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71화 (71/225)

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6

“혀···형님들.”

분명 내 입은 중얼거리는데.

시청자들에게 닿지 않는다.

ㅡ 후원받더니 감격했나 말이 없어 왜

ㅡ 1분도 안 돼서 10만 원 벌었는데 개꿀이지?

ㅡ 나 같아도 감격할 듯

ㅡ 진짜 오늘 횡재했네 연우

ㅡ 근데 그 봉투에는 뭐가 들었던 거야?

ㅡ 우리도 좀 보여주지 ㅅㅂ

ㅡ 겁나 궁금하다

시발! 좃댔다.

방심했다.

그나저나 몸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나 좀 살려줘. 형님들. 형님들!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내 앞에 보이는 영정사진이 움찔거렸다.

동시에 한기가 점점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대번 그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느낌. 처음이 아니었다.

솜털이 곤두서고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움직여라.’

마음속으로만 계속 떠들어대는 와중.

분향소 뒤 쪽에서는 한 여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고 전통의복까지 차려입은 영정사진의 여자였다.

경악스러웠다.

얼굴이 물에 빠진 사람처럼 새파랗고, 핏줄들이 거미줄처럼 찍혀 있다.

게다가 기이한 걸음으로 움직일 때마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으드득. 드득.

[ 치지지익- 교통 치지익- 사고 치지지익- 죽었다 ]

고스트 박스가 흘려대는 목소리에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오··· 오지 마. 저리 가. 저리 가세요! 제발.”

ㅡ 아니. 이 새끼 누구보고 얘기함?

ㅡ 허공에 대고 또 연기 시작이네 이놈

ㅡ 귀신이라도 봤나?

ㅡ 야! 봉투나 좀 보여 달라니깐!

ㅡ 시바. 개 색갸! 안 들리냐!

ㅡ 쟤 고스트 박스랑 대화하는 것 같은데?

여자는 손톱이 길게 나있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내 얼굴을 천천히 감싼다.

그리고 등 뒤로 돌아 빈틈없이 나를 꽉 감싸 안는다.

차가웠다.

얼음장보다 차가운 여자의 손길은 나를 더 꼼짝 못 하게 옭매였다.

[ 치지익- 낄낄 치지지익- 도망 치지익- 못가 ]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기운이 빠진다.

마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나는 두 입술에 바느질을 해놓은 듯 굳게 닫혀있는 입을, 억지로 열어 힘겹게 중얼거렸다.

“시··· 싫어!”

대답 때문이었을까.

내 얼굴 옆으로 살기가 잔뜩 느껴졌다.

가까스로 눈알을 굴려 오른쪽을 쳐다봤는데.

시발······.

여자는 굳어있는 내 얼굴 옆에 바짝 붙어 나를 죽일 듯 째려보고 있었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난 아직 여자도 한번 못 사귀어본 몸인데.

귀신이랑 결혼이라니.

게다가 나 아직 미성년잔데······

나는 가까스로 트인 입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귀신 누님. 일단 지··· 진정 좀 하시고 저와 대화를 좀! 악 시발! 더듬지 마시고 일단 제 말을 좀···.”

귀신과 접촉해 기운을 다 뺏겨버리면 죽는다던데.

이러다가 나 죽는 건 아니겠지?

그럴 때마다 여자는 시퍼런 손으로 내 몸을 더 보물단지 마시듯 어루만졌다.

[ 치지지익- 좋아 치지지익- 내꺼 치지지익- 결혼 ]

“시벌! 이건 결혼이 아니잖아··· 어. 어? 거긴 안 돼. 시바! 어딜 만······ 어우··· 이 귀신색갸!”

내가 19년간 소중하게 지켜왔던.

본의 아니게 지켜질 수밖에 없었던 순결을 빼앗길 뻔한 순간이었다.

여자가 멈칫거렸다.

곧이어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어! 설마···?”

나는 선녀보살님에게 받은 부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속옷 한 쪽 부분에 잘 꿰매놨었다.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게.

그게 신의 한수였을까.

건강을 기원하는 부적이긴 해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입도 제대로 트여버렸다.

“헉··· 헉. 형님들! 시발! 몸이 안 움직여요! 가위에 눌린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ㅡ 이건 무슨 개소리야?

ㅡ 또 뭔 지랄을 하는 겨?

