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30화 (30/225)

사연 있는 폐병원. 9

지금 뭐? 어딜 들어가라고요?

시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넌 팬티 한 장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잖아...

세상 천지에 이런 미션을 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여기 있었다.

내 방송의 최고 애청자.

아니. 최고 큰손 형님. 뒤돌아보지마라탕.

그 순간 난 느꼈다.

하... 나는 아주 험난하고 위험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구나.

그것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이 천만 배.

당황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반실성한 듯 오히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ㅡ 오. 뒤돌아보지마라탕님. 역시 대단하시네요. 비제이가 좋아서 활짝 잇몸 만개를.

ㅡ 아직 식지 않은 이 여름 날씨에 시원하고 좋것다야. 부럽네. 물론 십만 원이..ㅋㅋ

ㅡ ㅋㅋㅋㅋ 세상에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연우야... 괜... 괜찮은 거지...?

ㅡ 캬... 레전드 비제이에 레전드 시청자까지. 여기 진짜 완벽방 방이네요. ㅋㅋ

시벌넘들... 웃어?

너네 살면서 영안실 냉장고에 들어가 봤냐?

태어나서 한번 보기도 힘든 이 ‘영안실’을 가는 것만으로도 요실금이 생길 판인데...

그 소름 끼치는 시체가 안치되어 있었던 냉장고를 들어가라고?

아닐 거야.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나는 웃음기를 제외하고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형님...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방금 냉장고라고 하셨어요?”

ㅡ ㅇㅇ. 왜? 쫄?

쫄았냔다.

우와... 하느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데 나도 지지 않고 싶었던 걸까?

뜬금없이 생뚱맞은 행동을 해버렸다.

나는 하얀 치아를 드러냈고 나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요? 에이 설마요.”

이유라면... 이미 공포에 잔뜩 질린 이유 때문일까?

아니. 많은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기 위해 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하며 우쭐댔다.

“형님들. 흉가체험을 이미 세 번이나 갔다 온몸입니다. 미션이 너무 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ㅡ 와. 미쳤다. 귀신 본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소름 돋았다.

ㅡ 레알 ㅇㅈ 나도임. 제정신인가?

ㅡ 얼씨구.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이 컸다. 정연우? ㅋㅋㅋㅋ

ㅡ 존나 코미디네. 너 왜 갑자기 센척하는 데? ㅋㅋ

ㅡ 아니. 그나저나 그 동네 지진 왔냐고ㅋㅋ 카메라 왜 이렇게 떠는 건데 ㅋㅋㅋ

글쎄.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계속 중얼거렸다.

“아! 형님들. 강력한 한방으로 꿀잼 드린다니까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씩씩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장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지하 영안실로.

아니. 정문으로 걸었다.

ㅡ 얌마. ㅋㅋ 영안실 간다 드니 왜 정문으로 걸어가? ㅋㅋㅋ 이 새끼 존나 쫄았넼ㅋㅋ

ㅡ 뭐여 이거. 하기 싫어? 그럼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해. 그건 고추 달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ㅡ ㅋㅋㅋㅋㅋㅋ 언행불일치 오지네. 저러고 집까지 빤스런하면 또 다른 레전드닼ㅋㅋ

ㅡ 그냥 하는 짓 하나하나가 레전드인 듯ㅋㅋㅋㅋㅋ

ㅡ ㅇㅈ

휴... 그 순간.

정말 이제 다시 만날 수도 없는 둘리 형님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아니 그 자식은 도대체 이런 곳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다닐 수가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알바생도 말이야.

이 캄캄한 밤에 손전등 하나 안 들고 창문에 돌 던지기 위해 계속 밖에 혼자 대기했었던 거 아냐?

나 역시도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씩씩한척해봤지만.

역시나 나랑은 안 어울린다.

아니. 그냥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내공이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한 건가.

살짝 억울한 마음도 든다.

나는 손바닥을 한번 비비고 땀이 고이기 시작한 이마에 땀을 훔쳤다.

“형님들. 잠시만요. 안에 공기가 너무 탁해서 좋은 공기 좀 마시고 들어가려고요.”

