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무당집. 3
순간, 나도 모르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던 걸까.
의지가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방 제목을 바꿨다.
[ 전설의 폐 무당집. 천 명 찍으면 접신합니다 ]
ㅡ 미친놈 제목 무엇
ㅡ 괜찮겠냐? 말리진 않을 거야
ㅡ 말은 괜찮다고 해놓고 왜캐 열받았어
ㅡ 마치 조커 그 자체
ㅡ 진짜 천 명 넘으면 접신하는 거냐
ㅡ 너 접신할 줄 모르잖아?
ㅡ 아냐. 여태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가능할지도
ㅡ 생각할 필요 있음? 후원해 주면 뭐든지 다 함
“형님들. 저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아시잖습니까!”
ㅡ 그렇지 그렇지.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되지. 더 파이팅 해!
순간, 내 두 팔이 절로 하늘로 솟으며 입 밖으로는 허세가 철철 흘러 터져 나왔다.
“하이고오오! 우리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마라탕 형님! 후원금액 감사합니다요오! 이 연우 오늘 필 받으면 화끈하게 작두도 한 번···”
ㅡ 막 던지네
ㅡ 이런 ㅂㅅ새끼 그건 너무 갔잖아
ㅡ 오늘 죽을 셈이냐
ㅡ 족발 파티 예약
ㅡ 모두 연우가 작두를 타겠다는 전제하에 말을 하네
ㅡ ㅇㅇ 무조건 타게 만들어야지
ㅡ ㅅㅂ 존나 무섭넼ㅋㅋㅋ
ㅡ 님들 후원 분발 좀 하셈
ㅡ 시청자부터 끌어모아야지
ㅡ 그래야 작두 타는뎈ㅋㅋㅋㅋ
이 옷과 무구가 무거운 건가?
걸쳐 입은 이 무당옷과 손에 든 칼날에 마치 영혼이라도 담긴 것 같다.
쌀자루라도 짊어진 듯,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 같다.
나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크게 한번 소리쳤다.
“으라라아차차! 시청자 천 명 가즈아아아아!”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켜 놓고 내 전신이 잘 나오게 앞에 섰다.
무당옷을 입고 칼까지 든 내 모습은 그야말로 시선 강탈.
그 모습에 시청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시청자 수. 715명.
그래그래. 조금만 더.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자!
“시원하게 한 번 추겠습니다.”
나는 칼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서서 카메라에 대고 중얼거렸다.
“형님들. 어때요. 시청자 조금 늘었나요?”
ㅡ 네. 조금. 750명.
아니. 흔들다 말고 다시 절레절레 흔들었다.
“음··· 형님들. 좋아요. 구독 한 번씩만 눌러주십쇼. 800명 차면 추겠습니다.”
ㅡ ㅅㅂ 밀당하냐 지금
ㅡ 여기가 앞흐리카야 이새꺄?
ㅡ 이 새끼 시청자 수 신경 안 쓴다더니
ㅡ 야생곰이랑 시청자 수 경쟁하는 거?
ㅡ 걔네는 지금 분신사바하고 난리 났어
ㅡ 펜 막 제멋대로 움직이고 대화하고 난리 났다고
채팅창을 보지 못하는 나는 재차 중얼거렸다.
“형님들. 800명 되면 얘기 좀!”
ㅡ 800명 돌파요.
“OK! 좋습니다아아!”
나는 굿을 하는 무당처럼 두 발로 점프를 뛰며 두 칼날을 번갈아 흔들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죠 형님들! 자아!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형님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칼을 위아래로 흔들어 대며 열심히 뛰었다.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눈까지 감겼다.
아니. 까맣게 암흑처럼 뒤덮이던 공간이 서서히 흑백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어디선가 중년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뭐지? 설마.
반사적으로 멈춰 선 나는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떴다.
큰 불상이 서 있었다.
주위는 새빨간 연꽃들로 도배되어 있는 벽지가 보였고, 천장에는 연등이 잔뜩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분위기··· 아!
나는 금방 그곳이 내가 서있던 자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내가 있는 이곳. 신당이었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있던 신당으로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불쑥 한 여성이 들어왔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했는데 화장까지 진하게 하니 섬뜩하게까지 느껴지는 기이한 인상이었다.
뭐지? 무당인가?
그 여성은 곧장 알록달록한 화려한 무당옷을 걸쳐 입고는 불상 앞에 섰다.
놀랍게도 내가 입은 그 옷을.
그리고 차례대로 향로에 있던 향을 피우던 여성은 불상 앞에 앉아 연신 절을 해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간절해 보였다.
무엇을 소원하는지 모르지만,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무당이 달력이 그려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8월 금요일.
