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89화 (89/225)

추격자. 3

순간, 이진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엔 읽기가 힘들 정도로 수많은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ㅡ 뭐야? 시발. 진짜 범죄자야?

ㅡ 방금 무당한테 팔아넘겼다고 한 거 같은데

ㅡ 그럼 공범이 있었다는 건가

ㅡ 실화냐 이거. 무슨 유트버가 범죄자를 잡아

ㅡ 님 모르시는가 보구나. 연우 저번에 24범 전과자도 잡음

ㅡ 와··· 이 정도면 컨텐츠 변경해야 되는 거 아니냐

ㅡ ㅅㅂ 형사보다 범인 더 잘 찾고 잘 잡음

ㅡ 이거 진짜 생사람 잡는 거 아니지?

ㅡ 시벌.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네

현재 시청자 수. 1324명.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찍는 천 명이었다.

게다가 300명을 더 초과하기까지.

실로 엄청난 파장이었다.

“아저씨는 평생 콩밥이나 드세요. 내가 아주 좋은 형사님을 소개해 드릴게요.”

나는 며칠 전, 이곳에서 나와 만났던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실을 짧게 전달했고 빨리 출동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다시 이진호를 바라봤다.

“아 참, 아저씨. 아까 무당 아줌마가 돈을 안 주고 튀었다고 했죠? 그럼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건가요?”

이진호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내가 구속하는 몸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는 무릎으로 등을 더욱 세게 짓눌렀다.

동시에 꺾고 있던 팔을 더 안쪽으로 꺾었다.

“끄아아아악! 씨발! 하지 마. 하지 마.”

“빨리 말하세요.”

“시··· 시발! 개 같은 무당 년.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그새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갔어. 어디로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 같지 않았다.

이거 진짜 산 넘어 산이네.

지금 이 사람을 찾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을 쏟았다.

그 무당 아줌마는 또 어떻게 찾아야···

나는 급한 데로 이진호를 구속한 상태에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정보. 정보가 필요하다.

이 사람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후. 내 시야가 흐려진다.

그리고 나는 집중해서 모든 걸 훑어보기 시작했다.

불상 앞에서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고 있는 무당 아줌마 뒤로, 미닫이문이 활짝 열렸다.

“아니. 애를 데려간 지가 언젠데 돈이 아직까지 안 들어오는 거야? 지금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뜬 무당이 날카롭게 뒤를 째려봤다.

“지금 신령님한테 기도드리는 거 안 보여? 지금 신성한 신당에서 이게 무슨 큰 소리야!”

입술을 꽉 깨문 이진호가 신당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무당이 하는 기도가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기도가 끝나자 무당이 이진호에게 얘기했다.

“아직 신빨이 안 들어섰어. 약속한 36일이 지나야 효과가 들어선다고. 그때까지만 얌전히 기다려. 그리고 확실히 얘기하지만 도중에 잘못되면 나 무당 인생 끝이야. 그러니까 그동안은 절대 이곳을 찾아 오지 마. 기껏 넣은 주술 흐트러지니까.”

답답한지 머리를 긁적이던 이진호가 무당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일주일 남았어. 그 뒤에 다시 올 테니까 꼭 준비해. 안 그럼 이 사실을 다 까발리고 너나 나나 다 죽는 거야.”

그 말을 남기고 이진호는 무당집을 빠져나갔다.

아니. 갑자기 다시 돌아서서 무당에게 말했다.

“아 맞다. 내가 말한 거 그거 어딨어? 빨리 줘.”

무당은 똥 씹은 표정을 일관하더니,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이진호에게 내밀었다.

기억 속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는 내 구속에 의해 엎드려져 있는 이진호를 등을 바라봤다.

아니. 엉덩이춤에 있는 주머니를 바라봤다.

뭐가 들어있는지 두툼해 보였다.

나는 살며시 한 손으로 그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시발! 이 미친 새끼 뭐 하는 거야!”

“얌전히 좀 있으세요! 좀!”

