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68화 (68/225)

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3

내 입에선 반사적으로 감사 인사가 튀어나왔다.

“하이고오오오! 우리 마라탕 형님 감사합니다! 분부하신 데로 흉가 형님을 데려...”

때마침.

저 멀리서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남자가 뛰어온다.

흉가 형님이었다.

나는 입관실을 잠시 빠져나와 형님을 멈춰 세웠다.

“형님. 형님!? 왜 그러세요?”

흉가 형님은 질린 표정으로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헉··· 헉···”

그런데, 슬쩍 카메라를 의식하더니 표정을 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어깨에 손을 얹더니 중얼거렸다.

“아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 입관실.”

하지만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흉가 형님을 살폈다.

“형님 웬 땀이 이렇게···”

목 라운드 부분부터 시작해 등 전체가 땀에 잔뜩 젖었다.

뭐야 이거? 완전히 홍수 수준인데.

“응? 내가 원래 몸에 열이 좀 많아. 다운증이라.”

“그건 다한증 아닌가요?”

“어. 다한증. 다한증이라고 했는데?”

ㅡ 우기는 게 생활이네

ㅡ 혓바닥 뽑자

ㅡ 그나저나 몰골 왜 이래?

ㅡ 사우나 들어갔다 왔냐

ㅡ ㅋㅋ 누가 세숫대야로 물 뿌렸냐고

ㅡ 곧 탈수로 죽겠다

나는 가방에 있는 물을 꺼내 흉가 형님에게 건넸다.

“형님 정신 좀 차리시고 일단 이것 좀 드세요.”

흉가 형님에게 생수병을 건넸다.

어찌나 급하게 넘기는지 물 넘어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꿀꺽꿀꺽.

그러다 뒤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하··· 시발 뭐지···”

“네? 뭐라고요 형님?”

“아··· 아니야.”

1층에서 헛것이라도 본 건가?

ㅡ 자. 다시 입관실로 ㄱㄱ

“네. 형님.”

나는 후원창을 듣자마자 입관실로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흉가 형님은 자연스럽게 날 따라왔고.

들어오자마자 유리 너머에 있는 관을 가리키며 또다시 기겁했다.

“뭐야! 시발? 관? 관! 관이 왜 여기 있어?

“모르겠어요. 그냥 그대로 버리고 간 거겠죠?”

“뭐? 시신을 버리고 갔다고?”

“에이... 설마요. 관만 버리고 갔겠죠.”

ㅡ 개 깜놀하넼ㅋㅋ

ㅡ 눈 튀어나오겠다

ㅡ ㅋㅋ 괜찮냐 주작선동충?

ㅡ 끝까지 허세 부릴껴?

ㅡ 야... 겨드랑이 좀 어케 해봐

ㅡ 회색 옷이 검정 옷이 되는 마술

ㅡ 옘병 겨드랑이에 호수 꼽아놨냐고

ㅡ ㅅㅂ 눈갱

나는 관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저 관에 죽은 고인의 시신을 모셔두는 거겠죠?”

“그··· 그치.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곳이잖아 여기가.”

난생처음이었다.

입관실을 들어온 것도.

입관실에 있는 관을 보는 것도.

으... 시벌. 소름 끼치네...

ㅡ 가서 관 뚜껑 열어라 5만 원.

“네!? 형님?”

가슴이 철컥 내려앉았다.

쳐다만 봐도 소름 끼치는데, 도대체 저걸 어떻게 열으라는 거야?

너네라면 할 수 있겠냐.

여는 것도 문제지만, 열고나서도 문제다.

저 안에 혹시, 혹시나 시신이라도 있으면···

없던 것도 생겨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날 덮치면···?

으··· 시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정신 차려 연우야.

쫄지 마.

시벌. 그래도 저 시커먼 관은 너무 무섭다고.

“후우··· 후우···”

나는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다듬으며 관짝 앞에 다가섰다.

여전히 손이 달달 떨려댄다.

“하··· 미치겠네···”

ㅡ 흑기사 가능.

내 귀가 번뜩였다.

“진짜요 형님?”

나는 반사적으로 흉가 형님 쪽으로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내 눈빛을 본 흉가 형님이 다급하게 손을 저어댔다.

“왜? 에이··· 아냐 아냐. 아니지. 연우 방송 감 없네. 방송 보는 시청자들은 네가 하는 걸 보고 싶어 해.”

[ 귀신씨나락까먹는소리하고있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아니 네가 하는 거 보고 싶은데

ㅡ 왜? 쫄았냐?

ㅡ ㅇㅇ 바짝 쫄은듯

ㅡ 그 정도는 너한테 식은 죽 먹기 아님?

