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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돈미새-12화 (12/225)

귀목산의 무덤. 2

“186... 187... 188.”

엄마를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두고, 한창 운동 중이었다.

심신이 단련되지 않으니 몸이라도 단련한다는 마음으로...

잠시 후. 나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내 몸과 얼굴이 비친 거울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근데... 너. 요즘 좀 멋있어진다?”

요즘 들어 부쩍 미모가 오르고 있다.

밥과 간식거리를 뺏기지 않고 제대로 먹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얼굴에 제법 통통하게 살도 오르고, 피부도 반짝반짝 매끈해지기 시작했다.

폐건물 이후의 변화였다.

몸도 놀랍게도 근육질로 변해갔다.

아침 6시면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동네를 뛰기 시작했고, 푸쉬업, 풀업, 그리고 복근 운동까지.

맨몸 운동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저절로 몸이 반응하여 단련을 했다.

그러자 멸치 같았던 내 몸에 근육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어깨가 멋들어지게 벌어지기 시작했고, 등은 아주 크고 듬직하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신기한 건 이 모든 게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결과물들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주 놀라운 변화였다.

난 한참을 거울을 들여다보며 눈썹을 실룩거렸다.

그리고 다시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시부랄. 정신 차려. 호랑이굴을 들어가기 직전이라고...”

그렇다.

체력이 좋아지면 뭐 하나.

쥐 새끼 하나 보고 기겁하는 내 소녀 마음은 여전한데...

오늘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날짜도 그렇고 뭔가 느낌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그 뒷산.

귀목산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많단 말이지.

제발... 아무런 해코지만 안 당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자고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들었다.

정신만 차리자 정신만.

그때.

“아들. 엄마 왔어.”

방 문을 열으며 엄마가 들어왔다.

역시 우리 엄마를 보자 내 마음이 맑아진다.

나는 해맑은 얼굴로 엄마 품에 단숨에 안겼다.

“고생했어. 엄마.”

엄마는 어리둥절한듯했지만, 이내 천사 같은 웃음을 하고는 내게 얘기했다.

“아이고, 왜 이래... 무슨 좋은 일 있어?”

“나는 이렇게 엄마랑 함께 있는 게 제일 좋고 행복한 일이야.”

정말이다.

돈만 있었다면 굳이 가슴 떨리는 흉가 따위는 가지 않고, 집에서 엄마랑 붙어있는 게 내겐 최고 행복일 것이다.

내가 살며시 품 안에서 나오자 엄마는 내 다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얘기했다.

“근데 아들... 다리는 이제 정말 괜찮은 거야?”

이리저리 만져보며 내 반응을 살피는 엄마.

나는 한 쪽 다리를 내놓고 툭툭 치기까지 하며 얘기했다.

“응. 요즘 운동했더니 더 튼튼해졌어. 만져 봐. 여기.”

엄마의 걱정하던 얼굴은 금세 다시 환해졌다.

“완전히 쇳덩어리가 돼버렸네. 아이고... 하느님...”

“잠깐만 여기 앉아 봐.”

순간 눈가가 촉촉해지는 우리 엄마를 나는 방바닥에 급하게 앉혔다.

그리고 난생처음 어깨를 주물러드리기 시작했다.

“...”

이거 뭐야?

엄마의 어깨를 처음 만지는데 깜짝 놀랐다.

어깨 근육이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다.

나란 놈을 낳고 나서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던 결과였던 것이다.

내 여리디여린 소녀감성이 자극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부드럽게 어깨 근육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우리 예쁜 엄마. 나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미안해.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괜찮여. 괜찮여. 엄마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 않기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같은 반 박필준과 그 친구들의 녀석들의 어깨도 억지로 많이 주물러봤다.

하지만 이렇게나 딱딱한 어깨는 난생처음이다.

어찌나 딱딱하게 뭉쳐있는지 살짝만 힘을 줘도 엄마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파했다.

“아이고... 아프다. 살살... 그래도 우리 아들이 주물러주니까 너무 시원하네.”

나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제부터 엄마의 고생은 내가 대신하겠다고.’

그동안 얼마나 엄마를 고생시켰는가.

태어났을 때 부터.

그리고 지금 고3 나이인 19살을 먹을 만큼.

그저 몸이 아팠던 나는 엄마 눈에 비치지 않는 학교에서만큼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최선이었다.

이제는 몸이 멀쩡해진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그럴만한 자격은 충분히 갖춰지고 있으니까.

나는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은 몸 하나 까닥하지 말고, 딱 앉아있어! 집안일 내가 다 한다!”

“됐어. 우리 아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건강하게 엄마 옆에만 있으면 돼.”

“괜찮아! 그냥 누워. 누워서 그냥 TV나 보고 있어.”

나는 냉장고에 있는 사과까지 가져와 깎아 건넸다.

엄마는 내 서투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렇게 1시간... 2시간.

집안일을 정작 3시간을 하고 나니 모든 정리가 끝났다.

빨래부터 시작해, 설거지, 방 청소, 물걸레질 등등.

“후... 엄마. 뭐 다른 거 또 없어?”

엄마가 주름진 눈가에 미소를 그리신다.

“우리 아들, 다 컸네. 다 컸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푸쉬업 300개 넘게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무엇보다 허리가 무지하게 당기는 것을 보니, 체력이 좋아진 지금 상태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못 버텼을 일 같았다.

그래도 뿌듯했다.

엄마의 고생을 내가 조금 덜어줬다는 느낌.

