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산속 폐가. 5
“으아아아!!! 거기 도대체 누... 누구야!!!”
공포에 잔뜩 질린 덕분인지 나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잠시 후, 쥐포를 끌어안고 열어젖힌 문 앞 마당은 고요하게 정적만 흘렀다.
그저 한기 섞인 찬 바람만 나를 향해 덮쳐올 뿐이었다.
“...”
그때.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제멋대로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어?”
나는 정신없이 사방을 살피고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급하게 방송을 켜기 시작했다.
이 순간 나에게 후원을 걸었던 그 시청자가 퇴장하거나 빤스런을 하게 되면 오늘 이 모든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 된다.
내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얼마나 악착같이 버텼는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소름 끼치는 안쪽방 안에서 오골계의 눈을 마주치며 노래까지 불렀다.
게다가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환청과 내 목을 쓸어만지는 환각까지 느끼며 버텼지 않았는가.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시청자들을 기다렸다.
다행히 시청자 역시도 방송이 켜지길 기다렸는지 순식간에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ㅡ 오! 다시 켜졌다. ㅅㅂ
ㅡ 뭐야? 방송 종료하고 집으로 도망간 줄 알았네.
ㅡ 핸드폰 떨어 트린거죠? 마지막에 땅바닥이 클로즈업 되다 꺼졌는디.
들어온 시청자들을 눈에 불을 켜고 하나씩 살폈다.
전설의고향만두. 그놈이 있어야 한다.
전설의고향만두... 전설의고향만두... 어?
다행히도 후원자가 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
하루에 이 돈과 공포의 경계선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맘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귀신보다 돈이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게 되는 건가?
나는 일단 시청자들에게 고개부터 숙이고 사과했다.
“형님들, 죄송합니다. 너무 깜짝 놀라 가지고 핸드폰을 떨어트렸는데, 종료가 돼버렸어요.”
ㅡ 오키. 그럼 빨리 다시 시작해!
ㅡ 닥치고 고고고고.
역시나 이놈들은 나에 대한 걱정은 뒷전이다.
나는 그들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나는 아까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노래 마지막 부분 부르다 말았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 한 소절 남았는데, 그것만 하면 되죠?”
그때.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
ㅡ 개소리임? 그런 게 어딨음. 중간에 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국룰인데?
야 이 ㅅㅂ놈아...
반박. 아니. 사정이라도 해보려는데 옆에 있던 시청자들도 물타기를 하기 시작한다.
ㅡ ㅇㅈ
ㅡ 여윽시 고향만두는 찐이지.
ㅡ 돈미새 BJ 양반. 혹시 회 좋아하는가? 미션을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네
시발. 회 먹어본 적도 없다. 이 새꺄...
정말이다.
사계절 창밖으로 푸른빛이 도는 바다가 있지만, 그 흔한 회를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도움이 일절 안 되는 망할 시청자들 덕분에 나는 하는 수없이 다시 그 안쪽방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처음부터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외로워어도 스을퍼도 나...는 안 울어...”
ㅡ 굳... 이거지ㅋㅋ
ㅡ ㅋㅋㅋ 시바. 두 번 들어도 웃기넼ㅋㅋ 이게 어떻게 18번 곡이냐곸ㅋㅋ
ㅡ 님 사람마다 취향은 다를 수 있어요. BJ 취향 존중 좀..... ㅋㅋㅋㅋ
사람들의 폭소에도 나는 개의치 않고 노래를 이어갔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미친 듯 떨려댔다.
마치 염소 울음소리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는 등을 대고 안쪽방 구석에 몸을 붙인 채 있었다.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 선정이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다른 위치. 즉. 이번에는 반대 방향 구석에 서있었다.
왜냐하면 다시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강한 한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정면에서 바라보는 저... 구석 모퉁이 쪽 그늘진 곳에서 말이다.
그렇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부릅뜬 채로 1절을 끝냈다.
그리고 나머지 하이라이트 부분만 남은 노래를 이어가고 있는데...
탁.
또 등 뒤 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또 들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목뒤의 온도가 싸늘해졌고, 누군가 서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뒤돌아 보지 않았다.
이제 남은 두 소절만 끝내면 된다!
나는 입으로 노래를 부르며 머리로는 세뇌를 시키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탁. 탁.
자꾸만 나를 강하게 자극하듯 계속 반복되는 소리.
마치 구석에 꽂힌 시선을 떼어내기 위한 것 같기도 했고, 문쪽에서 나를 계속 쳐다봐달라고 떼쓰는 것 같기도 했다.
시부랄. 하나도 아니고 두 방향에서 오는 불길한 느낌은 점점 커져갔다.
몸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으... 차라리 상상이라도 하지 말아 볼까.
