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38화 (38/225)

다 부서진 여 기숙사. 4

“저... 저게 뭐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곳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박필준은 겁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야. 너 일부러 장난치는 거지? 하하. 그런 시시한 연기에는 안 속는다. 나. 박필준이야. 인마.”

ㅡ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거 보니 이미 반쯤 지린 것 같은데 여자 앞이라고 센 척 보소 ㅋㅋㅋ

ㅡ 여러분 근데 박필준이라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인가요?? 전 처음 들어 보는데...

ㅡ 그냥 우럭 닮은 동네 양아치 대장입니다.

ㅡ 그냥 광어 닮은 부락산 멧돼지입니다.

ㅡ ㅋㅋㅋㅋㅋ 근데 비제이는 뭘 보고 이렇게 벙쪄있는건데?

박필준이 줄에 매달리기 시작한 시간으로부터 이미 3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자리에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희미한 정체가 점점 눈에 뚜렷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깨를 넘지 않는 길이의 단발머리.

하지만, 그 머리조차도 굉장히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찢어진 옷들 사이에는 뭔지 모를 지저분한 것들이 잔뜩 묻어있다.

그런데...

시선을 내려 본 하반신에는 뭔가 허전한 게 눈에 띄었다.

나는 멍하게 그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맨발...”

박필준의 동공이 잔뜩 커졌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 이거. 뭐? 맨발? 야. 야! 정연우!!!”

박필준이어찌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그 고함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박필준을 쳐다봤다.

그러자 반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급하게 나에게 물었다.

“야. 왜 그래! 정신 차려 인마! 일단 이것 좀 풀어. 빨리.”

“어... 어.”

나는 다급하게 다시 정문 안쪽으로 시선을 주시한 채 박필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시선을 떼지 않고 박필준이 묶여 있는 줄을 풀기 시작했다.

혹시나 그 정체가 우리에게 달려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그 정체는 우리 쪽을 한참 쳐다보다 자신의 몸을 돌려 기숙사 깊숙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손짓을 몇 번 휘젓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때.

철퍼덕!

나는 긴장이 풀린 나머지 거의 박필준을 내팽겨치다시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때문에 등부터 바닥에 널브러진 박필준이 닿지 않는 등에 손을 문지르듯이 하며 얘기했다.

“어욱! 시발. 아주 그냥 갖다 버려라. 갖다 버려. 아우. 아파.”

“어... 아 미안.”

ㅡ ㅋㅋ 비제이 새끼. 3분밖에 못 버텼다고 내팽개치는 거여? 냉정하넼ㅋㅋㅋ

ㅡ 3분이면... 3, 6. 18만 원을 벌어준 사람한테 이게 무슨 짓 이누? ㅋㅋ

ㅡ 아니. 얼마나 세게 내팽개쳤으면 사람 몸에서 저런 소리가 나냐고 ㅋㅋㅋ

ㅡ 푸하하. 저 새끼 저거 피 쏠려가지고 얼굴 뻘건 거 보소 ㅋㅋ 개웃기넼ㅋㅋㅋ

ㅡ 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 필준아 고생했어.!!

나는 말없이 앉아서 흙이 잔뜩 묻은 박필준의 등을 정리해 줬다.

터억! 턱! 퍽!

너무 그곳에 정신이 쏠려있었을까.

답답했는지 박필준이 오히려 내 뺨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내 시선이 박혀있는 곳을  향해 같이 시선을 돌렸다.

“야. 맨발 뭐라고?... 너 뭐 본 거야?”

나는 벙찐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름한 옷차림.

그 옷차림은 아주 평범했다.

마치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간단하게 챙겨 입는 얇은 옷처럼.

하지만, 아주 난잡하게도 찢겨 있었다. 누군가에게 훼손당한 것처럼.

근데... 나를 불렀던 건가?

그 형체는 나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해댄 것 같았다.

그때.

띵동.

