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한 구석의 폐 모텔. 3
시벌... 내가 원했던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제일 오기 꺼려 했던 이 모텔의 최고 위험한 곳을 내 손으로 직접 찾아내라니...
그건 그냥 내 스스로 무덤 파고 들어가란 소리랑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나는 잇따라 펀딩 하는 사람들을 쭉 세어보며 물었다.
하나, 둘, 셋... 일곱.
후원금액은 무려... 292,800원.
“하하... 형님들. 시작부터 이렇게 텐션들이...”
ㅡ 왜? 텐션이 너무 낮았어? 더 높여볼까?
ㅡ 여러분. 비제이 새끼가 우리 너무 텐션이 낮다는데요?
ㅡ 그 소리는 큰 손 형님께서 미션의 강도를 더 높여줬으면 좋겠다는 소리죠?
ㅡ 네. 그런 듯합니다. 역시나 우리 연우.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어쩔까요. 큰 손 형님?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음...?
시바...
또 뭘 시키려고.
나는 카메라를 쥐고 있는 손까지 보태어 세차게 흔들며 부정했다.
“아니에요! 아닙니다! 형님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연우 죽습니다요오오.”
ㅡ ㅋㅋㅋ 뭐. 이런 반응을 보는 재미랄까?
ㅡ 그나저나 미친놈아 카메라 그만 흔들어 어지러워
ㅡ 돈미새놈. 미션 들어오면 개 좋아하면서. 그건 반어법 같은 거냐?
ㅡ 야. 그럴 시간이 없을 텐데? 너 스톱워치 시작됐다...?
ㅡ 이럴 시간에 빨리 찾으라고! ㅋㅋ 뛰어!
ㅡ 노잼 노잼 노잼 노잼을 향해 가나?
하... 잔인한 시벌넘들...
피도 눈물도 없고 자비조차 없다.
숨 한 번 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펀딩이 연이어 달린 미션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럼 바로 찾아볼게요. 형님들!”
시간을 재빨리 확인했다.
11시 51분.
아직 12시를 넘지 않았다.
좋아. 자정을 넘지 않은 이 시간이라면 아무래도 조금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자... 그럼 천천히 계산을 해보자.
한 층에 왼쪽 방, 오른쪽 방이 각각 4개씩 총 8개.
7층이니까 한 층에 넉넉하게 1분을 잡는다.
그렇게 7분. 10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흘러만 가는구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3단계가 나왔던 왼쪽 복도로 뛰기 시작했다.
“형님들!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놈한테 못 이깁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만 사는 놈입니드아아아!”
나도 모르게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괴성을 질러 대는 것.
첫 번째 호수의 문을 잡은 나는.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문을 뽑아 버릴 듯 당겼다.
끼이이익-
쾅.
그와 동시에 방 안의 참혹한 광경이 내 시야에 모두 들어왔다.
낡은 협탁, 의자, 그리고...
“뜨흑! 옘병. 왜 여긴 거울이 정면에 죄다...”
거울을 비롯해 온갖 잡동사니 물품들까지.
심지어 누렇게 변색돼버린 베개와 이불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으아아아아!”
쾅!
나는 그럴 때마다 문을 다시 쾅 닫고는 잽싸게 나와 버렸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끼이이이-
쾅.
ㅡ 아니. 큰 손 형님. 이제 보니 이놈한테 10분은 밸런스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ㅡ 시벌. 누가 방송에 빨리 감기 기능 달아놨어? 존나 빠르네...
ㅡ 네 괴성 듣고 누가 신고라도 하는 거 아니냐? 미친놈 있다고.
ㅡ 무슨 이런 초인 같은 놈이 다 있어? 1층 도는데 1분이 말이냐 이겤ㅋㅋㅋ
ㅡ 금융 치료가 이렇게나 위대한 거구나...
1층은 1분을 채 넘기지 않은 채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2층. 3층.
남다른 체력으로 계단을 한 걸음에 3칸씩 뛰어올라가며 온 사방을 순식간에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단계의 램프가 보이지 않는다.
해봐야 겨우 3단계.