하지만,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오싹한 기분이 몰려온다.
아니. 그나저나... 이 소리 나만 들리는 거냐고!!!
나는 자연스럽게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고, 채팅 내용을 확인했다.
ㅡ 이거 뭔 소리임. 탁탁하는 소리. 존나 거슬리네.
ㅡ 문고리가 쇠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 같은데?
ㅡ 그럼 누가 밖에서 문고리로 장난질하고 있다는 것임?
“그럴 땐 얘기를 나누...”
그래 시발! 나만 들린 게 아니었어!!!
말이 많아진 채팅창을 바라보니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하며 마음이 급해졌다.
“웃어라 웃어라! 울면 바보다!”
나는 음정 박자 다 무시해가며 노래를 급하게 불러댔다.
그때.
공간 안의 냉기가 강해지면서 서서히 매달려있던 오골계가 또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ㅡ 어? 오골계 움직인다!
ㅡ 헐. ㄹㅇ이다. 대박. 바람 때문인가?
ㅡ 저 좁은 공간에 바람 통할 공간이 있나?
당연히 없다. 사방이 꽉 막혀있는 구조다.
족히 2킬로는 가까이 돼 보이는 저 오골계가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원인이 어디 있겠냐고!
시부랄. 애초에 쳐다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제서야 애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지만, 이미 채팅창은 나를 더 공포에 빠트리기 위한 호들갑으로 난리가 났다.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어...? 지금 정면 벽에 뭐 움직인 것 같은데?
웃음을 위한 장난으로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어갔다.
그 때문에 내 공포는 극한까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찌르며 흘러들어왔다.
놀랍게도 내 눈앞에 실제로 벽 앞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처럼 공간이 출렁거렸다.
오골계들은 동공이 마치 살아있을 때처럼 생기를 가졌고 앞에서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스슥.
동시에 집 안에서는 벽에 붙어있는 낡은 달력이 펄럭이기 시작했고, 문은 억지로 닫히는 듯한 신음을 토해냈다.
끼이이익-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
이 공간을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캔디. 캔디야! 끝!!! 끝입니다! 형님들. 와아아악!!!”
ㅡ ㅋㅋ 구란데.
ㅡ 아. 개쫄보새끼. 이러니까 더 놀리고싶짘ㅋㅋ
나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며 문을 있는 힘껏 닫아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두 갈림길까지 뛰기 시작했다.
중간에 누군가가 자꾸 옷깃을 잡아당기듯 뒤로 끌어대는 느낌까지 받았지만, 이내 손으로 뿌리치고 뛰었다.
정신없이 뛰어 두 갈림길에 도착하자 채팅창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당당하게 외쳤다.
“헉... 헉... 형님. 됐죠!”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5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ㅋㅋ 개꿀잼 감사합니다.
그 순간.
꿰에에에엑!
내 앞에서 희미하게 동물이 토해내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동물의 멱을 따는 그 듣기 싫은 소리는 점점 더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잠시 후.
그 정체는 결국 내 시야에 닿았다.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지저분한 옷차림의 여자.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시대와 얼굴에 맞지 않는 고무신까지 신고 있는 그 여자는.
양손으로 오골계의 두 날개를 휘어잡고 내가 서있던 두 갈림길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10m... 5m... 3m... 1m.
드디어 두 갈림길.
당연하게 마을 쪽으로 향할 줄 알았던 그 여자는 내 쪽으로 시선 한 번 맞추지 않고 그대로 산을 향해 올라갔다.
내가 방금 헐레벌떡 뛰어내려왔던 그 산으로 말이다.
감정이 없는 표정의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숨죽이며 그 여자를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후. 떡 벌어진 입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저 여자. 눈에 초점이 없어...
순간 몸이 잔뜩 굳어버렸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나는 그저 멍하니 그 여자가 사라지기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자가 내가 내려왔던 폐가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뜬금없이 고개를 휙 돌려, 시선은 나를 향했다.
천천히 턱을 치켜들었고 한참을 나를 째려보는 듯했다.
먼 거리였지만, 분명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여자는 잠시 뒤, 유유히 그 폐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그 소름 끼치는 모습의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게 노숙자든 무엇이든 일단 그동안의 그 끔찍한 광경이 이해가 돼야 했다.
그리고 그 이유만으로 조금이나마 모든 게 안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공간 안의 끔찍한 광경이 귀신이 아닌 사람이 짓이라는 게 증명이 된 셈이니까.
당연하게 내가 겪었던 공포도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공포는 배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왜냐하면 나를 지나칠 때, 그 여자와 마주쳤던 눈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그 여자...
분명히... 몸과 얼굴은 앞을 향한 채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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