몬스터 웨이브에 몬스터 한 마리만 나타난 점이 의아했다.

“물론입니다.”

“이번엔 제가 만져 보겠습니다.”

“예.”

그렇게 두 번째 웨이브가 빠르게 시작되고.

두 번째 빛이 뿜어졌다.

“오오.”

이번에는 제법 여러 기척이 느껴졌다.

쿵!

쿠쿵!

하지만 이번에 쏟아진 건 몬스터들의 시체였다.

그것도 태양의 순례지에서 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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