ㅡ 좋은 공기 마시러 왔다는 놈이 뭔 땀을 그렇게 흘리냐?ㅋㅋㅋ

ㅡ ㅋㅋㅋ 그래도 귀엽다 귀여워. 몸은 벌벌 떨어도 입은 상남자넼ㅋㅋㅋㅋ

ㅡ 그게 우리 연우의 매력입니다. 얘 빤스런도 잘해요. 100미터 11초.

ㅡ 컥. ㅋㅋ 레알? 100미터 11초면 국가대표 선수랑 맞먹는 거 아님?

ㅡ ㅋㅋㅋㅋㅋ 맞음. 그런 인재가 지금 영안실 미션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솔직한 마음으로 이대로 집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다.

와... 저길 진짜 어떻게 들어가야 되지?

이렇게 혼자가 될 줄 알았으면 쥐포라도 데려올 걸.

가뜩이나 시간도 영가들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죽음의 시간대에 맞춰있다.

현재 시각 2 : 14분.

마른침이 꿀꺽꿀꺽 계속 삼켜진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

나는 목을 좌우로 비틀고 깍지까지 쥐었다.

그리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형님들. 공기 좋네요. 다 마셨습니다. 이제 들어가 볼게요.”

그렇게 지하로 가는 통로의 첫 계단을 밟았다.

쿵.

그러자 마치 현실과 지옥의 경계선이라도 구분 짓는듯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쉬이이이.

희한하게도 그 소리는 귀에 노골적으로 스쳐댔다.

ㅡ 와우. 드디어 들어가는구나!!! 내가 더 긴장된다. 시바.

ㅡ 잠깐만. 나 이어폰 끼고 있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못 보겠다. 이불 좀 뒤집어쓰자

ㅡ 와... 근데 지하는 아무도 간 사람이 없나 본데? 낙서가 하나도 없네

ㅡ 그러네. 근데 나 같아도 다른 데는 다 가도 영안실은 못 가겠다. 여긴 찐이잖아

ㅡ 그건 ㅇㅈ

그렇다. 내려가는 길목에는 그 어떤 낙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게 한 계단 또 한 계단 천천히 밟아 내려갈 때마다 기분이 점점 더 오싹해지니까.

여긴 한층 더 차갑다 못해 싸늘한 한기가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이랄까.

몇 계단 위인 1층과 2층에서 느꼈던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나는 내 볼기짝을 몇 대 가볍게 후려쳤다.

연우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이곳저곳을 뚫어지게 살폈다.

어느새 다가온 출입구.

그런데...

“웁...”

역시나 영안실답게 아주 괴상한 냄새가 코로 흘러 들어온다.

아직 채 다 치우지 못한 물건들에 베여있는 냄새가 남아 있는 건지.

아니면 지하실만의 특유의 냄새인 건지 처음 가보는 나로서는 알 수는 없다.

그저 누가 맡아도 아주 얼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질 정도의 쾨쾨한 그런 냄새.

말 못 할 정도로 습했다.

그래도 그동안의 짬밥 경력에 비슷한 냄새를 많이 맡아본 나는 코를 움켜쥐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정면에 우리 동네에서는 보기 힘든 기계 하나가 보인다.

나는 손전등을 비추어 자세히 살펴보며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형님들. 이게 엘리베이터죠? 그 시체를 운반할 때 쓰는 용도인가 본데...”

그때.

쿵.

“끄읍.”

가까스로 입으로 튀어나오는 괴성을 막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소리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내려옴과 동시에 기계 안에서 잡다한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쿵. 쾅. 그으으으.

“흐억! 뭐야? 이 소리.”

ㅡ 와. 씨. 개 찐 리얼이다. 이 소리 뭐냐? 안에서 나는 것 같은데?

ㅡ 나 이어폰 뺐음. 시발 진짜 이놈의 방송 음질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개깜놀했네

ㅡ 헐... 아니 영안실 들어가기도 전부터 뭐야 이거? 대박이네

ㅡ 전기도 끊겼을 텐데 왜 기계 소리가 들리는 거야 ?

그렇다. 여긴 이미 망한 지가 꽤나 지난 곳.

전기가 당연히 끊겨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을 치는 소리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려봤다.

“...”

하지만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럼 이런 소리는 도대체 뭐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인 걸까?

무섭다. 너무 무섭다.

게다가 이 지하에 내려오니 평균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느낄 수 있다.

