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0화 (90/225)

추격자. 4

나는 방송 카메라를 노골적으로 무당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동시에 무당은 방송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이 상황을 침착하게 살피는 듯 보였다.

꿈에도 몰랐겠지?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곤 절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본색을 드러내라.

무당의 입에서 직접 범행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나는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했다.

이번엔 무당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카메라를 향해 인사해 주세요. 지훈이를 죽인 살인범 아줌마.”

아주 미세하게 무당의 몸이 움찔거렸다.

카메라에 담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시에 여러 감정과 생각이 섞인 눈빛이 보였다.

당황스러움.

무엇보다 자신이 감쪽같이 몇 년 간 숨겨왔던 비밀을 들춰낸 나를 보며 깜짝 놀란 것이 더 커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은 아주 뻔뻔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응? 지금 누구한테 하는 말 이예요? 지훈이는 누구고 살인범 아줌마는 누구고···”

기가 찬다.

역시나 사람을 상대하는 무당인지라 자기감정과 표정을 숨기는 데에는 아주 기가 막힌 사람이었다.

ㅡ 헐?

ㅡ 이 사람이 그 어린아이를 죽인 무당이라고?

ㅡ 진짜 맞아? 근데 전혀 모르는 표정인데?

ㅡ 근데 얼굴 진짜 살벌하게 생겼다

ㅡ 그냥 살인자 얼굴처럼 생겼어

ㅡ 관상은 과학이라고

ㅡ 무서운 사람들이네. 큰일 날 소리를.

ㅡ 생 사람 잡지 마요 다들. 확실해지기 전까지

ㅡ 인정. 설마 그런 대 범죄를 저지르고 멀쩡하게 이렇게 또 무당짓을 하고 있겠나

ㅡ 야 연우야. 모르는 사람들 있으니까 자세하게 얘기 좀 해봐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이 실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일단 나는 방송이 켜져 있는 걸 의식한 무당에게 더 노골적으로 얘기했다.

“아줌마 정말 뻔뻔하시네요. 아줌마가 지훈이를 잔인하게 죽여 장독대에 가둔 범인이잖아요.”

무당이 두 눈이 잔뜩 커졌다.

갑자기 몸을 들썩이며 놀란 척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제가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끔찍한 소리 자꾸 하실 거면 여기서 나가주세요. 그 방송도 이제 그만 꺼주시고요.”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몰려든 시청자들.

현재 시청자 수. 4156명.

어그로성 제목과 내용이 파장이 큰 탓이었다.

나는 무당과 실랑이하는 모습을 계속 방송에 내보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의 기억 때문에 감정이 금세 고조되었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더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형님들.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궁금하시다고 했죠. 이지훈, 장독대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이름입니다. 그 어린아이를 여기 있는 이 무당 아줌마가 이진호. 즉, 이지훈의 작은 삼촌에게 천만 원을 주는 대가로 넘겨받았고요. 그렇게 넘겨받은 이지훈을 자신이 신빨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염매( 魘魅 )라는 잔인한 주술의 재물로 바쳤습니다. 죽은 사람도 아닌 시퍼렇게 살아있는 어린아이를 말이에요.”

무당의 입가에 있던 뻔뻔한 웃음기가 살짝 사라졌다.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네요. 저 그런 사람 아니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그 방송 끄시고 이 신당에서 나가주세요.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는 주머니 속에서 보조 폰을 꺼냈다.

그리고 영상 하나를 틀었다.

[ 유미경. 그 개 같은 무당 년. 설마

그 무당 년이 다 불었냐? 씨발 사이비 같은 년이 돈도 안 주고 도망가더니 날 이렇게 또 엿 먹여? ]

“무당 아줌마.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떳떳하시면 4천 명이 넘게 보고 있는 제 방송에서 지금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무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와 멱살을 쥐여 잡았다.

아니. 채팅창이 마구 올라오는 방송화면을 보며 휴대폰을 뺏기 위해 발악했다.

“이거 초상권 침해인 거 몰라? 빨리 방송 안 꺼!?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상스러운 말들을 꺼내는 거야!”

나는 내 큰 키를 이용해 휴대폰을 이리저리 옮겨댔다.

그리고 계속 무당의 얼굴을 카메라에 비췄다.

“결국 이진호 씨한테도 천만 원 안 주고 도망쳤다면서요. 이진호 그 아저씨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던데.”

무당의 기괴한 얼굴이 일그러지며 더욱더 끔찍한 몰골로 변했다.

기어코 무당은 휴대폰을 뺏지 못하자, 갑자기 내 머리카락을 쥐어잡았다.