28일을 전으로는 모든 날짜들에 빨간색으로 엑스 자가 그려져 있었다.
“흐아아아앙. 배고파요. 배고파요 아줌마.”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아줌마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달력을 한참 노려보던 무당의 표정이 갑자기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무당은 곧장 몸을 움직였다.
화면은 순간 갑자기 전환되었다.
깎지 않은 감자 하나를 그릇에 담아 들고 있는 무당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앞에 서있었다.
신당, 방, 화장실 따위가 아니었다.
뒷마당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엔 놀랍게도 갈대숲에 가려져 자물쇠가 채워진 단칸방이 숨겨져 있었다.
무당이 가려진 단칸방의 자물쇠를 열자 충격적인 환경이 드러났다.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시커먼 암흑 속의 쪽방이었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쇠창살이 보였다.
헉. 시발. 이게 도대체 뭐야?
마치 개 공장에나 있을 법한 철장이었다.
그 안에서 갇혀있던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철장에 매달렸다.
“배고파요.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커헉! 뭐야 시발!”
너무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지라 놀라움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울리는 후원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벙쪄있었다.
뭐였지 그 아이는?
남자아이의 두 다리에 족쇄도 감겨져 있었다.
아이의 상태가 곧 쓰러질 것처럼 심각해 보였다.
먹을 것을 하나도 주지 않았는지 심하게 삐쩍 말라 있었다.
팔, 다리, 배, 얼굴 할 것 없이 모든 신체가 뼈만 남아 앙상한···
마치 인간 미이라 그 자체.
ㅡ 또 뭐야? 칼춤 추다 말고 왜 또 벙쪘어. 가위라도 눌렸냐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히 이 무당집이었다.
집의 배경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여기서 일어났던 일인 걸까?
“아니요 형님들. 죄송합니다. 너무 칼춤에 심취하는 바람에 정신이 어지러워서.”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시청자 수. 898명.
와우. 이게 뭐야.
칼춤 한 번에 시청자가 왜 이렇게 늘어난 거야?
이거 진짜 잘하면 진짜 접신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오는 거 아니지?
“와아악! 깜짝이야 시발!”
갑자기 들리는 북소리 소스라치게 놀라 주위를 살폈다.
이거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야?
“형님들. 지금 방금 또 북소리 들리지 않았나요?”
ㅡ 네가 한거 아냐?
ㅡ 쟤 양손에 칼 쥐고 있는데?
ㅡ 그러네. 발로 찼나?
ㅡ 아니. 거기 북 있긴 있어?
ㅡ 근데 아까도 북소리 들렸잖아
ㅡ 잘 찾아봐. 뭐에 자꾸 부딪혀서 소리 나는 걸 수도
나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찾아보았지만 북은 없었다.
그것보다 북소리가 이 방이 아닌 것 같은데···
아까 잠깐 흘렀던 기억이 신경 쓰인다.
분명, 이 무당집 밖에 있는 단칸방이었는데···
ㅡ 연우야. 야생곰 탐방 가자.
나는 신당 안을 이리저리 살피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형님. 그것보다 여기 뒷마당으로 가는 길이···”
ㅡ 야 야생곰 지금 천명 찍었대.
내가 화들짝 놀라며 채팅창을 째려봤다.
“이런 시벌. 아 죄송. 뭐라고요 형님!?”
동시에 휴대폰 화면에 보이는 시청자 수로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시청자 수 670명.
뭐야 시벌. 그새 또 줄었어?
미간을 잔뜩 찌푸려지는 것과 함께 고민이 된다.
하··· 뒷마당.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그렇다고 뺏겨가는 시청자를 이렇게 둘 수도 없고.
ㅡ 연우야. 미션이다. 야생곰 탐방 ㄱㄱㄱ
갈팡질팡하던 내게 결정이 내려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보조 폰을 꺼냈다.
“알겠습니다요오오! 형님!”
보조폰으로 야생곰을 검색하자마자 접속하자마자.
시청자 수 1141명.
워··· 시부럴.
동시에 내 시청자 수는 600명까지 하락했다.
나는 두 눈을 불을 켜고 야생곰님의 방송을 눌렀다.
그러자 잔뜩 놀란 표정을 한 야생곰님이 천천히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들. 이 교실들이 귀신이 출몰한다는 그 교실이거든요. 3학년 8반,]
나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게다가 귀신이 출몰한다고?
죽은 허은정과 박현숙이 등교했던 반은 3학년 1반인데.
1반이랑은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이잖아.
나는 야생곰님의 채팅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ㅡ 엥? 거기 아냐. 유트버 정연우는 3학년 1반이라는데
ㅡ 웬 정반대? 누구 말이 진실이야?
