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폐병원. 7
둘리의 채팅창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ㅡ 야. 쟤 갔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 왜 주작했냐? 시벌놈아
ㅡ 수신호에 귀신 부르는 주문, 창문 깨짐, 발자국 소리, 문 흔들리는 거까지 다 주작이란 거자나?
ㅡ 와... 씨발 시청자를 도대체 뭘로 보는 거냐 너는? 개 쓰레기네.
ㅡ 완전히 호구됐네. 이런 병신 같은 새끼한테 내가 그동안 쓴 돈이 얼마야? 존나 열받네
- 환불해 주세요.
둘리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것이다.
이 순간을 어물쩍 넘어가려 두 손을 모았다.
“아니에요 형들. 애초에 수신호는 방송 잘 나오고 있다고 얘기해준 거고요. 그리고 형들. 형들도 직접 봤잖아요. 발자국 소리랑 문 흔들리는 거 그게 어떻게 사람이 주작을 할 수 있는 소리겠어요. 또. 창문 소리는 누가 돌이라도 던지지 않는 이상은...”
그 순간.
때마침 누가 끼워 맞추기라도 한 듯 창문 깨지는 소리가 2층 복도 앞에서 또 들려왔다.
쨍그랑.
둘리는 얼굴을 바닥으로 떨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잠시 후.
화를 삭이지 못한 둘리는 또 마이크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얼굴은 웃으며 욕을 한껏 담아 소리쳤다.
“야 이 병신 새끼야. 그만 던지라니까!”
건물 밖에서는 기가 잔뜩 죽은 목소리로 답해왔다.
“아. 네.”
하지만 희한하게도 마이크는 아까와 같이 그대로 마이크를 타고 생방송으로 흘러나갔다.
ㅡ 이 새끼. 아까도 이 지랄 한 거구나? 얼굴은 웃으면서 욕하는 것 보니까. ㅋㅋ
ㅡ ㅋㅋㅋㅋ씨발. 존나 코미디네. 그만 던지라니까 건물 밖에서 네. 이지랄한닼ㅋㅋㅋㅋ
ㅡ ㅋㅋ아니. 지가 지 입으로 주작 안 했다고 하면서 밖에 저 새끼는 도대체 누군데?
ㅡ 아까 그 연우라는 사람이랑 주고받은 대화가 사실이었네..ㅋㅋ 비싼 알바비 타령하더니
그 순간에도 둘리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핑계를 해댔다.
“네? 형들. 무슨 지랄이요? 지금 귀신이 화나서 폴터가이스트 현상 생긴 거예요. 저 아시잖아요. 호이 호이 둘리에요. 여태 1년을 넘게 같이 방송했는데 갑자기 주작이라니. 하하 참.”
ㅡ 호이 호이 둘리는 니미. 네 툭 튀어나온 배때지만 봐도 둘리가 아니라 이티야 이 새끼야.
ㅡ 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인정. ㅋㅋ어디 개 뼈다귀 같이 생긴 게 둘리를 모함해?
ㅡ 넌 병신아. 아까 그 연우라는 애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이 주작질 인생을 깔끔하게 마감시켜줬으니까.
ㅡ 보이냐? 지금 네 시청자들이 썰물 빠지듯 죄다 빠지고 있는 게? ㅋㅋㅋ
ㅡ 나머지 분들도 가시죠. 제가 연우 방송 애청자인데 믿을만합니다. 꿀잼 보장요.
그제서야 채팅창과 시청자 수를 확인한 둘리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었고 머리를 잡아뜯었다.
잠시 후.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던졌다.
“형들. 그럼 제가 제대로 한번 보여드릴게요. 제가 사실 영안이거든요. 하... 이거 일부러 아껴둔 컨텐츠인데...”
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둘리의 큰손 시청자들은 장정 1년이라는 그 긴 시간 동안 함께했던 그를 냉혹하게 버리고 퇴장해버렸다.
그마저도 30초당 한 명씩 빠지고 있는 걸 보며 둘리는 소리쳤다.
“아이 씨발! 진짜 좃같네!”
***
“아이 씨발! 진짜 좃같네!”
