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81화 (81/225)

버려진 무당집. 1

몸이 계속 땀에 젖어있다,

열이 펄펄 나 희미하게 연기까지 오르는 것 같다.

이 형님은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길래 이렇게까지 후원을···

그냥 마라탕 형님에게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변탠가?

내가 중얼거렸다.

“마라탕 형님. 혹시 뭐 하시는 분이세요?”

대답이 없다.

역시나 비밀이 많은 남자.

답을 주지 않는 마라탕 형님을 나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형님 혹시 진짜 대기업 회장 아들이세요?”

ㅡ 그런 사람이 네 방송을 찾아볼 시간이 어디 있겠냐.

ㅡ 로또 1등 당첨된 듯

ㅡ 사업? 주식? 코인?

ㅡ 피도 눈물도 없는 스타일인데 혹시 사채업자? 장기매매?

ㅡ 의외로 시골에서 모심는 사람일 수도

ㅡ 하긴 땅따먹기 하는 사람이 돈이 젤 많지

ㅡ ㄴㄴ 백퍼 대출임

ㅡ ㅅㅂ 레알 그거면 사고인데

ㅡ 그런 사람 여럿 봤다. 집안 말아먹는 놈들

나는 채팅창을 둘러보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대출? 진짜 그런 거 아냐?

이 한 달을 방송하며 수입으로 벌어들인 돈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대충 계산해도 천만 원이 넘는 금액.

일반인 신분으로서는 그저 재미 삼아 관음 하는 데에 쓰기에는 무리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정말인가요 형님?”

역시나 대답은 없다.

그저 묵묵히 침묵만을 지킬뿐이었다.

내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침묵은 긍정의 대답과 같다는데, 진짜 그런 건가?

며칠 전, 불어난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본 뒤라 마음이 찝찝했다.

나는 신당으로 걸음을 옮기다 말고 자리에 섰다.

그리고 마라탕 형님에게 다시 물었다.

“마라탕 형님 대답 좀. 정말 대출하신 건 아니죠?”

ㅡ 왜 자꾸 가다 멈춤

ㅡ 아 대출하면 어때! 그냥 빨리 가

ㅡ 이 새끼 이거 그냥 흉가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ㅡ 애매하네. 큰 형님을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ㅡ 환불해 달랠까 봐 겁나서 그러는 거임

ㅡ 에이 설마

ㅡ 야 환불해달라면 해줄 수 있긴 하냐?

“당연하죠 형님! 말씀만 해주십쇼! 대출 한 거면 형님. 제가 그 돈 다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에이 설마 대출을 했겠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대출을 해서 후원을 해?

“그런 대출금으로 후원하시는 거라면 이 연우가 가슴 아파서 그 후원을 어떻게 받겠습니까!”

ㅡ 진짜? 그럼 환불 좀

순간, 내 세상이 일시정지된 것처럼 멈췄다.

“지, 진짜 대출입니까 형님?”

ㅡ 아니

“깜짝이야 시벌. 아 죄송합니다 형님.”

너무 깜짝 놀라서 욕이 튀어나왔다.

귀신보다 대출이 더 무섭다더니.

“휴··· 그런 걸로 장난치지 마십쇼 형님. 순간 너무 걱정됐습니다.”

ㅡ 그니까 네 걱정이나 해. 얼른 ㄱㄱ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쉰 나는 무당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폐 무당집. 한 번 들어가 볼게요.”

자연스럽게 내 걸음이 옮겨졌고 곧장 무당집 앞에 도착했다.

벽이 무너진 환경의 앞으로 마당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1층 주택.

일반 가정집이랑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새카만 실오라기가 주택을 뒤 감고 있는 것만 같다.

그저 느껴지는 기운이 어둡고 무거웠다.

숨이 절로 막히는 무거운 공기에서 느껴지는 이 압박감.

하······, 아직 교복을 입고 있었던 귀신이 여운이 미처 가시지 않았는데.

“형님들. 여, 여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보다 연우 진짜 죽습니다.”

ㅡ 너 맨날 그 소리 했어

ㅡ 자동 매크로 틀어놓은 줄

ㅡ 그래 놓고 잘 버텨왔잖아?

ㅡ 방금 학교에서 살아 나왔으니까 여기도 가능할 듯

ㅡ 근데 무당집이라니까 뭔가 쎄하긴 하다

ㅡ 뭔 개소리임. 걍 일반 집 같은데

ㅡ 님 가보실? 후원 쏴드림

ㅡ ㄴㄴ 농담임

긍정적으로 따지고 보면 선녀보살님의 집이 폐가가 된 셈인데.