물론 3단계도 내 등골을 충분하게 오싹하게 할 단계였지만, 오늘만큼은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까. 나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결국 마지막 끝 층. 7층 계단을 벽을 짚으며 올라갔다.
“후... 후... 헉... 헉. 몇 분 남았습니까 형님들! 채팅 못 보니까 후원창으로 얘기 좀 부탁드려요.”
띵동.
[ 니콜키크드만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4분! 근데 너 지금 후원금도 유도하냐?
“허억. 허억. 아닙니다. 아니에요.”
숨 한번 제대로 고르지 않고 죽자 살자 뛰어다녔더니 이제야 숨이 트였다.
이제 겨우 6분을 갓 넘기고 있는 상황.
4분이 여유시간이 남았기에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는데.
그 순간.
쿠웅.
탁!
어디선가 벽을 치는 소리와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며 내 귀를 자극했다.
뭐야? 시바?
텅 빈 건물에서 동굴처럼 울려 퍼지는 바람에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시바...
연우야 정신 차려라.
돈으로 귀신도 부린다고 했다.
금융이 귀신보다 무섭다.
정연우 너 지금 금융 버프 받고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으오어어어어어!”
나는 계단을 순식간에 올라 7층 복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와악! 시벌. 깜짝이야. 이 개새끼야!”
다른 층에는 없던 괘종시계.
어렸을 적 좀 산다는 집에서만 볼 수 있던 사람만 한 괘종시계가 떡하니 움직이고 있었다.
하... 원래 나 이런 사람 아닌데 욕이 너무 는 것 같다.
ㅡ 이제는 하다 하다 시계를 붙잡고 욕을 하고 있네...ㅋㅋ
ㅡ 와우. 이 시계 오랜만이다. 근데 저거 아직도 움직이고 있냐?
ㅡ 오! 우리 큰 고모네 소고기집 장사 잘 될 때 저거 샀었는데. 이름있는 거 300만 원인가?
ㅡ 근데 저거 새벽에 개 무서움. 조용한 새벽 시간 때 종소리 울리면 레알 공포영화가 따로 없음.
내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제 12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왼쪽부터 걷기 시작했다.
왼쪽을 돌자마자 2단계가 급격하게 떠버리는 EMF 측정기 램프.
게다가 3단계까지 순식간에 올랐다.
설마...
하지만 왼쪽 복도에 줄지어 있는 호수를 모두 다 뒤져봐도 3단계 이상이 나오지가 않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ㅡ 와. 기어코 이 7층이란 건물은 10분도 안 돼서 다 돌았네. 씨벌 미쳤다.
ㅡ 비제이 새끼. 인간문화재로 보호해 줘야 할 것 같은데 ㅋㅋㅋ
ㅡ 근데 문제는 이렇게 다 들쑤셨는데 3단계가 끝이라는 거임. 아 오른쪽 남았구나.
ㅡ 이대로 단체 펀딩 미션은 실패로 끝나는 건가~~~~ 나야 돈 굳고 좋지!
그때.
괘종시계 안의 부품이 움직이는 소리와 이어 둔탁한 종소리가, 12시라는 걸 건물 전체에 고지하듯 울렸다.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어우 소름 끼쳐. 씹...?”
나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종소리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708호의 문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뱉으며 스스로 열리고 있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누군가 발목을 부여잡은 것처럼 두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굳어서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ㅡ 씹 형님들? 너 지금 씹 형님들이라 그랬지 이 새꺄!
ㅡ 와! 님들 봄? 문 혼자 열림. 존나 소름. 뭐냐 저거?
ㅡ ㅋㅋ 문 하나 열린 거 가지고 호들갑은. 바람이 이렇게 부는 데 창문 열려있음 당연히 열리지.
ㅡ ㅋㅋ 그냥 연우 분위기 조성하는 거 맞춰 준 건데 급발진 하지 마셈.
ㅡ 아. 그런 거임? 영화 클라이맥스인 줄 모르고 ㅈㅅㅈㅅ
708호의 그 문은 기어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활짝 열리고 나서야 멈췄다.
그런데 갑자기.