ㅡ 아니. 가만히 서 있었자나

ㅡ 근데 호흡이 왜 이렇게 거칠어?

ㅡ 천천히 얘기해 봐

ㅡ 또 큰 그림 그리나?

ㅡ 이 새끼 지린 것 같은데?

ㅡ 지려서 못 움직이고 있는 거?ㅋㅋㅋㅋ

나는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손이 내 몸을 더듬거릴 때마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 치지지익- 도망 치지지익- 죽인다 치지익- 살해 ]

“시··· 시벌! 형님들! 고스트 박스 음성 들리시죠! 지금 귀신이 저한테 달라붙어 있습니다! 제 기운을 다 빼앗고 저를 죽여서 남편 삼으려고 한다고요!”

ㅡ 아니. 뭔 일이여? 그래서 뭐 어떻게 도와 달라고

사실, 방송으로만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도 안 하느니 못하지 않을까?

“혀··· 형님들! 귀신 좀 자극해 주세요! 아니! 귀신한테 욕 좀 해주세요! 빨리요!”

귀신의 시선을 돌릴 수만 있다면 틈이 생길지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미친놈 같은 내 말을 믿어주는 몇몇의 시청자들이 고스트 박스를 향해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ㅡ 야 이. 귀신 새꺄! 뭐 하길래 우리 연우를 괴롭히냐!

ㅡ 사진 보니까 40대는 돼 보이는데! 이 아줌마야!

ㅡ 저기 시골 내려가서 감자나 캐라 귀신아!

ㅡ 훠이훠이! 근데 이거 맞아···?

[ 치지지익- 낄낄 치지익- 키스 치지지익- 좋아 ]

순간, 고스트 박스가 흘려대는 음성에, 내 눈이 희번득거렸다.

“시바아아알! 시바아아아알!”

[ 그리움만싸인회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이 미친 노땅년아. 어디 새파랗게 어린애를 데리고! 썩 꺼져라!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나이차가 띠동갑이 넘게 차이 나는데 에라이 도둑년 같은 늙은 년아!

[ 나문희열리네요순재가들어오죠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쭈글쭈글 못생긴 귀신! 그러니까 결혼 못 하고 죽었겠지!

나를 더듬고 있던 여자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어? 어!?

화가 난 것일까.

이제는 시체 썩은 심한 악취까지 뿜어내며 살기를 뿜어댔다.

[ 치지익- 남자 치지지익- 다죽여 치지지익- 역시 ]

“좃댔다. 혀··· 형님들.”

[ 임아린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이 나쁜 귀신아! 우리 사장님 괴롭히지 마라! 사장님 내꺼다 ♥

“······?”

임아린?

그보다 하트 뭐야 시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며 온몸에 피를 펌프질하기 시작한다.

피가 세차게 전해지는 팔, 다리, 얼굴 모두 조금씩 움직였고.

나는 허공에 주먹질을 세차게 가하며 구속에서 헤어 나왔다.

“나는 아린이거드아아아아아아!”

ㅡ 어우 깜짝이야 시발

ㅡ 뭐야? 된 거야?

ㅡ 후원은 같이 했는데 왜 아린이만 찾아 개색갸

ㅡ ㅅㅂ 우린 겉절이야?

ㅡ 뭔가 존나 씁쓸하네

ㅡ 옘병 후원해 봤자 개뿔 소용없다

ㅡ 근데 뭐 보여야 알지

ㅡ 근데 아린 님 하트 뭐임? 미션 받았나요?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나는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여자는 역시나 감쪽같이 모습을 숨겼다.

어디 있는지 도통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단 가방에 있는 팥을 한 움큼 내 입에 처넣었다.

다시 붙을 귀신에게서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EMF 측정기를 들었다.

역시 나에게서 떨어져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액자 쪽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역시···

나는 재빨리 고스트 박스를 챙기기 위해 영정사진 아래로 손을 뻗었다.

뭔가가 훅! 하고 내 손을 잡았다.

덥석!

내 손 위로 시퍼런 손 하나가 더 얹어졌다.

“워어어어어! 시바아알! 형님들!”

나는 기겁하며 남은 한 손으로 그 손을 벗겨내려 힘썼다.

“이거 놔! 이거 놔! 이런 미친! 아악!”

뜯어내고 잡히고, 뜯어내고 잡히고.

“시바아아알!”

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겨우 손을 벗겨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20개가 넘는 계단을 넘어.

