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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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 (3)
2022.05.31.
하성과 협회장 모두를 견제할 수단.
그것은 상급 건물 소유라는 전제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만 했다.
이유라면 간단하다.
그래야만 소란 없이 세입자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상대가 까다로우면 그냥 다른 차원의 깡패들하고 싸움 붙여도 상관없잖아?”
세입자의 스펙은 이미 천마와 즈민성이 검증한 상황.
누굴 불러도 SSS급 능력자를 상대로 허무하게 당하진 않을 터였다.
“문제는 타 지역에 어떻게 진입하느냐인데.”
방법은 두 가지 정도가 있었다.
가장 간단하게 발로 뛰는 방법이 있었고, 봉춘향의 중력 조절 능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침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중력 조절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주민성도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다.
“그냥 가지 뭐. 들킬 것 같으면 그냥 아무 건물이나 가서 건물 관조 쓰면 되니까.”
초대형 돔 구장이나 5성급 호텔 같은 초호화 건물이 아닌 이상은 어지간하면 소유가 가능할 터였다.
그렇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며 건물 관조를 섞어준다면 완벽한 잠입이라는 조건은 충족한다.
“일단은 하성의 견제가 우선이려나.”
일살 길드 전체는 아니더라도, 길드장인 하성만큼은 반드시 주민성 쪽에서 끌어내야 했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듯,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만 뛰어다니면 상대의 노림수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마포구를 통하는 게 가장 좋겠군.”
루트는 이러했다.
가양대교를 통해 마포구로 진입, 동선상 겹치는 건물들은 전부 소유하며 은평구를 지나 강북구 내부까지 진입하는 루트였다.
변수 지역인 종로구 또한 우회하며 가는 길이었기에 괜히 덕양구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빠른 나름의 최단 루트라 할 수 있었다.
“본진을 치는데 아무리 막장 길드장이라도 나오지 않을 수는 없겠지.”
물론 저항하는 일살 길드원에겐 단호히 대응할 생각이었다.
휘하 길드원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적이 나타나야 하성 또한 흥미를 보일 테니까.
“부하들을 손쉽게 제압하는 상대라면 유물을 가진 능력자라고 판단하겠지. 발걸음을 돌리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야.”
이것으로 구상은 끝.
주민성은 그대로 식인 꽃 보스와 꽃블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빠르게 부족원 모집을 개시했다.
“선착순 20개체. 부족원 시켜준다.”
“키에에엑!”
당연히 효과는 발군.
몬스터들은 부족원 모집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주민성이 하자는 건 해보자는 주의였다.
[부족원 모집에 성공합니다.]
[부족원 모집에 성공합니다.]
[부족원 모집에 성공합니다.]
……
[‘아니 부족명을 지으라는데’ 부족이 소폭 성장합니다.]
명일학 때와는 다른 메시지였지만, 어찌 되었든 성장은 성장.
질을 물량으로 메꿨기에 성장까지 성립시킬 수 있었다.
새로운 능력까진 바라지도 않았기에 문제도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부족 성역까지 걸어둘까.”
[특정 구역을 부족의 성역으로 지정합니다.]
[성역 내에선 부족원 간 적대 행동이 통제됩니다.]
명일학이 너무 흔쾌히 부족원이 된 것이 찝찝했다.
대놓고 침공까진 아니더라도 공작은 걸어올 수 있었기에 이런 조치는 반드시 필요했다.
“좋아. 끝. 이제 알아서 놀아.”
“키엑!”
이렇게 마무리 과정까지 모두 끝마친 주민성은 곧장 가양대교로 이동했다.
김정남과 유호영은 이미 출발한 상황.
흔적으로 보아 이들 또한 가양대교를 통과한 것이 거의 확실했다.
“둘은 대덕동으로 갔을 테고. 흐음. 하성과 마주친다면 의정부 쯤이려나. 좋아. 아직은 여유 있겠어.”
판단이 워낙 빨랐던 탓에 시간적인 문제는 없었다.
물론 인천으로 돌아가서 내실을 다지기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주민성은 그대로 가양대교를 건넜다.
“엥.”
그리고 김정남과 유호영과 재회했다.
“대장님! 뭔가 깜빡하신 거라도?”
“으아아!”
콰직! 쾅!
둘이 아직도 가양대교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구워어어!”
몬스터 때문이었다.
“유호영! 머리 정확히 노려!”
“예! 사부님!”
콰직!
“주먹만 쓰지 말고 능력도 같이!”
