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54화 (54/225)

피 흘리는 전원주택. 3

나는 경기를 일으키듯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그럼에도 핸드폰 바닥에서 음성을 흘려댔다.

[ $#@$요... [email protected]

#$세요... 지이이이이- ]

뚝.

통화가 끊겨 검은 화면으로 물든 핸드폰을 나는 멍하게 바라봤다.

뭐지?

분명 여자아이 목소리였다.

ㅡ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ㅡ 여자?

ㅡ ㅅㅂ 솔직히 말해라. 누구냐?

ㅡ 유튜브 기념 임아린 이벤트?

ㅡ ㄴㄴ 헤어진 여친

ㅡ 옘병 모쏠이라니까 저놈

나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 옷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

“워 시발!”

누군가 옷장 안에서 문을 치듯 단발마를 질렀다.

“형님들! 형님들! 들으셨죠? 들으셨죠?”

띵동.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옷장 열어보자

시발 못하겠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형님들 자고로 남의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면...”

띵동.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열어봐

“안 되지만, 혹시 안에 사람 있을지 모르니까요!”

치지지지직! 치지지직!

나는 테이프를 뜯기 시작했다.

테이프를 뜯으면 뜯을수록 찐득한 무언가가 계속해서 내 손에 묻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치지지지직- 치이이익-

그렇게 감긴 테이프를 다 떼어 냈을 땐.

“도대체 얼마나 붙여 놓은 거야...”

문이 절대로 열리지 않기를 바랐는지 내 앞에 테이프가 수북이 쌓였다.

ㅡ 테이프 떼기 장인 등장

ㅡ 생활의 달인 연말 특집 나가보자

ㅡ ㅅㅂ 근데 이 정도면 어른도 못 빠져나오겠는데

ㅡ 심지어 테이프도 새 거 같은데

ㅡ 졸라 궁금하네 빨리 좀 열어봐

나는 옷장을 빤히 바라보며 한차례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윽고 문을 잡고, 활짝 열었다.

순간 안에 있던 헌 옷들이 출렁거렸다.

“······”

나는 뒤로 추춤 물러났다.

어린 여자애가 입을 법한 옷들이 빼곡하게 늘어져 있었다.

어두컴컴한 그 사이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때.

투둑.

“아아아악!”

옷장 안에서 뭔가 튕겨져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조심스럽게 손전등을 비추어 보니 머리핀이었다.

“머리핀?”

생전의 여자아이가 쓰던 걸까.

예쁜 꽃 모양이 들어간 리본 머리핀이었다.

ㅡ ㅅㅂ 뭐야? 잘못 들었나?

ㅡ 고양이라도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ㅡ 야. 근데 그거 함부로 막 만져도 되냐?

ㅡ 고인 물건 잘못 만지면 귀신 붙는다던데

ㅡ 근데 저놈한테 귀신이 올라탈 자리가 남긴 했나

ㅡ 레알 만석이긴 할 듯

나는 기계처럼 가방에서 고스트 박스를 꺼냈다.

아니. 꺼내다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검지와 엄지를 턱에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ㅡ 나왔다 필살기

ㅡ 오! 고스트박스 각 인가!

ㅡ 대박! 굿 타이밍

ㅡ 엥? 근데 왜 꺼내다가 말어?

“형님들. 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첫 흉가라 사실 너무 두렵기도 하고...”

띵동.

[ 최양을피하는방법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자. 용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기가 생기네요. 이어 가볼게요.”

ㅡ ㅅㅂ 클라쓰

ㅡ 역시 유도 금메달리스트

ㅡ 왜 스스로 먼저 꺼내나 했다

ㅡ 어째 더 독해진 것 같다 너

나는 고스트 박스를 꺼내 옷장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탁.

전원을 켜자 바로 무전 상태가 불량인 소리처럼, 라디오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것 같은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 치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익- ]

그런데.

띵동.

[ 사촌간볼빨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누구냐 넌.

