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53화 (53/225)

피 흘리는 전원주택. 2

마지못해 다시 정문 앞에 섰을 땐.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시청자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연쇄할인범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대추나무사람걸렸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그곳이알고섯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물론 처음 보는 시청자들이었다.

그 뒤로도 계속 10명, 20명, 그리고 결국.

400명이라는 숫자를 넘어버렸다.

띵동.

[ 그곳이알고섯다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와! 저수지에서 배 던지던 그분이죠?

띵동.

[ 은하철도구로구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오. 대박! ㅋㅋ 녹조 물에서 접영 하는 거 보고 팬 가입하러 왔습니다!

띵동.

[ 발광머리앤 님이 5,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오. 이 분 심장이 두 갠가요? 또 흉가 가셨네. 개 대박.ㅋㅋ

그들은 오자마자 내 몸에 후원 세례를 퍼부워 샤워시켰다.

이게 바로 금융 치료인가.

버프를 받는 느낌과 함께, 나도 힘이 솟는다.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이나마 안정된다.

나는 일단 환한 미소를 지어가며 인사부터 건넸다.

“어! 새로 오신 형님들! 연이루! 제가 형님들 올 것 같아서 일부러 여기 멈춰서 안 들어가고 있었는데! 크... 이제 들어갈게요!”

ㅡ 허세 좋았다

ㅡ 하여튼 간 입만 열면 구라가 술술 나와ㅋㅋ

ㅡ 너 방금까지 벌벌 떨지 않았냐?

ㅡ 후원 버프 받음

ㅡ 하지만 금액 적어서 금방 해제될 듯

와... 진짜 이게 유트브에 힘.

시험 삼아 켠 방송에 400명이라니.

그나저나 새로운 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첫 이미지를 잘 심어야 나도 시청자들 기억에 오래 남을 테니까.

나는 이를 한번 꽉 깨물고 다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아니. 잡으려는데 문이 스스로 열려버렸다.

딸칵.

잠겨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끼이이이이-

그 때문에 집 안이 훤히 드러나며 아주 습한 나무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다시 집 마당 앞으로 뛰쳐나갔다.

“워어어어! 혀... 형님들! 안에 사람이 있어요! 방금 문 열어줬는데?”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시 정문을 이리저리 살폈다.

ㅡ 결국 30초 만에 버프 해제됨

ㅡ ㅋㅋ ㅅㅂ 이럴 줄 알았다

ㅡ 하... 저 병신. 유트브에서 먹힐까...?

ㅡ 어. 근데 방금 딸칵 소리 들리긴 했는데?

ㅡ 엥? 그럼 진짜 사람이 열어줬다고?

분명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안에서 조작을 한 것이다.

뭐지?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미션 취소. 시간 초과.

하지만.

나는 미션 창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집 안에 몸을 구겨넣었다.

“일단 슈퍼세이브.”

ㅡ 순간 이동?

ㅡ 텔포 같은데

ㅡ 미친. 안 보였어

ㅡ 마치 그... 금빛섬광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다음부터는 얄짤없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혹시나 해서 잠금장치를 바라보니 두꺼운 먼지가 그대로 앉아 있다.

나는 속으로는 울상을 지으며 카메라엔 미소가 섞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신 차렸습니다. 형님!”

그나저나.

이제야 출입구에서 보니 1층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안방, 작은방 2개, 거실, 2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집 안 환경이 온통 목재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세월이 흘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낡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것은 짐승의 아가리처럼.

까맣게 그을린 시멘트는 마치 사람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영화에서 연출되었던 모습들 중에서도.

지금 내가 보는 이 현장감의 반도 못 따라올 것이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용기 내어 살며시 집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끼익. 끼익. 끼익. 끼익.

“어우 씨.”

이번엔 천장에 붙어있던 등이 내 시야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큰 거실 등.

그 낡은 등이 흔들리며 반복적으로 신음을 잔뜩 토해내고 있었다.

