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무당집. 4
시벌. 이게 도대체 뭐야?
뭔데 이렇게 부적을 잔뜩 붙여 놓은 거야.
나는 새빨간 부적을 살피며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형님들. 이거 그냥 붙여 놓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함부로 건드렸다가 큰일 날 것 같아요.”
영화에서나 TV에서도 그랬다.
부적이라는 것은 그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그러므로 그 부적을 뗀다는 의미는 그 모든 의미를 무효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또, 저주를 받는 경우도 여럿 봤다···
“혹시 이거 뗐다가 귀신이라도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저주를 받으면···”
나는 다시 한번 차오르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ㅡ 야. 찾겠다고 떠든 건 너잖아
ㅡ 왜 막상 찾으니까 망설임?
ㅡ 쫄?
ㅡ 쫄기는 뭘 쫄아요. 우리 연우가
ㅡ 후원하라는 거지
ㅡ 후원이 문제냐? 지금 야생곰한테 시청자 다 뺏기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형님들. 이걸 보세요. 형님들 직접 여기 오셔가지고 이 부적들 보시면 진짜 식겁하실걸요. 이런 걸 어떻게 제 손으로 떼요.”
ㅡ 10초 안에 부적 뗀다. 실시.
내 손은 이미 부적에 닿아 있었다.
수십 장이 넘어 보이는 부적이 순식간에 내 손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으어어어어! 이건 그저 종이 쪼가리 일뿐입니드아아아!”
ㅡ 옘병
ㅡ 부적 잘 찢네 우리 연우
ㅡ 손이 안 보이네. 손이
ㅡ ㅅㅂ 진짜 미친놈이야 ㅋㅋㅋ
ㅡ 야 너는 지금 봉인을 푼 거야. 괜찮겠냐
ㅡ 영화에서 보면 부적 풀자마자 저주가 생기던데
ㅡ 그건 영화고. 연우 파이팅! 시청자 수 오르는 소리 들린다!
ㅡ 오케이! 좋아 좋아! 670명!
모든 부적을 떼자 옷장 뒤로 숨겨져 있는 문이 살짝 드러났다.
동시에 동그란 쇠 문고리도 보였다.
저걸 당기면 뭔가···
나는 문고리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슥슥.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았다.
끼익. 드르륵.
문이 열리자 안쪽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암흑이 드러났다.
나는 손전등으로 살며시 그 안을 비추었다.
그러자 저 멀리 비치는 무언가가 보인다.
아니. 온통 마른 갈대와 생기를 잃은 나무줄기가 덩굴처럼 섞여, 뭐가 있을지 예상치 못하게 만든다.
“워어어! 시발 저거다 저거! 형님들 보이시죠 저거! 아무래도 저 넝쿨 너머로 뭐가 있는 같아요!”
ㅡ 뭐야? 뭐지 저거?
ㅡ 대박이네. 근데 너 어떻게 알았냐?
ㅡ 다른 거면 몰라도 옷장 뒤에 숨겨져 있는 걸 찾아?
ㅡ 근데 이런 비밀 문을 왜 만들어놨지
ㅡ 범죄 냄새가 술술 나네
ㅡ 주작 냄새도 함께 흐르는데
ㅡ 열어 봐 일단 ㄱㄱ
“주작 아니에요 형님들. 그랬으면 먼지가 이렇게 쌓여있지 않죠. 이거 보세요.”
나는 문 주위에 쌓여있는 먼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 엄지손톱만큼이나 쌓여있다.
불규칙한 크기 없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먼지들.
그 사이엔 손바닥.
아니. 어떠한 자국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어떻게 해도 연출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방치된 모습이었다.
ㅡ ㅇㅇ 인정. 그럼 이제 빨리 들어가 봐 ㄱㄱ
하지만 나는 그 깊은 암흑 속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만요 형님.”
마른 침은 계속해서 넘어가는 상황.
나는 생각했다.
저길 들어가는 게 맞는 걸까?
무슨 사건사고라도 생기면 어쩌지.
왠지 모르게 자꾸 이곳에 오고 나서 망설이게 된다.