긴장을 밥 먹듯이 해왔었으니까.

하지만 몸이 차가워진 적은 없었는데, 여긴 온몸에 피도 제대로 안 통할 정도로 춥다.

“형님들. 전기가 다 끊겨 있는데 왜 이렇게 춥죠? 마치 냉장고를 켜놓은 것처럼요.”

ㅡ 그래? 설마 전기가 안 끊긴 건가? 아까 엘리베이터도 소리 계속 났었잖아 기계 소리.

ㅡ 에라이 그건 말이 안 되지. ㅋㅋ 그럼 쓴 전기료를 계속 내야 되는데?

ㅡ 내가 알기론 5년이 넘게 방치된 폐 병원인데, 세상 어떤 미친 새끼가 그 짓거리를 해?

ㅡ 그건 맞는 소리넼ㅋㅋ 아마 여기도 사고 터지면서 망했을걸? 선천적으로 터가 나빠

ㅡ ㅇㅇ 맞음. 나도 저 병원 운영할 때 입원 한적 있음. 그냥 분위기가 음산해. 바로 뒤가 산이라

“어? 형님. 여기 분이신가 보네요.”

저 말은 사실이다.

이 뒤에는 멀지 않게 큰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그 흔한 건물조차 몇 개 안 보인다.

그렇기에 터가 나쁘다는 그 말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동떨어진 지역의 크게 지어버린 큰 병원.

하지만 한창 잘나갔을 법 한 이 병원이 어느 한순간에 무너졌다.

병원 내가 활발하게 돌아갔을 적엔 택시도 많이 돌아다녔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유 모를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며 어느 순간 소문이 돌기 시작한 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나...

내가 오기 전 조사한 내용에서는 그리 쓰여있었다.

으... 왠지 모르게 그림처럼 상상이 돼버리니 더 끔찍해진다.

나는 얼른 고개를 세차게 젓고 나서 출입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문에 달려있는 낡은 손잡이를 잡아돌렸다.

철컥.

끼이. 끄으으. 끼익.

역시나 차원이 다른 신음을 토해낸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지가 꽤 되었는지,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어대는 소리를 뿌려대며 아가리를 벌렸다.

그렇게 영안실 내부가 드러나자 나는 그 엄격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시바...”

다른 곳보다 열 배는 더 어두컴컴해 보이는 그곳.

마치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 만큼 진한 한기는 금방이라도 내 목을 조를 것 같았다.

게다가 TV에서나 보던.

아니. TV에서조차 보기 힘든 은색 사체 냉장고에 손전등을 비추자 소름이 듣도록 광을 흘려댔다.

그리고 중간에 떡하니 있는 저 도구.

가끔 봐왔던 거지만, 환자를 운반할 때 쓰던 것이 아닌가?

아 맞다. 스트레처카!

그런데 심하게 낡은 데다 손길이 닿는 구석구석 모든 곳이 거미줄이 쳐져 있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뒤...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되죠?”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당연히 안되지. 냉장고 좀 비춰봐. 우리가 골라줄게

하... 시부랄...

나는 마지못해 냉장고들을 하나씩 비추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음식점의 식품 냉장고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보이지만, 저곳에는 정말 사람을 넣어두었던 곳이다.

그 냉장고 문에는 안에 보관되어 있는 시신을 구별하기 위한 표시가 되어있었다.

종이가 누렇게 변색이 되었지만, 그 시절 그때의 표식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A - 101 / 김요한

B - 201 / 박성희

C - 301 / 신경훈

ㅡ 공포영화 보다 더 지린다 ㅋㅋㅋ

ㅡ ㅅㅂ 이걸 한다고?

ㅡ 와 먼지 떠나니는 것까지 개소름이네. 무슨 안개 같어

ㅡ 현장감 봐라 ㄷㄷㄷ

그렇게 천천히 지나가다 한 냉장고에서 멈췄다.

“어?”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종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웃고 떠들고 있던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하나같이 무겁게 변했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야?

ㅡ 뭐지? 이름 없음?

ㅡ 아니. 이름이 없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거기 들어가.

그 냉장고는 무연고자 ( 無緣故者 ).

즉. 가족이나 주소, 신분, 직업 등을 알 수 없어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의 시신이 들어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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