“......”

시청자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 치이이이이익- ]

물론 반응은 없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뗐다.

“혹시 누구 계시나요?”

[ 치이이이이익- ]

대답이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떨리는 목소리를 잡으며 말했다.

“계, 계시면 말씀 좀 해주세요.”

[ 치이이이익- 누구 ]

“와 시바!”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걸음 물러났다.

누가 들어도 꼬마 아이와 흡사한 음성을 뱉어냈다.

ㅡ 와. 시발 소름

ㅡ 아이 목소리...

ㅡ 말이 되냐. 주작하지 마 개색갸!

ㅡ ㅅㅂ 복화술 한거 아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형님들. 이거 진짭니다! 이제는 믿으실 때도 되지 않으셨...”

나는 말을 흘리면서도 고스트 박스와 옷장에 시선을 두며, 오른쪽 다리를 뒤로 뺐다.

뭔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바로 튈 수 있게 말이다.

이때였다.

[ [email protected]

#$ 무서워 치이이익- ]

[ 치이이이- 오지마 치이이익- $$#@! ]

솨아아아아아아.

난데없이 밖에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컴컴한 방에, 흉가에, 비에.

출입문도 열어 놓고 온 터라 서늘한 바람이 집안을 훑고 지나간다.

분위기는 항상 내 편이 아니라 시청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ㅡ 오오 분위기 좋고.

ㅡ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귀신~

ㅡ 다시 뭐라도 물어봐

ㅡ 소나기 살벌하게 내리네 ㄷㄷㄷ

ㅡ 어우. 내 몸까지 습해지는 느낌

ㅡ 이 세키. 알바비주고 소방차까지 불렀나?

야 이 새끼야 정도껏 해야지. 내가 어떻게 소방차를 불러.

오늘 비 안 온다고 하지 않았나?

구라청 개새키들...

그 순간.

1층에 굉장한 굉음이 들려왔다.

콰쾅! 쾅!

“워어어어! 뭐야?”

동시에.

쾅!

내 앞에 있던 옷장도 닫혀버렸다.

“와아악! 형님들 보셨죠? 보셨죠? 이래도 주작이라고 하실 건가요. 시바알...”

나는 침을 한 번 더 삼킨 후 다시 말을 꺼냈다.

“형님들, 들으셨어요? 제가 들어온 출입문 닫히는 소리 난 거 같은데. 분명 활짝 열어 놓고 왔는데.”

ㅡ ㅋㅋ 지랄. 안 들렸는데?

ㅡ 자동문인가 보지

ㅡ 열쇠 꼽는 문이었음

ㅡ 그럼 그게 어떻게 잠김?

ㅡ 개소리하는 거임. 내기할래?

자꾸 부정하는 몇몇의 시청자들 나도 사람인지라 살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짜 내기하실래요 형님?”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하자 ㅅㅂ 5만 원빵

옳다고나.

너 잘 걸렸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끝나면 아쉽지.

나는 검지를 들어 카메라에 갖다 댔다.

“5만 원은 무슨. 10만 원 빵 가시죠. 열려 있으면 이 옷장 다시 열고 들어가서 해 뜰 때까지 있겠습니다! 쫄리시면 뒈지시고요.”

ㅡ ㅅㅂ 세기의 대결

ㅡ 주작선동충과 돈미새의 대결이다

ㅡ 존나 흥미진진하네

ㅡ 이기는 편 내 편

ㅡ 난 못 들음. 주작선동충한테 한 표

ㅡ 나도

ㅡ 난 솔직히 못 들었는데 비제이한테 한 표

ㅡ 이유는?

ㅡ 돈미새는 돈 걸고 질 리가 없음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OK 콜. 대신 뜸 들이지 말고 지금 바로 내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나이답게 그럼 빠르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 2층 작은방을 벗어나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내려갔다.

