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무당집. 6
슬픈 감정과 분노의 감정이 뒤 섞인다.
동시에 꽉 깨문 이에서 참을 수 없는 효과음도 터져 나왔다.
빠드드득.
“왜? 도대체 왜 이렇게 해야 했던 거죠···? 도대체 왜?”
온갖 나쁜 짓을 많이 봐왔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적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짓 중에는 최고 악질스러운 짓이 아닐까.
도를 넘어선 분노로 눈에 실핏줄들이 돋아날 것 같다.
ㅡ 어휴. 이럴 줄 알았다. ㅉㅉ 열지 말라니깐
나는 순간 욕이 튀어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화를 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님들··· 일단 저 경찰에 신고 좀 할게요.”
ㅡ 얼른 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ㅡ 와 시발 진짜 미쳤다.
ㅡ 설마 장독대에 애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네
ㅡ 소름이 안 사라진다
ㅡ 야 연우야 너 마음 진정 좀 해라
ㅡ 헐. 입에서 피 흐른다. 피! 피!
ㅡ 시발. 그나저나 저 도사 새끼 처음 보는데 뭐 하는 놈이야
ㅡ 네가 한 짓이냐? 시발 새끼 저거 잡아서 조사하자
ㅡ 아니 일단 신고부터! 빨리빨리
나는 채팅창에 대답을 뒤로하고, 보조 핸드폰으로 번호를 눌렀다.
112.
평소라면 이리저리 날뛰며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달랐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숙연했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살인사건 신고 좀 할게요. 여기가 어디냐면요···”
경찰서에 신고 접수를 하고 나는 다시 장독대를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아이의 울음소리가 자꾸 맴도는 것 같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고통 스러웠을 까.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짐작은 가지만, 그 아이의 마음을 100% 이해하기엔 상처가 너무 깊다.
ㅡ 신고했으니까 얼른 거기서 도망치세요. 진짜 저주 씌면 평생 괴롭게 살아야 할 겁니다.
내가 다시 채팅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다짐했다.
“도사 형님. 말씀 고마운데, 이 아이는 꼭 부모님 곁에 안겨 줘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네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제 행동이 불편하시거나 인상이 찌푸려지는 분들은 이 방송에서 나가셔도 좋습니다. 죄송합니다.”
ㅡ 불편하기는 뭘 불편해
ㅡ 좋은 일 하는데! 파이팅이다 연우
ㅡ 이렇게 또 레전드가 만들어지는구나
ㅡ 세 번째인가? 이 정도면 너도 무당 해야 되는 거 아니냐
ㅡ ㄴㄴ 그러기엔 귀신을 너무 무서워해
ㅡ 발작 수준임
ㅡ 그런데 진짜 속상하다. 저 애는 무슨 죄야
ㅡ 인정. 가슴이 쓰리네요.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장 신당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경찰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곧장 신당으로 들어서자 나는 내 몸에 걸쳐진 무당 옷이 거슬렸다.
게다가 연달아 앞에 보이는 향초, 불상, 무당 옷, 무구까지.
모든 물건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는 입고 있던 무당 옷을 벗어젖히고 냅다 던져버렸다.
그리고 소리쳤다.
“뭐가 주술이고 뭐가 무당이야! 그딴 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 그런 건 무당이 아니야! 그냥 살인자지! 시벌넘아!”
그 짧은 순간 얼마나 화가 나는지.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씩씩대고 있었을까.
화난 나를 진정시키듯 밖에서 112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무당집을 벗어나 경찰차가 보이는 곳까지 뛰어나갔다.
나를 발견한 경찰차는 주차를 끝내고 두 명의 건장한 경찰이 내렸다.
“신고하신 분이죠?”
요즘 들어 자주 보는 경찰차지만, 항상 긴장된다.
이 새벽에 전국에 온 흉가를 찾아다닌다고 괜스레 혼났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는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다나.
그렇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자리에 서있는데.