708호 안에서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가 펄럭펄럭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가 괴상했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사람이 커튼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708호를 향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EMF 램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3단계부터 시작해 3단계 반.
센터 중앙 자리에 있는 괘종시계에 다가서자 4단계까지 급격하게 차오르며 깜빡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시벌... 저... 저긴가보네.’
더 이상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내 몸이 느끼고 그걸 거부하고 있다.
저곳은 여태껏 내가 보지 못했던 4단계 반.
아니. 5단계 MAX까지 채울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할 것 같았다.
그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1분 남았다.
후원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나도 모르게 한 걸음씩 또 걸으며 어느새 708호 앞에 서버렸다.
“...”
나는 708호 안의 펼쳐진 방 안 환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다양한 종류의 양초들, 소금, 팥, 햅쌀까지. 온통 귀신 퇴치용으로 쓰인 것 같은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나는 창문을 카메라로 비추며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여기... 커튼이 없어요...”
ㅡ 뭐야? 아까 진짜 커튼 소리 들리지 않았나? 그건 나도 들었는데?
ㅡ 시발. 나도 들었는데. 혹시 다른 방에서 난 건가?
ㅡ ㄴㄴ 다른 방은 열지도 않았는데, 소리가 겹칠 리가 없지.
ㅡ 레알인가? 주작 아니지 이거?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주작을...”
그때.
나는 재빨리 EMF 측정기를 들어 올려 확인했다.
놀랍게도 방 안에서는 램프 최고치인 ‘MAX’가 깔끔하게 채워진 채 한치의 미동도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역시... 시벌. 뭔가 있어 여기.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호오~ 딱 9분 58초에 완료했네. 굳굳.
곧이어.
[ 귀신빤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8,5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흉가체험삶의현장 4,5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티끌모아파산 님이 3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뱃살공주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귀신과의동거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네뒤에처녀귀신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싹 바뀌며 감사 리액션이 튀어나왔다.
“아이고오오오! 존경하는 형님들! 소중한 후원금액 정말 감사함다. 사랑함다...”
ㅡ 아니. 이 미친놈. 역대급이라고 쫄아 있던 놈 맞어?
ㅡ 후원 들어오니까 표정이 싹 바뀌네. 또라이 돈미새 녀석.
ㅡ 님들 거짓말 치지 말고 혹시 이 사람 진짜 미친놈 아닌가요?
ㅡ ㅋㅋ 당신들은 서서히 연우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중
ㅡ 이 새끼 안 무서운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님?
집에서 치킨 뜯고 있는 놈이 뭘 알아 자슥아.
내 얼굴 지금 물에 빠진 시체처럼 보이는데...
인사가 끝난 후.
다시 살이 떨리는 두려움에 후다닥 708호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놈의 시청자들은 날 절대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띵동.
[ 쟤시켜알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거기서 30분 동안 안 나가면 십만 원.
“어욱...”
이 시벌놈 진짜.
여긴 역대급 전자기장 수치를 찍은 곳이라고...
기절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잘못하면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순간 나도 눈이 돌았을까.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눈 딱 감고 써 봐야겠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채로 시청자에게 대답했다.
“아이고오오. 형님. 잠시만요.”
그리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가방을 내려 풀어헤쳤다.
이어 그토록 아껴왔던 ‘고스트 박스’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얘기했다.
“그래서! 형님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ㅡ 오. 시부랄. 드디어 보여주는 건가?
ㅡ 와... 필살기 나왔다! 필살기! ㅋㅋ
ㅡ 님들 저게 뭔데요?
ㅡ 전자기장이랑 온도 변화 수치 측정해서 음성으로 변환해 줌.
ㅡ 즉, 귀신이랑 대화한다고 보면 됨.
나는 두근거리는 첫 경험의 순간을 앞두고 미칠 듯이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전원 버튼을 눌렀다.
탁.
잠시 후.
지지이이이이이익-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708호안에 고스트 박스의 마이크 소리가 깊게 울려 퍼졌다.
나는 고스트 박스를 708호 제일 중간에 세워두고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귀신과의 첫 헌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귀신... 아니 선생님, 선생님 저랑 대화 좀 하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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