“아! 맞다!”
“그놈 죽었으니까 일단 다음 녀석부터!”
“예!”
몬스터는 쉽게 제압당한다.
그럼에도 여길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였다.
“죽은 몬스터가 수백. 남은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끝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난지도 게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저게 다 매서커야?”
매서커.
등급상으론 C급에 해당된다.
인간형에 가까운 신체 구조와 질퍽이는 질감 탓에 능력자들이 기피하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다행히 전투 장소는 다리 위.
몬스터의 공격 루트가 한정된 데다, 김정남의 경이적인 몸놀림 덕분에 포위까진 당하지 않는다.
다만 정신없이 몰려드는 몬스터 탓에 전장을 넓게 볼 수 없을 뿐.
이 부분은 주민성이 대신하기로 했다.
“…….”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게이트가 형성된 지역은 난지도가 아닌 한강이었다.
매서커는 강물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것이었고.
“물속에서 증식하는 성질이라도 있었던 건가?”
새로이 발견된 매서커의 강점은 동시에 새로운 약점을 만들어냈다.
물과 관련된 몬스터 공략에 있어 상식인 그것.
바로 전기였다.
“아. 근데 호영 씨는 사대 원소잖아.”
불, 물, 땅, 바람.
이것이 유호영이 각성한 사대 원소에 해당한다.
전기가 없다.
전기 속성 공격을 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김정남과 유호영은 이 끝없이 밀려드는 매서커를 전부 손으로 때려잡든, 불맛 주먹으로 때려잡든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 꽤나 걸리겠네.”
주민성은 그대로 둘에게 외쳤다.
“정남 씨! 호영 씨!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요?”
“저는 5시간도 거뜬합니다!”
듬직한 김정남의 대답.
“저는 1시간이요! 능력 안 쓰면 3시간!”
“엥.”
그리고 애매한 유호영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래도 상관없겠지.”
여기서 둘을 물리기엔 수도권 점령이 머지 않은 상황.
주민성은 더욱 강력한 작전을 추진했다.
그것은 바로 최선호 콜이었다.
“선호야. 바빠?”
-조금요. 무슨 일이에요?
“아. 컨테이너 차량 어디 있나 해서.”
-인천 지부 근처에 주차해 놨어요.
“그래? 그럼 잠깐 형 좀 도와줄래?”
-당연하죠. 말씀만 하세요.
정확히는 컨테이너 차량의 뇌전 지팡이가 핵심이었다.
주민성은 뇌전 지팡이가 뿜는 뇌전을 한강에 그대로 흘릴 계획을 세웠다.
“뇌전 지팡이. 최대 출력으로 한강에다 쏴 줘.”
뇌전 지팡이의 출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강서구 일대의 한강에는 전부 통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건물주의 기품 덕분에 능력 출력이 3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테이너 차량의 현재 소유자는 주민성이었다.
-10분쯤 걸려요. 형.
“오케이.”
통화를 마친 주민성은 이 사실을 둘에게도 공유했다.
“10분 뒤, 한강에 전류가 흐를 거예요. 어느 정도 세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즉사 급은 확실하니까 대비해 주세요.”
“어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대충 텐트로 온몸 감싸면 돼요. 특히 지면과 맞닿는 부위, 그리고 매서커와 맞닿는 부위는 확실히 보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잘 안 되면 전화하시고, 점령 마치면 유물만 따로 파주에 잘 챙겨 주시고요. 더 급한 상황이면 선호 부르시면 됩니다.”
이것으로 모든 조치가 끝났다.
최선호는 둘의 보험이 될 테고, 어지간하면 최선호가 나서기 전에 극복해낼 것이다.
“어어? 가십니까?”
“네. 일살 길드도 수도권 점령에 나섰답니다. 하성이 직접 움직이고 있으니까 제가 유인하려고요.”
“어어어어?”
파격적인 정보 때문이었을까.
김정남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 매서커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쾅!
전투 도중에 아무렇지 않게 건넬 정보는 아니긴 했다.
그래도 건물 부가효과의 말도 안 되는 커버력이 있었으니 고작 이 정도로 위험에 빠지진 않는다.
콰직!
자신을 공격했던 매서커의 머리를 박살낸 김정남은 상쾌하게 답했다.
“아아. 알겠습니다. 저도 나름의 각오를 해야겠군요.”
이것으로 가양대교에서 볼 일은 끝.
하성과 마주치기 전에 김정남을 따라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태까지 세웠던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정남 씨. 싸우는데 죄송하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예. 뭐든 괜찮습니다.”
