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55화 (55/225)

피 흘리는 전원주택. 4

끼이이익-

덜덜 떠는 신음 소리와 함께 스스로 열리던 문이 완전히 아가리를 벌렸다.

쿵.

열린 문엔 아무도 서있지 않았다.

나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소리쳤다.

“시... 시발! 거기 있지! 숨어있지 말고 나와!”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방송 수신 관리 똑바로 안 해?

띵동.

[ 비키니면접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얘는 방송 켜놓고 누구한테 소리 지르고 있는 거냐?

“······”

떨어트린 핸드폰에서 후원창이 울려댔지만 나는 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을 뗀 순간 뭔가가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 치지지익- 죄, 죄송해요 치지지익- 안 그럴게요 치익- ]

고스트 박스가 들려주는 소리가 닫힌 옷장 속에서 밖으로 흘러나온다.

옷장에선 뜻 모를 소리가 흘러나오고, 내 정신은 혼란스럽다.

나는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 뗐다.

석상처럼 굳어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터벅. 터벅.

나는 돼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문으로 다가갔다.

“물귀신이랑도 싸워서 이긴 몸이다! 너 따위...”

촤악!

문 앞 팥을 던지며 센 척도 해봤지만 별 반응이 없다.

이내 문밖에 나와 주위를 손전등으로 비추어 봤다.

아무것도 없다.

시커멓게 곰팡이가 낀 시멘트.

갈기갈기 찢어진 목재 벽만 적나라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도대체 뭐야.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어느샌가 소나기도 정말 귀신같이 그쳐버렸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거치대에서 떨어진 핸드폰을 주웠다.

“하. 시바 스크래치 생겼...”

ㅡ 아우 깜짝이야

ㅡ ㅅㅂ 물 귀신인 줄 알았네

ㅡ 미친놈 손전등을 왜 얼굴에 비춰

ㅡ 얼굴 치워!

ㅡ 으힉! 콧구멍도 치워!

“죄송합니다. 형님들. 잘 안 보여 가지고...”

나는 거치대에 핸드폰을 다시 꽂았다.

아니. 꽂기 전에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

“아. 맞다. 흉가 형님! 아까 방송 꺼지기 전에 보셨죠? 출입 문 닫혀 있는 거!”

ㅡ 으힉! 또 지랄

ㅡ ㅅㅂ 그 얘기를 꼭 그렇게 가까이 대고...

ㅡ 일부러 그러는 거냐

ㅡ 아니 못 봤는데?

시바넘이...

급박한 그 와중에도 카메라까지 비추고 거의 날다시피 올라왔는데 그걸 못 봤다고?

시치미 떼고 있는 거 아냐?

나는 카메라에 대고 잔뜩 한숨을 쉬었다.

“진짜 못 봤다고요? 진짜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청자들에게도 물었다.

“형님들. 형님들도 못 보셨나요?”

ㅡ 입틀막

ㅡ 네가 놀라서 헉헉댈 때부터 끄... 끊긴 것 같은데?

ㅡ 마... 맞아. 나도 못 봄

ㅡ ㅅㅂ 졸라 아쉽다

ㅡ 결국 다시 가줘야겠어

‘하. 시벌... 일부러 한 번 더 가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빨간 원피스, 그 형체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면 기겁...

아니. 기겁이 뭐야 시발. 기절을 할 것 같은데.

그 순간.

[ 치지지지익- 잘못했어요 치지지지익- 잘할게요 ]

[ 치지지익- 살려주세요 치지지지익- 꺄야아아아아악 ]

“워어어어!”

아이의 음성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여태껏 고스트 박스는 이렇게까지 많은 대답이 들려주지 않았다.

한 질문을 던지고 세월아 네월아 대답 기다리는 건 기본.

그렇다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주 상반된다.

마치 겁에 질린 듯한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저거 설마 그 딸들 목소리 아닐까?

ㅡ ㅅㅂ 저거 뭐야 진짜.

ㅡ 녹음기 넣어 놓은 거 아니냐?

ㅡ 진짜 소름이긴 하다 ㄹㅇ로다가

ㅡ 주 to the 작

ㅡ 집에 불 다 켜 놨다 쓰벌 와...

나는 오싹오싹 소름이 돋는 가운데 옷장을 빤히 쳐다봤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세 딸 중 막내.