ㅡ 야생곰이 영안이라며. 야생곰이 더 잘 보는 거 아님?
ㅡ 영안은 무슨. 다 주작 아니냐
ㅡ 딴 데 좀 가 봐. 교실에 아무 반응도 없잖아
[아니에요 여러분들. 전적으로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저희 할머니가 무당이십니다. 저도 신기가 좀 있어서 제 눈에도 가끔 보여요.]
ㅡ 근데 왜 제대로 못 봄?
ㅡ 구라 같은데
ㅡ 정연우랑은 완전히 정 반대로 움직이네
ㅡ 일부러 피해 당기는 거 아님?
ㅡ 그럼 아까 정연우 유트버가 있었다는 곳 좀 방문해 주세요.
ㅡ 아까 그렇게 땀 범벅이 되도록 젖어있던데, 거기가 어디였죠?
ㅡ 교무실임! ㄱㄱ
ㅡ 아니. 정연우 말로는 귀신이 옮겨 다녀서 옥상에 있댔어요
채팅창에 온통 내 이름이 거론되자, 야생곰은 비웃듯 피식 웃어댔다.
[여러분들. 정연우 그분은 흉가 컨텐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겁도 많으신 것 같던데······ 아니 아니 형님들, 타 방송인 언급 자제해 주세요. 여기 야생곰 방송입니다. 분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 자제 좀 해주세요!]
그와 동시에 후원창도 울렸다.
[ 흉가유트버1인자야생곰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옥상 고고!
[ 야생곰평생가즈아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맞아요! 클래스 차이를 보여주세요!
야생곰은 마지못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일행분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여러분들 말대로 옥상을 한번 훑어보고 아무것도 없으면 더 이상 정연우 씨 언급은 제 방송에서 하지 말아 주세요.”
ㅡ 예에에에에!!!
ㅡ 오케이! 짱이다 야생곰
ㅡ 하꼬유트버와의 클래스 차이를 보여줘 어서!
ㅡ 개 멋있다 역시! 진정한 영안자!
ㅡ 근데 괜찮겠어요? 옥상이 마지막 촬영이 될 텐데
야생곰은 피식 웃으며 성큼성큼 옥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방송을 지켜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베테랑 유트버답게 흉가 안에서도 여유가 있다.
같이 찍어주는 스텝들도 있어서 그런가.
야생곰님 말도 잘하고 장사도 잘 하네······.
그런 생각과 함께 방송을 끄며 내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확실히 베테랑 유트버답게 여유가 있네요. 이 정도면 인정. 이제 탐방 그만하겠습니다 형님들. 연우 방송할게요.”
나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 곧장 무당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집의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형님들. 이 무당집 이상해요. 뭔가 숨겨진 사연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ㅡ 그건 갑자기 뭔 개소리야?
ㅡ 시청자 수 때문에 괜히 오바 하지 마라
ㅡ 만들어내지 마 ㅋㅋ
“아니요 진짜예요 형님들. 이 집 말고 뒤에 뒷마당이 또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열심히 둘러보아도 뒷마당으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닌가···”
잘못 본 걸까.
분명 무당이 입은 옷도 그렇고 이 집이랑 똑같았는데.
“워어어어! 시발! 또 북소리.”
화들짝 놀라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나는 그 무당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북소리가 가까이 들렸던 아까 그 신당으로 다시 들어갔다.
아까 살펴봤다시피 신당 안에는 북이 없었다.
게다가 뒷마당으로 가는 길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혹시나 몰라 신당 안의 벽을 일일이 밀어 보기 시작했다.
영화나 TV에서 나온 것 같이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지 않을까 하고.
ㅡ 뭐 하냐 지금
ㅡ 얀마 고스트 박스나 해
ㅡ 갑자기 벽지는 왜 만져 싸
그렇게 한참을 살펴봤을까.
난 마지막으로 무당 옷이 잔뜩 걸린 옷장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옷들을 한쪽으로 쏠리게 치워버렸다.
스르르륵.
“시··· 시발. 형님들! 이거 보세요! 이게 도대체 다 무슨···”
옷장을 치우자마자 내 머리카락이 일제히 쭈뼛쭈뼛 하늘로 치솟았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지나가야 할 만큼 작은 문이었는데.
그 문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빨간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다.
ㅡ 뭐야 시발?
ㅡ 봉인 같은 건가
ㅡ 신박한 주작이네?
ㅡ 먼지 잔뜩 묻어 있는데 주작?
ㅡ 일단 빨리 열어 봐
ㅡ 빨리 ㄱㄱ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