[ 바른생활사나이 님이 3,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ㅋㅋㅋ 이 똘팅이 일진 새꺄. 고생했다. 옜다 3천 원.

“...”

“뭐야...?”

순간, 박필준과 서로 눈을 마주쳤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 고생을 했는데 3천 원은 뭐고, 저 채팅은 뭔데?

나는 눈을 똑바로 뜨고 채팅창을 뚫어지게 확인했다.

ㅡ 어? ㅋㅋㅋ 저 새끼 퇴장했는데? 뭐지? 먹튀인가? ㅋㅋㅋㅋㅋ

ㅡ 와..... 그 고생을 시켜놓고 그냥 튀어버린다고? ㅋㅋㅋ 대박이네

ㅡ 야 우럭 새끼 표정 봐라. 얼굴 다시 싯뻘개지는데?

ㅡ 다른 게임 비제이 방송에서는 허다함. 나는 애초에 저 새끼 닉넴 보자마자 예상했음. ㅋㅋ

ㅡ 아니. 첫 미션 후원은 통 크게 해줬잖아요? 뭐야? 필준이 엄청 고생했는데.. 나쁜 새끼 사람.

“형님들. 먹튀요? 그런 게 있어요?”

“뭔데. 연우야. 저 새끼 튄 거야?”

“그런가 봐.”

“저 새끼. 저거 아까 나보고 우럭이라고 한 새끼 아니냐? 안 보고 있는 줄 알았지? 다 보고 있었다. 이 개새꺄.”

ㅡ 우럭이라고 한 진짜 범인은 입을 급하게 다물었다.

ㅡ 일진 형님! 아직 그 범인은 이 채팅창 안에 숨 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ㅡ 미리 실토하지만 저... 저는 부락산 멧돼지라고 했습니다. 일진 형님.

ㅡ 아니. 그나저나 어쩌냐. 그렇게 힘들게 미션 했는데 런 해버려서.

ㅡ 시벌. 나 같아도 존나 열받겠다. 이건 좀 아니잖아.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고 방송에 임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먹튀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까 그 형체가 나에게 했던 손짓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였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 그 궁금증을 더 깊이 생각하는 걸 멈췄다.

평소와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공격적이고 위협적이며, 내게 겁을 주던 그 무엇들과는 정 반대의 느낌이랄까.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채팅창을 향해 짧고 간결한 내 마음을 내뱉었다.

“형님들. 죄송한데, 오늘은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박필준은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 녀석 역시, 위로가 아니라 부추기듯 거들었다.

“그만하는 거야? 그래. 여긴 좀 아니다. 얼른 집에나 가자. 오토바이 가져올까?”

나 역시도 앉았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

그런데.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우리 연우 누가 삐지게 했어? 시발럼 도망가다 잡히면 아주 족발을 다 끊어버린다. 화 풀어!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이제는 무슨 삐진 주작 연기까지 하고 그러냐?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좀 더 하자!!

띵동.

[ 귀신과의동거 님이 44,444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화 푸세요. 비제이님. 저놈 저거 둘리 방송에서도 저렇게 먹튀 하던 상습범임.

띵동.

[ 이현지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연우야 화 풀어! 그리고 필준이도 고생했어 ㅎㅎㅎ

박필준의 광대가 움찔거린다.

나 역시도 순간, 연달아 울리는 후원창에 살짝 움찔했다.

어라. 근데 이게 아닌데...

설마 내가 후원을 못 받아서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18만 원 때문...”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72,556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인마. 툴툴 대지 마라. 18만 원 채웠으니까 다시 한번 해봐!

“...”

뭔가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은데, 후원 금액 때문에 빼도 박도 못 하게 생겼다.

아... 이거 아닌데 진짜...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 형체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내 머릿속에 희미하게 두통이 오기 시작하며, 약간의 속 울렁임도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아이고오오오~~~ 형님들!!! 제가 어떻게 형님들을 두고 방송을 끄겠습니까! 소중한 18만 원. 감사합니다아!!!”