“어? 혹시··· 유트버 정연우씨 아니세요?”
“어떻게 아셨···”
경찰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어! 맞네! 흉가 유트버! 저 구독자예요.”
나는 어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 어?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경찰이 내게 악수를 권하더니 곧장 무당집을 살폈다.
“어디죠? 근데 정말 시체 맞아요?”
“네. 맞습니다. 어린아이에요. 절 따라오세요.”
나는 곧장 무당집 안으로 경찰을 안내했고, 옷장 뒤의 공간까지 경찰들을 이끌었다.
그 공간을 지나치면서도 경찰들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와. 이런 곳에 비밀통로를 만들어놨어?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살다 살다 이런 걸 구경하네.”
“난 그것보다 연우 씨가 이런 통로를 찾아냈다는 게 더 신기한데.”
“그것도 그러네요.”
그렇게 잡담이 서로 오가며 뒷마당에 도착했다.
나는 곧장 경찰분들을 장독대가 있는 창고로 안내했고, 막내로 보이는 경찰이 그 장독대 안을 손전등으로 살펴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서··· 선배님. 이거 죽은 지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부패가 하나도 진행이 안 됐어요.”
“뭐라고? 그럴 리가···”
선배 경찰이 다가가서 확인하자 두 눈이 부릅떠졌다.
동시에 두 경찰의 시선이 내게도 닿았다.
“뭐야 이거. 시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선배 경찰이 얘기했다.
“야 얼른 연락 넣어.”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해 아이의 시신을 수습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그런지 경찰들과 119구급 대원들조차 안타까운 듯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어느 때와 같이 경찰분들과 같이 동행하기 위해 남아있었다.
덕분에 자동적으로 방송도 마무리 단계에 임해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형님들. 이제 곧 경찰서에 연행. 아니. 동행해야 해서 방송을 꺼야 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우리 형님들에게 더 꿀잼을 드렸어야 했는데···”
ㅡ 죄송하기는 뭘 죄송
ㅡ 그나저나 잘 해결하고 와
ㅡ 다음에 하면 되지
ㅡ 근데 큰손 형님은? 오늘 마지막 아님?
ㅡ 아 맞다. 큰손 형님 가면 어쩌냐. 이제 후원?
ㅡ 완전히 반 토막 나겠네. 아니 반 토막이 뭐야 거의 완토막이지
ㅡ 야. 그 말 하니까 연우 울먹거리잖아. 하지 마
너무 정신없는 상황에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
맞다. 우리 큰손 형님 마지막이었지.
하필이면 이런 사건에 겹쳐서 제대로 감사하다는 얘기도 못 했네···
때마침. 불행하게도 저 멀리서는 뒤늦게 도착한 형사 한 분이 나를 데리러 왔다.
“저기 연우씨.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이쪽 차에 타시죠.”
자신이 타고 온 차로 안내했다.
나는 곧장 차로 뛰었다.
아니. 문득 큰 손 형님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삼각대를 저 멀리 세워두고 앞에 섰다.
형사 분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절을 올렸다.
“하이고오오오! 우리 마라탕 형님. 출장 몸 조심히 잘 다녀오셔서 꼭 연우 방송 또 와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요오오~ 감사했습니다! 그럼 오늘 방종하겠습니다 형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손바닥을 활짝 펴 붙여 이마에 붙이고 경례까지 한 후.
경찰차로 뛰어 자리에 탔다.
전날 그 새벽에 조서까지 꾸미고 오느라 피로가 온몸에 쌓였다.
다음 날 학교를 가야 하는 날이었지만, 나는 피곤함을 유지한 채 다시 경찰서에 와있다.
사실 어제 진술서를 쓰고 난 후.
형사분에게 부탁 하나를 건넸다.
시신을 수습한 뒤로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가족을 찾았는지, 그 이후의 행방에 대해서 소식을 듣기 위해서.