ㅡ 너무 쉬워서 하품이 막 나오지 않음?

ㅡ 쫄보가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줘

ㅡ 흑기사! 흑기사! 흑기사!

멀뚱히 서 있는 흉가 형님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형님··· 형님도 너무 무섭죠?”

흉가형님은 관으로 시선을 돌려 땀을 한번 또 쓸어내렸다.

그리고 피식 웃어 보였다.

“무섭기는. 이 딴 게 뭐가 무서워. 그냥 내가 쉽게 해버리면 방송이 재미 없을까 봐 그렇지.”

ㅡ 아니. 개콘보다 잼있어

ㅡ ㅇㅈ 레알 코미디임

ㅡ ㄱㄱㄱㄱㄱ 해봐

“하, 참.”

채팅창을 훔쳐보던 흉가 형님이 성큼성큼 관으로 다가갔다.

“하... 진짜 형님들... 나 진짜 안 쫄았다니까요. 이거 어차피 빈 관이잖아.”

흉가 형님이 다짜고짜 관짝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똑. 똑.

“어!? 시발! 뭐야 시발! 무슨 소리가 나는 거 같은데?”

“?”

흉가 형님이 화들짝 놀라며 관에서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리고 멀찌감치 서서 관을 지켜봤다.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던 흉가 형님이 나에게 물었다.

“누가 두드리는 소리 들리지 않았어?”

“네? 저는 못 들었는데···”

“아닌데. 아닌데··· 진짜 들렸는데. 잘 못 들었나?”

흉가 형님은 손에 들린 EMF 측정기를 연신 확인했다.

하지만 0단계. 램프는 반응이 없었다.

ㅡ 야 안 쫄았다며 다리는 왜 그렇게 떨어

ㅡ 지진 온 줄 알았네

ㅡ 주작이라드니 EMF 측정기 아주 껴안고 사넼ㅋㅋ

ㅡ 야 쟤 얼굴에 수건 좀 둘러줘라

ㅡ ㅅㅂ 혼자만 온풍기 쐬고 있나

ㅡ 사우나 100도짜리 가도 저거만큼은 안 흐르겠는데

흉가 형님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린다.

시바... 저 기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

정신이 나갈 것 같을 거다.

이제 현장감이 어떤지 확실하게 알았지?

“하. 분명히 들었는데···”

흉가 형님이 다시 관에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더니.

다시 관을 두드렸다.

“······? 시발 내가 잘 못 들었······”

“워! 이봐! 이봐! 시발! 이번엔 들었지?”

흉가 형님이 껑충거리며 내게 날라왔다.

내 옆에서 관을 노려보며 시발 시발 거린다.

ㅡ 너 뭐 하냐?

ㅡ 도대체 뭐가 들렸다는 거여?

ㅡ 뭔 소리야? 관 안에 누가 있다는 건가?

ㅡ ㅅㅂ 있을 리가 없자나

ㅡ 그나저나 게스트 거품 물겠다

ㅡ ㅋㅋ품에 안긴 모습이 굉장히 소녀스럽네

ㅡ 또 또 카메라 의식하네ㅋㅋ

말이 무섭게 흉가 형님이 내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번 했다.

“크흠. 야. 일부러 너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진짜 못 들었어?”

“······네.”

“하. 시발··· 안에서 누가 분명히 두드렸는데···”

“형님··· 겁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니에요?”

폐가에 찾아올 때면 항상 겪는 일이긴 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근데 뭐지? 정말 나는 못 들었는데.

[ 오늘은하나도안무서워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아니. 무슨 뚜껑 하나 여는데 하루 온 종일 걸리누. 때려 쳐! 쫄보색갸

그 말에 욱했는지.

흉가 형님이 한 손으로 얼굴을 훔친다.

“형님들, 정말 아니라니까요.”

흉가 형님이 숨을 한번 크게 내뱉더니.

곧장 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관 뚜껑을 홱 하고 열어젖혔다.

동시에 안을 확인도 하지 않고 전처럼 껑충 물러섰다.

순간,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내 몸도 잠시 움찔댔다.

하지만 그저 조용했다.

나는 뚜껑을 열고 멀리 떨어진 흉가 형님을 쳐다봤다.

“왜 열어줬잖아? 난 할 일 다 했어. 이제 네가 확인해.”

나는 마지못해 천천히 관으로 다가갔고.

저벅. 저벅.

손전등을 들어 관 속을 확인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그저 누런색 바탕의 옷만이 곱게 놓여 있었다.

이 옷은 대체 뭐지?

나를 지켜보던 흉가 형님이 다급하게 묻는다.