나는 둘리의 욕설을 뒤로하고 아주 당당하게 방송을 켜고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내 애청자들이 차례대로 들어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그런데.
생각보다 숫자가 적다.
이 폐 병원을 올 때만 했어도 방송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30명은 됐었다.
게다가 아까 둘리 방송에 있었던 내 애청자들도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그 방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나의 큰손 형님.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이랑 주작질 선동하던 흉가체험삶의현장 형님까지도.
‘설마 주작 주작 태클 걸면서도 그 방송에 더 재미를 느꼈었던 건가?’
은근 서운하네...
올라가고 있던 계단에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아까 박차고 나왔던 행동을 되짚어봤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고 그리고 뒤집어 생각을 해봐도 내 답은 하나였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시청자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방송을 켜놓고 혼자 카메라에 대고 씩씩대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말을 걸었다.
ㅡ 야 연우야. 근데 왜 싸운 거야? 잠깐 화장실 갔다 오는 사이에 가출을 해버렸네
ㅡ 설명충 등판 좀.
ㅡ 제가 말해드림. 주작하자는 둘리 -> 연우에게 주작 지시 -> 연우 주작 싫음. 이혼 결정.
ㅡ 아이씨. 그게 뭐여. 제대로 설명 좀. 아니 아니. 연우 네 입으로 얘기 좀 해봐.
ㅡ 그래. 똥 씹은 표정 그만하고 네가 한번 설명해 봐라.
차라리 속 시원하게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남 뒤에서 뒷 담화는 좀 찝찝하지 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지저분한 인간은 되기 싫었다.
난 그냥 뒷머리를 긁적대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형님. 제 방송 스타일로 형님들에게 꿀잼을 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대답 후.
올라가고 있던 계단을 마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본능적으로 다시 그 자리에 멈췄다.
이유는 그토록 무서워했던 이 폐 병원에서 혼자가 된 것을 그제서야 제대로 인지한 것이다.
나는 발끝에서부터 실오라기같이 올라오는 소름을 억누르며 얘기했다.
“근데요... 형님들. 저 혼자 방송해도 괜찮을까요?”
ㅡ 왜? ㅋㅋㅋ 당당하게 형님 그렇게 살지 마십쇼. 해놓고 이제 와서 후회돼?
ㅡ ㅋㅋㅋ존나웃기넼ㅋㅋ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같이 주작해.
ㅡ ㄴㄴ 아무리 쫄보라지만 그래도 남자가 한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안 그래?
ㅡ 그래. 형들이 도와줄 테니까 한번 힘내보자. ㅋㅋ우린 해낼 수 있다!!!
크... 그래도 우리 애청자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형님들.”
마음 한구석이 아주 따뜻하게 데워졌다.
그리고 아주 든든해졌다.
정말 아주 눈곱만큼 잠시 동안 말이다.
“그런데 형님들...”
그때.
띵동.
[ 귀신빤스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내가 깜빡하고 있었네. 이게 네 공포 치료 방법이었지? 당신들도 동참해.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고럼 고럼. 귀신은 금융 치료 앞에서 찍소리도 못 하지.
띵동.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ㅋㅋ 그러고 보니 너 오늘 집에 뭐 타고 가냐? 옛다. 택시비
ㅡ 걱정하지 마. 넌 방송만 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한다.
“아이고! 귀신빤스 형님 3만 원,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형님 3만 원, 귀신집에히터틀기 형님 3만 원! 정말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9만 원이라는 후원이 들어오면서 금융 치료가 되듯 소름 아닌 희열에 닭살이 올라왔다.
그 순간.
2층에 있는 둘리의 방 쪽에서 큰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쨍그랑.
그리고 둘리의 호통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뭐지? 아직도 주작 연기 중인가?
하지만 나는 금방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청자 앞에서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한 욕을 속으로 뱉어냈다.
‘날아오르네. 에라이 쪽박이나 차라. 주작 새끼야.’
잠시 후.
나는 드디어 3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3층에 올라서자마자 생각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해결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언제나 그렇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모든 신경과 열정은 방송에 쏟는다.