두려움과 동시에 찜찜한 기분이 든 달까.
ㅡ 야 망설이지 말고 빨리 열어. 자꾸 시청자 빠져나가는 거 안 보여?
“진짜 잠시만요. 심호흡 좀 할게요.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망설이다 EMF 측정기를 먼저 꺼냈다.
그 통로에 측정기를 대보니.
“워어어어! 씹! 형님들. 이거 봐! 이거 봐! 역시 여기 너무 세요! 뭔가 있다니깐요!”
3단계를 요동치던 EMF 측정기가 금세 4단계까지 치솟았다.
역시 이 불길한 느낌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ㅡ 야생곰님 1200명 찍었네요. 최고 시청자 수 계속 갱신 중
아 진짜. 미치겠네.
야생곰님이 어떤 어그로를 끌고 있길래 시청자들이 자꾸 빠지는 거지?
나는 미간을 잠시 찌푸리다 결국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컴컴한 공간을 노려봤다.
시발. 그래. 뭐 별일 있겠냐.
그저 좋은 생각만 하자.
좋은 집. 좋은 집. 좋은 집. 좋은 집···
나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 제목도 바꿨다.
물론 기억으로 본 그 결과가 뒷받침한 내용들이었다.
[ 폐무당 집. 무당이 숨겨 놓은 공간의 실체. 지금 밝힙니다. ]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나는 중얼거렸다.
“형님들 그럼 들어갑니다.”
모든 장비를 챙겨 나는 그 좁은 곳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짧은 시간 동안 키가 더 컸는지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토끼걸음을 하며 열심히 들어갔다.
그렇게, 넝쿨을 헤치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워어어! 시발! 형님들. 뭐야 이거 도대체···”
마른 갈대뿐만 아니라 우거진 숲과 바위가 집을 덮칠 듯 둘러싸고 있었다.
도저히 집 밖에서는 이 작은 공간, 마당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당연히 들어올 수도 없게끔 만들어졌다.
ㅡ 와. 이건 사람이 만든 걸까. 아님 자연이 만든 걸까
ㅡ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된다
ㅡ 그렇다고 자연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정교함
ㅡ 대박 그 자체네. 근데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ㅡ 그건 모르져
ㅡ 연우가 떠들어 댄 게 있으니 밝혀주겠지
ㅡ 야 인마 고고
막상 말은 내뱉었지만 나 역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대로라면···
기억을 잃은 장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이 많이 흘러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거다.
그리고 덩그러니 놓여 있는 창고 하나.
철컹. 철컹.
“와아아아악! 시바아아알!”
나는 북소리와 철장 소리에 질색하며 발작하며 물러섰다.
시발. 소리의 근원지가 여기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느낌이 이상하다.
북소리를 가까이서 들은 이후로 머리가 어지럽다.
속도 메스꺼운 느낌이 든다.
아냐. 배가 고픈 건가?
뭐야. 도대체. 이건 무슨 느낌이야?
ㅡ 800명 돌파! 축하드립니다!
정말인가?
나는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어. 어?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후원창으로 순간 관심이 쏠리니 좀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제 어쩐다.
저기 보이는 저곳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문을 열 생각을 못 하겠다.
반면에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시청자 수가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하는데.
나는 결국, 다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조금씩 그 북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문을 감고 있는 줄기들을 벗겨냈다.
“혀··· 형님들.”
마치 피가 묻은 듯 녹이 잔뜩 칠해진 쇠 문고리가 드러났다.
ㅡ 와. 방 같은 게 있었네
ㅡ 누가 봐도 창곤데?
ㅡ ㅅㅂ 뭐야 이거 도대체
ㅡ 아니. 이걸 찾은 네가 더 신기하다 뭐냐 너
ㅡ 가끔 보면 얘가 귀신보다 더 무섭다니까
ㅡ 근데 저기에 뭐 들었는데? 뭐 중요한 거라도 있는 거야?
ㅡ 열어보자. 빨리 828282
“모르겠어요. 창고로 쓰진 않은 것 같은데···.”
내 기억대로라면 말이다.