몸부림치는 이진호의 턱에 주먹을 한 대 갖다 박고는 나는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지갑을 열어 그 안을 확인했다.

주민등록증. 이진호.

710315-1xxxxxx.

“이진호. 아저씨 맞네요. 지훈이 작은 삼촌. 그리고 지훈이를 무당에게 팔아넘긴 장본인.”

“으으. 닥쳐. 시발!”

“그리고···”

나는 지갑 안쪽의 수납공간에 손가락을 넣어 뒤적거렸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형님들. 이거 보세요. 핏줄도 팔아먹는 아저씨가 건강 부적을 무당에게 받아서 지갑에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몇 년 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ㅡ 잉? 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ㅡ 뭔지 모르겠는데 왜 소름이 돋지.

ㅡ 지훈이가 그 발견된 시신 어린아이 이름이지?

ㅡ 저 사람이 삼촌이라는 것 같은데

ㅡ 무당에게 팔아먹었다는 건 뭐야

ㅡ 아 시발. 궁금하다고 얘기 좀 해봐 봐

ㅡ 그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거지?

“아직 사건이 해결된 게 아니니까요. 이 모든 진실이 다 판명이 났을 때 제가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나는 금세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진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얘기했다.

“진짜 극. 혐. 이네요. 시벌넘 아저씨.”

위이잉. 에에엥

저 멀리서 경찰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며칠 전 보았던 형사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지갑에 있는 부적을 내 주머니에 몰래 넣었다.

그리고 금세 내 앞으로 달려온 형사를 빤히 바라봤다.

범인과 나의 상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수차례 눈을 껌뻑이는 형사.

19살 학생이 40대 건장한 남자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믿기 힘든 것 같았다.

“시발! 형사님! 이 어린 새끼 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진호가 형사를 보며 발악하듯 구원요청했다.

형사는 그런 이진호를 바라보고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물었다.

“이 사람이 무당집 살인 공범이라고?”

“네. 확실합니다. 이진호. 죽은 어린아이 작은 삼촌이에요.”

“야 인마. 일단 그 사람 놔봐.”

내가 이진호를 구속하던 무릎과 팔을 치웠다.

그러다 형사가 이진호에게 물었다.

“이진호 씨. 당신이 이지훈 무당한테 팔아넘긴 거 맞아요?”

이진호는 땅에 누워진 채로 강하게 발악하며 소리쳤다.

“아니에요! 이 새끼가 생 사람 잡는 거라고요!”

동시에 나는 핸드폰을 내밀며 얘기했다.

“이 사람이 범행 인정한 거 이 영상에 다 담겨있습니다. 자료 넘겨드릴게요.”

순간. 이진호가 핸드폰을 낚아채려는 걸 형사가 막았다.

“일단 같이 서에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꼬맹이 너도.”

그렇게 잠시 후.

서에 도착하자마자 이진호와 나는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며칠 전 장독대 살인사건이 뉴스에도 나는 바람에 전국이 떠들썩 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경찰들, 국민들조차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범이 있다며 신고.

게다가 그 공범을 직접 잡아 증거까지 확보하고 신고까지 한 고등학생 유트버가 등장했으니까 말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

“그러니까 당신 말은 본인은 그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다. 그냥 가족일 뿐이다. 이 말이에요?”

“네. 그렇다니깐요! 저 미친 고등학생이 저를 때리고 압박하고··· 이거 멍 좀 보세요 형사님.”

형사는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그 본인이 범인인 걸 실토했다는 영상은 또 뭐예요?”

“그··· 그건···”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내 옆에 다가온 형사 한 분이 내 팔을 보며 걱정했다.

“야 인마. 혈기왕성한 건 좋지만, 위험하게 혼자 그렇게 쑤시고 다니면 어떡해? 에헤이. 이 상처 봐라 이거.”

나는 그제야 멎은 피가 보이는 팔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듯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하마터면 진짜 염라대왕 만날 뻔했다니깐요 형사님. 그나저나··· 저 사람 공범인 건 확실합니다. 영상 확인해 보시면 분명 의심하실만하실 거예요.”