적어도 저런 주작 방송한테는 지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시 마음을 굳게 다듬고, 영가들에게 말하듯 건물이 떠나가게 소리를 질렀다.
물론 공포를 떨치기 위한 외침이었다.
“내가 왔다! 아, 아니 내가 왔습니다!”
그때였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는 그와 동시에.
갑자기 내 방에 엄청난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 귀신씨나락까먹는소리하고있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귀신과의동거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네뒤에처녀귀신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헉! 하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지? 이 사람들 내 방송에서 보던 시청자들이 아니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의 닉네임이다.
카메라를 자세히 가져다 대고 살펴봤더니 이 사람들...
아까 둘리님의 방에 있었던 팬분들이다.
나는 얼떨떨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 형님들. 안... 녕하세요...? 웬일로 제방을...”
ㅡ 리하이. 병신 같은 주작 새끼 방송에서 갈아탔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끝냈습니다.
ㅡ 저도 마찬가지요. 마이크 꺼졌을 때부터 존나 냄새가 나긴 했는데. 결국 예상이 맞았네요
ㅡ 아주 잘 뛰쳐나오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주작질 그만 보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ㅡ ㄹㅇ 존나 웃김 ㅋㅋㅋㅋ 밖에 있던 친구는 눈치 없이 자꾸 창문에 돌 던지던뎈ㅋㅋㅋ
ㅡ ㅋㅋ 싸우는 와중에도 우리 땜에 귀신이 화나서 자꾸 폴터가이스트 현상 일어난다곸ㅋㅋㅋ
ㅡ 쓰레기 같은 새끼임.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제 지가 영안이라고 하던데요?ㅋㅋㅋㅋ
나는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채팅창을 살피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일단 너... 너무 감사합니다. 형님들... 근데 영안이 뭔가요?”
ㅡ 영안. 영묘한 눈. 흔히 영적으로 살펴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ㅡ 즉 쉽게 말하면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아... 둘리 형님이 귀신을... 근데 아까 214호에서 어깨에 앉은 여자아이 못 보던데요.”
ㅡ 그러니까 영안이라는 것도 둘리가 구라 친 거라구요. 근데... 둘리 어깨에 여자애가 있었어요?
ㅡ 헐... ㅋㅋ 귀신이 있었다고? 레알? 이 비제이 주작 없는 거 맞죠?
ㅡ 네. ㅋㅋ 저희가 인증 합니다. 개 쫄보라 연기를 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
ㅡ 그럼... 1층에서도 그게 연기가 아니라 실제...?
ㅡ ㅇㅇ 당연
그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마지막까지 홍보하고 오느라 좀 늦었다. 잘 있었냐? 우리 쫄보.
아. 뭔가 머릿속이 정리가 돼간다.
그래서 이 많은 사람들이 타 플랫폼인 내 방송에 이렇게까지...
끝이 아니었다.
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내 방송에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채팅창이 워낙에 빨리 올라가는 바람에 차마 읽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기를 5분째.
드디어 입장 알람이 멈췄다.
난 숨이 막혔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그 감동에 나는 몸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현재 시청자 187명.
“허...”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내 입과 잔뜩 커진 동공은 한참 동안을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ㅡ 야 인마. 네가 사오정이냐. 입에서 나방 나오 긋다. 그만 닫아라.
ㅡ 지금 우리들 등장에 큰 충격에 빠진 것 같은데요? ㅋㅋㅋ 다시 나가야 되나?
ㅡ 당신의 진정성에 놀랐습니다. 앞으로 흉가 방송은 이 방송만 보려구요.
ㅡ 우리 연우 방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 쫄보는 금융 치료를 좋아하구요... #[email protected]
^%
그때.
저 멀리 둘리의 욕지거리가 건물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 데들리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반지하의제왕 님이 8,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호나오당뇨 님이 2,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선녀와사겼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둘리시봉새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원펀치쓰리강냉이 님이 6,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세이버짜응 님이 9,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쇄삽입마 님이 12,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쟤시켜알바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백마탄환자 님이 2,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나는 입을 벌린 채 눈만 껌뻑 거리다가.
“아이고오오오오! 형님드으으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