“시바... 왜 내가 들어오니까 움직이고 지랄... 그래그래 대류현상일 거다 연우야. 대류현상.”

나는 재빨리 까치발을 들어 등에 손을 갖다 댔다.

1초... 2초... 3초.

그리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 후, 살며시 손을 뗐다.

그런데.

역시 내가 들어왔을 때의 대류현상 때문인가?

고요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때.

타다다닥!

2층으로 있는 계단에서 사람의 맨발 자국 발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악! 시발! 누구야!”

나는 급하게 앞을 쳐다봤지만.

그 발소리를 제외하고 다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물론, 보이는 무언가의 형체도 없었다.

ㅡ 왁! 시발. 깜짝이야

ㅡ ㅅㅂ 나도 발소리 들음

ㅡ 고양이 아냐?

ㅡ 고양이 치고는 묵직했는데

ㅡ 옘병 묵직하게 뚱뚱한 고양이겠지

나는 다급하게 가방에서 EMF 측정기를 꺼냈다.

왠지 아까 잠금장치가 풀린 것도 그렇고.

지금 이 천장의 등이 다시 흔들린 것도 귀신의 장난일 수도...

상대를 알아야 빨리 대처할 수 있는 법.

“혀... 형님들. 잠깐만요. 일단 EMF 측정기부터 확인해 볼게요.”

뭔가 굉장히 노골적이다.

이 와중에도 계속 이상한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쿵. 탁!

삐걱. 삐걱. 삐걱.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는 잽싸게 EMF 측정기를 켜고 확인했다.

탁!

그런데.

“어... 어! 시벌. 혀... 형님들!”

4단계가 넘게 뜬다.

주황색 램프까지.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물귀신보다 낮은데?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야.

4단계가 언제부터 안전한 단계였어?

혹시나 해서 걸음을 옮기며 거실을 다 돌아 보았는데.

EMF 측정기 반응에 난 머리털이 삐죽삐죽 곤두서버렸다.

“시... 시바.”

1층 전체가 다 4단계다.

ㅡ 약간 실망스럽네

ㅡ 당연히 5단계 나올 줄 알았는데

ㅡ 흉가도 뭐 별거 없네

ㅡ 그래서 일부러 여기 온 거 아닐까?

너네가 여기 와 봐 새끼들아...

기저귀 몇 개는 갈아입었을 거다.

“형님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수지도 4단계 반이었는데... 저 죽을뻔한 거 잊으셨어요? 겨우 반 칸 차이인데. 심지어 여긴 1층 전부가 다 4단계...”

동시에 소리가 들렸던 2층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긴 어떨까?

그런데.

띵동.

[ 연쇄할인범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2층 쳐다본 김에 구경 좀 시켜주세요. 비제이님 3만 원 드림

새로운 유트브 시청자가 조심스럽게 미션을 걸었다.

만 원 채팅을 넣은 와중에도 3만 원 추가로?

정중하게 말하는 걸 보니 뭔가 좋은 분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방송 시청자 새끼들. 아니. 형님들 보다 낫다.

나는 두려움에 차마 웃지는 못한 채로 성심껏 대답했다.

“미션 감사합니다. 그럼 2층 한번 올라가 볼게요.”

쿵. 끼이이익-

쿵. 끼익-

내가 밟아 올라갈 때마다 나무 계단이 부서질 듯 기염을 토해냈다.

그렇게 절반을 올라가고.

나머지 절반을 올라가려는 찰나.

“시... 시벌. 형님들. 이거 보세요! 여기 보통 아니라고 했잖아요!”

2층 계단 앞에 깔린 먼지 사이로.

발자국 두 개가 나란히 찍혀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넊이 나간 채 손만 덜덜 떨며 카메라를 비췄다.

선명했다. 사람의 맨 발자국.

200에서 210 정도 돼 보이는 성인보단 작은 발 사이즈.

ㅡ 와... 시발. 뒤통수까지 소름 돋았다

ㅡ 저건 찐인데?