나를 좋게 바라봐 준 형사분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용케 그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유트브의 조회 수의 영향을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아이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다 경찰서 쪽에서 아이의 엄마를 추적한 끝에 소식이 닿았는지 내게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혹시 어떻게 됐나요?”
나를 처음 봤을 때 살갑게 반겨주는 얼굴은 어디 가고 형사분 표정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입술을 깨물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아직 엄마를 못 찾은 건가?
형사는 나를 불러다 앉히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게 말이다··· 아이 가족을 추적해 봤는데···”
형사는 말 끝을 흐리다, 다시 말을 이어붙였다.
“아버지 되시는 분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 되시는 분이 계셨는데···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안 좋은 선택을 했다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안 좋은 일은 연달아 터진다고 했던가.
순간 내 입술이 실룩 거리기 시작하더니, 내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맺혔다.
“왜··· 그 어머니와 아이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다시 한번 이를 꽉 깨물었다.
나는 마음을 추스른 후. 막내 경찰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범인은 찾았나요?”
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추적이 안 돼. 너무 오래돼서 지문도 남아 있질 않고, 그 집이 본인 집도 아니었어. 즉,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살았던 거지.”
“그게 무슨···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버젓이 두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어린아이와 어머니는 그 한 무당에 의해 모든 삶을 파괴당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너무 분하다.
분하다 못해 심장이 쿵쾅 거린다.
나는 형사분에게 되물었다.
“그럼··· 그 무당. 아니. 그 범죄자는 못 잡는 건가요?”
형사는 말이 없었다.
답변을 대신하듯 내게 심각한 표정만 일관하여 보여주었다.
시벌.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
가슴이 답답하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떼쓰듯 보챘다.
“형사님. 어떻게 해서든 잡으셔야 합니다. 이대로 포기하시면 안 돼요.”
“학생. 학생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이제 됐으니 그만 돌아가.”
나는 단호하게 말대꾸하듯 대들었다.
“아니요. 찾아주세요. 무조건 잡으셔야 합니다. 제발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물론, 건방지게 어른에게 대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아이의 생각에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이었다.
악의는 없었다.
형사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어나. 가서 공부나 해 이 녀석아.”
그렇게 나는 한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경찰서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분이 삭히지 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그 범인을 찾아 꼭 벌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데.
순간, 내 머릿속이 번뜩였다.
동시에 나는 경찰서가 보이게 방송도 켰다.
[ 이세돌이세돌잔치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부릅뜨니숲이었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그곳이알고섯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ㅡ 어 뭐야 경찰서네
ㅡ 갑분 경찰서 뭐야? 왜 여기서 방송을 켰어
ㅡ 결과 알려주려고 킨 거냐
ㅡ 왜 말이 없어? 표정은 또 왜 그래?
ㅡ 뭐라는데? 무슨 일 있었냐?
ㅡ 말 좀 해봐
나는 시청자가 차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600명이 넘어서고 나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형님들. 반갑습니다. 연우입니다.”
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붙였다.
“결과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아이의 가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되시는 분이 작년에 안 좋게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ㅡ 뭐 시발?
ㅡ 결국에 아이 찾다가 시름시름 앓다 간 거네
ㅡ 백퍼. 그런 문제 일 듯
ㅡ 시발 미친 무당 새끼 그래서 어떻게 잡았대?
ㅡ 그거 잡아 처넣어야지! 천벌을 받게 해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흔적이 남아있질 않대요. 그리고 집도 남의 집을 들어가서 산 거라고···”
얘기를 하면서도 분노가 계속 차올라 입이 부르르 떨려왔다.
ㅡ 그럼 어떡해?
ㅡ ㅅㅂ 견찰새끼들! 하는 게 없어!
ㅡ 이제 그냥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는 거네?
ㅡ 와··· 그럼 아이랑 엄마는 죽어서도 구천을 떠돌게 되는 것 아니냐
ㅡ 씨발. 세상 좃같네 진짜!
나는 카메라를 노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건물 안의 형사들이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들. 그 시발놈! 제가 한 번 잡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