실로 엄청난 힘이었다.

이러다간 내 머리털이 다 뽑힐 판이었다.

“아! 아아악!이 아줌마가! 나 아직 19살이에요! 땜빵이나 탈모 생겨서 여자친구 못 사귀면 아줌마가 책임 질···”

“미친놈이··· 그거 이리 안 내놔!”

ㅡ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ㅡ 아니 살인범 잡는다드니 지가 머리끄덩이 잡힘

ㅡ 아침드라마 찍냐 지금

ㅡ 근데 탈모 없어도 여자친구 못 사귀지 않냐

ㅡ ㅇㅇ 그건 인정

ㅡ 야 이 미친놈아. 저 사람 살인범죄자 맞긴 맞아?

ㅡ 진짜 생판 아무것도 모르는 생사람 잡는 거면 레전드인데

ㅡ 지금 시청자가 5천 명이 다 돼간다고

어디선가 등치 좋은 한 남자가 등장했다.

마치 곰과 같은 등치의 그 남자는 하얀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자로 보이는 듯했는데.

눈앞에 상황을 보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아주 가볍게 번쩍 들었다.

아무것도 못한 채 놀이 기구 타듯 몸이 들린 나는.

문밖으로 쫓아.

아니. 내 던져졌다.

그렇게 나는 허무하게 무당에서 쫓겨났다.

일방적으로 문까지 닫아버린 신당 안에서는 소금을 뿌리는 듯한 소리까지 들려왔다.

파바바박! 파바박!

“이런 시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장사가 안 되니 어디서 거지 같은 게 굴러 들어와서는 범죄자란 소리를 하지 않나. 에잇 퉤! 퉤!”

나는 허탈한 표정을 하고 멍하니 닫힌 문을 쳐다봤다.

“시벌 형님들···”

ㅡ ㅋㅋ 뭐 하는 거냐 도대체

ㅡ 저 사람 범인 아닌 것 같은데

ㅡ 그 사건 이미 뉴스에도 나와서 전국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건이잖아?

ㅡ ㅇㅇ 범인 행적이 오리무중이라고 경찰 쪽에서 얘기도 함

ㅡ 근데 설마 이렇게 뻔뻔하게 유명한 거리 한복판에서 무당질 하겠어?

ㅡ 게다가 흉가 유트버인 이놈이 잡고 있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됨

ㅡ 시발. 주작 아니지?

ㅡ 무슨 살인자를 네가 검거하냐고

ㅡ 근데 어그로 제대로 끌어서 시청자 수는 대박 났다

ㅡ 헐. 그러네 언제 이렇게 들어왔대

지금 시각. 9시.

시청자는 5천 명을 넘었다.

하지만, 허탈하게 끝난 이 순간에 사람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ㅡ 난 너 믿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저 사람 범인인지도 확실치 않고··· 너 일부러 어그로 끌려고 그런 거 아니지?

ㅡ 이 사태를 어쩔 거냐? 아무런 증거도 없이 찾아와서는 무당집에서 쫓겨나고, 이게 뭐냐고 도대체!

[ 이세돌이세돌잔치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을 유트버인 네가 잡는다고 해서 어그로는 제대로 끌었다만, 이거 해결 못 하면 너 바로 나락 가는 거다. 이미지 완전 추락하는 거라고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시발. 뭐 말이라도 좀 해봐라. 그렇게 멍 때리고 있지 말고

난 방송화면을 빤히 쳐다보며 실실 웃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헤헤. 형님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쥐었던 주먹을 살며시 펼쳐 보여주었다.

내 주먹 안에는 기다란 머리카락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바로 무당의 머리카락.

“제가 설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곳을 찾아왔겠습니까?”

무당이 발뺌은 당연히 내 그림 속에 있었다.

어느 범죄자 누구한테 물어봐도 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다.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토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애초에 이 무당의 입에서 진실을 토로하게끔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무당이 화를 나게 만들어 몸싸움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다.

나는 형사님이 내게 얘기한 그 한마디를 떠올렸다.

[ 아 참, 그리고 장독대에서 DNA 검출됐단다. 그 DNA 주인만 찾으면 빼도 박도 못하는데, 도저히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

“이 머리카락만 형사님에게 무사히 전달한다면 게임 끝입니다.”

ㅡ DNA 검사?

ㅡ 오오. 연우에겐 계획이 다 있었구나?

ㅡ 대박! 근데 범인이 아니면?