ㅡ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ㅡ 진짜 2층에 누군가 있는 거 아냐?

하... 시발. 채팅을 보니 더 올라가기 싫다.

이런 곳에 멀쩡한 어린아이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발자국의 주인이 어딘가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올까 무섭다.

나는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해 뜰 때까지 있는다는 개소리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둘러보았지만.

12 : 44분.

아직 해가 뜨려면 최소 5시간은 있어야 했다.

그 순간.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내 보조 폰이 갑자기 울려댔다.

“와욱! 뭐야! 씨!”

덕분에 잠깐 웃음바다가 돼버렸다.

ㅡ ㅋㅋ 휴대폰 벨 소리 뭐야

ㅡ 지 벨 소리에 놀라누?

ㅡ 본인 스스로도 벨 소리가 놀랍긴 한가 봄

ㅡ 시밬ㅋㅋ 캔디남ㅋㅋ

ㅡ 옛날 폐가 미션 생각나넼ㅋㅋㅋ

하지만, 난 그 순간 웃지 못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 발신번호표시제한 ] 이 떠있었다.

“뭐지...?”

나는 급하게 수신거부를 눌러 통화를 종료했다.

하지만.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뭐... 뭔데! 도대체!”

다시 울려댔다.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주작 들켰네. 일부러 이 타이밍에 친구한테 전화하라고 시켰지?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수신거부를 누르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형님드을. 이 보조 폰 다시 개통한지도 얼마 안 됐고, 번호는 어느 누구한테도 가르쳐준 적이 없어요. 심지어 엄마한테도...”

ㅡ 엥? 구라 치지 마

ㅡ 그럼 누군데. 대출? 보이스피싱?

ㅡ 거긴 일하는 시간 칼같이 지킴

ㅡ 그럼 새벽 1시가 다 돼가는데 누구야

ㅡ 헤어진 여자친구?

ㅡ 저넘 여자 못 사귀어 봄

아니 시벌넘들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길래 도대체 믿지를 못 하냐고...

순간, 화딱지가 확 올랐지만 참았다.

“형님들 진짜 아니에요. 확실한 건 제 주위 사람은 아닙니다.”

다행히도 그 전화를 끝으로 다시 보조 폰으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2층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이라면 분명히 반응했을 텐데.

나는 다시 맨 발자국 피해서 계단을 올라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멋대로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근데 혹시 누가 계시나요? 계시면 대답 좀.”

그때.

2층의 방 한구석에서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드르륵. 쾅.

그 순간.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튀어갔다.

이렇게 계속 장난을 당하기엔 내 심장이 버티질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더 과감하게 행동했다.

그런데.

“어? 형님들...”

그렇게 올라간 곳에는 마치 제일 나이가 적은 딸이 썼을 법한 작은방이 있었다.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보다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구석에 옷장이었다.

방금 전, 분명히 나무로 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나무 문이 내 앞에 보이는 이 옷장 하나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죄다 테이프로 덮여져 있다.

그것도 문틈 사이사이가 아주 꼼꼼하게.

ㅡ 뭐지? 나무 문 닫히는 소리가 이 옷장?

ㅡ 아니. 근데 왜 죄다 테이프로 감겨 있지

ㅡ 그것보다 사건 일어났던 곳인데 이대로 보존돼있는 게 더 소름 돋네

ㅡ ㅅㅂ 귀신이 고칼로리네

ㅡ 확인해 봐야 되는 거 아니냐? 물론 네가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EMF 측정기를 들었다.

3단계.

노란색 램프까지 켜져 있다.

의문투성이다.

그 순간.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또다시 내 보조 폰이 울려댔다.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았다.

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수신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다 댔다.

[ 지이이이이이- 지이이이- ]

하지만, 이상한 전자파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 아니다?

희미하게 여자애 목소리가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에 있는 스피커 모양을 눌렀고.

다시 천천히 귀 기울였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믿지 못할 음성이 반복되며 흘러나왔다.

[ $$%세요... [email protected]

주세...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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