ㅡ 그럼 확인해야지 ㄱㄱㄱ
후원창이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해까닥할 것만 같다.
체력도 한계.
땀도 너무 많이 흘려 탈수증세까지 올 지경이다.
심장은 반대로 주의를 주듯 계속 뛴다.
“휴··· 형님들, 잠시 만요.”
ㅡ 뜸 좀 그만 들여. 자 용기 듬뿍 줬으니까 빨리 열어 봐. 궁금해
나는 문 손잡이를 한참 쳐다봤다.
기억대로라면 저기 안에 철창이 있고 어린아이가 갇혀 있었다.
설마 그대로 시체로 있거나 하는 건 아니지?
에이 아니겠지.
기가 빨려서 잘 못 본 거일 수도 있다.
헛걸 본 거라든지.
나는 슬쩍 방송화면을 쳐다봤다.
현재 시청자 수. 920명.
에라, 시벌. 나도 모르겠다!
나는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손을 손잡이에 가져갔다.
“으··· 으! 형님들. 기대하십쇼! 그 문제의 무당집 숨겨진 뒷마당의 실체를 지금 밝힙니다!”
ㅡ 워 시발! 시체라도 있을 느낌이다
ㅡ 으아아! 밝혀진다! 밝혀진다!
ㅡ 가슴이 요동친다. 이불 덮고 가자미 눈으로 보는 중
ㅡ 와. 시청자 수 천명 찍겠다
ㅡ 이 기세로 빨리 ㄱㄱ
“으아아아아아!”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문을 벌컥 열었다.
벌컥!
1초, 2초, 3초···
나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만들면 감았던 눈을 떴다.
“어··· 멀쩡하··· 웁! 웩!”
나는 반사적으로 문을 급하게 닫고 뒤로 한참 물러섰다.
쪽방 안에는 성인 한 명도 들어가 있기 벅찬 자그마한 철창이 있었다.
기억에서 보았던 어린아이가 감금되어 있던 그 철창이었다.
시벌, 진짜 있다.
참지 못할 만큼 심한 악취도 진동했다.
“혀··· 형님들. 보셨어요? 봤죠? 철장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진동해요.”
ㅡ 개 키웠나 보네.
ㅡ 무당집에 웬 개 가둘 때 쓰는 철장이 있냐?
ㅡ 그럼 뭐야? 저기서 뭐라도 키웠다는 거야?
ㅡ 키우는 건 좋은데 똥 오줌을 하나도 안 치워줬다고?
ㅡ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ㅡ 야 못 다가가겠으면 문이라도 열어주고 멀리서 비춰줘 봐
나는 주춤주춤 다시 창고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 억! 시바···”
다시 한번 내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
어둡디 어두운 암흑 속에서 어린아이가 철창 속에 있었다.
아이의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해대지만, 움직일 힘조차 없는지 조금의 신음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이의 몸에 갑자기 생기가 붙었다.
갑자기 철창 쪽으로 달려들어 붙는 걸 보니 음식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역시. 음식을 가져온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때 그 기이하게 생긴 무당이었다.
무당의 손에는 맛스러운 과일과 과자들이 들려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생각보다 아이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아이는 그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보며 정신 나간 짐승처럼 침을 질질 흘렸다.
그리고 철창 사이로 그 가녀린 팔을 휘둘러댔다.
무당은 음식을 철창 앞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철창 속에 있는 아이를 자물쇠에서 풀어주었다.
순간, 음식을 본 아이가 미친 듯이 음식에 달려들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두 손으로 음식을 주워 먹는 아이 뒤로 무당이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아이고 착하지. 그래 맛있게 먹어.”
나는 무당이 한 그다음 행동을 보며 두 눈을 의심했다.
무당은 아이의 뒤에서 비릿한 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이었다.
그 한마디를 건넨 무당은 금세 얼굴의 표정이 한순간 돌변했다.
갑자기 두 눈을 치켜들더니 날카로운 칼로 아이의 목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게 마지막이니까.”
아이를 한순간에 절명시킨 무당이, 늘어진 아이의 시신을 장독대로 끌고 갔다.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장독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