느낌 자체가 다르다.

선녀보살님의 집은 따뜻한 안락감을 주는 것에 반해 이곳은 섬뜩하고 살벌한 느낌만이 가득하다.

“마라탕 형님. 하··· 이건 폐가가 아니라 흉가 수준인데요.”

ㅡ 글쎄? 다 똑같은 거 아니냐

나는 발작하듯 소리쳤다.

“똑같다니요 형님! 무슨 그런 소리를! 폐가랑 흉가는 엄연히 다르다고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여긴 무당집이다.

신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 집.

즉, 귀신 위에 귀신. 강한 기운을 가진 귀신이 있었던 곳이라고!

ㅡ 우리 연우가 돈 벌 생각에 신났구나

ㅡ 오늘날이네

ㅡ 연우 계 타는 날이야

ㅡ 오늘만 벌써 얼마를 번 거냐

ㅡ 시발! 나도 회사 그만두고 흉가 유트버나 할까!

ㅡ ㅇㅇ 하셈. 제가 시체 냉동고에 넣어드림

ㅡ 장례식장 관 속에도 넣어드림

ㅡ ㅅㅂ 걍 열심히 회사 다닐게요

ㅡ 빛보다 빠른 포기 좋았다

“그나저나 형님들. 지금 제 앞에 이거 보이시나요?”

현재 시각 2시 35분.

내 앞엔 실시간으로 안개가 끼고 있다.

양옆으로 높은 갈대 풀들이 나란히 서서 덮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안개가 더욱 빠르고 진하게 퍼져갔다.

마당에 들어서자 수많은 장독대와 쓰레기 더미들이 보인다.

“어 뭐야. 화면 왜 이래? 형님들. 제 말 들리시나요?”

신당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전파 방해가 심하게 들어왔다.

버퍼는 작게는 1초, 길게는 3초까지 끊어지며 방송이 끊어질 듯 멈춤이 반복되었다.

ㅡ 야. 시바 왜 이래 이거

ㅡ 어떻게 좀 해봐

ㅡ 와 뭐 들어가기도 전에 이래?

ㅡ 내 말이 ㅅㅂ 이래가지고 방송 보겠어?

ㅡ 옛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도 이거보단 좋았다

ㅡ 헐 추억의 인터넷

시벌. 들어가기도 전에 왜 이래?

휴대폰의 수신 상태를 확인하지만 안테나는 풀로 떠있다.

즉, 수신은 최상인 상태라는 것.

보조 폰도 꺼내 확인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형님들. 안테나는 만땅이예요. 전자기장을 방해하는 어떠한 물건도 없는데, 왜 방송이 제대로 송출이 안 되죠?”

[ 도사호랑나비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영가 혹은 흉가의 기운이 강할 경우 그래요. 영가의 장난 혹은 영역 침범에 대한 거부반응이라고 보면 됨

“아···?”

순간, 후원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렸다.

동시에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내비쳤다.

“그럼 어쩌죠! 방송 못 하는 거 아닌가요?”

차라리 잘됐다.

개꿀이다.

지금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두세 번씩 버퍼링이 생길 정도로 방해가 심하다.

방송을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불편한 상황.

이 정도면 시청자들도 짜증 나서 포기하겠지?

ㅡ 혹시 술 같은 거 가지고 계신 거 있으신가요? 그걸 문 앞에 뿌리고 인사 한번 드리세요

내가 왜?

아주 기가 막히게도 방송 종료각이 잡혔는데.

미쳤다고 내 손으로 직접 인사까지 드리고 무당집을 들어가겠어?

“아니요? 전 미성년자라 술을 구입 못 하는데요. 큰일 났네요. 이렇게 전파가 좋지 않아서야, 형님들 그럼 오늘 말고···.”

ㅡ 가방에서 술 꺼내라

어느샌가 내 손은 가방에서 두꺼비 모양이 그려진 빨간 소주를 꺼냈다.

나는 그 소주를 꺼내 뚜껑을 따고.

따다닥.

입구에 뿌려댔다.

“무당집 귀신 형님. 이거 드시고 부디 저를 해치지 말아 주세요.”

ㅡ 시발. 술 어디서 났어. 신고한다

ㅡ 마법사인 줄 알았네. 눈 껌뻑이고 나니 술이 생김

ㅡ 네가 가제트 형사야?

ㅡ 후원만 해주면 뭐든 막 나오네 옘병

ㅡ 그나저나 너 이 새끼 술 먹을 줄 아는구나. 오리지널?