형사는 한숨을 푹 쉬더니 내게 얘기했다.

“그래. 알았다. 아 참, 그리고 장독대에서 DNA 검출됐단다. 그 DNA 주인만 찾으면 빼도 박도 못하는데, 도저히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내 입에서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다고 튀어나오려는 걸 참았다.

괜한 헛소리를 했다가는 미친놈 취급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입을 꾹 닫고 형사에게 얘기했다.

“형사님. 저는 가봐도 되나요? 제가 공부하느라고 많이 바빠서요.”

“그래. 나중에 전화할 테니까 잘 받아라.”

그렇게 나는 경찰서에서 재빨리 나왔다.

시간이 없다.

범행 사실을 인정한 영상이 있다고 해도 저 영상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형사 사건은 불법으로 녹음하여 그 녹취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인정이 되질 않으니까.

이진호를 찾으러 가기 전,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였으니까.

그럼 지금 난 뭘 해야 할까.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부적을 꺼냈다.

이 부적은 그 무당 아줌마가 써준 것이다.

이 부적에 남은 기억에 꼭 조금의 행적이라도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부적을 두 깍지 사이에 끼우고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한참을 그렇게 경찰서 앞에 서있었을까.

눈을 떴다.

“그럼 그렇지. 아줌마··· 아직도 그 역겨운 짓거리를 하고 있었구나. 시벌.”

나는 어느 유명한 거리의 번화가에 도착했다.

저녁 8시. 늦은 시각이지만, 오늘 일을 내일 미루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언제 이진호가 경찰의 구속에서 풀려나 도망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내 눈앞엔 눈부신 조명들이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화려한 옷차림과 외모로 외로운 사람들의 밤을 달래주는 유흥의 꽃이라고 불리는 그녀들이 사방에 걸어 다닌다.

“23-1 4층··· 어. 저기네.”

고개를 들어 쳐다본 4층 건물 꼭대기엔 하얀 깃발과 빨간 깃발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4층 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한번 다듬고 노크를 했다.

“네. 들어와요.”

문을 열자 내 콧속으로 찐한 향냄새가 흘러 들어온다.

동시에 수많은 연꽃 등과 크고 작은 불상들이 한 면에 가득 채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방금 전화하신 분?”

“네. 맞습니다.”

화려한 유흥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무당집.

대문짝만 하게 걸어둔 간판의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었었다.

“이리 와. 여기 앉아요.”

방석까지 손수 다듬어주며 나를 안내하는 무당.

나는 무당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얼굴을 살폈다.

뚜렷한 이목구비, 기이한 화장.

그 어느 누가 보아도 기괴스럽게 느껴지는 그 얼굴.

드디어 찾았다.

염매( 魘魅 ) 라는 말도 안 되는 주술을 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끔찍하게 죽였던 장본인.

폐 무당집 살인사건의 범인.

그 아줌마를 말이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한창 그럴 나이지. 도와줄 테니까 천천히 말해봐요.”

나는 무당을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아 맞다. 무당 선생님. 혹시 제가 방송하는 사람인데, 이 모습을 방송으로 담아도 될까요? 시청자 수가 많아서 제가 홍보도 해드릴게요.”

무당은 활짝 웃으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요.”

나는 곧장 핸드폰에 방송을 틀었고.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기다렸다.

[ 피자헛둘셋넷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선녀와누워꾼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이웃집또털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어제의 여파가 컸는지 방송을 켠 지 5분도 안 돼 천 명을 찍었다.

물론 내가 바꾼 방송 제목도 한몫했다.

[ 폐 무당집의 진짜 살인범죄자. 그 무당 집에 찾아왔다. ]

나는 준비됐다 싶어 앞에 있는 무당을 쳐다봤다.

그리고 살며시 웃으며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살인자 무당 아주머니.”

초상권이고 나발이고 나중에 다 달게 받겠으니 얼굴부터 폭로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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