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40화 (40/225)

지방 한 구석의 폐 모텔. 1

정문까진 정말 순식간이었다.

공포에 잔뜩 질린 나머지 숨도 제대로 안 쉬고 냅다 달렸다.

세상 이렇게 빨리 달려본 적이 없다.

덕분에 박필준은 괴상한 소리와 신음 소리가 섞인 소리를 내며 나에게 질질 끌려왔다.

ㅡ ㅋㅋ 진짜 이 순간만큼은 우사인 볼트가 따로 없다. 아니. 내가 보기엔 더 빠르다.

ㅡ 야... 누가 네 친구 얼굴에 스타킹 씌워놨냐? 표정 어쩔 건데

ㅡ 우리 엄마가 보는 사극 드라마에 사약 드는 사람도 저거보다 표정이 편했닼ㅋㅋ

ㅡ ㅋㅋㅋ아하하핳ㅎ 넘 아프겠다. 필준이 넘 웃곀ㅋㅋㅋㅋㅋ

쾅!

철퍼덕!

나는 정문의 문을 힘차게 닫아버리고, 박필준을 내려놨다.

“와악! 시발!”

나는 내 손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며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손을 빠르게 털었다.

귀신의 머리카락이······.

아니다. 필준이의 머리를 잡아챘잖아...?

나는 재빨리 시선을 내리깔았다.

박필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두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띵동.

[ 데들리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굿. 아주 좋았다.

ㅡ 나는 불륜 드라마 보는 줄 알았다. 비제이 새끼. 아주 무지막지하게 끌고 오넼ㅋㅋ

ㅡ 시밬ㅋㅋㅋ 아직 성인도 안 된 놈 머리에 탈모를 선물해 버리넼ㅋㅋㅋㅋ

ㅡ 야. 쟤 대머리 되면 그건 네 탓이다ㅋㅋㅋㅋ

ㅡ 비밀은 지켜주마. 네가 우리들 말만 잘 듣는다면 말이지. 훗. 말 잘 들어라.

“아이고! 데들리 형님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리액션을 하다 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연우 미친놈아! 지금 리액션 할 때가 아니야! 정신 차려!’

나는 기절한 것처럼 누워 있는 박필준을 흔들었다.

“필준아! 필준아 일어나 봐! 야 박필준!”

박필준을 종이 인형처럼 흔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눈을 뜰 줄을 몰랐다.

“야 일어나 봐!”

찰싹!

뺨을 때려봐도.

찰싹! 찰싹!

더 세게 휘갈겨도.

“야! 박필준!”

찰싹! 찰싹! 찰싹!

ㅡ 아이고. 이 새꺄. 멧돼지 잡넼ㅋㅋ 오늘 뭐 동네잔치라도 벌일 셈이냐?

ㅡ ㅋㅋ야. 내가 진심 내 고추 걸고 장담하는데, 저거 연기 아니다.

ㅡ 인정. 소울이 담겼다. 얼굴에 구멍 안 뚫렸냐? 개 빡시게 때리넼ㅋㅋㅋ

ㅡ 일진놈한테 누가 스톤 시전했냐곸ㅋㅋㅋ 맞고만 있누...

ㅡ 시벌. 저 정도로 때리면 좀비도 일어나겄다. ㅋㅋㅋ

그 순간.

박필준이 기적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팔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를 질러댔다.

“어억! 저한테 왜 이러세요! 말로 하세요! 말로!”

“필준아, 나야 나. 정신 좀 들어? 나 보여?”

"어? 정연우?"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던 박필준이 갑자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 나...?”

“어······? 어. 아 십탱··· 머리 왜 이렇게 아프지? 아니 두피가······.”

정수리에 손을 가져간 박필준이 깜짝 놀랐다.

“뭐야 씨발 피!?”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필준아, 미안하다.

널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너 눈 뒤집혀서 내가··· 야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정신 찾은 거 맞지?”

“어, 어.”

천만다행이었다.

눈을 껌뻑거리며 피 묻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는 박필준의 표정을 보니 전처럼 돌아온 듯했다.

“야. 너 운전할 수 있겠어? 빨리. 일단 시동 걸어봐.”

박필준은 정문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와아아앙.

어느 때보다 반갑게 들리는 이 오토바이 소리.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뒷좌석에 올라탔고 박필준은 그 신호에 맞춰 액셀을 당겼다.

그 순간.