ㅡ 그럼 그대로 거기서 그대로 깜빵으로 들어가는 방송해 줘

ㅡ ㅇㅇ 마지막 방송이 될 수도

ㅡ ㅅㅂ 얼마나 뜯은 거여? 무당 아줌마 머리에 땜빵 생겼겠네

ㅡ 땜빵 정도가 아니라 마당이 생겼겠는데

ㅡ 도랏··· 근데 그 사이에 도망가면 어떡하냐?

ㅡ 맞아. 그 사람 전에 무당집에서도 도망갔다며?

ㅡ 도망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 같은디

사실 그것도 문제이긴 한데···

내 앞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 있던 곰만한 덩치의 남자가 나를 매섭게 째려보는 게 보였다.

그 뒤로 사복으로 갈아입은 무당의 모습까지.

이런 시벌.

나는 다급하게 열리는 문을 닫고 못 열리게 막았다.

쾅! 쾅!

“이 미친놈 문 안 열어?”

“무당 아줌마. 어딜 또 도망가시려고요?”

“저런 미친 새끼가 진짜···”

부서질 듯 요동치는 문을 가까스로 막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가 치는 건지, 목재로 만들어진 문이 금방이라도 뜯어질 듯 심하게 덜컹거렸다.

ㅡ 워. 뭐야 이건 또

ㅡ 몸이 놀이기구 탄 것처럼 들썩이냐

ㅡ 연우 저러다 죽는 거 아님?

ㅡ 아니 경찰 빨리 불러서 이 사태를 어떻게 좀 해봐

ㅡ 무당이 진짜 범인인가? 왜 저렇게까지 함?

ㅡ 시발. 존나 수상하네. 맞는 것 같음

“워어어어!아줌마! 이러다가 저 상처 입히시면 범죄 더 추가 됩니다! 이··· 이러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자수하세요 시벌!”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포기 한 걸까.

아니면 내 말을 알아들은 걸까.

아니야. 절대 그럴 일이 없는데.

문에서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요란한 공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달그락. 달그락. 캉.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시벌. 잠깐만 이거··· 뭐가 잘못 돼가는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문 쪽으로 가까워진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갑자기 찢어지는 신음을 토해냈다.

쾅! 콰지직! 쾅! 콰지지직!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찢어진 문 사이로 도끼가 어렴풋이 보였다.

이런 미친 새끼들.

“와아아아악! 형님들! 이 미친 사람들이 저까지 죽이려고 해요!”

ㅡ 헐. 시발 실화냐 이거

ㅡ 아니. 단지 문 막고 있다고 도끼로 응징을 해?

ㅡ 저 새끼들 저거 범죄자들 맞다니까

ㅡ 아니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지

ㅡ 야 경찰에 신고는 한 거냐!

ㅡ 저 미친 새끼들 저거 저러다가 문 부서져서 연우 얼굴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안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더 거세게 도끼로 문을 찍어댔다.

쾅! 콰지직!

한시가 급한 긴박한 상황이지만 나는 문을 떠나질 못했다.

이대로 내가 문을 놔버리면, 다시 또 무당을 영원히 놓쳐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여태까지의 내 고생은 물론이고 어린아이, 그리고 엄마의 영혼은 또다시 구천을···

나는 아슬아슬하게 문밖으로 튀어나오는 도끼질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발끝에 온 힘을 다 주어 문을 막았다.

시발.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시바아아아알! 나 죽어! 형님들!”

수많은 도끼질로 문에 큰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 사이로 무당 그리고 제자의 두 눈이 동시에 보였다.

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제자라는 사람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흐리멍덩한 게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살인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있는 사이 제자는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나는 누워있던 몸을 순식간에 오뚝이처럼 벌떡 일으켰다.

숨소리 하나도 내지 못할 만큼 긴장되는 상황.

제자가 도끼를 든 손을 들어 올렸다.

에이. 설마 진짜 이 유명한 거리 한복판에 건물 안인데, 나한테 휘두르겠어?

하지만 그 도끼는 내 몸.

아니. 내 머리를 향해 곧장 날라왔다.

“이런 시바아아알!”

순간, 운동 반사 신경으로 인해 한 끗 차이로 도끼질을 피했다.

나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를 끌어안 듯이 접근했다.

그렇게 몇 번의 몸싸움이 있었을까.

어느샌가 내 손에는 제자가 쥐고 있던 도끼가 들려있었다.

그렇게 흉기를 빼앗아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생각한 그 순간.

아주 운이 좋게도 내 뒤에서는 반가운 고함 소리도 들려왔다.

“손들어! 경찰이다!”

나는 도끼를 든 채로 경찰에게 소리쳤다.

“아니 경찰 아저씨들! 왜 이제 오세···”

하지만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총구의 방향이 나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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