장례식장 입구를 통해 쉬지 않고 뛰었다.

“시발! 시발! 시발!”

얼마나 지났을까.

[ 임아린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사장님! 어지러워요! 스톱! 스톱! 스톱!

“헉··· 헉··· 미안. 미안.”

그제야 장례식장을 뒤돌아봤다.

얼마나 많이 뛰어왔는지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ㅡ 시발 개 어지럽네. 개색갸!

ㅡ 도대체 얼마나 뛴 거야

ㅡ 한 5킬로 뛰어왔냐 지금?

ㅡ 이 정도면 걍 뛰어서 집까지 가지 그랬냐

ㅡ ㅅㅂ 이봉주인 줄

ㅡ 그것보다 계단을 무슨··· 미친놈

ㅡ 10계단을 한 번에 ㅅㅂ

ㅡ 흉가랑은 클라스가 다르다 ㄷㄷ

그제야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호흡이 안정되니 하소연도 절로 나왔다.

“하아. 시벌. 진짜 좃댈뻔했습니다. 형님들. 하마터면 귀신 잡혀 먹힐 뻔···”

내 아랫도리에 손이 들어왔을 땐 정말 울 뻔했다.

수치심이 드는 동시에, 나라를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꼰대가르송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옛다 아까 못 준 미션 금액. 고생했다.

나는 머리를 정돈했다.

그리고 옷도 정리했다.

그리고 나에게 하트를 날려준 임아린을 보며 씩 웃었다.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하이고오오오! 가르송 형님. 소중한 후원 금액 10만 원 감사합니다아아! 덕분에 이 연우 순결을 지켰습니다요오오오.”

인사를 끝낸 후.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집에 갈 수 있는 수단을 찾았다.

어딜 가든 초행길이라 어리둥절했지만, 다행히도 내가 5킬로를 달려오는 바람에 택시가 다니는 구간에 닿았다.

게다가 아주 운 좋게도 때마침 오는 택시까지 잡아타고 집 근처에서 내릴 수 있었다.

40분 후.

현재 시각 2시 44분.

현재 시청자 수 712명.

어느샌가 천명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청자 수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다시금 그 귀신이 떠오른다.

시벌, 진짜 좆 될 뻔했다···.

나는 집 앞 가로등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카메라 각도를 잘 잡아 가로등 밑에 두었다.

카메라가 비치는 정면에 서서 큰 절을 한번 올렸다.

“형님들, 누님들, 그리고 아린아. 덕분에 오늘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완전 사랑합니다.”

카메라에 손 하트까지 날리는 건 잊지 않았다.

물론, 임아린을 위한 나만의 세레머니 같은 것이었다.

또 가방에서 팥과 소금을 꺼내 내 몸에 골고루 뿌렸다.

혹시나 들러붙어 있을지 모르는 그 귀신 때문이었다.

쓰벌, 오늘 꿈에 나오면 어떡하지.

그렇게 방송을 마치려고 하는데.

[ EVANTE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오늘 이 레전드를 만들어준 흉가 놈에게 영상 편지 5만 원.

순간, 내 눈이 번뜩였다.

나는 어깨를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아이. 형님! 제가 오늘 너무 고생해서 영상편지 같은 거 할 힘이 없는데··· 잠시만요.”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날 찍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표정을 지웠고,

다짜고짜 가운데 중지를 세워 날렸다.

“EVANTE 잘 들어 이 시벌놈아. 내가 오늘 너 때문에 얼마나 개 고생했는지 잘 봤지? 그렇게 살지 마라 시벌넘아!”

순간, 미션을 준 시청자에게 욕을 하니 시청자들이 벙쪘다.

ㅡ ????

ㅡ 뭐야? 이 상황?

ㅡ 왜 갑자기 미션 준 놈한테 욕 해?

ㅡ 귀신 들렸냐 미친놈아!

나는 카메라를 째려보며 한 마디 더 이어 붙였다.

“형님들, EVANTE 쟤 혼자 차 타고 빤스런한 그 흉가 놈입니다. 흉가야, 그 더러운 후원금은 지옥 갈때나 같이 가져가라. 흉가 시블넘아!”

나는 시청자 목록에 있는 EVANTE라는 시청자의 아이디를 클릭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버튼을 눌러재꼈다.

[ EVANTE 님을 차단 하였습니다. ]

이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