[ 어디 ... 가... 어디... 가... 가지... 마... ]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볼 뻔했다.

그런데 필준이 놈도 들은 것일까?

액셀을 미친 듯이 잡아당긴다.

와아아아앙!

“이 시@#$^ 뭔 소리@#[email protected]

$!”

바람 소리에 박필준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한마음 한뜻을 품고 있었다.

“야. 시벌 빨리! 필준아 더 빨리!”

“내가 십탱 다시는 !#[email protected]

# 개 @#[email protected]

$!”

ㅡ 아니. 시발 도대체 속도를 몇을 밟은 거야? 오토바이에서 태풍 소리가 나냐?

ㅡ 아까는 필준이가 스타킹 뒤집어쓰더니 이번엔 비제이 차례냐?ㅋㅋㅋ 아 얼굴 시밬ㅋ

ㅡ 므찌다. 오빠 달려! ㅋㅋ

ㅡ ㅋㅋ 와. 우럭 새끼 겁나 좋은 오토바이 타고 다니넼ㅋㅋㅋ

* * *

우리 집 앞 가로등에 도착하자 박필준은 저번과 같이 시동을 끄며 말을 걸었다.

아까 나에게 잡힌 머리 쪽이 아픈지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

“야... 아우, 머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근데... 나 왜 기절했어?”

“...”

이 녀석. 자신이 잠시나마 귀신에게 홀렸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나는 솔직하게 박필준에게 얘기를 해주었다.

“너. 아까 귀신한테 잠깐 홀렸었어. 기억 안 나? 혼자 기숙사에 뛰쳐 들어가서 어두운 방에서 나 째려본 거?”

“뭐!? 내가? 야 거짓말 하지 마.”

화들짝 놀란 박필준이 한참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거기서 끌고 나왔지.”

“...”

“너 진짜 말도 아니었다. 눈은 하얗게 뒤집히고, 송곳니 드러내면서...”

박필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벙찐 얼굴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중얼거렸다.

“그래서 이렇게 머리가 아픈가...”

나는 애써 딴청을 피웠다.

그러자 박필준이 말을 더 이어 붙였다.

“아니 십탱, 내가 귀신한테 홀렸다고? 너 나 몰래 기절시켜놓고 주작한 거 아니고?”

“내가 너를? 그런 짓 못 하 는거 네가 더 잘 알잖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괴롭힘을...”

내가 지난 과거를 들먹이자 박필준이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어쨌든... 이제 된 거지? 난 네 부탁 들어줬다.”

그리고 몸을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이제 끝이다. 난 이제 앞으로 절대 그런 곳은 절대 안 간다.”

“그... 그래. 고마워.”

박필준은 오토바이를 냉큼 올라탔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 나에게 고개를 홱 돌리며 외쳤다.

“현지 누나는 약속대로 소개해 줘라.”

이 말을 끝으로 내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녀석은 뭔가 의리를 지키고 멋있게 사라지고 싶은 것 같이 보였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

폐 기숙사 탐험 이후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교를 다니며 박필준과 겪었던 공포를 잊기 위해 최대한 힘썼다.

조금만 상상해도 소름이 쫙 쫙 끼쳤다.

그래서 허해진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후원금액을 확인했다.

영안실 냉장고 미션.

필준이 흉가 데려가기 미션.

머리털 뽑기.

아니. 머리끄덩이 잡고 끌어내기 미션까지.

정말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쳐 많은 미션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잠시 후.

후원금액을 확인한 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환전 가능 금액 : 572,950원.

“왔따 시벌. 미쳐부러.”

나는 나 스스로에게 손뼉을 치며 셀프 뽀뽀까지 해댔다.

쪽. 쪽.

“고생했다. 진짜.”

정말 고생한 보람이 있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거진 40프로를 떼어 가는데 57만 원이라는 돈이 남았다.

나 진짜 열심히 했구나.

나는 이 후원금액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온갖 보양식을 다 챙겨 먹었다.

평소에 먹지 못했던 백숙부터 염소탕, 오리고기, 소고기까지.

아깝지 않은 투자라 생각했다.

몸이 든든해야 헛것이나 환청, 귀신도 덜 보이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와 내 몸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더 뜻 깊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오늘을 기다려온 시청자들을 위해 미리 방송을 켰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나머지.