나는 폴더처럼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활짝 웃어댔다.

이유야 어쨌든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는 당연했다.

ㅡ 저 새끼 저거.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 0.1초 만에 또 반응한 거 봤냐? 뭔가 속은 것 같은데?

ㅡ 뭔가 비제이가 짜놓은 계획에 우리가 말려든 느낌이네 ㅋㅋㅋㅋㅋ

ㅡ 아니. 태세 전환 뭐냐고. 쟤 방금 삐졌던 놈 맞지? 잇몸 만개 오지네 이거.

ㅡ ㅋㅋㅋㅋㅋ 연우. 삐지지 말고 방송해 줘. 재밌어ㅋㅋ 둘리 오빠보다 훨씬

내 생각과는 다른 분위기에도 나는 계속 활짝 웃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슬쩍 박필준을 쳐다봤다.

이 녀석은 아직 무언가를 보지 못했는지 아직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결단을 내리고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근데... 형님들. 죄송한데... 여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ㅡ 아니. 갑자기 왜? 후원금액이 부족했냐? 18만 원 가지고도!?

ㅡ ㅅㅂ 너도 아까 바른 뭐시기 새끼랑 똑같이 먹튀 할려고 그러는 거 아니지?

ㅡ 방송 시작하자마자 방종은 좀 오반데? 너네 지금 여기서 거꾸로 매달린 거 밖에 더했냐?

ㅡ 아까 기숙사 안에서 뭐라도 본 거야? 왜캐 쫄았어? 귀신이라도 봤냐고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그 순간.

까아악! 까아아악!

어느샌가 까마귀 떼들이 우리 주위에 몽땅 몰려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십 마리는 돼 보였고.

나무에 앉은 까마귀들의 눈이 달빛을 받아 안광으로 번들거렸다.

그 광경을 처음 보는 박필준은 얼어붙었다.

“뭐... 뭐야. 이 검 병아리 새끼들 갑자기...”

쉬이이이.

또, 차디찬 바람이 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가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까지 주었다.

마치 무언가가 우리한테 무언의 경고라도 하듯 말이다.

그때.

이유 모를 압박감이 어깨를 잔뜩 짓누르기 시작한다.

순간, 나는 이후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예상했다.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는 다급하게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빨리 말하겠습니다. 사실, 아까 정문 안에서 제가 사... 사람을 봤는데요... 그게 그 사람이...”

ㅡ 야.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 팩트만 얘기해라.

ㅡ 그래. 일단 얘기해 봐

나는 정문 쪽을 다시 힐끔힐끔 쳐다보며 내가 읽었던 사연과 상황을 매칭 시켰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사연 속 한 여자의 특징을 떠올렸다.

“마... 맞아요! 그 사연 속... 살해당한 여자랑... 옷차림이 똑같아요!”

ㅡ 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ㅋㅋ 난 또 심각한 얘긴 줄 알았네

ㅡ 아니. 들어나 보자. 뭐 어떻게 입고 있었는데? 얘기해 봐 ㅋㅋ

나는 아까 내가 보았던 그 형체의 옷차림을 다급하게 떠올렸다.

그리고 차례대로 나열하여 입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하얀... 박스티. 단발머리... 그리고, 쌍꺼풀 있는 눈...”

한 단어씩 내뱉을 때마다 내 등줄기에는 소름이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기숙사 안에선 계속해서 이상 현상 소리가 들려왔다.

쿵.

삐거덕. 삐거덕.

나는 그 모든 걸 꾸역꾸역 참아내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사람. 아니. 그 여자...”

나는 결국 내가 기억해 낸 마지막 한마디까지 내뱉었다.

“하반신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서 있었어요. 야... 야. 시동 걸어. 필준아! 박필준!”

하지만, 다급한 상황에 박필준은 내 외침에도 대답하나 없이 조용했다.

나는 박필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

박필준은 넋이 나간 채로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야. 저거 뭐야? 저거 뭐냐고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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