주민성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건물 잔해와 마른 벌집을 꺼냈다.
그리곤 건물 보수.
둘은 하나가 됐다.
[망측스런 보수입니다.]
주민성은 메시지를 무시하며 완성된 기괴한 물건을 김정남에게 전달했다.
“이건…….”
“대충 방향만 맞춰서 강북으로 조준해서 던져 주세요. 빗나가도 괜찮습니다. 가능할까요?”
“제가 야구는 안 해 봤지만……. 던지는 건 문제 없을 듯 합니다. 신형 폭탄인가요?”
콰지직!
주민성 역시 매서커 토벌에 합류하며 답했다.
“아뇨. 이동 수단이에요.”
“…….”
김정남의 막막한 표정과 달리 주민성의 의견은 사실이었다.
건물 관조는 건물의 크기와는 상관없었으니까.
“대장님 말씀이시니 맞겠죠. 능력부터 제 상식을 벗어나 계시니.”
“감사합니다.”
김정남은 제대로 투척 자세를 갖추기 위해 유호영에게 말했다.
“호영아. 1분 정도만 지역 커버 부탁하마.”
“맡겨만 주세요!”
유호영은 대답과 동시에 자세를 바꿔 새로운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아압!”
콰드드득!
왜인지 건물 잔해를 닮은 바윗덩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오. 바위 방패인가?”
아니었다.
유호영은 생성된 바위를 밀어 매서커를 압사시켜버렸다.
쿠지직! 쿠직!
그야말로 힘법사의 전형적인 전투방식이었다.
덕분에 시간을 확보한 김정남 역시 본격적인 투척 자세를 취했다.
오리지널 신체 강화 능력자인 만큼 온몸에 힘줄이 솟구치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정확도는 장담 못합니다. 하지만, 힘껏 던져 보겠습니다.”
“넵. 잘 부탁드립니다.”
애초에 김정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텐트포는 사거리에 한계가 있었고, 하위 차원 때처럼 건물 폭발을 사용했다간 몸뚱이가 찢겨나갈 테니까.
“으으으음……!”
근육이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고, 김정남의 몸집은 1.5배 정도로 커져 있었다.
거리가 거리였던지라 어설프게 던지면 강북은커녕 서대문구조차 도달하지 못할 정도.
때문에 김정남은 이번 던지기에 진심으로 전력을 쏟고 있었다.
“흐으으음!”
김정남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이 신호라는 뜻일 터였다.
주민성 역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능력을 사용했다.
‘건물 관조.’
능력 사용과 동시에 주민성은 벌집 시점으로 격리됐다.
김정남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민성이 사라진 것도 모르는 눈치였지만.
“잘 다녀오십시오오오!”
쐐애애애액!
벌집과 건물 잔해가 합쳐진 기괴한 무언가는 공기를 찢어발기며 강북구 방향으로 쏘아졌다.
“와. 속도 미쳤다. 벌집으로 하길 잘했네.”
텐트였다면 이런 속도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
구조상 공기 저항을 심하게 받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집중하자. 최대한 강북구 근처에서 떨어지는…….”
주민성은 말을 멈췄다.
아무리 안력을 집중해도 지금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괴하게 바뀌어버린 지상의 건물들도 뭔가 이상했고, 벌집이 날아가는 속도도 너무 빠른 것이 문제였다.
“이 정도면 그냥 운에 기대야 하나?”
애석하게도 주민성은 극과 극을 오가는 행운을 자랑했다.
“아냐. 실력으로 어떻게든 해 보자.”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대로라면 서울을 빠져나갈지도 모르는 상황.
주민성은 빠르게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벌집이 파손될 일도 없어. 쿠션도 충분하고.”
서울이 어디까지인지는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서울 게이트 특유의 붉은 기운이 완연했으니까.
“후우.”
주민성은 그대로 손을 뻗어 벌집 전방을 조준했다.
인벤토리와 물건 꺼내기가 동시에 취해져야만 이 벌집을 멈춰 세울 수 있으리라.
“멈춰!”
콰아아아앙!
인벤토리에서 텐트 수십 개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벌집이 충돌했다.
작전은 성공.
벌집은 그대로 지상에 추락했다.
“휴. 성공이다. 여기가 어디쯤이려나…….”
근처에 표지판은 얼마든지 있었기에 식별은 충분했다.
“아…….”
주민성이 도착한 장소는 종로구 창신동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