발견 당시에는 유독 끔찍하게 살해된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아주 가여워 보였다.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은 탓에 옷장에서 발견되었을 당시.

20Kg로도 채 되지 않는 몸무게에 온몸 전체가 피멍이 든 채 발견되었다고 했다.

겨우 4학년, 11살이라는 나이.

40Kg는 평균적으로 나가야 할 몸무게가 불과 6살의 몸무게였다.

마치 인간 미라 그 자체의 모습으로 말이다.

[ 치지지지지익- 배고파요 치지지익- 흑흑흑 ]

“시바...”

욕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왔지만 조금 전과는 느낌을 받았다.

흐느끼는 소리가 애절하다.

옷장에 갇혀 저렇게 울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저 서늘하고 낡은 옷장에 여자아이가 갇혀 있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 치지익- 어 엄마 치지익- 흐흑 잘못했어요 치익- ]

나는 닫혀 있는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옷장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ㅡ ㅅㅂ 핵 소름

ㅡ 흉가 사연이랑 고스트 박스 소리랑 너무 딱 들어맞는 거 아니냐?ㄷㄷ

ㅡ ㄹㅇ 유트브 각이다

ㅡ 주작이라고 생각해도 왠지 울컥하네...

상상이 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동시에 화도 치밀어 올랐다.

그 어린 나이에 꽃도 피우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음을 당한 것이.

얘들아.

혹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옷장 속에 갇혀 있는 거니?

그런 거니.

아니러니하다.

이 상황에, 이 흉가에서, 가슴이 울컥거린다.

[ 호로록맛있져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노잼이다. 1층 가자. 라디오 소리에 진지 빨고 있는 거 ㄹㅇ 노잼

나는 문에 손을 대고 있는 상태로 말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조금 있다가 내려갈게요.”

나는 일단 가방에 있는 소금과 팥, 햅쌀을 꺼냈다.

그걸 내 주변에 골고루 뿌렸다.

혹시 해코지라도 당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옷장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헌 옷 아래 위치한 고스트 박스는 고요했다.

곧장 가방에서 초를 꺼내 켰고 옷장 양옆에 놓았다.

그리고 배.

아니, 사과, 포 할 것 없이 모두 꺼내 올렸다.

[ 호로록맛있져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지금 내려가라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후원 소리에 나는 담담히 답했다.

“환불해 드릴게요. 방송국에 쪽지 남겨 주세요.”

ㅡ 여러분 비제이가 드디어 미쳤습니다!

ㅡ 돈미새가 후원 거절을?

ㅡ 내일 금동아일보 1면에 뜰 듯

ㅡ 빙의된 게 확실해

ㅡ ㅅㅂ 큰 그림 그리나

ㅡ 개 놀람

ㅡ 그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중

그때.

쿵. 쿵!

삐걱. 삐걱. 삐걱. 드르르륵.

1층에서 거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쭉 흘렀지만, 나는 오히려 큰 소리로 외쳤다.

“시바아아아알! 오지마아아! 와 봐! 와 봐! 시발!”

나의 쩌렁쩌렁한 소리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옷장을 다시 바라봤다.

아이들에게 입감이 되니 이건 꼭 해주고 싶었다.

무릎을 꿇고 합장했다.

“봅시다. 가봅시다. 좋은 국토 가봅시다. 천상인간 두어두고 극락으로 가봅시다. 극락이라 하는 곳은 온갖 고통 전혀 없어 황금으로 땅이 되고 연화로서 대를 지어 사십팔원 세우시고 구품연대 버려시사······.”

쾅! 쾅!

또다시 1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왕생가를 이었다.

“반야용선 내여 보네 염불중생 접인할제 팔보살이 호위하고 인로보살 노를 저어 제천음악 가진풍류······.”

ㅡ 불경?

ㅡ 뭔가 뜬금포지만 진심인 것 같아 멋있어 보이네

ㅡ 이런 것도 있음?

ㅡ 처음엔 동요 같았는데 들을수록 신묘하네

ㅡ 아... 이거 왕생가다.

ㅡ 그게 뭐임?

ㅡ 영가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외워 주는 불경임

“반조자성 간단없이극락으로 찾어가 나무아미타불.”

나는 말을 내뱉고 나서도 눈을 감고 아이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 순간.

띵동.

