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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돈미새-15화 (15/225)

귀목산의 무덤. 5

“어... 어떡하죠. 형님들. 저... 맛소금을 가져왔어요.”

ㅡ ㅅㅂ 미치겠넼ㅋㅋ 귀신 양념해 주러 온 겨?

ㅡ 아니. 그 많은 소금 중에 하필이면 맛소금 무엇?

ㅡ 요리왕비룡이여 뭐여 이거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점점 더 긴장이 고조되어 간다.

나는 잔뜩 놀란 토끼 눈으로 손전등을 비추며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나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공포감이 서서히 차올랐기 때문이다.

몸은 점점 굳어가는지 왠지 모르게 혈액순환도 안 되는 느낌도 들었다.

띵동.

[ 선녀보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정신 차리세요. 산 같아 보이는데... 혹시 주위에 화살나무 없나요?

“화... 화살나무요?”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내가 알 리가 있겠는가.

내가 무슨 나무꾼도 아니고...

나는 벙찐 눈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리고 물었다.

“화살나무가 어떻게 생긴 거예요? 여기 있나요?”

급한 마음에 나무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그리고 채팅창을 번갈아가며 확인했다.

빨리요. 빨리.

진짜 오줌 싸겠으니까.

ㅡ 화살나무 어떻게 생긴지 아는 사람?

ㅡ 저기 무당씨. 조금만 더 지체하면 우리 BJ 양반, 바지에 지도를 그릴 것 같습니다만.

ㅡ 그러겤ㅋㅋ 안되겠다. 내가 가서 검색해줘야겠넼ㅋㅋ

그때.

ㅡ 어? 저거 같은데요? 방금 지나간 나무!

구세주 같은 한 시청자의 채팅창이 눈에 띄였다.

나는 다급하게 비췄던 나무를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어디요!? 어디! 이거요!?”

하지만, 채팅창에는 온통 웃음 이모티콘만 올라올 뿐이다.

ㅡ 뻥인데...

ㅡ 어허... 형님.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ㅡ ㅋㅋㅋ 놀랬수? 존나웃기넼ㅋㅋㅋ BJ 표정 보소.

ㅡ 이 재미에 방송보러오는거짘ㅋㅋㅋ

ㅡ 레알 ㅇㅈ

공포의 시작과 끝은 한 끗 차이다.

이런 급박한 순간에 장난질을 당하니 순간 엉뚱하게 화가 살짝 났다.

“야 이. 시발라.”

하지만, 혓바닥도 굳었는지 욕 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ㅡ 헐. 지금 당신 후원하려고 온 사람인데, 욕 한 거임?

ㅡ 근데, 무슨 놈의 욕이 타격감이 하나도 없냨ㅋㅋㅋ

ㅡ 욕을 평생 안 하고 산 놈 같네. 귀엽닼ㅋㅋ

ㅡ BJ 그렇게 안 봤는데 욕이 아주 소녀스럽구만.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진해서 내 뺨을 몇 차례 때렸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이리저리 피폐해지고 있다.

채팅은 웃음을 위한 장난질로,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은 극에 달한 공포 분위기로 흘러넘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그때.

띵동.

[ 선녀보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지금 뒤로 돌아보시면 보이는 하얀 나무가 화살나무입니다.

나는 잽싸게 뒤를 돌아 나무를 확인했다.

그리고 잔가지가 날개처럼 펼쳐진 하얀 나무를 잡아들었다.

“이거 말씀이신가요?”

ㅡ 네. 그 나무를 꺾어 가지고 다니세요. 도움 될 겁니다.

유일하게 신뢰해왔던 시청자 선녀보살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시청자들의 장난질로 모두에게 믿음을 잃은 나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송을 최소화시켜놓고, 인터넷 창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화살나무.

[ 줄기에 붙어 있는 날개의 생김새가 특이하며 귀전우(鬼箭羽), 또는 신전목이라고 부른다. 화살나무는 귀신이 무서워하는 나무라고 해서 귀신을 내쫓는 데 쓴다. 또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어혈을 풀어 주며 염증을 없애고, 정신을 안정시켜... ]

어? 정말이다.

역시 선녀보살...

하긴 생각해 보니 저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장난 한번 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저 나를 위해 뜻깊은 조언을 얹어 주었을 뿐.

아. 그렇지. 후원도 십만 원씩이나 해줬었다!

그런 사람을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니...

제가 천하의 죽일 놈입니다.

나는 90도가 되도록 몸을 접어가며 폴더인사를 해댔다.

꾸벅. 꾸벅.

“선녀보살 형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인사를 끝내고 재빨리 나뭇가지를 팔 길이만큼 되도록 꺾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 거짓말처럼 내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내 귀에 깨끗한 1급수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머릿속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맑아지는 착각까지 들었다.

ㅡ 헐ㅋㅋㅋ 나뭇가지가 뭔가 효과가 있나보넼ㅋㅋ 표정 봐.

ㅡ 어? 나 저 표정암. 문 잠긴 화장실 앞에서 똥과의 사투를 벌이다가 싸고 나면 저런 표정 나옴.

ㅡ ㅅㅂ 존나웃기넼ㅋㅋ 미친ㅋㅋ

그래도 미세하게 떨리는 몸은 여전했다.

그나마 한결 나아진 몸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시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12시 52분.