엄마의 저녁을 내가 조금 더 편하게 해줬다는 느낌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휴. 그럼 오늘은 여기서 끝!”

“우리 아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 얼굴이 밝네?”

“어...?”

그 순간.

내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좋은 대라면... 가긴 하지.

귀신산. 아니. 귀목산.

몸이 금세 축 늘어졌지만, 나는 엄마에게 애써 웃으며 얘기했다.

“어떻게 알았어? 저녁에 친구랑 뒷산에 새벽 운동하러 갈 거거든.”

“뒷 산? 거기 운동 기구가 있나?”

당연히 없다.

가파른 언덕과 험한 산길은 아주 자신 있는 모험정신을 가지고 있는 성인이 아니라면 꿈도 못 꿀 분위기의 산이니까.

“응. 있다고 하더라구. 혹시나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는 푹 쉬고 있어.”

“그래? 우리 아들. 진짜 몸도 마음도 많이 든든해졌네. 장가가도 되겠어.”

그럴 리가...

몸은 몰라도 마음은 아주 얇디얇은 유리 같고, 장가는커녕...

장가가기도 전에 오줌을 자꾸 지려서 전립선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래도 잘 조절해야지.

안 그래도 평생을 모쏠로 지내왔는데, 써보지도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너무나 억울하잖아.

그나저나... 뭘 써본다는 거지?

***

항상 지쳐있던 엄마는 피로가 살짝 풀렸는지 오히려 일찍 잠이 드셨다.

나는 오늘도 비장한 모습으로 준비물들을 챙겨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저녁 10시.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지만, 길이 험하다고 한 탓에 천천히 길 좀 터놓을 겸 미리 나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저 건너에 뒷산이 보인다.

길게 늘어져있는 고부랑 길은 한참을 걸어도 끝이 나질 않았다.

“길이 왜 이렇게 복잡해...?”

아직 도착 지점은 많이 남았다.

방송을 켜기엔 이른 것 같아 쥐포를 상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야 쥐포. 너는 여기 느낌이 어떤 것 같아? 안전한 것 같아?”

냐아아옹.

“위험한 것 같아?”

냐아아옹.

“그치...? 여기 너무 위험할 것 같다고. 시부랄... 엉엉.”

나는 주머니에 미리 조사해왔던 기사 쪽지들을 천천히 다시 읽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조심해야 할 위치와 장소를 대충 익혀두기 시작했다.

일단은 제일 기피해야 할 장소.

사건 장소의 무덤가다.

그 댓글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 사건의 남성은 ‘큰 나무’가 있는 무덤가 근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간혹 등산을 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 하산 시간을 맞추지 못해, 험한 길을 내려오다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묘지가 위치해 있어서 평평한 지형이 많다.

그렇다면 그 사건의 무덤가도 지형이 굉장히 평평한가?

아니다. 그곳은 사실 모여있는 무덤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해있다고 쓰여있다.

정확하게 얘기해 여러 무덤이 있는 그 ‘공동’묘지가 아닌.

‘외딴’ 곳에 혼자 묻혀 있는 무덤인 것이다.

특징은 몇백 년을 그 자리를 지켜온 눈에 띄는 큰 나무가 옆에 있다는 것.

남성은 그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확한 기사를 찾기 위해 하룻밤을 다 소비해 파도타기로 겨우 찾아낸 결과였다.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정보.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이 사실을 분명 모를 것이다.

결론은 난 그곳만은 피하면 된다.

동떨어진 그 사건의 묘지만.

나는 코앞에 다가온 뒷산의 출입로를 바라봤다.

오다니는 사람이 딱히 없기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낡아 비틀어져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안내판.

그리고, 출입구부터 커다란 돌무더기가 듬성듬성 있는 것으로 보아, 등산이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체력만큼은 월드클래스.

나는 이 튼튼한 체력과 소녀 같은 감성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크게 호흡했다.

그리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40분쯤 걸어 올라갔을까?

금방 많은 무덤가 앞에 도착해버렸다.

“으... 여기도 춥네.”

처음 와보는 무덤가.

분위기가 굉장히 으스스하다.

TV에서나 봤던 하얀 묘비석.

하지만 사람 손에 닿은지 오래되었는지 불규칙하게 부서져있다.

그 위에 나란히 자리를 지키며 서있는 무덤들.

밤에 직접 와서 보니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친다.

한참을 그곳에 묘비들을 구경하고 있었을까.

나도 모르게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

“썸네일이라도 찍어볼까?”

시청자가 많아진다면 나에게 오는 후원도 점점 많아질 터.

나는 묘비석이 잘 나오게 등지고 뒤로 돌아서서 카메라를 찍어댔다.

탁. 탁. 탁.

몇 번 찍지도 않았지만 아주 리얼하게 표정이 잘 찍혔다.

금방이라도 뭐 하나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 덕분이었다.

그 때문에 하얀 플래시가 한 번씩 허공에 터질 때마다 내 몸은 폭죽 터트리듯 움찔거렸다.

“으... 으...”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금세 다시 주위가 고요해지며 공포가 찾아왔다.

“맞다. 방송 방송.”

나는 그나마 얘기라도 같이 나눌 수 있는 든든한 애청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무덤을 배경으로 방송을 빠르게 켰다.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송을 켜고 잠시 주위를 경계하던 그때였다.

띵동.

전혀 반갑지 않은 시청자 한 명이 제일 처음 입장하며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박필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안녕

“...”

뭐야? 이 녀석은?

나를 괴롭히던 일진 녀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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