ㅡ 닥치고 해명해라 고딩색갸

나는 다시 흘러내리는 땀을 한번 슥 닦고는 중얼거렸다.

“저희 엄마가 요리할 때 쓰는 소주입니다 형님들. 몰래 가져왔죠. 인사드리려고.”

ㅡ ㅅㅂ새끼 입만 열면 구라가 술술 나와

ㅡ 어케 믿음?

ㅡ 엄마 얘기까지 꺼냈는데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순간, 신기하게도 버퍼링이 감쪽같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는 시청자 목록을 살펴봤다.

도사호랑나비.

아니 저 사람은 이런 걸 어떻게 정확하게 알고 있지?

처음 보는 시청자다.

아이디도 도사호랑나비···

나는 문득 든 궁금증에 조심스럽게 시청자에게 물었다.

“도사형님. 혹시 이쪽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형님이신가요?”

선녀보살님 같은 무당이라거나.

아니면 도를 닦는 그 무언가의···

ㅡ 아뇨. 저는 일반인입니다. 그냥 귀신을 좀 볼 줄 알아요···

영안인 건가?

나는 한참을 채팅창을 바라보다.

아니. 주위를 경계하듯 살펴보며 물었다.

“와우 대박! 정말요? 도사 형님. 그럼 지금 제 주위에 귀신이 있나요?”

ㅡ 네. 바로 뒤에···

순간, 그 자리에서 점프 뛰듯 열 발자국은 물러났다.

번개 같은 반응속도였다.

“흐익! 시벌! 어디! 어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잽싸게 EMF 측정기를 꺼내 주위에 둘러댔다.

측정기는 깜빡거리는 반응조차 없다.

즉 0단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측정기를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도사 형님. 아무런 반응 없는데요?”

이곳저곳 재차 둘러대며 측정기를 갖다 대보지만 반응이 전혀 없다.

ㅡ 아까 한참 관심 있게 쳐다보다가 집 쪽으로 사라졌어요.

그때, 멀리서 내가 왔던 학교 쪽에서 메아리처럼 작은 소리가 울려 퍼져 들려왔다.

“아아아아아악-”

나는 눈을 껌벅이며 그곳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생곰님 목소리 같은데,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갔으니 문제는 없겠지.

그나저나 회사의 케어를 받고 있어서 그런가?

이 거리까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발성부터 다른 것 같다.

나는 다시 고개가 고개를 돌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동시에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내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그러다 문득 바라본 출입 문고리에 알록달록한 천 같은 게 칭칭 감겨 있는 걸 확인했다.

“저게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문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리고 카메라로 비추며 살폈다.

“혀··· 형님들. 이거 오색천 맞죠?”

ㅡ 헐. 뭐지?

ㅡ 무당이 해놓고 갔나?

ㅡ 그렇겠지? 저 오색천을 일반인이 쓸리는 없으니까

ㅡ 근데 왜 묶어놓고 갔지? 들어가지 말라고?

ㅡ 봉인해놓은 느낌

ㅡ 신을 모셨던 신당이니까

“여기에 왜 오색천을 감아 놓은 거지? 혹시 아는 형님들 없으신가요?”

ㅡ 보통 넘쳐흐르는 기운을 막기 위해 저렇게 해두곤 합니다.

역시 저 사람 뭘 좀 아는 사람이구나.

그럼, 집안의 기운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저기에 다 갇혀 있다는 소리인 거야?

그 무당집을 지금 내가 들어가야 하는 거고?

그렇지 않아도 이제야 막 학교에서 흠뻑 젖어 식었던 몸이 더 싸늘해진다.

심장박동수도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근데 형님들. 오늘 꼭 여기를 들어가야 하나요? 제가 지금 많이 지친 상태인데, 두 탕 뗬더니 어우 몸이 지금······.”

ㅡ 출장 전 마지막 방송이다. 얼른 드가

시벌··· 피도 눈물도 없는 색히.

출장 전 날 죽이려는 의도가 맞다.

오색천에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쳐 올랐다.

미치겠다.

들어가기 싫다.

나는 오색천에 손을 가져다 대기 전, 울먹거리듯 중얼거렸다.

“하··· 근데 저 진짜 체력이 이제 한계인데···”

ㅡ 저만 믿고 들어가 보시죠

“아니. 오늘 처음 봤는데 내가 당신을 뭘 어떻게 믿···”

[ 도사호랑나비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믿어 보세요.

나는 비장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고 따라가보겠습니다. 도사 호랑나비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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