하... 뭔가 사건의 시간과 겹쳐질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느껴진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청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형님들. 제발 장난치지 마시고, 저 무슨 일 생기면 경찰 꼭 불러주셔야 합니다.”

ㅡ ㅇㅋ. 근데 거기 길이 험해가지고 경찰이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래나?

ㅡ 인정. 일단 암벽등반 좋아하는 경찰 있어야 할 듯.

ㅡ (‘ ’) 대체 그런 경찰이 어디 있음?ㅋㅋㅋ

ㅡ 그 사건 무덤은 알지 않을까? 1년 전 사건 장소인데?

휴... 그건 그렇네.

얼른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곳에서 있어야 찾아내기라도 하겠지.

나는 돌탑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혹시나 내가 같은 상황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나는 길바닥에 티가 날 만큼 맛소금을 조금씩 뿌리며 길을 만들어갔다.

귀신에게 직접적으로 소용이 없다면 간접적으로 소용이 있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ㅡ 오. 대박. 그런 방법이 있었네. 머리 좋은데?

ㅡ 이제 보니 저 새끼 멍청한척하는 거 컨셉일수도ㅋㅋㅋ

그렇게 몇 발자국 안 걸었을 때였다.

저 멀리 한눈에 보기에도 굵기가 엄청난 큰 나무가 정면에 떡하니 서있었다.

신기했다.

아니.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안 보였다니...

나 정말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거였어?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그 나무 앞으로 걸어갔고 자리에 멈춰 섰다.

“와...”

말로만 들었던 느티나무의 첫인상은 그저 경이로웠다.

입에서 감탄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얼마나 묵었을까?

튼실한 밑둥, 너른 평지를 굳건히 두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날개라도 나풀거리는 듯 가지를 펼친 느티나무의 자태는 은근 부드러운 여성미 마저 풍겨왔다.

ㅡ 와우. 대박이네. 위압감 쩐다. ㄷㄷ

ㅡ ㅅㅂ 한 400년, 아니 500년, 600년은 묵은 나무 같다...

ㅡ 덩치가 살벌하네. 이거 어른 서너 명이서 손잡고 둘러도 안 감싸지겠는데?

ㅡ 근데, 나무는 보이는데 왜 무덤은 안 보임?

아차. 거목의 자태에 잠깐 깜빡하고 있었다.

여긴 그 무덤! 그 사건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잖아!

“잠시만요. 형님들.”

나는 시청자들에게 대답하고 여러 곳을 손전등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을 비춰봐도 무덤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이상하네요. 여기 무덤이 있다고 그랬는데...”

ㅡ 뭐여. 역시 기자 놈들 기사는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네.

ㅡ 잘못 온 거임? 에헤이

ㅡ ㄴㄴ 지금 내가 보고 왔는데 저 느티나무 사건 기사에 나온 사진이랑 똑같은데?

ㅡ 그럼 뭐지 도대체?

내 발밑에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한 지형 말고는 딱히 무덤으로 보이는 것은 없다.

혹시 그럼 이 나무가 아닌 건가?

아니. 이건 시청자의 말대로 사건의 느티나무가 맞는 게 확실하다.

나 역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을 미리 준비해뒀으니까.

그리고 이 600년 이상 묵었다는 느티나무는 이 산, 이 자리에 유일하게 위치하고 있는 나무라고 들었다.

그 순간.

내가 밟고 있던 울퉁불퉁한 지형의 땅을 조심스럽게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

나는 내 발밑을 비추고는 경악했다.

순간 너무 놀라 재빨리 뒷걸음질을 쳐서 그 지형에서 벗어났다.

울퉁불퉁한 지형 뒤로 사람이 빠지면 허리가 잠길 만큼 큰 구덩이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시... 시바... 헉... 헉. 헉.”

ㅡ 헉. ㅅㅂ 이거 무덤이었나 본데. BJ 빠졌으면 좃댈뻔했네 .

ㅡ 아니. 관리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렇게까지 무덤이 망가진 거야?

ㅡ 살다 살다 저런 희귀망측한 무덤은 첨 본다 ㄷㄷ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차마 무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상태였다.

설마 이것도 들짐승이 한 짓이라고...?

그렇기엔 무덤 전체가 무너져 내려버렸다.

비가 많이 내렸다든지, 온갖 풍파를 맞았다든지... 뭐. 자연재해의 때문일까?

아니다. 사람 허리만큼 오는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는 무덤과는 달리 이건 아예 반대로 처참하고 깊게 파여져있다.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의 구덩이가.

말 그대로 안에 묻혀있는 관짝만 보이지 않을 뿐, 참혹함 그 자체였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사람이 해놓은 것 걸까요?”

ㅡ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ㅋㅋㅋ

ㅡ 에헤이 BJ 양반. TV를 너무 많이 봤구만. 그건 아닐세.

ㅡ 이 새끼 설마 낮에 삽으로 파헤치고 주작하는 거 아님?

ㅡ 나도 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긴 함. 도굴꾼들 있잖슴. 유적 발굴해서 파는 행위 같은거.

도저히 상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는 다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이 상황에 들고 있던 손전등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본능적으로 계속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혀... 형님들... 미션 끝났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파헤쳐진 무덤 들어가서 1분 버티면 2만 원.

그와 동시에 다시.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다시 돌탑으로 가면 2만 원.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무덤으로 들어가라 했다. 옛다 3만 원.

뜬금없는 시청자들 간의 후원 배틀이 나의 걸음을 붙잡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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