[ 시간을달라는소녀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애기야. 이거 들고 가서 맛있는 것 많이 사 먹고 꼭 행복해!

띵동.

[ 안토니오밥다됐쓰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그걸론 부족할 테니 이것도 가져가. 천국에선 마음껏 뛰어놀아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이건 내가 진 거 인정해서 주는 거 아니다.

띵동.

[ 추적60인분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어엉ㅇ흐긓그흑ㅇ허헉흑흑 화이링...

띵동.

[ 보노보노야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노잣돈. 길 잘 찾아가 애기들아.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막내딸에게 주는 동시에 네 미션이다. 엄마가 쓰던 안방 가기

또다시 울컥한다.

그렇게 쥐 잡듯이 날 괴롭히던 시청자들이 오늘은 한마음이다.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역시 형님들... 감사합니다.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ㅡ 야 울지 마 왜 울어

ㅡ ㅅㅂ 웃고 있는 거 같은데?

ㅡ 에이 설마

ㅡ 님. 잇몸 만개하고 우는 거 본 적 있음?

ㅡ 시발. 방금 해봤는데 그림이 이상하네

ㅡ 옘병. 큰 그림이었다.........

ㅡ 씨발... 너란 남자

매일 같이 심한 장난을 쳐대도 결국 정 많은 사람들 같다.

“후우...”

나는 옷장을 바라보다 이내 뒤돌아섰다.

막상 엄마가 쓰던 안방을 가야 하는데 도저히 내키지가 않는다.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신까지 끔찍하게 자살한 그 방.

그 순간.

멈췄던 소나기가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쏴아아아아아아.

천둥번개까지 성이 난 듯 고막을 때려왔다.

콰쾅! 콰콰콰쾅!

마치 나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후우... 후우...”

나는 심호흡을 두 차례 한 후 입을 열었다.

“형님들. 연우 끝까지 갑니다.”

기분 나쁜 소리를 흘려대는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정문에 잠겨있는 문을 한번 비추어 주었다.

“닫혔어요. 형님들.”

나는 조심스럽게 손전등을 들어 안방을 비추었다.

굳게 닫혀 있는 문.

쿠웅- 쿠웅-

안에서는 무언가에 부딪히는 옅은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ㅡ 뭐야 이 소리는 또

ㅡ 저기 안에도 큰 등이 있나 본데?

ㅡ 아까는 안 들렸잖아

ㅡ 오늘 바람 오지게 불어서 그런가 봄

ㅡ 야 빨리 열어봐 봐

뜸 들이면 분명 사람들이 뭐라고 할 텐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문 손잡이를 잡지도 못했다.

너무 두려웠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보지도 않은 안방의 환경이 그림처럼 그려지고 있다.

기사에서 대충 확인했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살해당한 아이들과 엄마가 안방에 그대로 누워 있을 것만 같은...

“후우... 후우... 형님들. 잠시만... 하...”

결국, 고개를 돌렸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잠시 숨 좀 고른다는 핑계를 대려는데.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안방의 안쪽에서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와아악! 시벌. 전화기? 전화기 소리가 왜 나죠? 형님들?”

ㅡ 전화가 걸려왔으니까 세캬!

ㅡ 빨리 가서 받아 봐

ㅡ ㅅㅂ 전기 당연히 끊겼을 텐데

ㅡ 와. 시발 잠깐만 나도 긴장된다

ㅡ 나도 잠깐! 불 좀 켜고!

ㅡ 답답하게 하지 말고 방문 열어 빨리!

ㅡ 뭐든지 확인만 하면 됨 ㅇㅇ

그래, 맞는 말이다.

무엇보다 나에겐 빠른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

카메라는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정면을 비추게 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문을 활짝 열어 재꼈다.

“에라이 시바아알! 난 못 보겠다!”

몇 초가 지났을까?

아무 반응이 없다.

고요한 정적만 흐를 뿐이었다.

반복적으로 들리던 그 쿵 소리와 전화벨 소리도 일제히 멈췄다.

그럼에도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입으로만 떠들어댔다.

“혀... 형님들! 제 앞에 뭐 있어요? 방 안에 뭐가 보여요? 빨리 후원창으로 얘기 좀!”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한참 동안 후원창이 울리지 않자 답답한 나는.

살며시 눈을 뜨려는데.

띵동.

[ 난앓아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개 씨발! 저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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