“왜. 왜? 왜 그래? 뭐 있지? 뭐야?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잖아.”

“옷밖에 없는데요···”

ㅡ 삼베로 만든 수의네

ㅡ 고인 몸 깨끗이 닦아주고 저 옷 입히는 거야.

ㅡ 으... 저 옷은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ㅡ 저 새끼 호들갑에 괜히 긴장했네 ㅅㅂ

ㅡ 야 흉가 놈 아무것도 없잖아 새꺄

ㅡ 하여튼간 겁은 더럽게 많아가지고

흉가 형님이 계속 관과 EMF 측정기를 들여다보며 갸우뚱거린다.

“어... 그런데 형님들. 관 여니까 향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옷에서 나는 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조금 숙여 냄새를 맡아봤지만 옷에서 나는 냄새가 아닌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을 천천히 들춰 봤다.

흉가 형님은 그런 나를 입을 벌리며 지켜봤다.

“워어어어! 이 자국 뭐야 형님들!”

나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옷을 들춘 그 밑에는 사람이 누워있었던 흔적인지.

사람 형체의 자국이 버젓이 남아있었다.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삼베수의를 꺼내 입고 관 짝 안에 누워서 1분 버틸 때마다 만 원.

나는 사고가 정지된 사람처럼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형님··· 그건 좀···”

죽은 고인 몸에 두루는 옷을 산 사람 보고 입으라니.

그건 좀 아니잖아요.

게다가 저기 고인이 누웠던 흔적인지, 사람 형체가 노골적으로 찍혀있는데.

그 위에 몸을 얹으라고요?

옆에 있던 흉가 형님도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었다.

“근데 큰손 형님 미션이 좀 심하긴 했다. 저건 아무리 연우라도 못 하지.”

ㅡ 그럼 너라면 한다는 소리?

ㅡ 오호... 이거 솔깃한데

ㅡ 그럼 보여줘 봐

ㅡ 말만 하지 말고 개색갸

ㅡ 땀만 존나게 흘리네 스발넘

ㅡ 쓰나미 얼굴로 막았냐?

ㅡ 장례식장 침수되것다 새꺄

내 말이 그 말이다.

아무리 후원을 해준다고 한들, 저 옷 입고 저길 들어가는 미친놈이 있을까.

그런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하지만 내 손은 본능적으로 옷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니. 만지작거리다 문득 든 생각에 멈칫거렸다.

“형님···”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흉가 형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흑기사 가능하신가요?”

흉가 형님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버럭 할 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 후원창이 조금 더 빨랐다.

ㅡ 야. 걔 시키지 마. 말만 하는 놈이야. 아까 못 봤냐?

ㅡ 인정. 뭔 놈의 뚜껑 여는데 10분을 넘게 호들갑을... ㅅㅂ

흉가 형님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가 만지작거리던 옷을 확 빼앗아 잡았다.

그리고 입기 시작했다.

“아··· 시발. 안 쫄았다니까 자꾸 몰아가네. 잘 봐. 마지막이다. 형님들.”

흉가 형님은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관에 다리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하, 시발···”

그리고 이윽고 관에 누워 버렸다.

시벌··· 이걸 진짜 한다고?

그렇게 반듯하게 누운 흉가 형님은 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초 빨리 세 봐. 빨리 세. 시발.”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관 뚜껑 닫아.

나는 흉가 형님에게 말했다.

“형님, 이왕 들어가신 거 관 뚜껑 좀...”

흉가 형님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하지만 말은 반대로 하며 핸드폰을 꺼내 내 방송에 들어왔다.

“안에서 지켜본다. 이상한 짓 하면 알지?”

“당연하죠. 형님. 정말 주작 안 합니다. 안에서 지켜보시면 아실 거예요.”

“하, 시발 내가 살다 살다 수의 입고 관에······.”

드르륵.

나는 흉가 형님의 말을 더 듣지 않고 뚜껑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정말 유족인 사람처럼 유리 너머로 나가, 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에 담았다.

“형님들 이제 초 세겠습니다. 1초···.”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관이 덜컹덜컹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이어 관속에서 먹먹하게 흉가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아악! 시발! 뭐야 이거! 야! 야! 뚜껑 열어 봐! 뚜껑! 뭐 있어! 여기 뭐 있다고 시발!]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리액션이 기가 막힌 형님이네요. 20초, 21초···”

쿵! 쾅! 쿵! 쾅!

[ 시발! 진짜라고! 야! 연우야! 어? 시발!? 더듬어. 뭐가 나 더듬어! 연우야. 아니 연우님! 빨리 열어주세요! 시바아아알! 제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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