기숙사 방송을 너무 짧게 끊은 것이 죄송하기도 했고, 이참에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살짝 주기 위해서였다.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형님들. 안녕. 안녕. 하이에유~”

ㅡ 호오~ 이놈~~ 이 형이 얼마나 기다렸다구우~~~

ㅡ ㅋㅋ 오~ 정연우~~ 흉가 5일을 안 가니까 얼굴이 확 폈네?

ㅡ 그러게. 살이 예쁘게 붙었네. ㅋㅋ 더 잘생겨졌다 야

ㅡ 그나저나 오늘 흉가도 아니고 왜 벌써부터 방송을 켰대?

나는 내 손에 쥐여진 스페셜 필살 무기를 자랑하듯 선보였다.

“드디어 도착했거든요. 내 스페셜 무기들.”

나는 둘리 방송에서 봤던 EMF 측정기를 먼저 카메라에 비추었다.

이 측정기는 내가 둘리 놈이랑 방송했을 적에 처음 봤던 측정기였다.

장정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받은 해외 제품.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제일 위 칸에는 동그란 다섯 개의 뻔쩍뻔쩍한 무지개색 램프가 눈에 띈다.

그러니까 이게... 다섯 칸이 들어오면 MAX. 즉, 그 장소는 최대한 피하면서 도망가면 된다. 음. 좋아.

“형님들 그리고 이건!”

‘고스트 박스’까지 카메라로 천천히 비추었다.

ㅡ 오호. 이게 뭐야? 저거 하나는 알겠다. 둘리 방송에서 봤자나.

ㅡ 근데 저 나머지 저거는 처음 보는데. 뭐야?

나는 잔뜩 신이 난 아이처럼 설명을 해댔다.

“형님들. 이건 제가 심의를 기울여서 주문한 건데요. 이름은 고스트 박스. 성능이 전자기장과 온도 변화 수치를 측정해서 사람의 음성으로 변환시켜 주는 장치예요. 특징은 아주 미세하고 가까운 근거리 측정이랄까? 일주일 동안 기다리는데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ㅡ 아니 근데 뭐 헛것만 보고도 냅다 빤스런 하는 놈이 뭔 음성을 듣겠다고 난리여?

ㅡ 뭐 강철 기저귀라도 따로 구입했냐? ㅋㅋㅋ

ㅡ 엥? 님들 귀신 말을 들을 수 있다고요?

ㅡ 아니면, 뭐 돈 벌었다고 비싼 청심환이라도 샀을지도 ㅋ

ㅡ ㄴㄴ 비제이 못 봄? 한결같은 소녀 가슴은 청심환으로도 방어 불가능임ㅋㅋㅋ

나는 시청자 채팅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시발, 내 말이. 그러니까.

내가 이걸 왜 샀지?

하지만 속과 내 주둥이는 정반대였다.

“형님들. 세상엔 나쁜 영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혹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나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듯 최면을 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형님들. 저번에 후원도 받았는데, 이런 장비쯤은 사서 보답해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기숙사를 너무 금방 나와 버려서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탐험할 흉가는 형님들이 정해주세요! 후원해 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세요.”

나는 미리 선정해놓은 4곳의 흉가를 볼 수 있게 공지에 올렸다.

1. 피비린내 진동하는 산속 폐 수영장.

2. 자살 원한귀의 저주받은 폐 학원.

3. 처녀귀신이 즐비하는 버려진 폐 학교.

4. 그냥 폐 모텔.

그러자 쏜살같이 달려와 눈치 없는 박필준이 댓글을 달았다.

[ 추적60인분 ㅡ 혼자 가는 거죠? 저는 폐 학교 1표 드립니다. ]

그래. 넌 빠져.

나보다 기가 약한 놈은 선택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

겉만 멀쩡했지. 속은 아주 갓난아기 같은 녀석.

잠시 후.

나는 시청자들이 올린 댓글을 조합해 봤다.

결론은 40표 중에 37표를 차지한.

4. 그냥 폐 모텔.

나는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음... 그럼 형님들. 제가 차가 없어서 지금 출발해야 시간이 맞을 것 같으니. 좀 이따가 방송을 다시 켤게요. 휘리릭~ 뿅!”

나는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지금 다른 폐 모텔을 찾기엔 시간도 없었고 멀기도 멀었다.

“하아...”

시벌... 일부러 그냥 모텔이라고 해놨건만.

목록에 괜히 넣었다.

더럽게 눈치들 빠르네.

그곳은 내가 가장 가기 싫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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