쿵. 끼이이익-

쿵. 끼이익-

듣기 싫은 그 소리를 또다시 들으며 반을 내려왔고.

그런데.

드르르륵...

1층 큰 안방 쪽에서 문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1층에 다 내려오지 않아 통 보이질 않았다.

당연히 바람으로 인한 개폐 문제라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갔고

1층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와아아아아악! 시... 시발! 누구야!”

순간, 1층 안방에서 있는 그 무엇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온몸에 전해지는 한기를 느끼며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물귀신을 봤을 때와 똑같은 그 느낌이다.

저거 사람 아니다.

빨간 원피스를 차려입은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날리며 2층으로 몸을 돌렸다.

아니. 그 순간에도 현관을 잽싸게 카메라에 비추고 2층으로 점프하듯 올라갔다.

타다다다닥! 끼익- 끽-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2층 문을 닫고 잠가 버렸다.

딸깍.

“헉! 헉! 허억! 시발! 형님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보조 폰을 빠르게 두드렸다.

검색어 : 비촌동 세 자녀 살해 사건.

그리고 수많은 글 중에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는 글 하나를 터치했다.

[ 자신의 세 딸을 살해한 극악무도한 엄마의 실물 사진입니다. 그 당시,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을 땐, 숨이 멎어가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굉장히 섬뜩했다고 합니다. 풀어 헤친 머리가 허리까지 왔고 얼굴은 굉장히 창백했으며... 엄마는 잔인하게 막내딸까지 살해한 뒤, 옷장에 넣고 테이프를 칭칭 감았... ]

나는 살며시 옷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방금 1층에서 본 그 얼굴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방송화면이 자꾸 일시정지되며, 끊김 현상도 일어났다.

동시에.

쿵. 끼이이이익-

쿵. 끼이이익-

ㅡ 시발. 카메라 왜 이래?

ㅡ 야. 카메라! 카메라 노이즈!

ㅡ 아씨 버퍼 엄청 심하네

ㅡ 나만 화면 멈춘 건가?

ㅡ 나도 멈춤

“시바! 형님들! 형님들? 제 말 안 들리시나요?”

한참을 불러도 채팅창은 올라오지 않았다.

실랑이를 하던 나는 결국.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방송이 꺼짐과 함께 아무도 지켜봐 주는 사람 없이 혼자가 되어 버렸다.

시발, 좆 됐다.

이 말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공포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몸에 몸살이 오는 것처럼 오한이 드는 것도 모자라 하얀 입김도 서리기 시작했다.

가방에 있는 소금, 팥, 햅쌀을 모두 꺼내 양손에 쥐었지만.

문밖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천천히 나에게로 향해오고 있었다.

동시에 닫혀 있는 옷장 안에서, 고스트 박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치이이익- $#%$^% 꺄아아아악! 엄마 잘못했어요! 엄마 잘못했어요! 치이이이익- ]

귀를 찌르는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고.

곧이어 충격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둔탁한 중년의 여성 목소리로 바뀌더니.

[ 애들이 말을 안 들어... 애들이 말을 안 들어... 애들이 말을 안 들어... ]

나는 금방이라도 햅쌀과 소금 팥을 다 던질 기세로 꺼내놓았다.

나는 거침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 떴다.

“연우야,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빠져나갈 수 있어. 나갈 수 있다.”

나는 심장을 옥죄어 오는 공포에 지지 않기 위해 소리쳤다.

“시... 시발! 와 봐! 와 봐!”

저벅. 저벅. 저벅.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끊어졌다.

그대신.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누군가 두드리듯 문이 덜덜 떨며 소리를 토해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시바아아아알!”

나의 외침 소리와 함께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던 그것이 행동을 멈췄다.

나는 100미터를 질주한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며 문을 빤히 쳐다봤다.

딩동.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 헐이계인비너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주작이알고싶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역기접은그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짱구는잘말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비키니면접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딸깍

잠긴 문이 풀리며.

끼이이이이익.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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